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산업은 이제 기술과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제 사용자와 사용 사례에 집중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특히 2024년의 다양한 성공 사례들은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시기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앱스트랙트가 구축한 마케팅 머신의 근본적인 목적은 플랫폼으로서의 블록체인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늘어난 사용자층은 더 많은 어플리케이션의 참여를 이끌며, 이는 다시 더 많은 크리에이터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앱스트랙트의 마케팅 머신은 '마케팅 퍼널'과 '인센티브 플라이휠'이라는 두 축으로 작동한다. 먼저 퍼널은 펏지 펭귄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통한 인지도 확보, 스트리밍을 통한 사용자 고려 단계 형성, 그리고 AGW를 통한 원활한 전환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을 취한다.
앱스트랙트 포탈은 스트리밍, 거래, 리워드를 아우르는 통합된 창구를 제공하며, 프로토콜 레벨의 계정 추상화를 구현한 글로벌 지갑(AGW)은 단일 계정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경험을 구현했다
앱스트랙트의 인센티브에 기반한 플라이휠은 생태계 참여자들 간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엔진이다. XP 시스템은 단순한 포인트를 넘어 온체인 평판 시스템으로 기능하며, 파노라믹 거버넌스는 시퀀서 수수료와 토큰 배출이라는 두 가지 자원을 활용해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정렬한다.
앱스트랙트의 전략적 설계는 기술이 아닌 사용자 경험과 네트워크 효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블록체인 플레이북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앱스트랙트의 성공은 단순히 하나의 체인이 성공하는 것을 넘어, 크립토가 진정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앱스트랙트는 펏지 펭귄의 모회사인 이글루에서 개발한 이더리움 레이어 2 블록체인이다. 앱스트랙트는 더 많은 사용자를 온체인 생태계로 이주시키겠다는 비전 아래, ‘컨슈머 블록체인’이라는 아이덴테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종종 ZK 롤업과 같은 기술적 용어나 펏지 펭귄이라는 크립토의 메가 브랜드 이면에, 앱스트랙트의 주된 본질은 그들의 시장 진입 전략과 그들의 플랫폼이 고안한 선순환 구조에 있다.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앱스트랙트는 블록체인의 인센티브 메커니즘과 금융 시스템을 활용한 크리에이터 플랫폼이자 앱스토어이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캄브라이기 폭발과 부흥을 이끌었듯이, 앱스트랙트는 Web3의 대중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한 플랫폼이자 게이트웨이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필자가 앱스트랙트를 특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크립토 산업의 다음 단계는 컨슈머 제품과 어플리케이션이 될 것임이 명확해지고 있으며, 앱스트랙트가 컨슈머 크립토라는 새로운 시장의 TAM을 늘려나가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쇼피파이의 창업자 토비 루케는 인터뷰에서 초기 VC가 자신에게 투자를 거절한 이유로 온라인 스토어 분야의 낮은 TAM을 꼽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들이 간과한 것은 쇼피파이로 인해 온라인 스토어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전체 시장의 파이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전체 온라인 스토어의 갯수는 4-5만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쇼피파이에 등록된 스토어만 수 백만 개를 넘어선다.
“사실은 그들이 맞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은 쇼피파이가 바로 그들이 지적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는 점이었어요. 온라인 스토어가 4만 개 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모든 시도는 복잡성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쇼피파이는 이러한 장벽들을 하나씩 완화시키고 단순화시켜 나갔습니다.”
토비 루케, 쇼피파이 창업자
현재의 컨슈머 크립토 분야 또한 쇼피파이가 창업하던 당시의 온라인 스토어와 유사한 문제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크립토에서 제대로 된 컨슈머 서비스는 손에 꼽을 만큼 부족한 실정이다. 크립토가 더 넓은 사용자 기반으로 확대한 사례를 많이 남기지 못 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열악한 사용자 경험, 부족한 배포 채널, 그리고 단발적인 인센티브 구조 등이 그것이다. 앱스트랙트라는 플랫폼이 해소하고자 하는 문제가 바로 여기에 놓여있다. 쇼피파이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앱스트랙트의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선 현재 크립토 시장에서 컨슈머 서비스의 범주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이 창출할 새로운 기회의 크기를 가늠해야 할 것이다.
