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thetix와 Infinex의 파운더인 Kain이 출현한 팟캐스트에서, Vitalik Buterin 혹은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이 DeFi에 대해 (암묵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언급되었고, 이에 대한 커뮤니티의 비판적인 반응을 기점으로, DeFi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DeFi에 대한 Vitalik의 관점을 꽤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DeFi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와 인사이트를 추출할 수 있기에, 그러한 논의들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ETH의 가치가 DeFi의 담보물로 활용되는 것에서 오는데도 불구하고, Vitalik 혹은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이 DeFi를 장려하지 않는 것(discourage)에 대해 제기된 의문에 비탈릭이 답하기를:
그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유형으로는 1)지속가능한 방법 하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이며, 2)무허가성, 탈중앙성 등과 같은 원칙을 희생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고 답하였다. 그러면서, DEX와 탈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ex. RAI), 그리고 Polymarket은 높이 평가하는 반면, “일시적인 요인에서만 사용자를 유인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프로토콜은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사례로, 2021년의 ‘유동성 파밍(Liquidity Farming)’ 열풍은 근본적으로 일시적인 토큰 발행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다고 언급하면서, DeFi의 이자 수익이 어떠한 구조에서 나오고 거래의 상대방에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또 누가 이자 수익을 지불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덧붙인 의견은, 금융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DeFi와 기술과의 교차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기술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신용 점수, 소셜 미디어, AI, BCI 등의 중앙화 리스크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탈중앙화된 금융은 중요한 일부라고 말하였다. 예를 들어, VPN의 결제 방식이 프라이버시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해당 VPN은 익명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탈중앙화된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고, Farcaster와 같은 탈중앙화 소셜 애플리케이션이 기존의 광고로부터 얻는 수익 모델 대신 탈중앙화된 금융의 일부 요소를 지속가능한 수익화 전략으로 채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DeFi와 탈중앙화된 기술 간의 교차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 논의에 이어서 DeFi가 갖는 구조적인 한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DeFi를 2021년에 있었던 유동성 파밍에 한정하여 생각하는 듯한 비탈릭의 의견에 대하여, ‘DeFi’는 2021년의 ‘폰지노믹스(Pozinomics)’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Aave와 같은 대출/차입, RAI와 같은 CDP, 합성 자산 등이 포함되는 의미라고 지적되었다. 이러한 프로토콜들의 이자 수익은 차입자 및 거래 수수료부터 나오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모델이므로, 모두 DeFi의 긍정적인 유즈케이스라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비탈릭은 오히려 이자 수익이 차입자, 거래 수수료 등으로부터만 나온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였다. DeFi의 구조를 살펴보면, 토큰이 지니는 가치는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서 창출되는데, 그 이자 수익이 해당 토큰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지불하는 구조에서 한계를 갖는다고 말하였다. 예를 들어, USD로 8% APR을 받는 사람들에게 ETH를 2배 레버리지하기 위해 8%의 APR을 지불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자 수익이 지급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문제는 여전히 DeFi 시장의 존재가 이더리움 시장에 종속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DeFi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지며, 크립토가 또 다른 10-100배의 채택을 이끌만큼 확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전개로 오갔던 다양한 논의 중에 DeFi에 대한 Vitalik의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유동성 파밍 열풍과 같이 일시적으로 사용자를 유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DeFi 프로토콜은 분명히 유의미하다.
그럼에도 DeFi 자체만으로는 크립토를 10-100x 확장시키기 위한 촉매제로 작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DeFi는 탈중앙화된 기술을 구현하는 구성요소 중 하나로 중요한 역할을 가지며, 나아가서는 이더리움 경제에 종속되지 않는 외부로부터 가치(이자)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같은 Vitalik의 의견과 관련하여 1)이자 수익의 원천과 지속가능한 DeFi 프로토콜과 같은 마이너한 주제에서부터, 2)DeFi의 존재 의의와 구조적 한계와 같은 메이저한 주제까지 확장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해당 논의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덧붙일 수 있을듯 하다.
