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에서는 메인넷의 사이클을 통해 클레이튼과 핀시아가 걸어온 길을 복습하고, 두 재단으로부터 최근 제안된 메인넷 합병에 대한 세부 사안, 기대되는 시너지, 커뮤니티의 우려 사항을 살펴본 후에 만약 합병 제안이 통과될 경우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
합병 여부와 상관없이 두 재단은 앞으로도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생태계 참여자 및 커뮤니티와 활발한 소통을 통해 이들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제 1의 우선순위가 되어야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블록체인 업계는 굉장히 떠들썩하다. 바로 클레이튼(Klaytn)과 핀시아(Finschia) 재단이 2024년 1월 16일에 두 메인넷의 합병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두 재단은 커뮤니티에게 합병을 제안하며 아시아의 No.1 블록체인을 구축할 비전을 공개했다. 시가총액 순위로 클레이튼 메인넷의 토큰 KLAY는 약 90위, 핀시아 메인넷의 토큰 FNSA은 약 220위에 위치해있지만, 이 둘이 합병될 경우 약 70위에 위치하게 될 것이며, 클레이튼과 핀시아 각각 아시아의 대표적인 IT 서비스인 카카오(Kakao)와 라인(Line)에서 시작된 블록체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엄청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거대한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갖춘 두 메인넷이 갑작스럽게 합병 제안을 했다는 사실은 블록체인 산업 역사상 전례가 없던일이다. 특히 비트코인 ETF의 승인 이후 2024년에는 금융기관 및 웹2 기업들의 블록체인 채택이 가속화되는 것이 예상되는데, 두 메인넷이 아시아의 대표적인 IT 기업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은 블록체인 산업에서 특히 눈 여겨볼만한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따라 포필러스(Four Pillars)팀은 이번 사례를 리서치 글로 작성하기로 결정하였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중립적으로 글을 구성하였다. 본 글은 각 메인넷의 배경을 먼저 살펴보고, 합병 제안에 대한 배경, 세부 내용, 장단점 및 커뮤니티의 반응을 확인한 후, 이번 사안의 쟁점 및 만약 합병이 일어날 경우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제언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합병 제안 및 과정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세부 내용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본 파트에서는 클레이튼과 핀시아가 걸어온 길과, 각 메인넷이 메인넷의 성장 과정중 어떤 단계에 위치해있는지 살펴본다.
2021-2023년 시장은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맛보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블록체인 산업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의미가 깊은 시기이다. 그 이유는 이 당시 수 많은 블록체인 메인넷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유의미한 생태계를 갖추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급격하게 성장한 생태계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BNB Chain, Polygon, Solana, Terra(지금은 망했지만), Avalanche를 포함한 다양한 레이어1 네트워크와, Arbitrum, Optimism 등을 포함한 다양한 레이어2 네트워크가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들이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다른 시기에 성장했지만, 이들 모두 생태계의 성장 사이클 측면에서는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위는 대표적인 L1, L2 네트워크들의 TVL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이들의 공통점을 파악하여 5단계로 나누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용어는 내가 임의로 정한 것이며,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블록체인 메인넷도 IT 기술 중 하나이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메인넷 사이클은 마치 Gartner hype cycle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1) Early Stage: 메인넷이 라이브가 되어도 초기에는 어플리케이션과 인프라의 부족으로 개발자 및 사용자 커뮤니티가 매우 작다. 이 시기에는 얼리 어답터 성향을 가진 개발자와 사용자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상호작용하며 메인넷을 탐구해보는 시기이다.
(2) Hype: 암호화폐 시장의 상황이 좋아지거나, 특정 내러티브에 의해 메인넷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급격한 자금의 유입이 들어오는 시기가 생긴다. Hype 단계에 들어서기 위한 전제 조건은 Early Stage 시기 동안 수 많은 사용자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발판 (어플리케이션, 인프라)이 어느정도 갖추어져있어야 한다.
(3) Maturity: Hype 시기에 유입된 자금과 사용자들은 실제로 메인넷과 많은 상호작용을 하게되며 견고한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 시기엔 수 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출시되기 시작하며, 일드 파밍, 에어드랍과 같이 생태계에 유동성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가장 활발한 시기이다.
(4) Exit: 암호화폐 시장이 베어마켓으로 접어들거나, 혹은 생태계의 인센티브들이 점점 고갈되며 매력적이지 않게된다면 자금과 사용자가 급격하게 유출되고 실제 PMF 수준의 생태계가 유지된다.
(5) Transformation: 만약 메인넷이 새로운 기술 혁신, 내러티브와 같은 성장 동력을 다시 찾게 된다면 메인넷은 하나의 사이클을 끝마치고 다음 사이클로 넘어갈 수 있다.
거의 모든 메인넷은 (1)-(4)의 단계를 공유하지만, 마지막 (5) Transformation 단계 만큼은 메인넷끼리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각 생태계가 새로운 기술 혁신 및 내러티브를 찾은지에 대한 여부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위의 예시 중 (5)의 단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메인넷은 바로 Optimism과 Arbitrum인데, 이들은 이더리움 L2로서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고, Dencun 하드포크 등 계속해서 강화되는 이더리움 생태계 내러티브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Solana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FTX 사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내러티브 및 Firedancer와 같은 기술을 선보이면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Polygon과 Avalanche의 경우 네트워크 TVL 상으로는 (5)의 단계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 둘은 다른 방식으로 저마다 기술 혁신과 내러티브를 만들어나가고 있는데, Polygon은 다양한 이더리움 L2 솔루션(zkEVM, Miden)에 집중하고 있고, Avalanche는 서브넷을 통해 앱체인 및 금융기관을 위한 블록체인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5)의 단계가 TVL 차트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클레이튼과 핀시아 네트워크는 어떤 단계에 위치하고 있을까? 합병은 두 메인넷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 때문에, 각 메인넷이 사이클의 어디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합병의 장단점을 추론해내는데 중요하다. 각 메인넷의 역사와 배경을 살펴보자.
