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 생태계의 급격한 성장 뒤에는 텔레그램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 미니 앱(TMA) 기능, 그리고 App Center를 통한 배포와 탐색 채널이 있었다. 이들이 크립토 수퍼 앱으로 거듭나기 위한 잠재력과 현재 직면한 과제에 대해서 들여다보자.
Notcoin, Hamster Kombat 등의 T2E 프로젝트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TON 생태계의 잠재력을 입증했고, 이는 텔레그램의 사용자 기반을 활용한 배포 전략의 효과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공 사례들은 텔레그램이 가진 크립토 어플리케이션의 배포 능력을 입증하며, 더 많은 개발자들을 생태계로 유인하고 있다.
TON과 텔레그램의 결합은 크립토의 '퍼스트 마일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텔레그램 기반 어플리케이션의 낮은 진입 장벽과 모바일 최적화는 사용자들이 점진적으로 크립토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T2E 모델은 리스크 없는 수익성과 직관적인 기능으로 초기 사용자 유입에 큰 역할을 수행했다.
App Center는 크립토 애플리케이션의 발견과 배포를 위한 중앙화된 허브 역할을 하며, 사용자가 탐색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한다. 텔레그램은 TON을 넘어 더 넓은 크립토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위한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WeChat과 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슈퍼 앱"을 목표로 하고 있어, 크립토의 대중화와 일상적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TON은 문화적, 기술적으로 주류 크립토 생태계와 단절되어 있어, 개발자 유입과 다른 생태계와의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자적인 개발 환경과 언어 사용은 개발자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으며, 다른 블록체인 생태계와의 연결성이나 미들웨어의 활용도 측면에서 불리한 특성을 가진다.
현재 TON 생태계의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은 품질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사용자 기반 또한 저가치 유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한 게임 메커니즘과 원초적인 토큰 파밍에 중점을 둔 애플리케이션들은 장기적인 사용자 유지와 가치 창출에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주로 경제력이 낮은 지역의 사용자들로 인해 전체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제한을 받고 있다.
TON과 텔레그램의 실험은 크립토 산업의 미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며,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가진 플랫폼이 크립토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크립토의 대중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과 기회를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이들이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정한 크립토 수퍼 앱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Source: X(@ton_blockchain)
톤의 성장세는 말 그대로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올해 들어 생태계와 사용자의 활성화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년여 전 10만 수준에 불과했던 월간 활성 지갑 수는 급격히 성장해 현재는 1000만 개에 이르렀다. Web2의 기준으로 봐도 이들이 보여주는 성장세는 가히 압도적이다. 다른 체인들이 올해 초 이후 거래량 및 사용자 수가 급감한 것과 비교했을 때 올 한 해 동안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톤이 가진 경쟁 우위는 명확하다. WhatsApp, 페이스북과 WeChat을 뒤잇는 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은 10억 명에 가까운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텔레그램의 사용자는 지금도 꾸준히 상승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곧 2, 3위의 자리 또한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텔레그램과 그 위에 위치한 어플리케이션들이 크립토 산업 전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방대한 사용자의 소셜 그래프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Facebook이 Libra 개발을 중단한 이래로, 글로벌 스케일의 방대한 소셜 그래프와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주요 소셜 플랫폼이 온체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로는 TON이 유일하다.
하지만 높은 잠재력과 동시에 아직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 또한 존재한다. 아마 텔레그램의 게임을 시도해 본 사람들은 해당 플랫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게임이 낮은 수준의 토큰 디자인,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과 원초적인 기능에 한정된다는 것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직 텔레그램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단순히 화면을 클릭해서 Tap-To-Earn 방식이나 수동적으로 보상을 얻는 아이들러(Idler) 게임들 뿐이다.
과연 텔레그램과 톤은 그들이 가진 경쟁 우위를 활용해 크립토의 수퍼 앱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글에서는 현재의 TON 생태계의 현재 모습과 이들이 가지는 잠재력, 그리고 아직 넘어서야 할 과제에 대해서 조명해본다.
