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장에는 다양한 레이어1 프로젝트가 새로운 블록체인 환경을 시장에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한창인데, 이들 중 어떠한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며 다음 세대의 레이어1으로 잡을수 있을까? 이번 글은 레이어1에서 기술력이나 커뮤니티 못지않게 중요한 토크노믹스에 대해 고찰한다.
다음 세대의 레이어1 토크노믹스 설계를 위한 주안점으로는 1)메커니즘 디자인과 2)아키텍처와의 정합성, 그리고 3)가치 획득을 기준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생태계의 참여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하면서도 이들의 경제적 행동이 모여 네트워크의 성장을 도모해야 하며, 레이어1의 고유한 기술적 아키텍처에 부합한 경제 모델을 설계하고, 토큰이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따라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내재해야 한다.
이러한 주안점을 충족하는 레이어1 토크노믹스로 베라체인(PoL)과 이니시아(VIP) 및 인젝티브(Burn Auction)를 꼽을 수 있으며, 이들은 모두 네트워크 레벨에서부터 직접적으로 토크노믹스에 개입하여 참여 주체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기술적 아키텍처에 특화된 경제 모델을 새롭게 고안하며, 토큰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고유한 토크노믹스를 제안한다.
최근 시장에서 큰 규모의 투자 유치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베라체인(Berachain), 모나드(Monad), 스토리(Story Protocol), 이니시아(Initia), 무브먼트(Movement) 등의 프로젝트가 지닌 공통점을 꼽자면, 다들 본격적인 런칭을 앞두고 있으며 특이하게도 모두 레이어1 블록체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자체적인 레이어1을 채택하는 이유는 이더리움을 활용해 레이어2를 만들거나 단일 프로토콜로 개발하는 것과 비교하여, 네트워크의 세분화된 기능과 경제 모델을 활용함으로써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해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어1의 이점을 살려 각 프로젝트는 고성능 EVM, 롤업 실행환경의 최적화, IP 토큰화 등의 특화된 미션을 가지고 시장에 나오면서 새로운 레이어1을 시장에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에 한창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어떠한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며 다음 세대의 레이어1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프로젝트의 기술력이나 커뮤니티에 못지 않게 중요한 토크노믹스의 완성도이다.
Source: Foundation of Cryptoeconomic Systems
하나의 레이어1 블록체인이 운영되는 양상을 국가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레이어1 네트워크라는 국가가 존재하고, 생태계 내 프로토콜들이 로컬 경제를 이루고 있으며, 그 안에는 사용자 혹은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토큰은 각각의 경제 단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경제적 인센티브 수단이자 기축 통화로 기능한다. 그러하였을 때, 레이어1이라는 국가에서 토크노믹스는 어떠한 역할을 할까? 토크노믹스는 네트워크의 참여 주체들이 경제적 활동을 인센티브로 뒷받침하여 네트워크를 원활하게 작동시키고, 토큰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여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게 하는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토크노믹스를 설계하는 방법 또한 국가의 경제 시스템과 같다. 모든 국가가 지리적 여건이나 산업 구조 혹은 정치 체제나 문화적 요인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경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처럼, 레이어1 블록체인이 가진 토크노믹스도 마찬가지로 기술적 아키텍처나 디앱 생태계 또는 거버넌스나 커뮤니티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2017-2019년을 중심으로 ICO와 함께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레이어1 블록체인은 각 네트워크가 지닌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단편적인 토크노믹스를 채택하는 경우가 다수였고, 이는 그렇다 할만한 성과없이 높은 벨류에이션만 유지하고 있는 ‘10억 달러 짜리 좀비 블록체인’을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반면, 최근에 보이는 토크노믹스의 양상은 네트워크 레벨에서 직접 토큰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거나, 기술적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토크노믹스를 도입, 혹은 벨리데이터와 프로토콜 및 사용자 등의 참여 주체들이 갖는 이해관계를 하나의 교차점을 모으기 위해 더욱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토크노믹스를 고도화하는 추세이다. 그러한 추세를 대표하는 레이어1의 사례로 베라체인과 이니시아 및 인젝티브(Injective)를 이번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며, 기존의 토크노믹스가 가진 한계이자 지속가능한 토크노믹스 설계를 위한 세 가지 주안점을 기준으로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다음 세대의 레이어1이 갖춰야 하는 이상적인 토크노믹스가 무엇인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2.1.1 레이어1 토큰의 역할
“토큰이 왜 필요한가요?” 토큰은 블록체인 기반의 프로젝트가 다양한 목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만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이와 같은 질문을 피해가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에 반면, 레이어1은 그러한 질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데, 토큰이 벨리데이터 보상이나 네트워크 수수료와 같이 네트워크를 작동하기 위한 코어한 레벨에서부터 활용되므로 토큰의 역할이 꽤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이어1의 네이티브 토큰이 맡는 세 가지의 역할은 네트워크에서 통용되는 기축 통화이자, 참여 주체들의 경제적 행동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도구, 그리고 레이어1 이 창출하는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가치 단위(Value Unit)로 정리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예시로:
기축 통화: 사용자가 트랜잭션을 실행하며 블록 스페이스를 사용하는 대가로 네트워크 수수료를 낼 때, 사용자가 지불하는 수수료의 단위는 네이티브 토큰이 된다. 또는 레이어2를 내장한 블록체인의 경우에 레이어2가 메인 체인을 DA(Data Availability) 레이어로 사용하면서 지불하는 스토리지 비용의 단위도 네이티브 토큰이 된다.
인센티브 도구: 벨리데이터가 정직하게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하도록 새로운 블록을 생성할 때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블록 보상은 네이티브 토큰으로 제공된다. 혹은 통합 유동성(Unified Liquidity)과 같이 레이어1 네트워크의 고유한 기능이 있다면 유동성 공급을 독려하기 위해 네이티브 토큰을 보상으로 제공한다.
가치 단위: 레이어1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네이티브 토큰은 레이어1이 창출하는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가치 단위로써 시장에서 인식된다. 시장 참여자는 이더리움의 기술적 업데이트나 시장의 센티먼트 등을 고려한 임의의 벨류에이션에 따라 $ETH를 시장에서 거래한다.
2.1.2 레이어1 토크노믹스의 역할
위와 같이 토큰의 역할이 있다면, 토큰의 흐름을 제어하는 토크노믹스의 역할은 별개이다. 우리는 때때로 ‘토크노믹스’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소각 메커니즘에 한정해서 그것을 정의하거나 토큰의 분배 방식(최대 공급량, 할당 비율, 언락 스케줄 등)을 지칭하는 의미로 일축하곤 한다. 물론 용어를 단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우나, 우리의 논의에서 토크노믹스는 소각 메커니즘이나 분배 방식뿐만 아니라 참여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엮는 인센티브 시스템, 토큰의 유틸리티나 수익 분배 모델까지 다양한 구성요소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토큰을 기반하여 작동하는 하나의 경제 시스템을 지칭하도록 한다.
그러하였을 때, 토크노믹스가 본질적으로 맡는 역할은 레이어1이 원하는 행동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네트워크의 참여 주체로부터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고, 그러한 행동이 하나의 레이어1을 원활히 작동시키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보다 자세히는, 네트워크의 보안을 강화하거나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과 같이 참여 주체들이 네트워크에 유익한 방식으로 행동을 취하도록 보상 체계를 설계한다. 그리고 행동에 따른 보상이 기여자에게 효용감을 줄만큼의 가치를 가져야 보상 체계가 유지되므로, 보상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토큰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구조로써 토크노믹스가 존재해야 한다.
