지난 이틀간 이어진 몇몇 프로토콜 인수 소식과 비탈릭 부테린의 코멘트는 탈중앙화 소셜 씬 전반을 다시 한 번 뜨겁게 만들었다. 개별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이 일련의 움직임들은 프로토콜의 플랫폼화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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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탈중앙화 소셜 플랫폼 Farcaster의 공동창업자 Dan Romero는 Farcaster의 초기 핵심 클라이언트 중 하나였던 Neynar가 Farcaster를 인수하며, 프로토콜 컨트랙트, 코드 레포지토리, 공식 앱, 그리고 Farcaster가 보유하던 Clanker까지 단계적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존 핵심 창업팀은 운영 전면에서 물러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도 공유됐다.
이 결정의 배경에는 Farcaster가 현 상태에서 소셜 프로토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할 영역이 ‘프로토콜 설계’ 자체보다는, ‘점점 더 전문화되는 인프라와 운영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 결과, 이미 개발자 중심의 자원과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붙잡고 있던 인프라 사업자 쪽으로 자연스럽게 핸들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실제로 Neynar는 2024년부터 Farcaster 생태계에서 허브 운영의 비용과 복잡성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를 API와 인프라 레이어로 추상화해 개발자가 프로토콜 내부 구조를 신경 쓰지 않고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자임해왔다.
Source: Lens(@LC)
한편, 상대적으로 더욱 풍부한 자원과 유저 베이스를 이미 갖춘 Lens는 조금 더 나아간 형태의 선택을 했다. 2026년 1월 20일, Lens Labs는 Mask Network가 Lens의 다음 챕터를 ‘스튜어드(운영 주체)’로 맡아, 프로젝트의 중심을 인프라 구축에서 소비자용 제품으로 이동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Mask 역시 “프로토콜이 증명한 가능성을 대중적 제품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Lens/Aave 측은 소유권·재무·거버넌스의 이전이 없는 역할 재편임을 강조했는데, 이는 이 사안의 핵심이 M&A 그 자체보다 ‘누가 이 프로토콜을 실제 제품으로 굴릴 것인가’에 대한 책임 이동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두 사례를 하나의 커다란 프레임으로 놓고 보면, 프로토콜이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점점 분명해진다. 그것은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명확한 R&R의 분리—즉 플랫폼으로서 요구되는 역량, 개발자 온보딩을 위한 툴링, 그리고 배포 등 운영 전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최적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Neynar가 Farcaster에서 쌓아온 핵심 가치는 소셜 데이터와 액션을 API로 표준화함으로써, 개발자가 허브 운영이나 프로토콜 레벨의 복잡성을 의식하지 않고 곧바로 제품 실험에 착수할 수 있게 만든 데 있다. 이번 인수는 Neynar가 Farcaster의 ‘개발·운영 레이어’를 강화하기 위해 프로토콜 자체를 포괄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Lens 역시, 뉴스의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유사한 프레임에 위치한다. Lens Chain과 V3를 통해 기반 인프라는 이미 충분히 마련된 상황에서, 다음 과제는 “프로토콜을 더욱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Mask Network와 손을 맞잡은 것이다.
사실, 기존 프로토콜들의 통합 사례는 특히 25년부터 이미 웹2 혹은 웹2.5 영역에서 많이 이뤄져오고 있다. 지갑, 크립토 페이먼트, 거래소, 인프라 사업자 등 다양한 사업 주체들은 각자의 핵심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른 영역을 통합하거나 인수를 통해 버티컬을 확장하며, 하나의 ‘슈퍼레이어’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무작정 모든 기능을 끌어안기보다는, 명확한 타겟 오디언스를 기준으로 어떤 기술 스택과 운영 플랫폼을 결합할지 훨씬 더 정교하게 설계한다는 점이다.
Neynar–Farcaster와 Mask–Lens 사례는 웹3 씬 역시 이제 개별 프로토콜이 “느슨한 실험체” 단계를 지나, 조직·운영·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대형 네트워크 생태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방형 인터넷을 지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창업팀 중심의 폐쇄적인 색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웹3 프로덕트팀들도 이제는 경쟁 국면에서는 독립적인 팀 구조, 명확한 책임 분리, 그리고 장기적으로 제품을 지속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웹2와 웹3를 망라하고 슈퍼레이어를 만들기 위한 여러 프로토콜들 간 시장 다이나믹스는 앞으로 더욱 전략적이고 첨예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