Source: Transforming Telegram to Web3 with Toncoin - TOKEN2049 Singapore 2023
TON의 시작은 2017년 ICO 열풍이 불던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후 시장의 버블이 빠르게 꺼지는 상황과 동시에 SEC의 제재로 인해 개발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후 커뮤니티에서 TON의 유산을 이어받아 개발하게 되며 지금의 TON으로 재탄생하는 등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2022년까지도 TON의 유저네임 마켓플레이스인 Fragment의 출시 등 개발을 이어나가고는 있었으나, 사람들에게 과거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며 기억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 TON은 2023년 Token2049의 세션에서 텔레그램과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복귀의 서막을 알렸다. 이들은 해당 발표에서 앱 내장 지갑인 Wallet과 함께 비수탁형 지갑인 Ton Space 등을 공개하며, 텔레그램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기술과 내러티브가 아닌 사용자와 어플에 집중하여 실제 사용 사례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ource: X(@thenotcoin)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비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2023년 11월 출시한 Notcoin은 독특한 컨셉과 직관적인 기능으로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고 텔레그램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Notcoin은 매우 직관적인 T2E 방식의 Telegram Mini App (TMA)이다. 출시 초기 이들은 팀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채, "Probably Nothing"이라는 구호만 내세우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Notcoin은 베타 기간에만 6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600억 개의 Notcoin을 채굴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2024년 1월 이들이 정식 버전을 출시한 시점에는 이미 400만 명의 사용자를 유치한 상태였다. 이는 가장 성공적이었던 GameFi 프로젝트인 Axie Infinity와 STEPN의 기록을 압도할 뿐 아니라, ChatGPT보다 짧은 기간 내에 100만 유저 달성이라는 흥미로운 전례를 남겼다. 놀라운 점은 이들은 마케팅 비용에 대한 한 푼의 지출도 없이 텔레그램의 사용자들 간 바이럴과 레퍼럴로만 달성했다는 점이다.
Source: Du Rove’s Channel
Notcoin의 전략과 텔레그램이라는 방대한 사용자 기반이 유의미한 규모의 관심과 유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시장에서 입증된 이후, 많은 프로젝트들이 이들의 플레이북을 재생산하며 파생 상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사한 카테고리 내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또 하나의 프로젝트인 Hamster Kombat은 텔레그램이 가진 소셜 그래프와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통한 배포 전략과 성공 공식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2024년 3월 출시한 Hamster Kombat은 출시 3달 만에 자그마치 2억 명의 사용자를 유치하며 또 한 번의 T2E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 원초적인 기능과 낮은 지속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2억 명이라는 숫자는 Web2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도 지나치기 어려운 수준의 수치다. 이는 당연히 현재 전 세계의 온체인 어플리케이션 사용자의 수를 월등히 뛰어넘으며, 이전까지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Source: How Has Hamster Kombat helped Telegram reach 700M+ MAU?
또한 Hamster Kombat의 연이은 성공은 텔레그램 자체의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텔레그램은 2024년 6월에만 5000만이 넘는 신규 앱 설치를 기록하며, 45%가 넘는 MoM 성장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Hamster Kombat이 유행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TON의 비수탁형 지갑을 사용하기 위한 어플리케이션 Ton Keeper의 다운로드 수치가 텔레그램의 다운로드 수 변화와 거의 비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단순한 어플리케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 생태계 전반의 사용자 기반을 확장시키는 데에도 기여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텔레그램의 미니 앱은 전체 10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 중 50%에 해당하는 5억 명 이상의 사용자 수를 기록하며, Notcoin과 Hamster Kombat 이외에도 Catizen이 6개월 만에 3000만 명의 사용자와 2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어나가고 있다.
Source: How Has Hamster Kombat helped Telegram reach 700M+ MAU?