2.3.1 배경
클레이튼은 2019년 6월 27일, 한국의 최대 규모 IT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Kakao)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 엑스(Ground X)로부터 탄생하였다. 카카오의 대표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Kakaotalk)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이다. 한국 인구의 약 94.2%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3Q23 카카오톡의 글로벌 MAU는 53.6M이다. 과거 클레이튼 네트워크 기반의 지갑인 KLIP이 카카오톡 서비스에 내장되기도 하였다.
그라운드 엑스에서 운영 개발되던 클레이튼은 2022년 1월에 메인넷 사업을 카카오 그룹의 통합 블록체인 지주회사인 크러스트 유니버스(Krust Universe)로 이관하며, NFT 사업에만 집중하게되었다. 하지만 결국 기업이 블록체인을 탈중앙화 방식으로 운영, 개발하는 것에 있어 한계를 느낀 크러스트는 기존 인력을 클레이튼 재단 소속으로 변경하면서 현재는 클레이튼 재단이 클레이튼을 운영, 개발하고 있다. 참고로 클레이튼 재단은 카카오 그룹과는 재무적, 법적으로 독립되어있는 법인이 되었으며, 카카오 계열사와는 협력관계에 있다.
2.3.2 생태계의 역사
클레이튼 메인넷은 2019년 6월에 출시되어 지금까지 메인넷의 사이클을 모두 겪었다. 클레이튼 네트워크는 한국의 수 많은 사용자들이 온체인 투자를 처음 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생태계의 성장 및 쇠락도 이더리움 및 솔라나와 같은 글로벌 메인넷의 성장과정과 유사했다.
클레이튼은 EVM 실행환경을 지원하는 BFT 기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굉장히 낮은 가스비, 1s에 달하는 빠른 블록 생성 속도, 낮은 레이턴시 등을 자랑한다. 초기 생태계의 밸리데이터(Governance Council; GC)는 LG 전자, SK 네트웍스, 신한은행 등 한국의 대기업도 다수 존재했으나, 2023년 5월에는 GC 제도를 전반적으로 수정하면서 클레이튼 네트워크와 더 밀접한 주체들로 GC 멤버를 교체하였다.
클레이튼 생태계는 초기에 마치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디파이 섬머를 보는듯 했다. 한국 시장에서 CEX 거래는 굉장히 활발하지만, 온체인에서의 투자 트렌드는 글로벌 메인넷과 비교하여 항상 한발짝 늦게 유행했다. 클레이튼 네트워크는 한국 기업에서 시작되기도 했고, 수 많은 디앱들이 한국어를 지원했기 때문에 수 많은 한국 투자자들이 온체인 투자를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네트워크였다.
2021년 초부터 KLAYswap이라는 간단한 AMM DEX를 시작으로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견고한 디파이 레고를 이루고 있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달리 클레이튼에는 디파이 생태계가 견고하게 구축되지 않았고, 이자로 발생한 디파이 토큰들의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거나, 스테이블 코인의 페깅이 깨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였다. 또한, 그 당시 한국의 디파이 사용자들은 초심자가 많았기 때문에 기회를 엿본 사기꾼들이 러그풀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2022년 초에는 클레이튼 네트워크에 NFT 붐이 늦게 유행하며 수 많은 한국 사용자들이 NFT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메타콩즈가 클레이튼 NFT 붐의 시작이 되었으며, 이는 이더리움의 사이버콩즈와 솔라나의 Degenape Academy를 벤치마킹한 PFP 프로젝트였다. 이후에도 수 많은 NFT 프로젝트들이 쏟아져나왔지만, 디파이 붐때와 마찬가지로 수 많은 러그풀 프로젝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찌되었든 디파이와 NFT 붐이 한 번씩 일어나면서 클레이튼 생태계의 유동성은 점점 넘쳐나고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활성화된 메인넷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2022년 4-5월에 클레이튼의 TVL은 $1B 수준에서 $0.4B까지 급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좋지 않은 매크로 경제, 점점 떨어져가는 생태계 인센티브, 재단의 거버넌스 펀드 남용 의혹, 클레이튼 임직원들의 KLAY 매도 정황과 결정적으로 테라 네트워크 사태까지 겹치면서 생태계는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했다. 이후로 클레이튼 생태계는 DeFi Kingdom, LayerZero, Wormhole 등 유명 글로벌 프로젝트를 온보딩시키며 분위기의 반전을 꾀했으나, 한 번 하락하기 시작한 모멘텀을 바꾸긴 역부족이었다.
2.3.1 배경
핀시아 네트워크와 생태계의 개발 및 운영은 아부다비를 기반으로한 핀시아 재단(Finschia Foundation)과 LYC의 다양한 자회사들(LINE Xenesis, LINE NEXT Corp., LINE NEXT Inc., etc.)이 담당하고 있다. LYC는 네이버(Naver)와 소프트뱅크(SoftBank)의 조인트벤처인 A Holdings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LYC는 도쿄 증권 거래소(TSE)에 상장되어있으며, 시가총액이 $24.7B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다. LYC의 가장 대표적인 메신저 서비스인 LINE은 약 200M의 MAU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이다. 특히,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메신저 서비스가 LINE으로, 일본 인구의 80% 이상이 LINE을 사용한다.