앱스트랙트는 그들 스스로를 반짝거리는 기술적 혁신이나 이념적 이상으로 포장하지 않은채, 크립토의 대중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처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린 이후, 앱스트랙트는 신규 체인으로는 매우 단기간인 약 5개월 만에 그들의 거래, 스트리밍, 리워드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들은 과연 “매스 어돕션”이라는 크립토 산업의 염원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크립토 산업이 맞이한 새로운 전환점을 살펴보고, 앱스트랙트가 제시하는 비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들여다본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지난 15년간 크립토는 탈중앙화, 투명성, 검열 저항성과 같은 이념적 가치를 강조해왔다. 영지식 증명, 롤업, 모듈러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적 혁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과 이념적 가치가 크립토 산업을 이루는 근간을 마련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실제 사용자들의 삶과 맞닿는 지점은 제한적이었다. 대부분의 혁신은 기술적 관점이나 이념적 가치에 치중되어 있었고, 일반 사용자들의 필요와 흥미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크립토 산업이 이념과 기술의 발전에 매진하는 동안 마케팅 하이프와 네러티브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체인과 기술에 지나친 자본과 역량이 집중되었으며, 일반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서비스의 개발은 상대적으로 간과되었다.
하지만 2024년에 들어서며 이러한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점차 실제 사용자에 대한 가치와 제품에 대한 중요도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작년 한 해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어플리케이션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폴리마켓(Polymarket)은 미 대선 기간 동안 20억 달러가 넘는 월간 거래량과 5만명이 넘는 일간 사용자 수를 기록했으며, 기존 여론 조사보다 신뢰도 있는 지표로 전통 매체에서 자주 인용되었다
솔라나의 밈 코인 열풍을 이끈 펌프펀(Pump.fun)은 작년 초 출시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700만개 이상의 토큰을 출시했으며 5천만 달러가 넘는 매출과 20만 명의 일간 사용자를 기록했다.
텔레그램의 미니 게임 생태계가 급격한 성장을 보였으며, 가장 성공적이었던 앱 중 하나인 햄스터 컴뱃은 출시 3개월 만에 2억명이 넘는 사용자와 천 만명이 TON 지갑을 활성화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트럼프 밈코인의 출시 플랫폼으로 채택 받은 문샷(Moonshot)은 토큰 출시 이후 24시간 만에 40만 명이 넘는 신규 사용자가 유입되었으며 단기간에 미국 앱스토어 금융 앱 1위로 올라섰다.
베이스의 AI 에이전트 런치패드인 버츄얼스 프로토콜(Virtuals Protocol)은 현재까지 17,000개 이상의 에이전트 페어를 출시했으며, 4천 5백만 달러 이상의 프로토콜 수익을 기록했다.
위 예시들은 단일 어플리케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L1/L2 네트워크에 버금가거나 뛰어 넘는 시장 규모와 매출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소셜 네트워크인 파캐스터나 렌즈 프로토콜, 소셜 트레이딩 플랫폼인 Fantasy.top, 크리에이터 플랫폼인 조라(Zora)나 로데오(Rodeo), 마켓 정보 분석 툴인 카이토(Kaito) 등 기존 크립토의 사용 사례에서 벗어난 많은 시도들이 이루어졌으며, 유사한 사례들이 현재에도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각각의 성공 보다 유의미한 것은 이들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한 서비스로도 산업 내에서 큰 임팩트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네트워크나 DeFi 프로토콜 등 기존 크립토의 성공 공식에서 벗어난 사례들을 다수 제시했다. 연이은 소비자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은 많은 크립토의 창업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고, 더 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태동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Source: X(@QwQuao)
특히나 현재는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이 본격적으로 등장을 위해 별들이 정렬하는 시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차세대 어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하기 위한 인프라의 개발이 성숙 단계에 다다랐으며, 기술적 한계는 더 이상 낮은 채택의 변명 거리가 되지 않는다. 주요 L2와 고성능 L1들의 수수료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저렴해졌으며, 처리량 또한 대부분의 체인들에서 사용자가 불편함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빨라졌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져 신규 사용자의 진입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시드 구문이나 개인키와 같은 복잡한 관리 요소들이 추상화되기 시작했으며, 모바일 환경에서도 웹2 서비스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갖춘 앱들이 등장하고 있다.