텔레그램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으로 한 노출과 배포 전략의 효과를 입증한 이후로 텔레그램의 미니 앱은 급격한 속도로 증가했다. TON 재단이 작년에 공개한 App Center를 통해 사용자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탐색하고 발견하기 위한 채널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App Center를 통해 여러 소셜 미디어나 그룹을 찾아다녀야 하는 수고스러움 없이도, 집중된 공간 상에서 흥미로운 서비스들을 탐색하고 버튼 하나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봇이나 채널 등을 통해 이들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텔레그램이 최근에 공개한 인앱 브라우저 기능은 마치 사파리나 구글 크롬과 같이 텔레그램 어플 내에서 여러 미니 앱과 웹 앱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과 호환성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현재 App Center에 등록된 어플리케이션만 1000개를 돌파했으며, 500만 명이 넘는 월간 사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2-3년의 목표를 1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달성한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지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ource: Global Gaming Report 2024
특히 현재 게임 부문에서의 성과는 압도적이다. 현재 App Center에 등록된 전체 어플리케이션 중 400개 이상이 GameFi 프로젝트다. 이미 대다수의 플레이어와 개발자들은 TON을 게이밍 생태계로서 가장 적합한 플랫폼으로 여기고 있다. 텔레그램 자체적으로도 소셜 그래프와 연동된 게임을 가장 중요한 사용자 유입의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촉진시키기 위한 내부적인 이니셔티브를 수행하고 있다. Ton Ventures는 GameFi를 위한 $40M 규모의 펀드를 출시했으며, Open League와 같은 인센티브 프로그램이나 그랜트, 그리고 Trending App 채널을 통한 배포와 채널 광고 등 마케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Source: Ton APP
초기 부트스트래핑 단계를 지나간 이후 텔레그램 생태계는 확장하는 과정에서 어플리케이션의 종류와 질적 개선에 있어서 개선을 이루어내고 있다. 아직 TON에 위치한 대부분의 TMA는 클릭을 통한 보상 획득과 레퍼럴과 팔로우 등을 통한 인게이지먼트 유도, 게으른 토큰 파밍 등 원초적인 사용자 경험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Notcoin과 Hamster Kombat, Catizen 등 텔레그램이 가진 방대한 사용자 기반이 가진 잠재력이 입증되면서, 어플리케이션은 더 많은 종류의 카테고리가 확장하고 있으며 사용자 경험의 질적 측면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단순한 게임이 대부분을 이뤘던 초창기와 달리, 현재는 다른 블록체인 생태계와 유사하게 DEX, LST 등 기초적인 DeFi 서비스들 또한 성장하고 있으며,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의 범주 또한 게임뿐 아니라 데이팅 어플, SocialFi나 밈코인 등 더욱 다채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이후 모바일 환경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우리는 '수퍼 앱'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수퍼 앱이란 일상 생활과 연관된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 중국의 WeChat, 한국의 Kakao, 동남아시아의 Grab과 Gojek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부분의 수퍼 앱이 성장한 경로와 비결에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이들은 메신저나 차량 호출 같은 일상적인 서비스로 시작해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확보했다. 예를 들어, WeChat은 2011년 단순한 메신저 앱으로 시작했지만, 2023년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2억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이들은 결제, 쇼핑, 게임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며 성장했다.