2.3.2 생태계의 역사
클레이튼과 달리 핀시아 네트워크는 생태계 사이클에서 굉장히 초기 단계에 놓여있다. 비록 핀시아의 역사는 2018년 8월부터 시작되지만, 길었던 베어 마켓으로 인한 각종 서비스의 운영 어려움 및 일본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 빈번했던 메인넷 코어 업그레이드, 폐쇄적인 생태계 등으로 인해 생태계가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초기의 라인 블록체인(현 핀시아)은 아이콘루프 기반의 메인넷을 사용했으며, 대기업에서 시작한 네트워크인 만큼, 라
인이 직접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여 생태계를 운영했으며, 나중에는 외부 기업의 서비스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2018-2019년 긴 베어 마켓과 맞물려 수 많은 서비스들은 결국 PMF를 찾지 못해 운영이 종료되었다.
Source: DOSI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본에서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점 해소되면서 LINK 토큰(현 FNSA)이 일본 시장에 정식 상장되기도 하고, 라인 페이(LINE Pay)에도 LINK를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되는 등 생태계가 다시 성장 동력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9월에 공개된 글로벌 디지털 마켓 플레이스인 DOSI가 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인기를 끌며 출시된지 10개월만에 5.4M+개의 월렛, 4.7M+명의 NFT 홀더를 달성하였고, 라인 블록체인 또한 코스모스 SDK 기반의 핀시아 네트워크로 재탄생하면서 새로운 생태계의 탄생을 예고하였다.
특히, 합병 제안 공개 이전에는 LINE NEXT Corp.가 피터 틸(Peter Thiel)이 백킹하고 있는 크레센도(Crescendo Equity Partners)로부터 $140M의 투자를 받아 이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려고 했다. 핀시아는 기존 폐쇄적인 생태계를 개방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SEGA Singapore, Bughole, Cosmostation 등 새로운 밸리데이터를 온보딩하고, 다양한 CEX에 상장시키며, 외부 개발자가 허가 없이 핀시아 기반의 디앱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퍼블릭 엔드포인트를 공개하고, DeFi, M2E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온보딩할 것을 계획하는 등, 메인넷 사이클의 본격적인 시작을 준비하였다.
Source: Project Dragon
2024년 1월 16일, 클레이튼과 핀시아 재단은 커뮤니티에 갑작스럽게 Project Dragon라는 이름을 가진 블록체인 병합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기존에 예고된 바가 없었기 때문에, 본 제안은 커뮤니티 및 한국 암호화폐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Source: Project Dragon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 제도권과 기존 산업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도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나쁘지 않은 매크로 환경, 곧 다가오는 비트코인 반감기 등을 미루어보아 2024-2025년은 블록체인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 아시아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아시아 시장이 글로벌 GDP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암호화폐 거래 또한 굉장히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 기반의 블록체인 가치 비중은 5% 미만으로 매우 낮다. 이에 따라 아시아 기반 최대 규모의 메인넷인 클레이튼과 핀시아는 서로 메인넷을 병합하여 앞으로 아시아 지역 No.1 블록체인이 되어 웹3 대중화를 주도하고자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앞서 살펴보았던 메인넷 사이클의 관점에서도 고려해보자. 클레이튼은 이미 메인넷의 한 사이클을 모두 겪으며 생태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RWA에 집중하면서 (See [1], [2]), 새로운 내러티브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클레이튼 생태계의 최대 규모 브릿지인 오르빗 브릿지가 해킹당하면서 생태계 내 자산들의 페깅이 많이 깨지게 되며, 다음 메인넷 사이클로 넘어가는데 힘겨운 상황이다. 현재 클레이튼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다음 사이클을 이끌 촉매이다.
핀시아는 오랫동안 운영되었지만,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운영으로 인해 아직 메인넷의 사이클을 경험해보지 못하였다. 최근 LINE NEXT Corp.의 $140M 투자 소식, 퍼블릭 엔드포인트 개방, DeFi, M2E 프로젝트 온보딩 등의 소식으로 미루어보아 핀시아는 이제 막 태동하는 생태계이다. 현재 핀시아에게 필요한 것은 생태계의 빠른 성장을 위한 공격적인 사업 개발이다.
두 메인넷 모두 오래전부터 운영되었던 만큼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다양한 부분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두 재단이 제시한 합병 제안의 세부 사항을 살펴보자.
3.2.1 토크노믹스
첫 번째로 커뮤니티에게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민감한 주제인 토크노믹스이다. 한 쪽 커뮤니티가 규모가 매우 작거나, 신생 생태계일 경우 두 생태계가 합병할 때 토크노믹스에서 큰 마찰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클레이튼과 핀시아 모두 각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장 우려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Source: Project Dragon
만약 합병이 진행되면 KLAY와 FNSA 홀더는 신규 토큰(PDT, 가칭)으로 바꿀 수 있다. 처음으로 제안된 교환 비율은 1 KLAY = 1 PDT 및 1 FNSA ~ 148 PDT로, 교환 비율은 통합 제안이 제출되기 2주 전부터 각 토큰의 평균 가격을 고려하여 계산되었다. 참고로 2주간 평균 가격은 KLAY와 FNSA 각각 $28.8607과 $0.1949이다.