온체인 생태계의 규모 또한 충분한 임계점을 넘어섰다. 과거에는 부족한 오가닉 사용자 수와 유동성으로 인해 외부의 도움과 인위적 유입이 절실했다. 2020년과 2021년, 크립토 산업이 기존 대기업들이나 기관의 유입을 간절히 기다렸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온체인 사용자만으로도 충분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오히려 폴리마켓이나 트럼프 밈코인과 같이 크립토 네이티브 서비스들이 일반 사용자층으로 확장되는 사례들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 이후 규제 환경 및 인식 또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반적인 크립토의 위상과 발전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술, 사용자 경험, 시장 규모, 그리고 규제 환경까지 대내외적 여건들이 우호적으로 변화하며, 크립토 산업은 컨슈머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꽃피울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Source: 10 Years of App Store
2008년 앱스토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대다수의 앱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앱이었다. 이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앱이 성장했고, 마지막으로 뱅킹이나 생산성 앱과 같은 실용적인 서비스들이 우리의 일상 생활 깊숙히 침투했다.
최근 크립토 산업에서 나타나는 밈 코인이나 AI 에이전트 중심의 흐름을 두고, 일각에서는 크립토가 이상과 혁신을 저버리고 단기적 이익만을 좇는다 세태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도입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분명 블록체인과 Web3가 제시하는 이상은 대담하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 대상 서비스 기준으로 보았을 때, 크립토 산업은 이제 막 실험 단계를 벗어나 맥주 시뮬레이터와 말하는 고양이 앱이 등장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사용자 경험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경로 의존적일 수 밖에 없기에, 이러한 혁신적 서비스들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블록체인의 채택은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실험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기술적 실험이 아닌 재미있고 사회적인 경험, 그리고 수익 창출 기회에 이끌립니다. 현재 블록체인의 사용자 수는 1998년 인터넷 사용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를 넘어 대중적 채택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루카 넷츠, Igloo Inc. 창업자
트레이딩과 밈 코인, 예측 시장과 같은 투기적 성격의 어플리케이션들은 온체인 생태계의 첫 번째 관문이 되어왔다.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궁극적인 혁신과 가치는 분명 더 큰 범주에 있지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사용 사례가 선행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투기적 요소가 강한 서비스들은 바이럴리티가 높고 사용자들의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폴리마켓이나 주피터, 펌프펀과 같은 서비스들은 복잡한 기술이나 개념 없이도 수십만 명의 신규 사용자를 단기간에 유입시키는데 성공했다.
물론 단순한 투기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것만이 이 산업의 종착지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사용자들이 처음 온체인 생태계에 발을 들이고 크립토의 이점을 체감하게 된다면, 더 큰 가치로 나아가기 위한 필요 조건이 충족된다.
예를 들어 컨슈머 앱을 통해 유입된 사용자는 온체인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가진 돈을 20%의 이자율을 지급하는 유동성에 공급하거나, 가장 저렴한 수수료로 결제하고 송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를 통해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의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디파이나 스테이블코인, 미디어와 같은 실용적인 영역의 사용자로 발전한다. 더 나아가면 모바일이 그러했던 것 처럼 최종적으로는 크립토가 우리 생활의 필수재로 자리잡아 온라인 뱅킹이나 대출, RWA와 같은 핵심적인 금융 서비스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크립토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용자들이 구태여 지갑을 설치하고 자금을 예치할 만한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용자층에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재미있는 경험과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
앱스트랙트가 꿈꾸는 미래와 전략도 크립토라는 산업이 채택되기 위한 경로 의존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크립토의 디지털 놀이공원' 또는 '인터넷의 디즈니랜드'로 정의한다.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서비스들을 통해 사용자들을 온보딩한 후,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생태계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컨슈머에 특화된 버티컬 전략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첫째, 컨슈머 서비스에 최적화된 기술 스택과 사용자 경험을 구축할 수 있다. 복잡한 기술을 추상화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은 일반 사용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핵심 요소다. 또한 명확한 타겟층을 설정함으로써 더 효과적인 마케팅과 사용자 유입이 가능하다. 앱스트랙트는 이러한 전략을 통해 충성도 높은 사용자 기반을 먼저 확보하고, 점진적으로 크립토의 더 큰 가치를 전달하는 단계로 뻗어 나가고자 하는 계획을 품고 있다.
Source: X(@AbstractChain)
앱스트랙트는 흔히 이더리움 레이어 2나 ZK 롤업과 같은 기술적 측면으로 소개되곤 한다. 또는 펏지 펭귄이라는 크립토에서 가장 성공한 IP에서 출시한 체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들의 업적과 업계에 대한 공로는 인정받아 마땅하지만, 앱스트랙트라는 제품의 특성을 충분히 드러내지는 못 한다.