수퍼 앱의 성공 비결은 네트워크 효과와 사용자 편의성의 결합에 있다. 특정 문화권이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전략은 사용자들의 일상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현재는 필수재에 가까운 지위로 상승했다. 예를 들어, Kakao의 경우 2023년 기준 한국 인구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며, 메시징, 뱅킹, 쇼핑, 모빌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크립토에서는 아직 '수퍼 앱'이라 불릴 만한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지갑이나 거래소 앱들이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는 있으나, 이들은 아직 트레이딩 외의 기능으로 충분히 확장하지 못했다. 또한, 사용자 간 소셜 그래프 등 엔드 유저 관점에서 해자를 구축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 측면에서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Web2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퍼 앱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특히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앱이 수퍼 앱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TON과 Telegram의 결합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장에서는 TON이 과연 크립토 세계의 수퍼 앱이 될 수 있을지, 그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TON이 어떻게 크립토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고, Telegram의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
Source: Privy
블록체인 기술이 점차 추상화되고,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일반적인 Web2 사용자에게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한 진입 장벽은 높기만 하다. 신규 사용자 입장에서는 암호화폐, NFT, 지갑과 트랜젝션 등 처음 접하는 개념이 난무하는 탓에 학습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고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이 금융과 연관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탓에, 사용자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 액션은 바로 비용을 지불하거나 자산을 예치해야 한다는 점 또한 신규 사용자 진입을 막는 걸림돌이 된다. 최근 들어 계정 및 체인 추상화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보딩 과정의 편의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사용자로 하여금 최초로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단계적인 퍼널을 통해 관련 개념을 학습하고 점진적으로 고가치 사용자로 전환되기 위한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한다.
기존 Web2 문법이나 환경과 너무나 동떨어진 온체인 환경에 일반 사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아무리 사용자 경험을 축소시킨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신규 사용자가 지갑을 설치하고 자금을 유치할 동기를 이끌어 내지 못 한다면 무용지물이다.
텔레그램 기반 어플리케이션의 가장 큰 강점은 낮은 진입 장벽에 있다. 텔레그램의 App Center 또는 검색 시 노출되는 탭을 통해 사용자들은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다양한 크립토 어플리케이션에 즉시 접근할 수 있다. 더불어 복잡한 지갑 설치 과정 없이도 텔레그램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지갑인 Wallet이나 별도의 비수탁형 지갑을 사용해 미니 앱의 크립토 관련 기능과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
금전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DeFi 어플리케이션과 달리,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Social 또는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의 특성 상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동기가 그리 크지 않다. 몇 번의 클릭이나 불편함만 겪더라도 곧 바로 다른 서비스로 이탈해 버릴 확률이 높다. 따라서 사용자들이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텔레그램 앱 내에서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크립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접근은 사용자들이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점진적으로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텔레그램 기반 어플리케이션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사용과 빈번한 소액 거래에 적합한 컨슈머 어플리케이션 특성 상 모바일 중심의 사용자 경험은 필수적이다. 기존의 온체인 애플리케이션들이 주로 데스크톱 환경에 맞춰져 있어 모바일 환경에서 원활하게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반면,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TON 생태계는 본질적으로 모바일 친화적으로 동작한다는 점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들에게 결정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Source: Hamster Kombat
텔레그램과 TON에서 최초로 발현된 성공 사례가 T2E 였던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앞서 말했듯이 T2E가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이라거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밈 코인이 많은 사용자들을 크립토로 유입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과 유사하게, T2E 또한 크립토가 가진 단기적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 심리와 텔레그램의 낮은 접근성이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T2E의 성공의 비결은 리스크 없는 수익성과 직관적인 기능에 있다. 사용자는 최초로 자금을 예치하거나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고도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만큼 게임의 메커니즘이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지급 받은 에어드랍 토큰 또는 수익을 다시 현금으로 인출하기 위해서는 지갑이나 거래소 등 일반적인 온체인 어플리케이션 온보딩 과정을 필요로 한다. 출금을 위한 온보딩 과정은 최초로 어플리케이션을 처음 시도하는 사용자와 비교해 분명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으므로, 불편한 과정을 감수하면서도 전환 비율을 높이는 데 쓰일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크립토 생태계에 발을 들인 사용자들은 지갑 사용법을 익히고 토큰이나 NFT 등의 개념에 친숙해지면서, 더 복잡한 서비스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게 된다. 