Source: X(@alive_eth)
잘 설계된 토크노믹스가 갖는 잠재력은 가치가 선순환되면서 네트워크를 자생적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플라이 휠로 설명되곤 한다. 블록체인의 보안을 책임지는 벨리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개발자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서 커뮤니티를 이루는 사용자의 상호작용이 선순환하는 성장 구조를 만들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네트워크의 성장이 가속화된다는 가정이다. 아래서부터 토큰 인센티브에 따라 레이어1 생태계가 성장하고, 성장에 따라 토큰 인센티브 강화되며, 토큰 인센티브가 다시 생태계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플라이 휠의 궤적을 한번 따라가보자.
프로젝트 팀이 새로운 비전을 시장에 제시한 이후로, 초기 자본을 통해 레이어1 네트워크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완성되고(사적 시장 혹은 공개 시장에서) 토큰의 가치가 형성된다.
토큰의 가치가 형성됨에 따라 벨리데이터가 네트워크의 공급 사이드를 부트스트랩하는 데 기여하고 토큰으로 보상을 받는다. 가령, 벨리데이터는 트랜잭션의 유효성을 검증하여 네트워크에 보안과 기능을 제공하고 블록 보상을 얻는다.
레이어1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기능과 보안을 갖추고 나면, 개발자가 유입되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한다.
애플리케이션은 토큰에 대한 수요를 주도하는 최종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 해당 과정에서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레이어1 네트워크의 조력자 집단인 커뮤니티가 구성된다.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네트워크 수수료에 의한 기축통화로서 토큰의 수요, 네트워크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가치 단위로서 토큰의 수요가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토큰의 수요는 증가한다.
토큰의 수요가 증가하면 벨리데이터는 네트워크의 보안과 기능을 지원하는 것에 더욱 강한 인센티브를 갖게된다 → 네트워크의 안전성이나 개발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다시 개발자들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도록 하고, 사용자에게는 더 많은 가치가 제공된다 → 토큰의 수요가 증가한다 →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 네트워크의 보안 및 기능 개선 → 애플리케이션 발전 → 커뮤니티 활성화 → 플라이휠
이처럼 플라이 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레이어1 네트워크는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더 이상 코어팀이 주도로 네트워크를 성장시키지 않아도, 토크노믹스에 따른 인센티브에 의해 알아서 성장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플라이 휠은 토크노믹스가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모든 토크노믹스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엔드게임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까지 봐온 레이어1 네트워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플라이 휠이 얼마나 유효하게 작용하였을까? 실제로 플라이 휠 공식을 레이어1 네트워크의 토크노믹스에 대입했을 때, 이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 이상적인 접근일지 모른다. 이론 상에서 토크노믹스가 달성할 수 있는 효과를 구조적으로 설명할 때는 일리 있는 청사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괴리가 발생하거나 가치가 연결되는 디테일한 과정을 지나치게 생략한 성장 모델인 것이다.
Source: X(@alive_eth)
플라이 휠는 선순환의 성장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몇가지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토큰의 수요가 함께 늘어나게 되면서 생태계 기여자들의 인센티브를 강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 또는 강화된 인센티브에 따라 벨리데이터는 생태계에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면서 유용한 애플리케이션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인데, 정말 그러할까? 당연하게 생각한 전제 조건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많은 레이어1들은 아래 세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지속가능한 토크노믹스를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2.3.1 실제로 참여 주체들의 인센티브가 모두 일치되어 있는가?
레이어1 네트워크는 다양한 유형의 주체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생태계에 참여한다. 따라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성장을 위한 하나의 교차점으로 모으는 구조가 어긋나는 순간, 플라이 휠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상기한 플라이 휠과 같이 토큰의 수요가 늘어나고 벨리데이터의 이해관계가 강화되었을 때, 그들이 생태게에 반드시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게 되는지는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벨리데이터의 이해관계는 생태계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벨리데이터의 블록 보상은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네이티브 토큰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토큰의 수요가 늘어나고 가치가 상승하면 벨리데이터에게 이익이 된다. 또한 사용자를 유치하는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생겨나고 트랜잭션이 더 많이 발생함에 따라 네트워크의 혼잡도가 높아지면서 벨리데이터의 인센티브는 강화될 수 있다. 가령 이더리움의 PoS 네트워크가 그러하듯 대부분의 레이어1은 네트워크가 혼잡도에 따라 벨리데이터에게 가는 수수료가 높아지는 가스비 메커니즘을 채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레벨에서 벨리데이터가 생태계에 기여해야만 하는 메커니즘이 직접적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벨리데이터가 프로토콜 및 사용자에게 미치는 관계는 미약하게 이어져 있다. 벨리데이터의 인센티브 강화가 생태계의 활성화까지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만들기 위한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에 생태계에 기여할 동인이 부족한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솔로 스테이커가 유의미한 보상을 얻을 수 없는 여건에서 사용자 혹은 프로토콜이 경제적 보안에 기여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나 유인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모든 레이어1 생태계에서 보이는 낮은 거버넌스 참여율은 개인 사용자 입장에서 네트워크의 컨센서스에 기여할만한 동인이 뚜렷히 존재하지 않는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즉 벨리데이터와 생태계 내 다른 참여 주체들과의 이해관계는 그다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2.3.2 네트워크의 활성도가 높아지면 토큰의 수요가 증가하는가?
애플리케이션이 생겨나고 사용자가 유입되면서 네트워크의 활성도가 높아진다고 하여 토큰의 수요가 반드시 늘어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네트워크의 활성도에 상응하여 네이티브 토큰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구조가 내재되어 있지 않거나 미약한 수준일 경우에, 네트워크의 활성도와 토큰의 수요가 일치하지 못하게 된다.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최근에 이더리움은 레이어2의 활성도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ETH에 대한 수요의 요인이 매우 낮은 상황을 겪고 있다. 이더리움이 그러하듯, 각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저마다 고유한 기술적 아키텍처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토크노믹스도 아키텍처를 잘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2.3.3 토큰은 어떻게 가치를 획득하는가?