Source: Project Dragon
새로운 토크노믹스에서는 아직 유통되고 있지 않은 KLAY의 68.7% ($321M 규모)가 소각되고, 소각되지 않은 미유통 KLAY는 DEF(Dragon Ecosystem Fund)와 DIF(Dragon Infrastructure Fund)라는 거버넌스 펀드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PDT 토크노믹스에는 미유통량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인플레이션과 신규 소각모델에 의해 유통량이 조절될 것이다. 이는 미유통 물량이 존재하지 않는 ETH와 BNB의 토크노믹스와 유사한 부분이다.
DEF는 생태계 성장을 위한 펀드로, 거버넌스의 승인 하에서 자금 집행이 가능하고, 모든 집행 내역은 새로운 투명성 프로토콜 기반으로 공시될 예정이다. DEF에 할당된 550M PDT 중 350M PDT는 LINE NEXT의 거버넌스 월렛에 위임되며, 5년에 걸쳐 LINE NEXT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는 기존에 핀시아 메인넷에서 운영하던 다양한 프로덕트를 새로운 메인넷으로 마이그레이션하고, 새 메인넷에서 다양한 웹3 프로덕트를 빌딩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DIF는 인프라, 재단 운영, 마케팅을 위한 펀드로, 통합 재단 이사회가 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 다만 DEF와 마찬가지로 자금 집행에 대한 공시는 새로운 투명성 프로토콜에 의해 투명하게 공개될 계획이다.
Source: Project Dragon
통합 메인넷에선 인플레이션율 또한 변경된다. 변경된 인플레이션율은 각 메인넷 토큰의 기존 인플레이션 율에 토큰 유통량을 고려한 가중평균에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되었다. 가중 평균으로만 계산될 경우 클레이튼의 기존 인플레이션율(5.7%)과 핀시아의 기존 인플레이션율(15%) 사이 어딘가로 계산되겠지만, 계산 과정 중에 할인율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이 둘 보다도 모두 낮은 5.2%의 인플레이션율로 조정될 계획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발행된 토큰의 50%는 밸리데이터 보상, 25%는 DEF, 25%는 DIF에 배정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통합 메인넷은 3-Layer 소각 모델이라는 새로운 소각 모델을 개발할 것이다. 소각 모델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공개된 것이 없지만, 1) 트랜잭션, 2) 밸리데이팅, 3) 비지니스 기반의 소각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는 네트워크 온체인 액티비티 및 오프체인 비지니스가 활발할수록 소각이 많이 일어나는 모델로, 토크노믹스의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것으로 기대된다.
3.2.2 네트워크 통합 방식
Cosmos SDK 및 WASM 기반의 핀시아가 EVM 기반의 클레이튼과 어떻게 합병될지 기술적인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드맵에 의하면 Q2 2024부터 1차적으로 클레이튼 체인을 업그레이드하여 EVM 기반으로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Q3 2024부터는 EVM과 CosmWasm이 동시에 지원되는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1차적으로 EVM 기반으로 토큰과 거버넌스가 통합되었을 때, 핀시아 네트워크에는 인플레이션은 없어지고 거버넌스는 이전된다. 2차적으로 EVM과 CosmWasm이 동시에 지원되는 네트워크의 경우, 아직 제안이 승인되어 통합 재단이 구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통합 방식은 추후에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하여 통합 재단에서 더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3.2.3 2024 비지니스 이니셔티브
두 메인넷은 제안이 승인될 경우 추진할 8가지 비지니스 이니셔티브를 공개했다.
기관 수요를 위한 인프라: PDT 토큰의 온/오프 램프 시스템 구축, 기관 투자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
디파이 인프라 강화: 디파이 생태계 및 RWA 서비스 확대
네이티브 스테이블 코인 런칭: 통합 메인넷 네이티브 스테이블 코인 출시
아시아 커뮤니티 재구축: 아시아 국가별 개발사, 커뮤니티, 생태계 파트너 확대
AI 디앱: AI와 관련된 디앱 온보딩
웹2 자산 온체인 온보딩: 디지털 아이템, 멤버십, 티켓 등 기존 웹2의 자산 온보딩
아시아 SSS 게임사 온보딩: 일본 SSS등급 게임사의 IP를 활용한 웹3 게임 온보딩
글로벌 IP 프로젝트 협력: 글로벌 대형 IP 기업 온보딩 및 인프라 강화
디파이 인프라 강화 이니셔티브에 대해선 2024년 1월 22일 구체적인 계획안이 공개되었다. 새 통합 체인에서 디파이 생태계를 성장시키기 위한 인센티브 프로그램인 D2I (Dragon DeFi Initiative)는 디파이 레고의 한 요소로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거나 PMF를 찾을 수 있는 디파이 프로토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빌더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3.2.4 거버넌스 투표 일정
거버넌스 투표는 2024.01.26 05:00 UTC (14:00 KST)부터 7일 간 진행될 계획이다. 제안이 승인된다면 2분기 이내에 신규 토크노믹스 출시, 통합 재단 설립, 거버넌스 통합이 완료되고 통합 메인넷을 위한 새로운 사업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3.3.1 상호보완적 관계
현재 클레이튼과 핀시아 생태계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두 생태계는 서로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튼 입장에서 이제 막 태동하고 있고 LINE이라는 강력한 프로덕트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는 핀시아와의 합병은 다음 사이클로 넘어가기 위한 적절한 촉매제이다. 반대로 핀시아 입장에서 메인넷의 한 사이클을 경험하여 수 많은 온체인 자산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클레이튼과의 합병은 공격적인 생태계 성장을 가능케할 수 있다. 최근에 LINE NEXT Corp.에서 투자받은 $140M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은 이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3.3.2 개발자 생태계 구축
WASM VM만 지원하던 핀시아 네트워크가 합병 후 EVM 환경을 지원한다면 핀시아 입장에서 생태계의 개발이 더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핀시아는 너무 늦게 메인넷 생태계를 개방했기 때문에 이미 어느정도 개발자 생태계가 확립된 블록체인 산업에서 새로운 개발자 생태계를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물론, 핀시아에는 SCR(Service Contribution Reward)라는 개발자 인센티브 제도가 존재하지만, 앞으로 생태계가 구축될 때 SCR만 바라보고 온보딩하는 중소 프로토콜로 생태계가 한정될 가능성이 있다.