이는 향후 DeFi 서비스 이용이나 NFT 거래 등 더 넓은 크립토 생태계로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텔레그램의 미니 앱이 제공하는 낮은 진입 장벽은 단순히 몇몇 게임이나 TON 생태계의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의미한다. T2E와 같은 간단한 모델을 시작으로, 사용자들은 점진적으로 더 복잡하고 다양한 크립토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며, 이는 궁극적으로 크립토 기술의 대중화와 일상적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크립토 산업이 직면한 '퍼스트 마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TON 생태계가 크립토 세계의 새로운 진입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 크립토 생태계에서는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하기 위한 체계적인 탐색 공간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들은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을 인식하고 발견하는 첫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립토 네이티브 사용자나 디젠 등 소수의 전문가 그룹은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탐색하는데 따른 학습 곡선을 넘어서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서비스에 대한 광고나 배포가 소셜 네트워크 기반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기존에 크립토와 관련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지 않은 사용자들에게는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하고 시도할 만한 경로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크립토 생태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지어 가장 발전된 생태계로 평가받는 이더리움과 솔라나조차도 통합된 배포 및 발견 채널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 DeFi나 거래소와 같은 금융 관련 서비스의 경우,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검증된 PMF를 가지고 있으며, TVL이나 거래량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우수한 서비스를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특히 신규 출시한 서비스들의 경우 사용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채널이나 방법 자체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Source: TON Ecosystem Evolved: Introducing Telegram Apps Center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App Center의 핵심은 사용자들에게 여러 서비스들을 한 곳에서 탐색하고 비교할 수 있는 집중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여러 채널을 번거롭게 뒤질 필요 없이 효율적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App Center의 디자인은 사용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애플의 App Store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연이 아닌 의도된 결과로, 사용자들이 일반적인 게임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탐색하는 과정을 텔레그램 상에서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용자들이 새로운 크립토 어플리케이션을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거의 의식하지 않고 더욱 쉽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텔레그램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채팅의 검색 기능 안에서 별도의 탭으로 애플리케이션을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들은 이제 App Center에 직접 접속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메시징 활동 중에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아직은 크립토와 관련된 기능들을 최전면에 내세우고 있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관련 기능들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Source: How Apple’s App Store Hurdles Are Hindering DApp Development
또한 텔레그램이 제공하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배포 채널은 앱스토어와 같은 기존 플랫폼의 비우호적인 규제 및 검열을 우회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경로를 제시할 수 있다. 현재 앱스토어는 크립토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검열과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가이드라인에서 정의하는 "인앱 구매" 개념이 블록체인 수수료 체계와 부합하지 않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잠재적인 정책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와 검열은 사용자를 악의적인 의도로부터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크립토에 대한 규제 환경이 아직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혁신적인 실험들이 시도되지 못하게 하는 제약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데스크톱 환경에 비해 검열이 용이하고 엄격한 탓에, 이는 크립토 생태계에서 모바일 환경이 활성화되지 못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될 수 있다.
과거에는 앱스토어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PWA(Progressive Web App)를 활용하는 방식이 시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PWA는 사용자의 접근성이 낮고 앱 기능 자체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어 네이티브 앱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크립토 생태계에서 PWA 방식은 널리 채택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텔레그램의 App Center는 크립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앱스토어의 제약에서 벗어나면서도 대규모 사용자 기반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텔레그램의 App Center는 크립토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실험과 혁신을 가속화하고, 모바일 환경에서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텔레그램은 최근 자사의 미니 앱과 App Center가 TON 생태계를 넘어 더 넓은 크립토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위한 플랫폼이 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단순히 TON 블록체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체인이나 지갑들도 텔레그램의 인프라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서비스를 배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방적 접근은 텔레그램이 특정 블록체인의 전용 플랫폼이 아닌, 크립토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텔레그램의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TON 생태계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어플리케이션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App Center는 다양한 블록체인의 어플리케이션을 환영하고 있으며, 진정한 커뮤니티 정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텔레그램은 다양한 크립토 프로젝트들의 중심지가 되어, 더 넓은 대중의 관심을 끌고 궁극적으로는 WeChat과 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슈퍼 앱"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나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내에서 금융, 소셜,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다.