따지고 보면 위의 질문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다르게 던져볼 수 있는 질문으로, 토큰은 어떻게 가치를 획득하는가? 이상적으로 플라이 휠이 전개되어,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따라 토큰의 수요가 늘어났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토큰의 가치가 반드시 상승하는가? 당연하게도, 토큰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반드시 토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펀더멘탈한 생태계의 성장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시장의 투기성에 따른 가치 등락을 차치하고 단순한 계산만 하자면, 토큰의 수요가 새롭게 생성되는 토큰의 공급보다 높아야 가치가 증가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가 활성화됨에 따라 토큰의 수요를 증가시키거나 공급을 줄이는 메커니즘이 중간에서 작동되어야 하는데, 이는 때때로 간과되거나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네트워크의 활성화 → 토큰의 수요 → 토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피드백 루프를 달성하지 못한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면, 레이어1의 토큰은 네트워크에서 통용되는 기축 통화이자 기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도구 및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가치를 내포하는 가치 단위로 기능한다. 레이어1은 토큰과 인센티브 메커니즘으로 참여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네트워크를 원활히 작동시키는 경제 시스템으로 토크노믹스를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 잘 설계된 토크노믹스는 토큰 인센티브를 통해 네트워크에서 창출하는 가치를 선순환 시키면서 네트워크의 자생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이상적으로 그리는 토큰 플라이 휠은 실제 레이어1 네트워크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참여 주체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가치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피드백 루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실제로 참여 주체들의 인센티브가 모두 일치되어 있는지, 네트워크의 활성도에 따라 토큰의 수요가 증가하고 토큰에 가치가 축적되고 있는지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한계는 실제로 많은 경우에 기존의 레이어1 네트워크가 토크노믹스의 지속성을 잃는 현상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다음 세대의 레이어1 토크노믹스가 나가아 할 방향성을 짚어보는 과정에서 이전의 한계들을 구체화하여 좀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토큰 플라이 휠에 제기한 의문들을 그대로 가져와 레이어1 토크노믹스 설계의 주안점으로 전환하자면, I. 메커니즘 디자인, II. 아키텍처와의 정합성, III. 가치 획득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음 장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의 토크노믹스가 보이는 한계와 그 원인을 관찰하면서, 상기한 주안점을 구체화해보는 차례로 논의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I. 실제로 참여 주체들의 인센티브가 모두 일치되어 있는가? → 메커니즘 디자인
II. 네트워크의 활성도가 높아지면 토큰의 수요가 증가하는가? → 아키텍처와의 정합성
III. 토큰은 어떻게 가치를 획득하는가? → 가치 획득
토크노믹스가 갖는 복잡성을 고려하였을 때, 단일한 요인으로만 토크노믹스의 사례를 판단하는 것은 현상을 단편적으로 해석하는 오류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토크노믹스를 찾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존의 사례가 마주친 한계들을 정의하고 레슨런을 얻는 시도는 좋은 접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메커니즘 디자인의 측면에서 비트코인이 맞닥드린 한계와, 2)이더리움에서 드러난 아키텍처와 토크노믹스의 정합성 문제, 그리고 3)아비트럼의 토큰이 네트워크로부터의 가치를 획득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대해서 살펴보며 플라이 휠을 지탱하는 토크노믹스의 세가지 기둥을 구체화시켜 보자.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생겨난 이래로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이면서, 이제는 전통적인 금융 시장에서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산이 되었다. 다만 비트코인이 시작되던 시점에 기획되었던 비트코인의 기능과 현재 시점에서 비트코인이 갖는 기능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의 역할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초기에 설계한 인센티브 메커니즘이 현재 자산이 갖는 기능과 부합하지 않게 되었고, 그로 인해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향후에 부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비트코인의 발전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이에 아래서부터는 “어느 만큼의 보상을 어떻게 제공하여 참여 주체에게 어떠한 행동을 유도할 것인가”로 설명되는 메커니즘 디자인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3.1.1 비트코인 토크노믹스: 반감기의 전제
비트코인의 메커니즘을 일축하자면, 작업 증명이라는 합의 알고리즘 하에 규칙을 준수하며 유효한 블록을 생성하는 채굴 노드에게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네트워크의 보안성과 노드의 인센티브를 일치시키는 방식이다.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는 롱기스트 체인에 유효한 블록을 추가하는 대가로 블록 보상을 얻기 위해, 컴퓨팅 파워를 소요하면서 다른 노드와 경쟁적으로 해시를 연산한다. 여기에서, 악의적인 노드가 네트워크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작업 증명에 모인 컴퓨팅 파워의 과반을 넘겨 보유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컴퓨팅 파워를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가, 공격으로 인해 비트코인이 가치를 잃게되면 공격자는 외려 손해를 입기 때문에 공격할 동기를 잃게 된다. 이러한 역학에 의해서 비트코인은 비잔티움 장애 허용(Byzantine Fault Tolerance, BFT), 즉 신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로 노드의 합의만을 통해 작동하는 분산형 화폐 시스템을 완성시킨다.
Source: Bitocoin Wiki
그러므로 채굴 노드가 받는 블록 보상은 비트코인이 탈중앙성과 보안성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데, 블록 보상에 의해 채굴 노드는 정직하게 행동하면서 경쟁적으로 작업 증명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비트코인의 보상 메커니즘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정 시점부터 인플레이션을 제한하기 위해 블록 보상이 약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들며 종국에는 더이상 에미션되지 않는다. 때문에, 채굴자들은 갈수록 블록 생성으로 부터 오는 인플레이션 보상이 아닌 거래 수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감기라는 보상 메커니즘은 비트코인이 미래에 결제용 화폐로 정착함에 따라 거래 수수료가 채굴 보상을 전면 대체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설계되었다. 어느새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수단(Store of Value, SoV)’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의 시작에는 중앙화된 전자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고자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잘 알려졌다시피 비트코인을 결제용 화폐로 사용하기에는 확장성의 문제가 따르며, USDC 혹은 USDT와 같이 결제용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을 대신할 만한 솔루션은 이미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비트코인은 후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비트코인의 채굴 인센티브를 위한 해결안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하나는 비트코인의 공급량이 갈수록 제한됨에 따라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시나리오이다. 종국에는 비트코인이 진정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거듭나면서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채굴 보상이 없더라도 블록 생성에 대한 인센티브가 충분히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로는, BTCFi나 Bitcoin L2와 같이 프로그래머블한 자산이자 네트워크로 비트코인을 발전시키는 해결책이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을 ‘게으른 디지털 금’이 아닌 더욱 생산적인 자산으로 만들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를 늘려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3.1.2 비트코인이 시사하는 메커니즘 디자인의 중요성
비트코인 확장성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지만, 초기에 설계된 토크노믹스의 의도와 다르게 향후 채굴자의 인센티브가 부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비트코인의 존립과 연결되는 중요한 논의를 만들어낸다. 추후에 채굴 보상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컴퓨팅 파워를 소모하여 블록 생성 권한을 얻으려하지 않고, 결국에는 비트코인에서 발생하는 트랜잭션이 더이상 블록체인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굴 보상을 대신할 거래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늘리기 위해 비트코인을 생산적인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장의 미션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개발자의 유입과 비트코인 생태계의 확장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한만큼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러한 비트코인의 사례는 “어느만큼의 보상을 어떻게 제공하여 참여 주체에게 어떠한 행동을 유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 디자인이 토크노믹스 설계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기에서 메커니즘 디자인이란, 토크노믹스의 참여 주체가 자신의 보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위해 어떻게 유도하고 상황을 설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접근을 의미한다. 메커니즘 디자인은 ‘역게임 이론(Reverse-Game Theory)’이라고도 불리는데, 게임 이론이 개인이 자신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어떠한 의사결정을 할지 예측하는 접근이라면, 역게임 이론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별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행동하더라도 이들의 행동이 낳은 결과가 모여 임의의 목표가 달성되는 최적의 메커니즘을 고안하는 접근이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의 보안을 책임지는 벨리데이터와 프로토콜 그리고 사용자가 자신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며 생태계에 참여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레이어1의 원활한 작동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시키게 하는 것이다.
아키텍처와의 정합성이란,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구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 모델이 서로 부합하는가에 대한 여부로 정의할 수 있다. 레이어1은 합의 알고리즘부터 트랜잭션 연산 구조, 레이어2의 유무 등에 따라 기술적 아키텍처에서 각기 다른 구조를 채택한다. 예를 들어, 트랜잭션의 병렬 처리를 통해 고성능의 EVM 네트워크를 목표로 하는 모나드 블록체인이나, IP 토큰화에 특화된 스토리 네트워크와 같이 세부적인 목표를 갖는 레이어1의 경우에는 더욱이 고유한 기술적 아키텍처를 필요로 한다. 다만, 아키텍처만 조정한다고 끝날 문제일까? 아키텍처에 따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주체의 유형도 달라지고 이해 관계도 조정되기 때문에 경제 모델 또한 아키텍처에 맞게 최적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아키텍처와 토크노믹스가 서로 부합한지에 대한 정합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고, 최근에 이더리움은 토크노믹스의 지속 가능성에서 난관을 겪고있어 해당 주제를 다각도로 고찰해볼 수 있는 사례가 되어준다.