앱스트랙트의 본질은 이들이 구축한 '마케팅 머신'에 있다. 기존 L1/L2와 같은 범용 체인과 달리 앱스트랙트는 오히려 그 자체를 하나의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이자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초입에서도 언급했지만, 따지자면 앱스트랙트는 블록체인의 금융 시스템과 인센티브 모델을 적용한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앱스트랙트가 제시하는 비전은 명확하다. 크립토의 대중화를 이끌어갈 새로운 어플리케이션들을 온보딩 시키고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크립토의 디즈니 월드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크립토가 아직까직 주류 사용자 층에 도달하지 못 한 데에는 몇 가지 주요한 허들이 작용한다. 특히 신규 진입하는 사용자, 혹은 이들에게 도달하고자 하는 어플리케이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온보딩 (Onboarding)
신규 사용자가 최초로 크립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지갑 생성부터 토큰 구매, 브리지 사용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더군다나 체인이나 앱마다 다른 지갑과 토큰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매번 새로운 설정을 하거나 자금을 이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는 신규 사용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발견 (Discovery)
기존 앱들은 앱스토어나 게임 센터와 같은 강력한 통합 채널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신의 서비스를 어필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크립토 생태계에는 수많은 앱과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가장 발전된 온체인 생태계에서조차 서비스들을 효과적으로 발견하고 평가할 수 있는 큐레이션 된 채널이 부족하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의 배포나 마케팅 효율성 문제를 넘어, 신규 사용자들에게 또 하나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롭게 진입하는 사용자들은 어떤 서비스를 사용해야 할지, 어떤 앱이 믿을만 한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크립토의 도달 범위가 기존 사용자들에게로만 한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인센티브 (Incentive)
대부분의 프로토콜과 어플리케이션은 토큰 에어드롭이나 일회성 보상과 같은 단기적 인센티브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초기 사용자 유입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저해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생태계 참여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인 운영자는 네트워크 수수료를 극대화하려 하고, 서비스 제공자는 토큰 가격에 집중하며, 사용자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게 된다. 이는 참여자들이 생산하는 가치와 이해 관계가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지 못 해 전체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기술적 접근이나 단일 어플리케이션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까다롭다. 오히려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와 새로운 플랫폼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Source: The Attention Economy
블록체인은 결국 하나의 플랫폼이며, 모든 플랫폼의 가치는 사용자와 어플리케이션의 활동으로부터 나온다. 앱스트랙트는 이러한 플랫폼의 본질에 충실하게 접근했다. 사용자들은 재미와 수익이라는 동기를 가지고 플랫폼을 찾게 되고, 어플리케이션은 더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하기 위해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플랫폼은 이들의 활동을 매개하고 활성화시킴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마케팅은 그들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B2B 서비스나 SaaS와 달리 게임이나 소셜 앱과 같은 컨슈머 서비스는 기능적 우위나 효율성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사용자의 취향과 흥미에 따라 선택이 좌우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참여 동기를 불러일으키는지가 초기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된다.
게다가 크립토는 이러한 특성이 더욱 극대화된 시장이다. 크립토 산업은 본질적으로 소유권(토큰)과 '관심 경제' 모델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의 관심은 곧바로 활동과 거래로 이어지고, 이는 프로토콜의 수수료 수익이나 토큰 가치 상승으로 직결된다. 이렇게 창출된 가치는 다시 더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고, 이를 다시 어플리케이션의 사용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앱스트랙트라는 마케팅 머신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앱스트랙트의 마케팅 머신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마케팅 퍼널'과 '성장 플라이휠'이다. 각각은 앱스트랙트 포탈과 AGW, 앱스트랙트 체인이라는 그들의 핵심 제품을 통해 실현된다.
마케팅 퍼널(Marketing Funnel): 앱스트랙트 포탈 & AGW
앱스트랙트 포탈은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터와 사용자, 어플리케이션을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는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관문이 되고, 이들은 다시 포탈을 통해 다양한 크립토 어플리케이션을 발견하고 사용하게 된다. 이에 더해 앱스트랙트 글로벌 지갑(AGW)는 복잡한 크립토의 기술적 요소를 추상화하고 웹2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추는 효과를 제공한다.