Source: FunC Journey: Part 1
TON은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으로 여느 크립토 생태계와 확연히 단절된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이들의 수퍼 앱이라는 이상을 펼치기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Ton은 비교적 생태계 통합이 이뤄지기 전인 2021년도에 출범한 프로젝트인데다가, 문화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탓에 지금까지도 독자적인 개발 노선을 밟아왔다. 이로 인해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과 비교적 적은 기술적 유사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개발 철학의 차이가 아닌, 실질적인 기술 스택과 인프라의 차이로 이어졌다.
Source: Solidity vs. FunC
인프라 측면에서 TON 블록체인은 샤딩 구조나 데이터 타입 등도 다른 체인들과 비교적 구분되는 설계 방식을 차용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실행 환경인 TVM(TON Virtual Machine)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주로 사용되는 EVM 기반, 또는 Move 기반 체인들과 비교해 단순히 실행 환경의 차이를 넘어서 전체적인 블록체인 아키텍처와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TVM은 스택 기반 아키텍처를 채택하고 있어, 레지스터 기반의 EVM과는 근본적인 실행 방식의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VM과 블록체인의 구조뿐 아니라, 개발 언어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언어 또한 기존 스마트 컨트랙트 개발 언어와 유사성이 낮은 FunC나 Tact 등 생소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낮은 호환성과 개발자들의 진입 장벽을 형성한다. FunC는 TON에서 주로 사용되는 저수준 언어로, C와 유사한 문법을 가지고 있지만 함수형 프로그래밍 특성을 강하게 띄고 있어, Solidity나 Rust에 익숙한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학습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적 차이는 단순히 개발의 어려움을 넘어서, 생태계 전반의 격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블록체인과의 상호 운용성이 제한되고, 크로스체인 프로젝트나 멀티체인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개발 환경 차이로 인해 주요 블록체인 인프라와 비교해 인덱싱이나 오라클 등 어플리케이션이 활용할 수 있는 미들웨어 기반의 차이가 크다는 점 또한 온체인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의 다양성과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TON이 진정한 크립토 수퍼 앱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적 격차를 어떻게 극복하고, 더 넓은 크립토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Source: Why Telegram Mini Apps Are The Game Changer For Web3 Adoption And Beyond
문화적으로도 TON 생태계는 메인스트림의 크립토 커뮤니티와 큰 차이를 보인다. TON의 사용자와 개발자 그룹은 주로 러시아와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지리적 분포의 차이를 넘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 개발 문화,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해당 지역은 영미권 뿐 아니라 이들 서로 끼리도 언어와 문화적으로 교류하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영어라는 공용어를 사용하는 서구권에 비해 동양의 사용자와 개발자는 상대적으로 영어에 대한 친숙도가 높지 않고, 각자의 언어에 따라 고립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 크립토 커뮤니티와의 원활한 정보 교류와 협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특히나 현재 대부분의 크립토 산업 종사자들은 지역과 무관하게 영어에 비교적 친숙할 수 있으나, 더 넓은 범주의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언거가 큰 제약 조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번역의 문제를 넘어서, 서비스의 현지화, 마케팅 전략, 그리고 사용자 경험 설계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러시아어권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는 영어권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UX/UI 설계와 커뮤니티 운영 전략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물론 영미권과 분리되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의미한 성공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흥미롭게도 수퍼 앱은 미국 또는 서구권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반면, WeChat, Grab이나 Line 등 동양의 문화권에서는 꽤나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동양 국가들은 경우 각자만의 사일로로 구분되어 동질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고, 로컬라이제이션에 따른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글로벌한 서비스가 침투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시장 내에서 독점적인 지위자가 비교적 적은 경쟁 환경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실상 텔레그램 전체 사용자 수만으로도 크립토 전체 사용자 수를 압도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자생적인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 할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분명 크립토라는 국경의 제약이 사실상 무의미한 기술 산업 안에서, 수퍼 앱이라는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될 확률은 꽤나 높아 보인다.
