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에서 고정수익 시장은 주식의 5배 규모인 600조 달러에 달하지만, 디파이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표준화된 지표금리의 부재와 극심한 시장 파편화가 주요 원인이며, 트리하우스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DOR과 tAsset을 제시한다.
DOR(Decentralized Offered Rates, 탈중앙 지표금리)은 단순한 가격 오라클이 아닌, 디파이 금리 시장과 기관 자금 유입을 위한 새로운 프리미티브다. 트리하우스는 5개의 이해관계자가 상호 견제하는 구조와 게임 이론적 인센티브를 통해 조작 불가능한 지표금리를 생성한다.
tAsset은 단순한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을 넘어 레버리지 차익거래 전략을 통해 시장 효율성을 창출하는 메커니즘이다. 트리하우스는 tAsset을 DOR에 경제적 보안 요소로 추가, DOR이 더욱 신뢰 가능한 지표금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트리하우스는 DOR과 tAsset이라는 프리미티브를 통해 디파이 시장의 성숙도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관 자금이 적극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Source: Treehouse
"기관 투자자들이 온다(Institutional adoption is coming)"는 업계에서 수년간 반복되어 온 약속이다. 2017년 ICO 붐부터 2020년 디파이 서머, 그리고 최근의 비트코인 ETF 승인까지, 업계는 끊임없이 기관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2024년 상반기 비트코인 ETF를 통한 기록적인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관심은 여전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자산에 머물러 있다. 디파이나 더 복잡한 온체인 금융상품으로의 확장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그동안 크립토 생태계는 기관 투자자들이 디파이에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히 규제 불확실성이나 기술적 복잡성 정도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정작 기관 투자자들이 단순 자산 보유를 넘어 디파이 생태계를 탐색하고자 할 때, 그들이 가장 먼저 맞이하는 벽은 전통 금융에서 의존하고 있는 핵심 인프라의 부재이다.
기관들이 특정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LIBOR, SOFR 같은 “지표금리(Benchmark Rate)”가 필수적이다. VaR(Value at Risk), 듀레이션 분석, 시나리오 테스트 등 기관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리스크 관리 도구들은 모두 표준화된 금리 곡선을 전제로 작동하며, 이러한 기준점 없이는 리스크를 측정할 수도, 성과를 평가할 수도, 헷징 전략을 수립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파이 생태계가 기관 자금을 받아들이기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그들을 위한 신뢰 가능한 지표금리 측정 방식이며, 트리하우스는 바로 이 지점을 주목하여 설계된 프로젝트이다. 이번 글에서는 기존 디파이 생태계에서의 지표금리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과 트리하우스의 접근 방식에 대해 상세히 소개하겠다.
디파이 생태계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동일한 자산에 대해 프로토콜마다 금리가 천차만별로 다른 상황에 익숙할 것이다. 컴파운드(Compound), 아베(Aave) 등 다양한 대출 프로토콜들이 각기 다르게 설계된 로직에 따라 금리를 제시하며, 이는 같은 자산에 대해서도 프로토콜 간 금리의 차이가 심하게 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러한 파편화는 현대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약 씨티은행과 JP모건에서 같은 조건의 예금 금리가 각각 1%, 3%로 3배 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즉시 은행, 헤지펀드, 기관 투자자들에 의해 대규모의 차익거래가 일어나 금리는 수렴할 것이다 (예. 씨티은행에서 대출, JP모건에 예치). 그러나 디파이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시장 메커니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통 금융의 금리 시장은 오늘날의 디파이 생태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은행은 자체적인 변동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을 제공했고, 지역별, 은행별로 금리가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 빈번했다. 기업들은 복잡한 금리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해야 했고, 은행들은 서로 다른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걸쳐 금융 시장의 글로벌화와 표준화가 진행되면서 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EURIBOR(Euro “), TIBOR(Tokyo “)과 같은 IBOR 기반 지표금리가 등장했고, 이는 금융 시장 생태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지표금리란, 쉽게 말해 주요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평균 금리를 매일 공표하는 것으로, IBOR는 조합내 여러 은행의 제출 담당자가 매일 제출하는 단기 금리를 종합해 평균치를 내는 방식으로 연산되었다. 이전까지는 각 은행이 "우리 금리는 3%입니다"라고 따로 공시했다면, 지표금리 등장 이후부터는 모두가 "LIBOR + 1%"과 같은 공통된 기준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서로 다른 단위를 쓰던 나라들이 단위를 미터법으로 통일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기관이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는 지표금리가 생기자 완전히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가능해졌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금리 스왑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변동금리로 대출받았는데 금리 상승이 걱정된다면, 다른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금리의 변동성을 헷징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모기지 담보 증권(MBS), 신용부도스왑(CDS), 담보부채권(CDO) 등 수많은 구조화 상품이 등장하며 LIBOR 도입 전 주식 시장과 비슷했던 고정수익 시장은 40년 만에 5배 성장해 600조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렀다. 이는 표준 하나로 시작된 기적과 같은 성장이었다.