성장 플라이휠(Growth Flywheel): XP 시스템 & 파노라믹 거버넌스
앱스트랙트 체인의 XP 시스템과 파노라믹 거버넌스은 인센티브를 통해 생태계 참여자들 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엔진 역할을 한다. 파노라믹 거버넌스를 통해 체인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분배하고, 이들이 다시 프로토콜의 성장을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또한 XP 시스템은 온/오프체인 활동에 대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러한 구조는 프로토콜, 크리에이터, 사용자 모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생태계의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그들은 블록체인이 결국 플랫폼 사업이며, 경쟁의 우위가 더 이상 기술적 차별점이 아닌 배포 역량과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는 데 있음을 내다봤다. 그리고 이를 제품과 전략으로 녹여낸 결과가 바로 앱스트랙트이다.
Source: Abstract
앱스트랙트는 통합된 제품군을 통해 그들이 구상한 플랫폼의 비전을 현실화했다. AGW를 통한 계정 추상화, 완성도 높은 거래 인터페이스, 네이티브 스트리밍 기능, 혁신적인 XP 시스템까지 - 이 기능들은 각각이 독립적인 제품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내재화하여 개발한 덕분에, 거래와 콘텐츠 발견, 커뮤니티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매끄러운 경험을 만들어냈다. 이들이 일반적인 L2 개발 비용과 비교하면 최소한의 자금만 투여해 내부 개발팀만으로 이 모든 기능을 구현해냈다는 점은 더욱 인상적이다.
Source: X(@PudgyPenguins)
기술적인 성과를 넘어, 앱스트랙트의 마케팅 머신이 특히 기대되는 이유는 팀이 보여준 성공적인 커뮤니티와 브랜드 빌딩 경험에 있다. 펏지 펭귄의 성공은 이들이 가진 성장과 마케팅 능력의 일부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루카와 이글루 팀이 펏지 펭귄의 성공에서 보여준 것처럼 브랜드와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크립토의 그 어떤 팀에서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영량과 경험을 의미한다. 앱스트랙트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크립토의 관심을 실질적인 사용자 참여와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Source: X(@pet3rpan_)
크립토에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낸 루카의 마케팅 전문성, 수억 명의 플레이어 커뮤니티를 운영한 마이클 리의 경험, 그리고 현재는 앱스트랙트에 인수된 프레임 체인을 개발한 사이가의 탁월한 개발 능력이 하나의 팀으로 뭉쳤다는 사실은 앱스트랙트의 비전이 단순한 청사진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이미 정점에 도달했음에도 컨슈머 크립토라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였다. 이처럼 검증된 전문가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렬되었다는 점에서, 앱스트랙트는 그들이 설계한 마케팅 머신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할 수 있다.
Source: X(@play_witty)
앱스트랙트 포탈이 제공하는 사용자 유입 효과는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앱스트랙트 출시에 발맞춰 출시한 게임인 위티(Witty)는 앱스트랙트 포탈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후 약 5배의 플레이어 수 증가와 3배의 게임 참여 횟수 증가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Multiply, Roach Racing Club 등의 어플리케이션은 생태계 탄생과 발맞춰 출시한 덕에 앱스트랙트의 지원을 받으며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앱스트랙트가 설계한 마케팅 퍼널이 어플리케이션들에게 의미 있는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Source: Abstract Portal
앱스트랙트가 가진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체인 자체적인 프론트엔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들은 지갑이나 탈중앙화 거래소 등 주요 어플리케이션의 프론트엔드 레이어를 외부 프로토콜에 위임한다. 이는 각 프로토콜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체인은 인프라 제공이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체인이나 재단의 웹페이지를 찾을 수는 있지만, 대체로 기능이 없이 정보만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친다.
이와 달리 앱스트랙트는 사용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을 모두 소유하고 관리하는 전략을 택했다. 앱스트랙트 포탈은 온체인에서 이루어지는 거의 모든 활동의 중심점이 된다. 사용자들은 포탈을 통해 지갑을 생성하고, 토큰을 거래하며, 다양한 보상을 수집하고,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발견하는 전 과정을 단일한 인터페이스에서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iOS 생태계의 모든 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유사한 접근이다.
3.1.1 하나의 통합된 온체인 경험 제공
앱스트랙트가 자체적인 프론트엔드 레이어를 소유하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는 통합되고 큐레이션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용자들은 포탈이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 크립토 생태계의 모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NFT를 거래하고, 게임을 즐기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마치 쇼핑몰에서 모든 종류의 상점을 둘러보고,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경험이다.