3.2.1 이더리움 토크노믹스: 레이어2는 이더리움에 기생하고 있는가
@Source: X(@glxyresearch)
이더리움은 풍부한 유동성과 개발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모든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틀어 가장 큰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 들어 이더리움은 레이어2의 가치가 이더리움 메인 체인과 $ETH에 축적되지 않는 경제 모델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듣고 있다. EIP-4844 업데이트 이후에 레이어2가 이더리움에 트랜잭션 데이터를 시퀀싱할 때 지불하던 DA 수수료 비용이 대폭 감소하면서 가스 토큰으로 사용되는 $ETH의 수요도 함께 감소한 배경이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레이어2가 이더리움에 지불하는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이더리움의 수입이 감소하고, 동시에 $ETH의 펀더멘탈한 수요 요인이 하나 사라짐으로써 “레이어2는 경제적으로 이더리움에 기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Source: Dune(@blockworks_research)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더리움은 네트워크의 혼잡도에 따라 정해지는 기본 수수료(Base Fee)와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하는 우선 수수료(Priority Fee)로 가스비를 구분하는데, 이 중 우선 수수료는 벨리데이터에게 보상으로 제공되고 기본 수수료는 소각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이더리움에서 발생한 기본 수수료의 총합이 새롭게 에미션되는 블록 보상의 양을 초과하며 충분한 $ETH가 소각됨에 따라 전체 $ETH의 공급량은 디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하였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유통되는 $ETH의 절대적인 양이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은 $ETH 자산의 펀더멘탈한 수요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시장에서 인식되어 왔다.
Source: Dune(@tk-research)
그러나 이더리움은 장기적으로 레이어2 중심의 로드맵을 지향하기 때문에 레이어2의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시퀀싱 비용을 낮추는 EIP-4844 업데이트가 진행되었고,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레이어2의 트랜잭션 발생과 고유 활성주소가 대폭 증가한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최종 사용자는 이더리움 대신 저렴한 네트워크 수수료로 레이어2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이더리움은 레이어2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리한’ 지위를 얻게 된다. 아무리 레이어2가 활성화되었다 하더라도, 이더리움의 평균 가스비는 1 Gwei까지 내려가면서 $ETH의 공급량이 인플레이션 상태로 전환되는 결과로 이어지자, 레이어2가 이더리움에 경제적으로 기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3.2.2 이더리움이 보여주는 아키텍처와 경제 모델이 일치해야 하는 이유
이더리움은 레이어2를 통하여 메인 체인의 부족한 확장성을 보완하기 위해 아키텍처의 업그레이드를 이어나가고 있다. 여기서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은 이렇다. 이더리움의 확장성이 대폭 높아졌고 실제 레이어2의 활성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목표를 잘 달성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애초 이더리움은 롤업 중심의 로드맵을 공표하였고 충분히 탈중앙화되어 있으면서도 높은 확장성의 블록체인 환경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EIP-4844를 기점으로 레이어2의 운영 비용이 절감되고 최종 사용자의 편의성이 개선된 상황은 이더리움이 아키텍처를 업그레이드한 목적에 들어맞는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더리움의 사례는 그것이 레이어2 중심 로드맵에 따라 이더리움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기술적 아키텍처와 경제 모델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보여준다. 레이어1이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에 따라 블록체인의 기술적인 아키텍처가 구성되고, 아키텍처에 따라 사용성이 개선되어 활성도가 높아졌지만, 활성도에서 발생하는 가치와 경제 모델 간의 연결고리는 끊겨있는 것이다. 레이어2가 지불하는 블롭 수수료를 인상하자고 제안된 EIP-7762와 같이 레이어2의 확장성을 외려 후퇴시켜야 하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이더리움은 아키텍처와 경제 모델의 성장 곡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혔다. 물론 확장성을 기반하여 레이어2에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가 대거 유입되고 레이어2의 활성도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면, 이더리움의 가스비가 대폭 증가하여 $ETH가 다시 디플레이션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방향성이 제안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요원한 계획에 그친다.
이와 같이 토크노믹스는 레이어1이 갖춘 아키텍처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어떠한 레이어1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이 명확하게 존재한다면, 그를 위한 방법론으로 기술적인 아키텍처가 구성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토크노믹스 설계도 동반되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파편화될 위험이 높은 모듈러 블록체인의 경우 이와 같은 문제가 더욱 발생하기 쉬운데, 위에서 살펴본 이더리움 외에도 코스모스의 IBC 생태계 또한 고유한 기술 아키텍처에 따라 다양한 앱체인이 탄생하였지만, 앱체인들을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연동하는 가치 사슬이 없어 파편화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아키텍처를 개발함에 따라서 고유하게 형성되는 생태계 참여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있다면, 그것에 최적화된 경제 모델 또한 요구되는 것이다.
가치 획득은 토큰이 네트워크로부터의 가치를 획득하는 메커니즘을 가리킨다. 아무리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토큰의 펀더멘탈한 수요를 증대하기 위해서는 토큰의 수요와 공급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가령, 아비트럼과 $ARB 사이에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아서 토큰이 가치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은 가치 획득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준다.
3.3.1 아비트럼 토크노믹스: 레이어2는 밈 토큰에 불과하던가
아비트럼은 현재 약 700개의 프로토콜이 생태계에 존재하고 주간 약 500만회의 트랜잭션을 발생시키며 모든 레이어2 중 가장 높은 활성도를 보인다. 다만 높은 네트워크의 활성도와 비교하여, $ARB는 거버넌스 기능 외에는 별도의 유틸리티가 존재하지 않아 밈 토큰과 별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며, 시장에서 인지되는 펀더멘탈한 수요의 요인을 갖지 못한다. 물론 토큰의 가격에는 다양한 시장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의 인과를 단편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토큰을 매수하거나 장기적으로 보유할 용의를 만드는 토큰 메커니즘은 시장 참여자가 토큰의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실제로 $ARB의 가격은 YTD -66%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IntoTheBlock에 따르면 현재 $ARB의 전체 보유자 중 95%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에 아비트럼 DAO는 최근 $ARB에 스테이킹 기능을 도입하고자 하는 제안을 통과시켰는데, 제안의 핵심은 ARB 토큰의 스테이킹을 통해 거버넌스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스테이킹 보상 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먼저, $ARB를 스테이킹하면 시퀀서 수수료와 MEV 수수료 및 벨리데이터 수수료 등의 다양한 수익원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이자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유동성 스테이킹을 도입함으로써 $ARB의 예치자는 스테이킹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stARB를 다른 디파이 프로토콜에 상호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토크노믹스 개편은 다양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게 한다. 아비트럼 DAO의 트레저리에는 4천5백만 달러의 $ETH가 축적되어 있지만, 유통량 중 10% 미만의 $ARB만이 거버넌스에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ARB의 스테이킹을 통해 거버넌스 위임의 동기를 강화한다면, 거버넌스의 보안을 개선해볼 여지를 갖는다. 다른 하나의 효과로는 토큰의 보유자가 $ARB를 장기적으로 보유하고 있을만한 용의를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3.3.2 아비트럼이 시사하는 가치 획득 메커니즘의 중요성
가치 획득은 토큰을 매개로 하여 네트워크가 벌어들인 수익을 생태계의 기여자에게 분배하거나, 토큰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등의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네트워크의 가치를 토큰에 축적시키는 것이다. 가치 획득은 아비트럼 사례를 통해 살펴본 레이어2나 디파이 프로토콜에 국한되지 않고, 레이어1의 토크노믹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레이어1의 네이티브 토큰은 생태계의 참여 주체가 네트워크에 유익한 방향으로 행동하게끔 유도하는 인센티브로 역할하기 때문에, 토큰이 적정한 가치를 지닌 보상으로 인식되어야 참여 주체로 하여금 충분한 기여를 바랄 수 있다.