그렇다면 디파이는 왜 이런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유동성의 파편화 문제가 있다. 각 프로토콜의 자산이 독립된 풀에서 운영되며, 네트워크 간 자산의 이동이 전통 금융에 비해 쉽지 않다. 또한 네트워크 자체가 공공에 개방되어 있기에, 네트워크 혼잡이나 브릿징 관련 리스크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적 문제들은 빠른 속도의 레이어 2 솔루션들과 크로스체인 프로토콜들의 등장으로 점차 해소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 효율성을 만들어낼 공통의 기준, 즉 지표금리가 없다는 점이다. 유동성 파편화가 해결되더라도, 각 프로토콜의 금리를 비교하고 평가할 표준이 없다면 차익거래는 체계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을 관찰하여 경험에 의존해 높은 수익률을 찾아다닐 수 있지만,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이러한 표준의 부재는 넘을 수 없는 진입 장벽이 된다. 기관투자자들이 디파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지표가 필요하다.
첫째는 성과 측정의 기준이다. 전통 금융에서는 모든 수익률이 무위험 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으로 측정된다. 예를 들어, 미국 국채 수익률이 4%일 때 5%를 벌었다면 1%의 초과수익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디파이에서는 이런 기준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과연 특정 프로토콜의 10% APY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조차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는 리스크 관리 지표이다. 기관투자자들은 VaR(Value at Risk),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 분석 등 리스크 관리 지표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이러한 리스크 관리 지표들이 표준화된 금리 곡선을 전제로 작동하기에 디파이에서는 이런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는 리스크 관리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관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헷징(Hedging) 수단이다. 이더리움 스테이킹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 스테이킹 수익률은 연 3-4% 수준이지만, 이는 네트워크 활동에 따라 수시로 변동한다. 만약 보험사가 고객에게 3년간 3.5%의 확정 수익을 약속했는데 스테이킹 수익률이 3%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전통 금융에서는 금리 스왑 같은 상품으로 이런 위험을 헷지할 수 있지만, 디파이에서는 방법이 없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 표준화된 지표금리를 전제로 한다. LIBOR나 SOFR 같은 지표금리가 있었기에 전통 금융에서는 리스크를 정량화하고, 성과를 비교하고, 변동성을 헷지할 수 있었다. 지표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전체 금융 생태계가 작동하는 운영체제와 같다. 현재 디파이 생태계에는 이러한 기준점이 부재하며, 이는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표금리 없이는 포트폴리오의 위험 조정 수익률을 계산하기 어렵고, 규제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리스크 보고서를 작성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표금리의 부재로 인한 금리의 파편화, 기관 자금 유입 지연의 문제는 디파이 생태계에서도 일찍이 인식되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몇가지 방법이 제시되곤 했다. 일부에서는 중앙화 거래소의 대출 금리나 펀딩 레이트를 참고 지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는 개별 플랫폼의 수급 상황을 반영할 뿐 디파이 생태계 전체의 표준 지표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중앙화된 주체가 관리하는 지표금리는 근본적인 신뢰성 문제를 내포하고 있어 디파이 생태계의 장기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지표금리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다. 디파이 펄스(DeFi Pulse)나 디파이라마(DefiLlama)와 같은 어그리게이터들은 여러 프로토콜의 금리를 수집해 평균값을 제공했고, 일부 프로젝트들은 가중평균이나 시간가중평균 등 더 정교한 방법론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들은 근본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관찰되는 금리를 집계하는 것에 그쳤다. 또한 각 프로토콜 간 금리 격차가 크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단순 평균은 실제 차익거래 가능한 금리를 반영하지 못했고, 더 중요하게는 선도금리나 기간구조처럼 미래 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담아낼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었다. 전통 금융의 금리 스왑이나 선물 시장이 제공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미래 전망”을 디파이에서는 포착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리하우스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단순히 현재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과 경제적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한 게임 이론을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동시에 시장의 비효율성을 직접 해결하는 메커니즘을 구현한 것이다.