특히 각 서비스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 서비스에서 얻은 보상을 앱스트랙트 포탈의 리워드 항목에 통합되며, 크리에이터의 방송을 보다가 흥미로운 토큰을 구매하거나 관심 있는 게임을 바로 시작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각각의 활동이 서로 다른 어플리케이션에서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앱스트랙트 글로벌 지갑(AGW)은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은 감추고 경험은 드러내는 그들의 전략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사용자는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소셜 계정이나 이메일만으로 간단하게 온체인 지갑을 생성할 수 있다. 복잡한 시드 문구나 개인 키 관리도 불필요하다. 또한 AGW는 가스비 대납이나 세션 키와 같은 세부적인 경험 개선 기능들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로 일컬어 지는 지갑 경험의 추상화의 시도는 이전부터 이루어졌다. 앱스트랙트는 기존 계정 추상화 기반 지갑 기술에서 글로벌 통일성을 부여하는 개선을 적용했다. 기존 AA 지갑들은 소셜 로그인을 통한 지갑 생성이나 가스비 대납과 같은 기능을 제공했지만, 각 어플리케이션 마다 새로운 주소가 생성되었기에 여러 개의 지갑을 관리하기에 불편함이 많았다. 서로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갑을 매번 바꿔가면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앱스트랙트는 프로토콜 레벨에서 계정 추상화를 구현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용자는 하나의 통합된 계정으로 모든 앱스트랙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번 로그인하면 모든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고, 각 서비스에서 얻은 데이터나 자산을 다른 서비스에서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운용성은 크립토가 제공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앱스트랙트는 이를 프로토콜 레벨에서 추상화를 도입함으로써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큰 개선을 달성했다.
3.1.2 네이티브 스트리밍을 통한 사용자 전환
Source: Abstract Portal
앱스트랙트 포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 중 하나는 네이티브 스트리밍이다. 앱스트랙트가 컨슈머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으로 스트리밍을 내세우는 것은 다소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앱스트랙트 생태계 내에서 크리에이터와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역할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의 의미를 넘어 앱스트랙트가 설계한 마케팅 기계를 동작시키는 데 필요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앱스트랙트는 더 많은 사용자를 크립토 생태계로 유입시키고 실제 참여자로 전환하기 위한 단계적인 접근법을 마련했다. 이는 인지부터 참여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연결된 여정으로 설계한 것이다. 이들의 마케팅 퍼널은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인지 (Awareness)
인지 단계에서 사용자들은 펏지 펭귄과 앱스트랙트라는 가장 큰 브랜드의 이름을 제일 먼저 접하게 된다. 특히나 펏지 펭귄은 이미 단순한 NFT를 넘어 성공적인 IP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인 소셜 미디어에서 높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월마트나 타켓 등 리테일 매장 입점을 통한 오프라인 진출까지 성공하며 크립토 네이티브를 넘어 대중에게도 친숙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는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고려 (Consideration)
앱스트랙트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능 중 하나인 스트리밍 기능이 전환 단계의 핵심 요소가 된다. 트위치가 매월 2,500만 명의 Z 세대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크리에이터들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사용자들을 생태계로 이끄는 다리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실제로 온체인 서비스들을 사용하기에 앞서 스트리머의 활동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앱이나 토큰이 흥미로운지 판단하게되고, 다양한 서비스를 탐색할 수 있다.
전환 (Conversion)
여기서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을 넘어 사용자를 어플리케이션으로 연결하는 호스트의 역할을 수행한다. 컨텐츠를 통해 신규 사용자의 유입 뿐 아니라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로의 자연스러운 전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앱스트랙트는 출시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소셜, 예측 시장, AI 에이전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서비스들을 성공적으로 온보딩했다. 결국 사용자의 종착지인 양질의 어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 컨슈머 분야의 핵심 성공 요인이 된다.
Source: Dune Analytics - Abstract Streamers
특히나 체인 입장에서 스트리밍 기능은 콜드 스타트 문제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다루는 주제나 호스트의 제약이 거의 없는 스트리밍 특성 상 컨텐츠는 거의 무한히 확장 가능하고, 이로 인해 플랫폼은 사용자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적 교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로 앱스트랙트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으로 운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한 지 겨우 일주일 만에 2000명의 스트리머가 방송에 참여했으며, 글 작성 시점 기준 300만 달러 이상의 팁이 스트리머들에게 주어졌다.