3.3.2 토크노믹스
토크노믹스 관점에서도 클레이튼과 핀시아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온 네트워크이다. 클레이튼은 발행되는 토큰 및 생태계 펀드를 공격적으로 사용하며 많은 문제를 겪었으며, 이와 반대로 핀시아는 제로리저브를 통해 보수적으로 생태계를 운영하며, 공격적으로 생태계를 성장시켜야할 때 성장시키지 못했다. 두 재단은 서로 다른 종류의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메인넷에선 더 나은 토크노믹스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3.3.3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아시아 지역적으로도 많은 시너지가 예상된다. 핀시아 재단은 아부다비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핀시아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NFT 서비스인 DOSI가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 일본, 대만 등에서도 유의미한 액티비티가 발생하고 있다. 반대로 클레이튼 재단은 한국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에도 사업적 기반이 존재하며, 클레이튼 네트워크는 베트남에서도 유의미한 액티비티가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통합 재단이 구축될 경우 아시아 지역에 걸쳐 큰 영향력을 갖는 메인넷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3.4 신규 내러티브
비록 근 미래에 접점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하긴 어려우나, 두 메인넷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IT 서비스들 중 하나인 카카오(Kakao)와 라인(LINE)에서 시작된 블록체인이다. 아시아의 두 거대 IT 기업과 연관된 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블록체인이라는 타이틀은 분명 아시아 지역에서 내러티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을 것이며,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웹2 및 웹3 기업들이 통합 메인넷에 기존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추후에 규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유의미한 수준으로 PMF를 찾은 블록체인 프로덕트가 생긴다면, 카카오와 라인과 추가적인 접점이 생길 가능성도 타 네트워크에 비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3.3.5 원활해지는 사업 개발
메인넷 통합이된다면 사업 개발의 측면에서 외부 기업 및 프로토콜과 협업할 때 기존보다 협상력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합병 제안 이후 AMA 세션에서 밝히길, 클레이튼 재단과 핀시아 재단이 서로 별개로 거대 인프라사와 제휴를 체결하려고 시도했고, 상대 기업의 반응이 딱히 좋지 않았었는데, 통합 계획을 밝힌 이후로는 기존과 달리 상대 기업의 반응이 개선되었다고 했다. 즉, 메인넷 통합은 사업 개발함에 있어 박차를 가해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3.3.6 기관 투자 관점
토큰이 기관 투자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높은 시가총액과 유동성을 달성해야하며, 여러 글로벌 거래소에 상장되어있어야하고, 커스터디 기업의 자산 관리 목록에 들어가야하는 등 많은 기준들이 충족되어야한다. 두 메인넷이 합병되어도 토큰이 기관투자의 대상이 되기까지는 먼 여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기존보다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은 분명하다. 자세한 내용은 ‘[Article#2] Project Dragon: Responding to Institutional Demand’을 참고하라.
3.3.7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메인넷
두 메인넷은 그 동안 사업을 진행해오던 방식이나, 메인넷 사이클 중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등 많은 방면에서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만약 두 메인넷의 의도가 적절히 잘 맞아떨어지고, 로드맵이 잘 이행되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지역의 No.1 블록체인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너무 허황된 계획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합병 제안이 너무 급하게 이루어진 것일까? 커뮤니티로부터 수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합병 제안이 공개된 1월 16일에 KLAY와 FNSA 토큰의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각각 +31%, +19%),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에 대한 커뮤니티의 우려가 심화되며 KLAY는 제안 공개 전 가격으로 회귀했으며, FNSA는 심지어 제안 전 가격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서 거래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두 메인넷이 제시한 방대한 비전덕분에 많은 관심을 받고 가격이 급등하였으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인한 부족한 정보 및 커뮤니티의 우려, 오해 등으로 인해 실망 매물들이 지속적으로 매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3.4.1 KLAY <> FNSA 교환 비율, 최적점을 찾을 수 있을까?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메인넷 합병 시 KLAY와 FNSA의 교환비율이다. 비록 처음에 2주간 시세를 평균내어 148 KLAY ~ 1 FNSA라는 비율이 도출되었지만, 이에 대해 핀시아 커뮤니티의 반발이 크고, 이에 대해선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의 희석되는 FNSA: 합병이된다면 KLAY의 시가총액은 약 53%정도 증가하지만, 반대로 FNSA의 시가총액은 약 381% 증가한다. 합병 전 시가총액 순위 230위 정도인 FNSA는 합병 후 73위에 위치하게 될 것이다. 보통 시가총액이 가벼울수록 가격 상방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FNSA 홀더가 KLAY 홀더보다 더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핀시아의 성장성: 메인넷의 한 사이클을 다 겪은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있는 클레이튼과 달리, 핀시아는 관련 기업인 LINE NEXT Corp.가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최근 엔드포인트를 개방하였다. 핀시아 커뮤니티는 토큰 교환비율에 이러한 미래의 성장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사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핀시아가 합병되지않고 그대로 남았을 때에 비해서 오히려 합병 이후에 메인넷이 활성화되어 PDT 토큰의 상승률이 높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환비율에 관해서 KLAY 홀더에 비해 FNSA 홀더가 더 큰 불만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보인다.