토큰이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방법은 네트워크의 수요가 토큰의 수요와 공급에 상관 관계를 갖게하는 메커니즘으로 구현된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의 수익으로 시장에서 토큰을 매수하여 소각하면 시장에 공급되는 토큰의 절대적인 수량이 줄어든다. 또는 네트워크가 얻는 수익을 스테이커에게 직접 재분배하는 방식도 존재한다. 이처럼 토큰의 펀더멘탈한 수요 요인을 만들거나 시장에 유통되는 토큰의 수량을 조절하는 방식인 가치 획득 메커니즘은 레이어1의 활성화가 토큰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토큰의 가치 상승이 기여에 따른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다시금 레이어1의 활성도를 높이는 선순환의 기대효과를 만들 수 있다.
여기까지 기존의 토크노믹스 사례를 살펴보면서, 토큰 플라이 휠을 만들기 위한 세가지 주안점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물론 비트코인의 블록 보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요원한 일로 여겨지며, 이더리움과 아비트럼은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띤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에 개선될 여지를 얼마든지 갖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토크노믹스가 맞닥드린 한계 지점은 유의미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생태계 기여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재하거나, 기술적인 아키텍처에 부합하는 경제 모델이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 혹은 네트워크의 활성도가 토큰의 가치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에 토크노믹스는 지속성을 잃게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들을 모두 갖추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베라체인과 이니시아, 인젝티브가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해결책은 네트워크 레벨에서부터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참여 주체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기술적 아키텍처에 특화된 토크노믹스를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또는 고유한 메커니즘을 통해 토큰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앞서 보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처럼 네트워크 레벨에서 토크노믹스에 깊숙히 개입하는 전략은 앞서 기존의 토크노믹스가 놓친 플라이 휠의 허점들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가능성을 갖는다. 아래서부터는 베라체인이 메커니즘 디자인을 고도화한 PoL을 통해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지, 이니시아가 어떻게 VIP를 통해 파편화된 롤업 생태계를 경제적으로 연결할 계획인지, 그리고 인젝티브가 장기간 토큰의 디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메커니즘 디자인은 레이어1의 참여 주체가 자신의 최대 이익을 추구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레이어1의 원활한 작동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메커니즘 디자인에 특화된 베라체인은 생태계 내 참여자들의 이해관계와 보상체계를 촘촘히 엮어 이해관계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합의 알고리즘으로 PoL(Proof of Liquidity, 유동성 증명)을 새롭게 제안하였다.
4.1.1 베라체인 개요
베라체인은 코스모스 SDK를 개조하여 자체 개발한 비콘키트(BeaconKit)를 통해 EVM과 호환되는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구축되었다. 이더리움의 비콘체인(Beacon Chain) 구조와 동일한 방식으로 베라 체인은 비콘키트를 이용하여 실행 레이어와 합의 레이어를 분리하는데, 이때 합의 레이어로는 ComtBFT를, 실행 레이어로는 EVM을 활용하여 EVM 실행 환경과 높은 호환성을 확보하였다. 준수한 기술력을 갖춘 베라체인은 NFT 프로젝트인 Bong Bears와 함께한 시작에서부터 장기간에 걸쳐 커뮤니티와 개발 환경을 빌드업해온 만큼, 테스트넷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토콜이 온보딩하였으며 높은 커뮤니티 활성도를 보이고 있다.
4.1.2 베라체인 토크노믹스
베라체인의 특별함은 네트워크 레벨에서 참여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PoL에서 찾을 수 있다. PoL은 유동성과 보안을 모두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생태계 내에서 벨리데이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합의 알고리즘으로, 생태계의 각 참여 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하면서도 서로 상호의존적인 관계 하에 네트워크의 성장을 도모하는 메커니즘 디자인에 특화되어 있다. 아래서부터 베라체인이 어떠한 방식으로 1)유저, 2)벨리데이터, 3)프로토콜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성장을 위한 하나의 교차점으로 모았는지 살펴보자.
Source: Berachain Docs
먼저, 베라체인에는 PoL을 작동시키기 위해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BERA, $BGT, $HONEY라는 세 개의 토큰이 존재한다. $BERA는 네트워크 수수료로 사용되는 가스 토큰의 역할을하고, $BGT(Bera Governance Token)는 유동성 공급에 따른 보상이자 보상의 비율을 결정하는 거버넌스 토큰으로 기능한다. 그리고 $HONEY는 $USDC을 1:1로 페깅하는 베라체인의 네이티브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처럼 베라체인은 삼중 토크노믹스를 갖추고 있으나, 오늘은 PoL 참여 주체의 구도를 단순화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HONEY는 일단 배제하도록 한다. 베라체인의 메커니즘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BGT의 특별한 기능에 대해 좀더 초점을 맞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
$BGT는 거버넌스에 따라 화이트리스팅된 유동성 풀(Whitelisted Reward Vaults)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토큰이다. 이때, $BGT는 계정에 귀속되어 거래가 불가능한 상태로 제공되며, 보상으로 받은 $BGT를 $BERA와 1:1로 교환할 수 있지만 반대로는($BERA → $BGT)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만이 $BGT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이다. 또한 $BGT가 공급되는 방식은 벨리데이터가 어떠한 유동성 풀에 어느만큼의 $BGT 에미션 수량을 할당할 것인지 투표함으로써 결정된다. 그렇게 얻은 $BGT를 가지고 유저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BGT를 $BERA로 교환하여 유동화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벨리데이터에게 위임하여 추가적인 보상을 얻는 것이다. 여기에서 추가적인 보상이란, 프로토콜로부터 와서 벨리데이터를 거쳐 사용자에게까지 흐르는 브라이브(뇌물)를 말하는데, 이에 대한 상세 내용은 후술하도록 한다.
베라체인이 이렇게 가스 토큰과 거버넌스 토큰을 $BERA와 $BGT로 구분한 이유는 생태계 내의 유동성과 보안을 모두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단일 토큰을 사용하는 레이어1에서 PoS 보안을 높이기 위해 토큰을 스테이킹하게 되면, 그만큼 생태계에서 유동성으로 쓰이는 토큰의 양은 한정된다. 따라서 베라체인은 유동성 공급을 해야만 보안에 사용되는 $BGT를 얻을 수 있는 구조를 통해 네트워크의 유동성과 보안성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또한 사용자가 유동성을 공급하고 받는 $BGT 보상의 양은 벨리데이터가 유동성 풀에 $BGT 에미션 비율을 할당하여 결정하는데, 이는 벨리데이터가 프로토콜 및 유저와 갖는 상호 의존성을 높임으로써 생태계 내 참여 주체의 이해관계가 하나로 일치되는 구조를 강화한다.
여기까지 PoL의 기본적인 원리와 $BERA와 $BGT의 역할을 이해하였다면, 이러한 메커니즘 디자인을 기반으로 생태계 내 참여 주체들이 어떠한 이해관계 하에 상호작용하는지 살펴보자. (1)부터 (6)까지의 순서를 따라가며 참여주체들이 $BGT와 유동성, 브라이브를 주고받는 흐름을 파악해보길 바란다.
User ↔ Protocol
(1) Liquidity: 유저는 화이트리스팅된 유동성 풀을 골라 유동성을 예치한다. 프로토콜은 해당 풀의 유동성을 활용하여 프로토콜 사용자에게 원활한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2) $BGT + LP reward: 유저가 화이트리스팅된 풀에 유동성을 공급하면, 프로토콜은 $BGT 보상과 페어 예치에 따른 유동성 공급 보상을 제공한다. 여기에서 프로토콜은 유저로 하여금 자신의 유동성 풀을 선택하게 해야하므로 최대한 많은 $BGT 에미션 비율을 확보해야 한다.