Vitalik이 언급한 바와 같이, DeFi 프로토콜이 보장하는 이자 수익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DeFi 프로토콜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특히 2021년 ‘유동성 채굴(Liquidity Mining)’ 열풍이 불던 당시, DeFi 프로토콜들이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던 이자 수익은 가치 축적을 위한 별도의 메커니즘이 없던 거버넌스 토큰으로 지급되었기 때문에, 해당 거버넌스 토큰은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유동성 채굴의 인센티브도 감소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작동할 수 없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DeFi 프로토콜들이 유동성 채굴 캠페인이 끝난 이후에 PMF(Product-Market Fit)을 증명하지 못하고 리텐션을 잃으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유동성 채굴에만 의존하였던 DeFi 프로토콜들이 지속가능하게 제품을 성장시킬 수 있을만큼 좋은 제품을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장되었을 뿐이지, 유동성 채굴을 진행한 모든 DeFi 프로토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유동성 채굴은 본래부터 지속가능한 모델의 일부가 아닌, 성공적으로 유동성과 유저를 부트스트래핑하기 위해 ‘일시적인’ 캠페인일 뿐이다. 따라서 유동성 채굴에 대해서는 보다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ource: Gauntlet - Flywheel effect of Liquidity Mining
유동성 채굴 열풍이 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2020년 6월 대출/차입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파운드(Compound)가 처음 유동성 채굴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이어 Aave와 같은 머니마켓 프로토콜, 그리고 Uniswap과 같은 DEX는 대출 이자와 거래 수수료로부터 나오는 유동성 제공자의 보상뿐만 아니라, 네이티브 토큰이나 여타 다른 경로로부터 프로토콜에 수취된 토큰(유니스왑은 Arbitrum의 런칭 시, $ARB로부터 받은 에어드롭 지분을 유동성 공급자에게 배포하였다)을 추가적인 인센티브로 지급하며 안정적으로 유저와 유동성을 확보하였다.
Source: Gauntlet - TVL(left) and Volume market share(right) for Incentivized pools of Uniswap
실제로, 유동성 채굴은 초기 DeFi 프로토콜을 런칭하거나 새로운 체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때, 안정적으로 유동성과 유저를 수급하는 데 있어 높은 효과를 보인다. 그에 따라 유동성 채굴은 일시적으로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MIning Pool을 개설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효과적인 부트스트래핑 전략으로써 자리잡았다. 이밖에도 유동성 채굴에 대한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오프체인에서 불투명하게 이루어지는 ‘포인트노믹스’나, VC 주도로 높은 FDV와 함께 진행되는 최근의 토큰 배포 방식과 비교하여, 유동성 채굴은 비교적 투명한 방식으로 거버넌스 권한을 분산시키고 효과적으로 프로토콜의 유동성에 기여하는 유저와 프로토콜의 인센티브를 일치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술 혹은 제품적 특장점을 갖추지 못한 채, 과잉 공급된 DeFi 프로토콜들이 유동성 채굴을 통해 일시적인 사용자들의 관심을 이끄는 데 그치고 사라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Compound, Aave, Uniswap, SushiSwap 등의 다양한 DeFi 프로토콜들은 콜드-스타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트스트래핑 전략으로 유동성 채굴을 진행한 이후에, 차입자가 제공하는 이자 혹은 거래 수수료를 통해 유동성 제공자의 인센티브 문제를 해결하며 지속가능한 모델과 함께 안정적인 활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2021년의 유동성 채굴 열풍에 대한 비탈릭의 의견은 일견 타당하지만, 유동성 채굴과 DeFi 프로토콜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시각에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만한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의견을 덧붙이고 넘어간다.
한편으로 DeFi의 존재가 이더리움 마켓의 하위 구조로 위치할 수밖에 없다는 Vitalik의 시각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논쟁거리가 있는 그의 의견과 관련하여 명확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DeFi의 이자가 창출되고 받는 구조를, 자신의 꼬리를 먹고 있는 뱀의 형상인 ‘우로보로스(ouroboros)’에 빗대어 표현한 내용이다. 이는 그가 대출 차입의 이자로부터 생겨나는 이자 출처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비추어지기도 하나, 차입자가 대출자의 이자를 제공하는 이자 수익의 흐름은 은행의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는 메커니즘으로, 그가 Aave와 Spark와 같은 머니마켓 프로토콜의 이자 지급 능력이나 재정건정성에 우려를 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한 오라클에 의존적인 Polymarket을 긍정적인 유즈케이스로 언급하였고, USDC가 갖는 검열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USDC의 실용적인 측면을 시인하였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순수한’ DeFi 옹호자이기 때문에 DeFi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표한 것 또한 아니라고 보여진다.