아직까지 유틸리티가 많지 않은 블록체인 시장에는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가장 큰 동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토큰 교환 비율은 클레이튼과 핀시아 커뮤니티에게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쟁점 중 하나이다. 실제로 두 재단은 위 의견을 반영하여 교환 비율을 수정할 계획을 1월 19일 AMA에서 밝혔다. 하지만 핀시아의 성장성이라는 것은 굉장히 정성적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교환 비율을 결정하는데 꽤나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핀시아에게 유리하게 교환비율이 새로 책정된다면 클레이튼 커뮤니티의 반발이 예상된다.
3.4.2 거버넌스 통합에 대한 우려
메인넷이 통합된다면 밸리데이터 및 거버넌스 또한 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토크노믹스에서 살펴보았듯이 FNSA의 토큰이 KLAY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핀시아 쪽 거버넌스의 보팅파워가 클레이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두 재단은 이에 대해서 만약 핀시아 쪽 밸리데이터에 스테이킹되어있는 토큰 수가 적어, 밸리데이터가 되기 위한 최소 수량에 못 미치는 밸리데이터가 있다면 위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두 메인넷의 거버넌스를 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메인넷에는 45개의 새로운 밸리데이터가 있고, 유저들의 위임에 따라 보팅파워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보팅 파워의 희석이다. 합병 시 KLAY의 물량이 FNSA보다 많기 때문에 FNSA 밸리데이터의 희석율이 훨씬 크다. 이에 대해선 1월 19일 AMA에서 몇 가지 보정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했다.
3.4.3 오르빗 브릿지 해킹, 해결할 수 있을까?
2024년 새해가 되자마자 1월 2일에 오르빗 브릿지가 무려 $81M 규모의 자금을 공격당했다.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브릿지가 오르빗 브릿지였던 만큼, 현재 클레이튼 디파이 생태계에는 브릿지와 관련된 자산들에 한해서 엄청난 디페깅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81M의 자금을 다시 되 찾는다거나 복구하지 않는 이상 디페깅을 해결하기 쉽지 않아보인다. 핀시아 커뮤니티에선 디페깅이 크게 일어난 생태계와 합병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클레이튼 재단은 이에 대해 프로젝트 드래곤과 무관하게 오르빗 브릿지 팀과 협력하여 합병 전 최대한 해결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합병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브릿지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오르빗 브릿지를 통해 넘어온 oAsset들의 가치는 회복되기 어려워보이며, 이는 디파이 사용자 및 oAsset과 관련된 AMM과 렌딩 프로토콜에게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드래곤이 성공하기 위해선 8가지 비지니스 이니셔티브 중 하나인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의 런칭이 매우 중요해보이며, 브릿지 또한 기존 클레이튼 메인넷과 연결되어있는 레이어제로, 웜홀과 같은 글로벌하게 검증되어있는 브릿지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4.4 클레이튼 사법 리스크
생태계를 빠르게 성장시키지 못했지만, 보수적인 운영을 통해 사법 이슈가 없는 핀시아와 달리 클레이튼은 공격적인 사업 개발을 진행하면서 토큰과 관련되어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현재 사법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한 시민단체는 카카오 및 계열사의 내부자들이 KLAY 토큰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고발했으며, 한국 검찰은 2023년 10월부터 이에 대해 수사 중이다. 클레이튼 재단 측에선 법무법인과 논의해본결과 본 수사는 프로젝트 드래곤에는 영향일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받았으며, 추후에 문제가 생길지라도 최대한 통합 재단 및 체인의 운영측면에선 영향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핀시아 커뮤니티 중 일부는 핀시아 재단이 사법 리스크가 없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으며, 따라서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 클레이튼과 합병한다는 제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메인넷 통합에 큰 영향을 줄지 안줄지 판단하는 것은 어렵겠으나, 클레이튼 재단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반발을 가지고 있는 핀시아 커뮤니티 유저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3.4.5 거래소 상장
KLAY가 상장되어있는 주요 거래소로는 Binance, OKEx, Bithumb 등이 있으며, FNSA가 상장되어있는 주요 거래소로는 Bithumb, Huobi 등이 있다. 특히 두 코인 모두 일본금융청에 화이트리스팅이 되어있어, 일본 시장에서도 거래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규 통합 토큰 발행시 과연 기존 거래소에서 상장 재심사를 받아야하는지, 일본금융청의 화이트리스팅 지위는 어떻게 되는지가 쟁점이다. 이는 반대로 거래소 재심사 과정이 없거나, 간단하게 통과될 경우 FNSA 커뮤니티는 기존에 상장되지 않았던 Binance와 같은 거래소에 자동으로 상장이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과연 메인넷 합병 제안이 통과할 수 있을까? 합병 통과에 대한 여부를 미리 예측해보기 위해선 각 메인넷의 주요 투표자 및 합병 제안에 대한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아야한다. 1월 24일, 블록미디어 언론사에서 텔레그램 채널에서 시행한 설문에 의하면 각 커뮤니티마다 확연한 온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KLAY나 FNSA 두 토큰 모두 투자하지 않고 있는 투자자는 51:49로 찬성이 소폭 우세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KLAY 투자자는 84%의 압도적인 찬성을, 반대로 FNSA 투자자는 67%의 반대를 보여주었다.
