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생태계를 대표하는 블록체인 중 하나인 노블(Noble)이, 금일(2026년 1월 21일) 자신들의 인프라를 기존 코스모스 기반에서 커먼웨어(Commonware) 스택으로 이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페이먼트에 포커스를 둔 체인이 커먼웨어 스택을 도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커먼웨어 스택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 자체가 바로 모두가 주목하는 레이어 1 블록체인 '템포(Tempo)'가 커먼웨어를 기반으로 체인을 구축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지금은 템포와 노블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체인들이 커먼웨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체인을 구축하거나 노블처럼 자신들의 인프라를 이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커먼웨어인가? 커먼웨어는 기존 인프라와 무엇이 그렇게 다른가?
우선 커먼웨어의 가장 큰 차별점은 그 설계 철학에서부터 시작된다.
여태까지의 대부분의 블록체인 인프라들은 하나의 프레임워크로서, 개발자들에게 정해진 규칙 안에서만 수정 가능한 개발 도구들을 제공해왔다. 물론 이러한 프레임워크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개발자들이 비교적 쉽게 블록체인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 목적에 맞게 블록체인을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문제는 개발자들이 구현하고 싶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 요소들까지 함께 딸려온다는 점이다. 기존 블록체인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체인을 커스터마이징하려고 하면, 필요 이상의 부분을 뜯어고쳐야 하거나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오류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프레임워크의 저주다.
주어진 프레임워크를 각자의 니즈에 맞게 과도하게 변형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SDK 버전 업데이트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이는 실제로 특정 생태계에서 반복적으로 관측되던 문제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만약, 체인을 구축할 때 네트워킹, 합의, 실행, 스토리지, 런타임, 멤풀 등이 하나의 패키지로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체인의 목적에 맞게 각각의 구성 요소를 선택하고 조합하며 세밀하게 튜닝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단순히 “블록체인을 만든다”는 수준을 넘어, 체인의 기능부터 성능, 운영 방식까지 모두 목적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던 수많은 “목적 중심 체인(Purpose-Built Blockchain)”들조차, 엄밀히 말하면 전부 반쪽짜리였을지도 모른다.
커먼웨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인프라들과 명확히 다른 접근을 취한다.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워크로 묶지 않고, 각각을 레고 블록처럼 쪼개 ‘프리미티브(Primitive)’ 단위로 나눈다. 현재 커먼웨어는 P2P, Networking, Consensus, Execution, Storage, Runtime, Mempool 등 약 7가지 프리미티브로 구성되어 있다. 개발자는 이 일곱 가지 프리미티브 중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만 선택해 조합할 수 있으며, 커먼웨어는 그 어떤 구성도 강제하지 않는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선택이 체인을 배포하기 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인이 실제로 운영 중인 상태에서도, 특정 프리미티브를 수정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블록체인을 더 이상 “한 번 만들면 되돌릴 수 없는 구조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개선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물론 커먼웨어의 강점이 단순히 “모듈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상당히 큰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커먼웨어의 파운더 Patrick O’Grady는 미니밋(Minimmit)이라는 프로토콜을 발표했는데, 이는 향후 커먼웨어의 핵심 합의 알고리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미니밋은 약 300ms 수준의 블록 타임을 목표로 하면서도, 블록 파이널리티의 기준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빠르기만 한 합의가 아니라, 성능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 방법론 자체가 상당히 진보적이다.
source: Vitalik’s Tweet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역시 이 미니밋 프로토콜 페이퍼를 읽고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는 점은, 이 접근이 단순한 이론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커먼웨어를 기반으로 한 체인 중에서, 실질적으로 메인넷에서 운영 중인 블록체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술이 실제 환경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인프라 설계 철학과 프로토콜 설계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수이의 Mysticeti 이후로 오랜만에 등장한 의미 있는 새로운 합의 및 인프라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블록체인 인프라의 미래, 그리고 “진짜 목적 중심 체인”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커먼웨어는 앞으로도 충분히 지속적으로 팔로업해볼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