Protocol ↔ Validator
(3) Bribe: 유동성 풀에 $BGT 에미션 비율을 결정하는 거버넌스 권한은 벨리데이터에게 있다. 따라서 프로토콜은 벨리데이터가 자신의 유동성 풀에 투표하도록 브라이브를 제공한다.
(4) $BGT Emmision Voting: 베라체인의 벨리데이터는 여타 레이어1과 달리, 네트워크 검증 보상으로 인플레이션율에 따라 공급되는 레이어1 토큰을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프로토콜이 제공하는 브라이브로 네트워크 검증에 따른 인센티브(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우선 수수료를 제외하고는)를 얻는다. 따라서 프로토콜에게 충분한 브라이브를 받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BGT를 확보하여 강력한 거버넌스 권한을 갖춰야 한다.
Validator ↔ User
(5) Bribe: 벨리데이터가 더욱 강력한 거버넌스 권한을 확보하는 방법은 유저가 유동성 공급을 하고 받은 $BGT를 위임받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토콜로부터 받은 브라이브를 다시 유저에게 제공하거나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위임받는 $BGT의 양을 늘려야 한다.
(6) Delegate $BGT: 유저는 벨리데이터에게 받는 브라이브를 대가로 $BGT를 위임한다.
4.1.3 베라체인의 메커니즘 디자인이 제안하는 토크노믹스의 방향성
결과적으로, 베라체인은 PoL을 통해 생태계의 유동성과 보안성을 모두 확보하고, 벨리데이터의 분리된 이해 관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본래 단일 토큰이 기축통화로써 모든 역할을 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유동성 역할을 하는 $BERA와 거버넌스 토큰인 $BGT를 구분하여 유동성과 보안성이 트레이드 오프 관계를 갖는 문제를 해결하였고, 벨리데이터가 브라이브를 통해 보상을 얻는 구조와 함께 $BGT 에미션 수량을 정하는 권한을 갖게하여 벨리데이터와 프로토콜 및 사용자가 갖는 상호 의존성을 강화하였다.
물론 메커니즘의 복잡성이 늘어난 만큼 최종 사용자의 학습 곡선이 높아진다는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메인넷 이후에 PoL을 중심으로 한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여부를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메커니즘 디자인 측면에서 고도화한 베라체인의 토크노믹스는 참여 주체의 인센티브가 하나로 일치되지 않는 현상이 플라이 휠의 연결을 중간에서 끊어뜨리던 문제를 해결하면서, 레이어1 토크노믹스가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니시아는 아키텍처와 경제 모델이 불일치를 보이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니시아는 기존의 롤업 생태계가 겪는 파편화 문제에 집중하는데, 엮어진 롤업(Interwoven Rollup)이라는 미션에 맞게 레이어2인 미니시아가 이니시아를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면서도 경제와 보안 측면에서 긴밀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그의 일환으로 VIP라는 고유한 토크노믹스를 통해 파편화될 수 있는 롤업 생태계의 경제를 연결하고자 시도하여 아래서부터 소개한다.
4.2.1 이니시아 개요
이니시아는 MoveVM으로 구동되는 코스모스 기반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미니시아라는 레이어2 롤업들의 세틀먼트 레이어 역할을 하는 데 특화하여 설계되었다. 레이어1인 이니시아와 레이어2인 미니시아는 경제와 보안 측면에서 서로를 연결하며 옴니시아(Omnitia)라는 통합된 생태계를 구성한다. 따라서 이니시아가 내장한 여러 기능들도 모두 미니시아 레이어2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보안 측면에서 보면, 미니시아 내에서 사기 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니시아의 벨리데이터 노드가 마지막 검증 상태를 재구성하는 셀레스티아(Celestia)와 함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개입한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안치된 유동성(Enrished Liquidity)이라는 유동성 허브를 레이어1 네트워크 레벨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데, 미니시아는 안치된 유동성의 라우터 기능을 활용하여 사용자에게 미니시아 간의 원활한 자산 이동과 스왑을 지원할 수 있다.
4.2.2 이니시아 토크노믹스
이니시아는 미니시아 레이어2 와의 상호 연계성에 초점을 맞춰 설계된 만큼, 미니사아와의 경제적인 연계성을 위해 VIP(Vested Interest Program)라는 메커니즘을 고안하였다. VIP는 이니시아 생태계의 기축통화인 $INIT이 모든 레이어2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도록 한다. 그로써 $INIT을 중심으로 이니시아와 미니시아를 경제적으로 연결하고 $INIT의 유즈케이스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 VIP의 프로세스는 크게 1)할당, 2)분배, 3)언락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할당
Source: Introducing VIP
먼저, $INIT의 제네시스 공급량 중 10%는 VIP를 위한 자금으로 할당된다. 해당 자금은 2주 기간의 에포크마다 VIP 보상의 자격이 있는 미니시아와 유저들에게 분배되는데, 여기에서 VIP 보상은 밸런스 풀(Balance Pool)과 가중 풀(Weight Pool), 이상 두 가지의 풀에 따라 나뉘어진 상태로 분배된다. 밸런스 풀의 보상은 각 미니시아가 보유한 $INIT의 양에 비례하여 미니시아에 할당된다. 한편, 가중 풀의 보상은 레이어1 거버넌스에서 이루어지는 게이지 투표를 통해 설정된 가중치에 따라 미니시아에 할당된다. 즉, 레이어1 스테이커가 게이지 투표를 통해 각 미니시아에 어느만큼의 보상을 할당한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그로써 밸런스 풀은 미니시아가 더 많은 $INIT을 보유하도록 하여 그들의 애플리케이션에서 $INIT의 유즈케이스를 만들게끔 장려하고, 가중 풀은 게이지 투표라는 $INIT 토큰의 용도를 창출함과 함께, 벨리이터와 사용자 혹은 Votium이나 Hidden Hand와 같은 유형의 브라이브 프로토콜이 적극적으로 레이어1 거버넌스에 참여하도록 장려한다.
2)분배
Source: Introducing VIP
미니시아에 할당되는 보상은 최초 상태에 전송이 불가한 $esINIT(escrowed INIT)으로 제공되며, 미니시아에 할당된 $esINIT을 받아가는 주체는 오퍼레이터와 사용자로 분리된다. 여기에서 오퍼레이터는 미니시아를 운영하는 프로젝트 팀을 의미한다. 오퍼레이터 보상을 받은 프로젝트 팀은 $esINIT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미니시아를 보완하기 위한 개발 자금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미니시아에서 활동하는 유저에게 다시 분배하거나 이니시아 레이어1에 스테이킹하여 추후 돌아오는 에포크의 게이지 투표에서 셀프 보팅을 할 수도 있다.
한편, 유저 보상으로 분배되는 $esINIT은 각 유저가 갖고 있는 VIP 스코어에 따라 사용자에게 직접 제공된다. VIP 스코어는 유저가 미니시아에서의 상호작용을 장려하기 위해 미니시아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여러 KPI에 따라 계산된 수치이다. 예를 들어, 특정 에포크동안 미니시아를 통해 유저가 일으킨 트랜잭션의 수나 거래량 혹은 차입 규모 등을 VIP 스코어의 기준으로 설정하여 유저에게 미니시아에서 특정 행동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다.