커뮤니티 여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메인넷 합병 제안의 통과 여부는 거버넌스 투표를 실제로 수행하는 밸리데이터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핀시아 메인넷의 밸리데이터 목록을 보면 LINE과 관련된 기업들을 제외하고 높은 보팅 파워를 가진 기업은 BUGHOLE (~30%), GoodGang Labs (~23%), NEOPIN (~7%) 등이 있다. NEOPIN은 자체적으로 투표를 진행한 후, 비율에 맞게 온체인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BUGHOLE과 GoodGang Labs의 보팅 파워를 합치면 50%를 초과하기 때문에, 이 둘이 어디에 투표할지에 귀추가 쏠리고 있으며, 사실상 메인넷 합병 여부를 판가름지을 수 있는 주체라고 생각된다. 이 두 밸리데이터 내의 여론이 어떤지, NEOPIN과 같이 커뮤니티 내의 찬/반 비율에 따라 거버넌스 투표를 진행할지 등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지거나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합병 통과 여부가 궁금한 독자는 이 둘의 움직임에 계속 주목을 해야할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프로젝트 드래곤에게 기대되는 시너지가 굉장히 크지만, 해결해야할 우려사항들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다. 만약 두 재단이 원하는 바와 같이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프로젝트 드래곤은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처음부터 완전히 탈중앙적으로 돌아가는 블록체인 생태계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초기 생태계 성장을 위해선 어느정도 재단의 중앙화된 운영을 필수불가결적으로 용인해야한다. 만약 이 상황에서 재단이 커뮤니티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거나, 재단 독단적으로 토큰을 남용하게 된다면 커뮤니티와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통합된 메인넷에선 거버넌스 펀드의 사용을 최대한 투명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
기존 클레이튼과 핀시아 재단의 생태계 펀드 사용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핀시아의 경우 제로 리저브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와, 생태계 참여자들과 공평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리저브의 사용도 Disclosure 페이지에 트랜잭션 ID를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시도는 하였으나, 사용처가 완전히 명확하게 공개되는 것이 아닌게 아쉬운점이었다.
반대로 클레이튼 생태계에는 더 아쉬운점이 많았는데, 토크노믹스가 과도하게 재단 리저브에 할당되어있었으며, 생태계 투자를 위한 KGF(Klaytn Growth Fund)의 자금 집행 방식, 사후 관리도 불투명하게 진행됨에 따라 생태계 펀드 투자를 받은 프로젝트들이 실패하거나, 러그풀을하거나, 다른 생태계로 마이그레이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클레이튼 재단에서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점진적으로 거버넌스를 개선해왔다. 2023년부터는 거버넌스 펀드를 사용하기 위해 GC의 승인을 받도록 하였으며, 온체인 투표를 도입하여 분기 예산안에 대한 투표도 진행하고, 거버넌스 펀드의 지갑을 통해 지출되는 모든 트랜잭션에 대한 정보를 클레이튼 스퀘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공개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였다.
Source: Optimism
그렇다면 거버넌스 펀드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Optimism의 RetroPGF (Retroactive Public Goods Funding)이다. RetroPGF는 Optimism 생태계의 공공재적인 성격을 가진 프로젝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생태계에서 이미 기여를 한 프로젝트들에게 지원금이 지급된다. 이는 프로젝트 초기에 자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리스크도 적고 효과가 확실하다. 지원되는 자금의 출처는 미리 할당된 OP 토큰과, Optimism 네트워크의 시퀀서 수익이 활용된다. 생태계에서 발행된 토큰과 실제로 벌어들인 수익(시퀀서 수익)이 다시 생태계의 공공재 프로젝트들에게 투입되는 것은 생태계의 선순환을 그리기 좋은 구조이다.
프로젝트 선정은 다른 생태계보다 탈중앙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RetroPGF에서 프로젝트 선정에 대한 권한은 재단뿐만 아니라 Optimism Collective의 일부인 Citizens’ House에서 집행되며, 뱃지(badge) 홀더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뱃지 홀더는 재단이 지정하거나 혹은 이전 RetroPGF… 투표에 참여하였던 사람들로 구성된다. RetroPGF 프로그램은 한 번에 끝나는게 아니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계속 진행되며, 선정된 프로젝트 및 해당 지원금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다.