크립토의 가장 큰 마법은 역시나 토큰과 인센티브에 있다. 크립토 산업의 역사는 바로 이 토크노믹스와 인센티브 모델의 발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크립토 어플리케이션의 급진적이고 단기적인 성장과 낮은 지속 가능성은 여전한 한계로 지적 받는다. 에어드랍, 포인트, 화이트리스트 등으로 끌어온 관심은 보상이 끝나면 모두가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그 많던 블라스트 사용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단기적 보상에 기반한 인센티브 모델은 초기 사용자 유입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봇 파밍이나 파밍 계정의 난립을 초래했다. 결국은 실질적인 생태계 참여자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오히려 소외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3 가지의 참여자가 존재한다. 사용자와 어플리케이션(스마트 컨트랙트), 그리고 프로토콜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간에 지속 가능한 인센티브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결국 플랫폼의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앱스트랙트는 기존의 블록체인과 어플리케이션의 인센티브 모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농부가 아닌 실제) 사용자의 참여가 생태계의 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가 다시 참여자들에게 분배되는 선순환 구조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들은 블록체인이 단지 기술 인프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용자와 어플리케이션을 연결 짓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3.2.1 XP를 통한 사용자 평가/보상 시스템
Source: X(@AbstractChain)
앱스트랙트는 기존 크립토의 인센티브 모델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XP라는 새로운 형태의 온체인 평판 시스템을 도입했다. XP는 단순한 포인트 시스템을 넘어 생태계 내 참여자들의 활동과 기여를 정량화하고 이를 다시 보상으로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XP는 사실 그리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게임이나 신용카드 리워드, 멤버십 프로그램 등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고, 효과적인 사용자 참여 모델로 입증된 진행형 보상 체계를 온체인 생태계에 맞게 최적화한 시스템이다.
특히 앱스트랙트의 XP 시스템은 '실질적인 참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순한 토큰 예치나 거래가 아닌, 앱의 사용이나 학습, 추천 등 생태계에 실제로 기여하는 행위들이 보상의 기준이 된다. 이는 마치 게임에서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닌 실제 플레이를 통해 성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XP 시스템은 유연하고 진화 가능한 형태로 설계되어, 복잡한 규칙이나 조건 없이도 자연스러운 상호작용만으로 보상이 이뤄진다.
앱스트랙트의 XP 시스템은 생태계를 이루는 세 가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며, 각각의 역할과 보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일반 사용자
일반 사용자들은 다양한 온/오프체인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XP를 획득할 수 있다. 앱스트랙트는 특정 행동을 강제하거나 인위적인 미션을 부여하는 대신,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생태계를 탐험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XP가 쌓이도록 설계했다. 이는 복잡한 금융 상품이나 위험한 투기 없이도 흥미로운 서비스를 이용하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장기적인 충성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들은 스트리밍이나 콘텐츠 제작을 통해 XP를 얻을 수 있다. 앱스트랙트는 네이티브 스트리밍 기능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이 쉽게 방송을 시작하고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블로그나 커뮤니티 이벤트 등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고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활동이 XP와 특별 뱃지로 보상된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한 홍보대사가 아닌 생태계의 실질적인 기여자로서 인정받게 된다.
개발자와 어플리케이션
개발자와 프로토콜은 그들이 만든 어플리케이션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매월 카테고리별로 세 단계의 시상이 이루어지며, 이는 해당 어플리케이션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력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거래량이나 TVL과 같은 정량적 지표가 아닌, 실제 사용자 참여도와 생태계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발자들이 토크노믹스나 일시적인 유동성 유치에 매달리는 대신 양질의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과 혁신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게 한다.
여기에 더해 앱스트랙트의 뱃지 시스템과 빌더 인센티브와 같은 다양한 업적 시스템 또한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과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앱스트랙트의 XP 시스템은 생태계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엔진으로 기능한다. 개발자는 양질의 서비스를 만들고, 크리에이터는 이를 사용자들에게 소개하며,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성과나 투기를 넘어 진정한 생태계 기여자와 참여자에게 보상을 부여함으로써 프로토콜의 장기적 성장을 촉진한다.
3.2.2 파노라믹 거버넌스
Source: Panoramic Governance
블록체인 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든 참여자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레이어 2에서는 가치의 흐름이 불균형한 상태다. 체인의 세 주요 참여자인 사용자와 앱, 그리고 프로토콜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리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온체인 게임이 인기를 얻어 많은 사용자가 몰렸다고 가정해보자. 사용자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트랜잭션 수수료를 지불하고, 게임은 체인에 활발한 활동을 가져온다. 체인은 늘어난 트랜잭션으로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때 정작 활동을 만들어낸 게임 개발자나 비용을 지불한 사용자는 체인의 성공으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독자적인 앱체인을 구축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또다시 높은 운영 비용과 파편화된 사용자 경험이라는 문제를 낳는다.