메시지의 핵심은 DeFi가 이더리움 경제 안에서 내재적인 수요와 공급만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 그치고 있으므로, 이에서 나아가 외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탈중앙화된 기술 혹은 애플리케이션을 뒷받침하는 금융 인프라로서 DeFi의 중요성을 부각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또한 DeFi에 편중되어 있는 현행의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용도에서 나아가, 크립토의 보다 광범위한 채택을 견인할 수 있는 무언가로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그러한 관점이라면 이더리움, 나아가서 블록체인의 사용성을 DeFi에만 한정하지 않는 그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있다. 물론 DeFi는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의 높은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중요한 가치를 제공한다. 또한 Money Market, DEX부터 합성 자산과 Yield Market과 같은 파생 상품까지, 다양한 유형의 DeFi 프로토콜 간의 상호운용성을 통해 머니레고를 쌓을 수 있는 DeFi의 특성은 전통적인 금융 인프라에 없는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 불가능한 DeFi의 존재 의의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시장에서도 ‘금융’이 본래 전문화된 소수의 사람들만이 접근하며 경제적 상호작용을 하던 영역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더 많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채택되는 것을 기대했을 때, DeFi가 그것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요인은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고 보편적인 사용성을 지닌 Polymarket이나 Farcaster와 같은 컨슈머 대상 애플리케이션이 DeFi와 비교해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며, 곧 DeFi의 존재가 이더리움 경제에 하위 종속되는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Vitalik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한 평가를 극단적으로 놓자면, ‘중립적인’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창립자이자 프라이버시와 탈중앙화된 기술의 옹호자로서 높이 평가하는 시선과, 시장의 논리와 커뮤니티의 실질적인 요구를 애써 모른 채하는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로 나눌 수 있을듯 하다. 이와 같이 오늘 글에서 다뤘던 DeFi에 대한 그의 발언도 마찬가지로 커뮤니티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Layer1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CEO나 Founder가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생태계 내의 애플리케이션을 언급해주고 업데이트를 조명해주는 것은 Solana, Monad, Sui, Injective 등, 대부분의 Layer1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문법이다. 그러했을 때, 1년간 이더리움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수수료의 1/3을 차지하는 DeFi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는듯한 Founder의 행보는 커뮤니티의 우려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스탠스일 수 있으며, L2 중심 로드맵으로 인한 생태계의 파편화와 ETH의 디플레이션 저하로 인해 이더리움의 지위에 대해 우려를 사고 있는 상황에서, 생태계를 견인하고 있는 DeFi 애플리케이션의 중요성을 과소평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DeFi에 대해 단순히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기 보다는 하나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확장을 도모하는 데 있어 DeFi가 갖는 역할과 이상적인 발전 방향에 대해 하나의 방향성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메시지에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일관된 방향성으로 크립토 마켓에 발전적인 논쟁거리를 던졌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논의가 유의미함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비탈릭은 지금까지의 DeFi 실험들이 주로 온체인 내 자생적 자산들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가치 없는 자산들이 무수히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였다. 이어서, 오프체인과 온체인의 문법을 융합하고 현실 기술과의 교차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statement)은 블록체인의 광범위한 채택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plumenetwork의 RWAFi 나 @StoryProtocol의 IPFi처럼 특정 자산의 온램프와 상호작용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통해 금융 활동을 블록체인 상에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현실 세계의 다양한 자산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도록 하기 위해 등장한 블록체인의 본질 자체와 매우 일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주장이 다양한 웹3 네이티브한 실험들이 모두 무의미하다고 오판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특히 DeFi 영역은 프로그래머블한 방식으로 구현된 자산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탐구해온 중요한 ‘경험적 연구 사례’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양한 전략을 가진 DeFi 프로젝트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저마다의 목적에 맞는 창의적인 인센티브 메커니즘은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에 관한 수많은 교훈들을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교차점을 찾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꼭 그것에 매몰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즉, 교차점 자체에 논의를 집중하기보다는, 지속되는 웹3 네이티브한 실험들을 통해 어떻게 더욱 효과적인 교차점을 찾을 수 있을 지 외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과정에 논의를 집중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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