3)언락
Source: Introducing VIP
상기하였듯 VIP 스코어에 따라 유저에게 보상이 분배될 때, $esINIT는 전송이 불가능한 에스크로 토큰으로 주어진다. 따라서 유저가 보상으로 받은 $esINIT을 유동화하기 위해서는 언락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사용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복수의 에포크동안 VIP 스코어를 유지하여 $esINIT을 유동화가 가능한 $INIT으로 언락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VIP 스코어를 유지하는 동안 유저는 미니시아에서 추가적인 스코어를 쌓을 수 있으며, 미니시아의 입장에서는 유저의 리텐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한편, $esINIT을 활용하는 다른 하나의 방법으로는 자신의 $esINIT을 안치된 유동성에 유동성 페어로 예치함으로써 예치에 따른 보상을 받는 선택지가 있다.
4.2.3 이니시아의 VIP가 제안하는 토크노믹스의 방향성
정리하자면, VIP는 레이어1과 레이어2를 경제적으로 연결하고 $INIT의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이니시아의 토크노믹스다. VIP의 1)할당 과정에서는 각기 분배 방식이 다른 밸런스 풀과 가중 풀이라는 장치를 부여함으로써 $INIT의 유즈케이스를 늘리고 거버넌스 참여를 장려하는 방법으로 생태계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2)분배 과정에서는 VIP 스코어를 통해 미니시아가 유저의 특정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게 하여 미니시아와 사용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 그리고 3)언락 과정은 유저의 리텐션을 유도하거나 유동성 제공을 통해 이니시아 생태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와 같은 프로세스에 걸쳐 이니시아는 미니시아 생태계가 경제적으로 파편화되는 현상을 방지함과 동시에, $INIT의 다면적인 유즈케이스를 만들어내고 그에 따른 토큰의 펀더멘탈한 수요를 창출하고자 한다. 모듈러 블록체인 중심의 인프라가 보편화됨에 따라 생태계가 경제적으로 파편화되는 현상은 모듈 기반의 개발 환경이 주는 이점과 트레이드 오프로 가져가야 하는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이에 이니시아가 제안하는 VIP는 앞으로의 모듈러 생태계가 토크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있어 유의미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인젝티브는 아직 메인넷조차 런칭하지 않은 베라체인과 이니시아와 다르게 2018년부터 시장에 이름을 알린 레이어1이지만, 아주 최근까지도 INJ 3.0과 Altaris와 같은 업데이트를 통해 토크노믹스의 개선을 꾸준히 이어나가면서 소각 메커니즘과 함께 독보적인 디플레이션 토크노믹스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하여 레이어1의 토크노믹스를 가치 획득의 측면에서 논할 때, 특기할만한 유즈케이스라 생각하여 이번 장을 빌려 소개하고자 한다.
4.3.1 인젝티브 개요
인젝티브는 Cosmos SDK와 TendermintBFT를 개조한 합의 메커니즘 기반의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현물 거래부터 무기한 선물 거래 혹은 RWA와 같은 금융에 최적화시켜 구축되었다. 금융을 위해 만들어진 레이어1인 만큼, 고빈도의 트레이딩을 소화하기 위해 25,000 TPS 이상의 높은 성능을 내는 블록체인 환경을 제공하며, 자본 효율적인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FBA(Frequent Batch Auction)와 같은 온체인 주문 매칭 모델을 활용하여 MEV를 방지한다. 또한 인젝티브는 개발 리소스의 일환으로 플러그-앤-플레이할 수 있는 모듈을 제공하는데, 특히 거래소 모듈(Exchange Module)을 활용하면 오더북 운영, 거래 체결, 주문 매칭 등의 프로세스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고, 인젝티브에 내장된 공유 유동성을 활용하여 별도로 유동성을 유치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금융 서비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4.3.2 인젝티브 토크노믹스
Source: X(@Injective)
인젝티브는 시장에 있는 $INJ의 유통량을 줄이도록 설계된 소각 경매(Burn Auction)를 통해 디플레이션을 달성하는 토크노믹스로 대표된다. 소각 경매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인젝티브의 애플리케이션에서 발생한 수익의 일부나 개별 유저의 직접적인 기여로 경매 펀드에 자산이 축적되면, 해당 경매 펀드에 있는 자산을 $INJ로 입찰되는 경매에 붙인다. 그렇게 경매가 완료되면, 낙찰자는 입찰에 사용한 $INJ를 경매 펀드의 토큰과 교환하고 입찰에 사용된 $INJ를 소각하여 전체 토큰 공급량에서 입찰액 만큼의 $INJ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인젝티브에서는 이러한 경매를 매주 진행하고 있고, 2024년 10월을 기준으로, 전체 토큰 공급량 중 6,230,000 $INJ(~$154,000,000)가 경매를 통해 소각되었다.
소각 경매에 대한 절차를 자세히 살펴보면, 소각 경매는 입찰 프로세스, 낙찰자 결정, $INJ 소각 등의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경매 모듈(Auction Module)과 거래소 모듈을 통해 진행된다. 먼저, 경매 펀드의 자산은 다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모인다. 하나는 거래소 모듈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수익 중 일부가 경매 펀드로 전송된다. 다른 하나로는 거래소 모듈을 사용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들이 명목상의 금액이나 수수료의 일정 비율을 경매 펀드에 전송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개별 유저가 독립적으로 경매 펀드에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경패 펀드의 자산은 주로 USDT나 USDC 혹은 $INJ로 축적되고, 이 경매 펀드에 대해 누구나 $INJ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이때, 입찰자는 가령 100달러 상당의 경매 펀드를 95달러 상당의 $INJ로 낙찰받는 것과 같이, 약간의 할인된 가격으로 경매 펀드의 자산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찰 경쟁이 이루어진다. 최종적으로, 입찰에 성공한 참여자는 입찰에 사용한 INJ$와 경매 펀드의 토큰을 교환하게 되며, 입찰에 사용된 $INJ가 소각된다.
4.3.3 인젝티브의 Burn Auction이 제안하는 토크노믹스의 방향성
인젝티브의 소각 경매는 거래소 모듈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모아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거래소 모듈을 통한 거래가 많아질수록 소각되는 $INJ의 양도 증가하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인젝티브의 거래 활성도가 높을수록 시장에서 유통되는 토큰의 공급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토큰은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가치를 획득할 수 있게된다. 이렇게 인젝티브는 소각 메커니즘을 통해 생태계의 성장과 토크노믹스의 가치 제고를 일치시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장 주도의 토큰 소각 메커니즘을 강화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네트워크 수수료 중 일정 부분을 소각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만, 인젝티브만큼 직관적인 방법으로 토큰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레이어1 네트워크는 드물다. 특히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메인 체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저렴한 가스비를 전제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유의미한 수량의 소각을 진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네트워크 수수료에 기반한 토큰 소각 메커니즘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인젝티브 또한 거래당 $0.0003의 평균 수수료를 기록하며 0에 가까운 트랜잭션 수수료를 목표로 한다. 그러한 현황에서 저렴한 가스비를 유지하면서도, 유의미한 수량의 소각을 진행할 수 있는 소각 경매는 앞으로의 레이어1 네트워크가 갖춰나가고자 하는 사용자 환경에 부합한 토크노믹스라고 생각되며, 인젝티브가 가장 앞서 유의미한 유즈케이스를 제안하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여기까지 우리는 기존 토크노믹스가 맞닥드린 한계와, 이를 개선하는 토크노믹스 사례를 살펴보면서, 다음 세대의 토크노믹스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확인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베라체인, 이니시아, 인젝티브가 보여주는 공통된 경향으로, 이들은 네트워크 레벨에서 실행되는 고유한 메커니즘을 통해 토크노믹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각 프로젝트는 메커니즘 디자인, 아키텍처와의 정합성, 가치 획득의 측면에서 각자의 강점을 살린 토크노믹스를 구축한다.