파노라믹 거버넌스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 시스템이다. 핵심 원칙은 간단하다. 마치 주주들이 회사의 성과에 따라 배당을 받는 것처럼, 체인의 참여자들도 생태계의 성장에 따른 혜택을 함께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파노라믹 거버넌스는 각 참여자의 인센티브의 합치를 위해 두 가지 핵심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Source: Panoramic Governance
수수료 공유를 통한 적극적 참여 유도
체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단순히 토큰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파노라믹 거버넌스는 이를 위해 체인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를 거버넌스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사용자들이 앱을 사용하면서 발생시키는 수수료는 시퀀서에 전달되고, 시퀀서는 이 수수료를 '능동적 거버넌스 참여자'들에게 분배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능동적 참여'에 대한 정의다. 체인에 대한 능동적 참여자는 '활성 참여 임계값(Active Participation Threshold, APT)'을 통해 구분된다. APT는 단순한 토큰 보유량이 아닌, 트랜잭션 횟수나 거래 금액 같은 정량적 지표와 XP 획득이나 거버넌스 투표 같은 질적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APT 시스템은 수동적인 토큰 보유나 위임이 아닌, 실질적인 네트워크 활동과 기여를 보상하기 위한 장치다. 결과적으로 시퀀서 수수료는 네트워크의 실질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이들에게 흘러가게 된다.
Source: Panoramic Governance
생태계 성장을 위한 자원 분배 시스템
체인의 성공은 결국 그 위에서 작동하는 프로토콜들의 성과에 달려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프라를 갖추어도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양질의 프로토콜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앱스트랙트는 프로토콜의 기여도를 정확히 평가하고 이에 맞는 자원을 지원하기 위해 토큰 발행(Emission)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 기간 일정량의 네트워크 토큰이 성장 지원 용도로 할당되며, 거버넌스 참여자들은 투표를 통해 어떤 프로토콜에 얼마만큼의 자원을 분배할지 결정하게 된다.
특히 앱스트랙트는 '리퀴드 바운티(Liquid Bounty)' 제도를 도입해 프로토콜과 거버넌스 참여자 간의 상호 이익이 되는 모델을 구축했다. 리퀴드 바운티를 통해 프로토콜은 자신들이 창출한 가치의 일부를 거버넌스 참여자들과 공유하면서 더 많은 토큰 배출을 요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게임이 많은 사용자 유입과 활동을 만들어내고 있다면, 해당 게임은 자체 토큰이나 수익의 일부를 바운티로 제시하면서 더 많은 네트워크 토큰 배출을 요청할 수 있다. 거버넌스 참여자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프로토콜의 성과를 공유받으면서 동시에 생태계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Source: X(@AbstractChain)
위 두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프로토콜의 참여자들 간에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사용자들의 활동은 수수료를 만들어내고, 수수료는 거버넌스 참여자들에게 분배된다. 참여자들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프로토콜을 지원하게 되고, 지원받은 프로토콜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체인의 성장이 모든 참여자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파노라믹 거버넌스는 단순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참여형 플랫폼 경제를 구현하고자 한다. 수동적인 토큰 보유자가 아닌 적극적인 생태계 참여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만들어낸 가치를 다시 공정하게 분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다.
Source: X(@AbstractChain)
앱스트랙트가 제시하는 비전은 명확하다. 컨슈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더 많은 사용자를 온체인으로 유입시키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크립토의 더 큰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크리에이터 중심의 마케팅 퍼널과 지속 가능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했고, 사용자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다.
펏지 펭귄을 통해 입증된 브랜드 구축 능력, 수억 명의 게이머 커뮤니티를 운영한 플랫폼 경험, 그리고 크립토 생태계 최고의 개발 역량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뭉쳤다. 이들이 가진 전문성과 실행력은 앱스트랙트의 비전이 단순한 청사진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Source: X(@CashBowie)
이제 막 앱스트랙트의 메인넷이 공개된 시점, 크립토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불확실성 앞에서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장 침체기에 솔라나와 같은 혁신적인 생태계가 태동했듯이, 침체기는 오히려 진정한 가치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앱스트랙트와 컨슈머 크립토를 향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크립토의 잠재력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면, 당신은 그 때에 루카와 이글루 팀의 반대편에 서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도전과 과제가 남아있으며, 이들의 비전이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크립토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들이다. 만약 앱스트랙트가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히 하나의 체인이 성공하는 것을 넘어 크립토가 진정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드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