TON 기반 어플리케이션의 사용자 경험은 아직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히 인터페이스의 문제를 넘어서, 전반적인 시스템 설계와 사용자 흐름에 있어 여러 가지 불완전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우선, TON 재단이 텔레그램과 강력한 연관을 가지고 있음은 사실이나, 아직 텔레그램 측에서 관련 기능들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App Center도 별도의 기능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직접 검색을 해야 발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다. 이는 아직 바이럴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전파가 아닌 자연스러운 접근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찾아보지 않는 한, 크립토 관련 기능들을 우연히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다.
텔레그램 내에서 크립토 관련 기능의 불완전한 통합은 규제적 리스크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최근 텔레그램의 CEO인 Pavel Durov가 프랑스 당국에 검거된 전적이 있음을 고려할 때, 규제적으로 상당히 리스크가 큰 크립토 관련 기능을 이들이 얼마나 전면에 내세울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Source: Telegram Wallet
중앙화 솔루션과 탈중앙화된 솔루션과의 차이도 불편함을 발생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텔레그램이 지원하는 자체 지갑인 Wallet은 커스터디형 지갑으로, 마치 중앙화 거래소의 지갑과 같이 텔레그램 어플 내에서만 사용되는 형식이다. 사용자는 해당 지갑의 프라이빗 키에 접근할 수 없으며, 임의의 자산을 전송 받을 수도 없다. 현재는 네이티브 토큰인 Ton과 주요 Jettons(TON의 ERC-20 토큰)인 USDT, Notcoin 또는 Hamster 토큰 정도만을 수령할 수 있다.
사용자가 온체인 생태계를 자유롭게 탐색하기 위한 수단인 비수탁형 지갑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Ton Space 등 별도의 어플리케이션 혹은 지갑을 활성화시켜야만 한다. 여기에는 다시 시크릿 프레이즈 관리 등 기존 크립토 지갑이 가진 UX의 불편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고, 이중 지갑 시스템으로 인해 일반 사용자로 하여금 혼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Source: X(@AbstractChain)
이는 최근 EVM 계열에서 나타나는 지갑 UX의 추상화 트렌드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다서 뒤처진 듯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Privy의 계정 추상화 기능을 활용한 Abstract Global Wallet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은 Shamir Secret Sharing을 통해 사용자가 자체 프라이빗 키를 독자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과 불편함을 축소시켰으며, 기존 EOA 또는 소셜 계정을 활용해 Smart Wallet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물론 텔레그램이라는 매우 강력한 배포 채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유의미한 혁신과 기술적인 발전에 있어서는 조금 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용자 경험의 완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크립토 기능이 앱 내에 더 자연스러운 통합되고, 보다 직관적인 인프라와 인터페이스의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TON 생태계의 급격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공되는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은 품질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사용자 기반 역시 수적으로는 많지만 단위 거래량이 낮은 저가치 유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장기적인 생태계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우선, 아직 TON 생태계의 대다수 애플리케이션은 품질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Notcoin, Hamster Kombat, Catizen 등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어플리케이션들조차 매우 단순한 게임 메커니즘과 원초적인 토큰 파밍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들은 대부분 단기적인 인센티브와 보상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인 사용자 유지와 가치 창출에 한계를 보인다.
Source: Why STEPN’s Collapse Is Inevitable?