그렇다면, 글을 마무리하기에 앞서 질문이 남는다. 레이어1의 이상적인 토크노믹스는 무엇일까? 토큰 플라이휠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토크노믹스의 프레임워크가 존재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단순히 토큰과 관련한 논의를 넘어, 레이어1의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 기술적 아키텍처, 그리고 생태계 참여 주체의 행동양식을 포함한 총체적인 시스템으로 토크노믹스를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 알 수 있는 핵심은, 토크노믹스 자체만으로는 단순히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토크노믹스의 가치는 레이어1 네트워크를 채우고있는 다양한 구성 요소들과 참여 주체 간의 실제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발현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상적인 토크노믹스’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레이어1은 무엇이고, 그 안에서 토크노믹스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로 질문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했을 때, 필자가 생각하기에 잠재력이 큰 레이어1은 미션, 아키텍처, 프로토콜, 토크노믹스가 일관된 논리로 유기적이게 연결되면서 시너지를 내는 생태계이다.
명확하게 설정된 미션
미션을 충실히 반영하여 구축된 기술적 아키텍처
‘Only Possible on 000 Chain’이라 부를 만한, 해당 네트워크의 개발 환경이나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프로토콜 & 애플리케이션으로 채워지는 생태계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
여기에 빠져있는 토크노믹스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키텍처, 프로토콜이라는 톱니바퀴를 마찰없이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러한 프레임으로 오늘 살펴본 레이어1 네트워크들을 조명하면 이러하다:
베라체인은 유동성을 보안으로 전환하는 EVM 호환 레이어1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PoL이라는 고유한 합의 알고리즘을 고안하고 Polaris라는 독자적인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였다. 그 위에는 거래 불가능한 자산인 $BGT를 유동화하는 Infrared, 혹은 유동성 공급을 핵심으로 해야하는 PoL의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비영구적 손실을 헷징해주는 Smilee Finanace, 채권 상품의 판매를 통해 프로토콜이 유동성을 자체적으로 확보(Protocol Owned Liquidity)하여 유동성 부트스트랩(유동성 채굴, 브라이브)에 드는 자원을 최소화하고 셀프 보팅으로 $BGT 에미션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하는 Yeet Bonds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구성요소들에 베라체인의 목적이자 수단인 PoL과 $BERA, $BGT, $HONEY 이상의 삼중 토크노믹스가 더해졌을 때, 벨리데이터와 프로토콜 및 사용자가 시너지를 내며 성장하는 독자적인 생태계가 구축되리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니시아는 ‘엮어진 롤업(Interwoven Rollup)’을 위해 구축된 레이어1 네트워크로, 파편화되어 있는 모듈러 블록체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니시아 기반의 롤업을 구축할 수 있는 미니시아 프레임워크인 Opinit Stack부터 미니시아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안치된 유동성(Enshrined Liquidity)과 미니시아의 사기증명을 위한 공유 보안 프레임워크인 OSS(Omnitia Shared Security)까지 이니시아와 미니시아의 연결성을 위한 다양한 아키텍처를 구축하였다. 이니시아 위에는 모듈러 네트워크의 유동성을 통합하는 인텐트 기반의 DEX인 Tucana, 이니시아 기반의 리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Milkyway까지 모듈러 인프라에 특화된 미니시아들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서 토크노믹스인 VIP는 미니시아가 창출하는 가치를 이니시아로 축적시키고, 이니시아가 다시 미니시아의 활성도를 높이는 선순환의 경제를 만들 가능성을 갖는다.
인젝티브는 ‘The Blockchain built for Finance’라는 목표를 충실히 반영하여 금융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최적화된 기술 아키텍처를 갖추고 있다. 고빈도의 트레이딩을 소화하기 위한 고성능의 블록체인을 환경을 기반으로 공유 오더북과 공유 유동성을 제공하는 거래소 모듈부터 옥션, 오라클, 보험, RWA 모듈과 같이 금융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플러그-앤-플레이 모듈을 지원한다. 인젝티브에는 역시 다양한 모듈을 활용하여 개발된 금융 애플리케이션이 자리잡고 있다. 거래소 모듈을 활용하여 CEX 못지않은 거래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온체인 오더북 거래소 Helix와, 인젝티브에 내장된 RWA 오라클을 이용하여 Blackrock BUIDL 펀드의 토큰화된 인덱스를 출시한 사례는 ‘Only Possible on Injective’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인젝티브 토크노믹스인 소각 경매는 생태계의 성장과 토크노믹스의 가치 제고를 일치시키며 더 많은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로 보아, 상기한 프로젝트들은 레이어1 네트워크의 구성요소와 토크노믹스가 시너지를 내며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만하다. 물론 베라체인과 이니시아는 아직 본격적인 런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태계에서 일어날 상호 작용들을 유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두 체인 모두 복잡성이 높은 토크노믹스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의 높은 학습 곡선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실제 구현 과정에서 토크노믹스가 의도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인젝티브의 토크노믹스는 특히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의 활성화가 가장 주요한 선제 조건으로 작용한다. 현재 인젝티브는 일일 평균 2-3백만 개의 트랜잭션이 발생하고, 누적 거래량 390억 달러라는 높은 활성도를 보이고 있어 안정적인 $INJ 소각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BUIDL 인덱스나 미국 대선 예측시장 선물 거래와 같이 금융 특화 체인의 고유한 기능을 적극 활용한 금융 상품 및 애플리케이션의 활성화는 인젝티브의 토크노믹스가 가진 고유한 디플레이션 모델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크립토 산업은 여전히 실체없는 ‘내러티브 게임’일까? 최근의 크립토 산업을 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BlackRock이나 Franklin Templeton 등의 거대 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RWA 마켓의 규모는 현재 120억 달러에 달하듯이 전통적인 기관의 유입은 본격화되고 있으며, 시장 참여자들은 단기적인 내러티브 뿐만 아니라, 유니스왑이나 아베 프로토콜의 실질적인 현금 수익성과 수익 분배 메커니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현황으로 보아, 크립토 산업에서도 펀더멘탈은 점차 중요한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펀더멘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하였을 때, 레이어1 네트워크의 펀더멘탈을 가치 평가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 기준은 단연 토크노믹스이다. 이번 아티클에서 우리가 함께한 논의를 토대로, 네트워크의 활성도가 토큰의 충분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지, 생태계의 참여자들은 토큰을 중심으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활발히 상호작용하고 그러한 상호작용이 네트워크의 성장으로 수렴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토크노믹스의 펀더멘탈을 진단해볼 수 있겠다. 또한 토크노믹스가 단지 아이디어로만 존재하는 것을 넘어, 네트워크의 다양한 구성요소와 시너지를 내는 관계로 역할하는가의 여부는 레이어1의 펀더멘탈한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소개한 베라체인, 이니시아, 인젝티브를 주목할 만한 이유는, 네트워크 레벨에서 직접적으로 토크노믹스에 개입함으로써 기존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인젝티브는 디플레이션 메커니즘을 통해 토큰의 가치를 제고하는 측면에서 독보적인 토크노믹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베라체인의 PoL과 이니시아의 VIP는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레이어1 토크노믹스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의 많은 레이어1 프로젝트들이 ‘좀비 체인’으로 남아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나이브하게 그려왔던 토큰 플라이 휠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오늘 살펴본 새로운 접근법들이 실제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플라이 휠이라는 엔드 게임을 달성하는지의 여부는 레이어1 토크노믹스의 다음 단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