RetroPGF의 장점을 프로젝트 드래곤의 DEF 및 DIF 펀드에 대입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토큰을 발행하는 프로덕트보다는, 공공재 성격을 가진 프로덕트에 더 많은 지원을 함으로써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프로젝트 온보딩 시 초기에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하고, 일정 기간마다 서비스들이 달성한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소급(retroactive) 지원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프로젝트 선정은 재단이 독단적으로 하기보단, 생태계에 깊게 관여하고 있거나, 공신력있는 외부인들을 참여시켜 공정하고 탈중앙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거버넌스 펀드의 자금을 토큰 인플레이션에만 의존하기보다, 네트워크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수익도 사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로드맵만 놓고 보았을 때, 확정된 것은 일차적으로 클레이튼 네트워크 기반의 EVM 통합 메인넷이 구축되고, 핀시아의 서비스 및 인프라들이 EVM 네트워크로 마이그레이션하게된다. 이후에 EVM과 WASM VM을 동시에 운영할 것이라는 계획은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과연 EVM과 WASM VM을 동시에 도입하여 운영하는 것이 간단한 것일까?
Source: Sei
지금까지 블록체인 산업에서 EVM과 WASM VM을 동시에 지원하는 사례는 꽤 있어왔지만, 대부분 WASM 기반의 네트워크가 EVM을 동시에 지원하는 케이스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Near의 Aurora, Astar의 Multi-VM, Sei가 곧 도입할 parallelized EVM 등이 있다. Near와 Sei는 EVM RPC를 통해 들어온 트랜잭션이 있다면, 이 트랜잭션을 네트워크에 맞는 Tx 형태로 래핑(wrap)하여 처리한 후에, 각각 Aurora Engine과 EVM으로 연산하여 결과값을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특히 Astar와 Sei는 각각 Substrate와 Cosmos SDK라는 L1 프레임워크로 빌딩되었기 때문에 EVM pallet(Substrate)나 EVM module(Cosmos SDK)를 쉽게 추가할 수 있어서 다중 VM의 지원이 용이하다.
Source: Arbitrum
하지만 반대로 EVM 기반 네트워크가 WASM VM까지 지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기술적인 장벽도 있을 것이며, 생태계 확장에 용이한 EVM 네트워크가 굳이 WASM까지 지원할 유인이 적은 것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Arbitrum Stylus가 있는데, Arbitrum 재단은 핵심 테크 스택인 Arbitrum Nitro를 업그레이드 하여 EVM뿐만 아니라 WASM VM을 추가하였다. 이에 따라 서비스 개발자들은 Solidity뿐만 아니라 Rust, C, C++ 등과 같은 WASM으로 컴파일되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 드래곤이 만약 추후에 WASM VM을 지원할 계획이라면 EVM에서 출발하여 WASM VM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Arbitrum Stylus의 사례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핀시아 및 클레이튼 생태계에 가장 큰 아쉬운점을 꼽으라면 바로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이다. 비록 클레이튼은 생태계 후반기에 DeFi Kingdom, LayerZero, Wormhole 등 유명 글로벌 프로젝트를 온보딩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생태계 구축 및 성장과 관련된 어려움은 비단 클레이튼, 핀시아와 같은 국내(Korean) 메인넷만 겪는 것은 아니며, 글로벌 메인넷 또한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는 주제이다. 시장이 지역적으로 한정될수록 생태계 확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새 통합 메인넷은 한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적어도 아시아 및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한 생태계를 구축해야할 것이다. 카카오와 라인에서 시작된 메인넷 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블록체인이라는 내러티브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관심가질만한 주제라고 생각되며, 이는 새 통합 재단이 타 블록체인과 비교하여 가져갈 수 있는 강력한 비교우위이다. 만약 통합 제안이 통과된다면, 새 통합 메인넷은 과거의 역사를 답습하지말고, 성공한 생태계들의 전략을 잘 참고하여 아시아의 독보적인 블록체인 생태계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합병 제안의 통과 여부와 별개로 개인적으로 이번 사안을 조사해보며 느꼈던 아쉬운 점은, 본 합병 제안이 올라오기전에 충분한 시간 동안 커뮤니티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AMA에서 밝혔듯이 토큰 교환비율과 같은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이해는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중앙성을 추구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재단의 의사결정권자들로부터 탑다운 방식으로 합병 제안과 같은 큰 사안이 갑작스럽게 공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블록체인이 걸어온 길과 현재 상황을 놓고 보았을 때, 분명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요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합병 제안으로 인해 커뮤니티의 일부가 재단에게 실망한 상황에서 만약 합병 제안까지 무산된다면 두 블록체인의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차라리 합병 논의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통과되었을 때의 로드맵뿐만 아니라 부결되었을 때에 커뮤니티가 납득할 수 있는 시나리오까지 가지고 왔다면 반감을 가지는 커뮤니티 참여자가 더 적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두 재단이 진정으로 메인넷 합병을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커뮤니티와 생태계 참여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과거의 발자취와 달리 새 통합 메인넷에선 어떤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커뮤니티를 설득하고 증명해야 할 수 있어야 하며, 본 글에서 언급한 커뮤니티의 우려들에 잘 대처해야할 것이다. 본 제안이 통과가되든 무산이되든 상관없이 2차적인 커뮤니티의 반발 또한 발생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두 재단이 무엇보다도 생태계 참여자와 커뮤니티를 우선 순위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즉, 무엇보다도 커뮤니티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일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클레이튼과 핀시아 두 재단은 상당히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합병 제안을 커뮤니티에 공개했으며, 7일간 진행되는 온체인 거버넌스 투표는 1월 26일에 예정되어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이번 투표는 클레이튼과 핀시아 메인넷의 미래가 완전히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중대한 사안인 만큼, 양 커뮤니티 멤버들은 객관적인 사실과 본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자신을 포함한 생태계의 이익이 최대화될 수 있는 방향을 잘 선택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 글의 비주얼을 제공해주신 Kate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