이들 애플리케이션의 낮은 품질과 단순한 메커니즘은 지속가능성 문제로 직결된다. 과거 M2E나 SocialFi의 열풍의 사례에도 보였듯이 T2E와 같이 대부분의 단순한 게임들은 초기에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사용자를 잃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게임 자체의 재미나 깊이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단순히 토큰 보상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어플리케이션들만으로는 지속적인 사용자 참여와 생태계 성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사용자 기반의 특성 또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TON의 사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단위 거래량이 낮은 저가치 유저들이다. 이는 주로 TON의 주요 사용자 기반이 동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용자는 소액의 거래와 낮은 수준의 경제 활동에 주로 참여하며, 이는 전체 생태계의 경제적 가치 창출에 제한을 둔다.
더욱이, 이러한 저가치 유저들은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다. 그들은 주로 경제적 인센티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쉽게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 유지율을 낮추고, 장기적인 커뮤니티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저가치 사용자와 어플리케이션에만 집중된 TON 생태계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트래픽은 분명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에게는 핵심적인 지표임에 틀림 없지만, 단기적 인센티브에 의존한 사용자 수나 거래량의 증가만으로는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다. 대신, 높은 품질의 지속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더불어 가치 있는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Source: GAMEE
물론, 초기 단계에서 나타난 원초적인 앱들이 텔레그램이라는 강력한 배포 채널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Notcoin, Hamster Kombat 등의 성공 사례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텔레그램을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향후 더 높은 품질의 애플리케이션들이 TON 생태계로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미니 게임이라는 특성상 매우 높은 퀄리티의 게임이 TON 생태계에 편입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GAMEE 등 상대적으로 준수한 퀄리티의 캐주얼 게임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어플리케이션 종류의 다양성 또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GameFi에 집중되었던 생태계가 이제는 SocialFi, 밈코인 런치패드, 도박이나 예측 시장 등 기존 크립토 산업에서 PMF를 입증한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 기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게임을 통해 유입된 사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충분한 소셜 컨텍스트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온보딩되는 것이 TON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가 될 것이다.
TON과 텔레그램의 결합은 크립토 생태계에 전례 없는 규모의 실험장을 제공하고 있다. 10억 명에 달하는 텔레그램의 월간 활성 사용자, 단 몇 번의 클릭으로 가능한 온보딩 프로세스, 그리고 App Center를 통한 효과적인 배포 채널은 TON이 가진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원초적인 기능과 단순한 인게이지먼트 파밍만으로도 Notcoin이 4개월 만에 400만 사용자를, Hamster Kombat이 3개월 만에 2억 명의 사용자를 유치한 사실은 이들이 가진 잠재력을 명확히 입증한다.
그러나 아직 TON 생태계가 한계를 지니고 있음 또한 분명해 보인다. T2E 게임들의 폭발적 성장은 인상적이지만, 대다수의 앱이 단순 클릭 보상에 의존하고 있으며, 사용자 대부분이 서비스 충성도가 낮은 저가치 유저라는 점은 생태계와 서비스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주요 블록체인과 상이한 구조나 실행 환경, FunC, Tact 등 독자적 개발 언어 사용으로 인한 기술적 고립은 개발자의 유입과 주요 인프라와의 통합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TON 생태계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이 많이 남아있다. 소셜 네트워크, 페이먼트 시스템, 그리고 더 복잡한 금융 서비스 등 텔레그램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TON이 단순한 게임 플랫폼을 넘어 종합적인 크립토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TON과 텔레그램이 진정한 크립토 수퍼 앱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이러한 도전 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잠재력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과연 TON은 현재의 성공을 기반으로 더 다양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텔레그램의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크립토 네이티브 유저로 전환시킬 수 있을 지가 크립토의 수퍼 앱이라는 포부를 달성할 수 있을 지를 결정짓는 여부가 될 것이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나며 명확해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TON과 텔레그램의 실험이 크립토 산업의 미래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이 실험은 크립토의 대중화와 수퍼 앱으로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TON 생태계의 발전은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가진 플랫폼이 크립토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그리고 크립토의 대중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과 기회를 생생히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