트리하우스는 디파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설적인 접근을 선택했다. 시장의 비효율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그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의 솔루션은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탈중앙화된 지표금리를 만드는 DOR이며, 시장의 괴리를 적극 활용해 시장의 효율성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것을 도모하는 tAsset이다.
2.1.1 전통 금융 지표금리의 실패와 트리하우스의 해결책
앞서 살펴본 것처럼, 디파이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금리의 부재이며, 트리하우스는 이에 대한 답으로 탈중앙화된 기준 금리, DOR(Decentralized Offered Rates)을 제시한다.
Source: Wall Street Journal
DOR의 설계 철학은 전통 금융의 실패에서 출발한다. 40년간 글로벌 금융의 기준이었던 IBOR 기반 지표금리는 2012년 대규모 조작 스캔들로 붕괴했다. IBOR는 실거래를 기반으로 한 지표가 아닌 각 은행의 전문가들이 제출한 수치를 기반으로 산출되었는데, 바클레이스 (Barclays) 등 주요 은행들의 트레이더들이 수년간 공모하여 자신들의 트레이딩 포지션이나 재정 상태에 유리하도록 지표를 조작해 제출해온 것이 금융 당국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LIBOR는 스캔들 이후 국제거래소인 ICE에 관리가 이관되었으며, IBOR 체재는 SOFR 등 새로운 기준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대체된 지표들에도 여러 한계가 존재했는데, 대표적으로 SOFR는 실제 거래 데이터에 기반해 조작 가능성을 줄였지만, 오직 익일물 금리만 제공하며 장기 금리 예측과 미래 기대치의 반영이 어려운 후행적 지표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장기 금리가 필요한 상품들은 CME Group이라는 단일 기관이 발표하는 선물 데이터에 의존해야 했으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중앙화 리스크를 만들어냈다.
트리하우스는 전통 금융에서 발생한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설계 원칙을 세웠다.
첫째는 정확성이다. 트리하우스는 DOR의 참여자들이 자신의 자본을 담보로 걸고, 예측의 정확성에 따라 패널티와 보상을 부여해 철저히 경제적 인센티브에 기반해 정확한 예측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둘째는 탈중앙성으로, 누구나 전문성만 있다면 패널리스트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모든 계산 과정을 블록체인상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마지막은 범용성으로, DOR의 프레임워크를 이더리움 스테이킹 금리뿐만 아니라 LP 수익률, 실물자산 금리 등 모든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금리에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2.1.2 DOR의 구조
DOR 생태계의 참여자는 다섯 가지 역할로 구분되며, 이들은 경제적 인센티브에 따라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들이 각기 맡은 역할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운영자(Operator): DOR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주체로, 예측해야 할 금리의 종류와 파라미터를 설정한다. 하지만 이들은 금리 예측의 정확성을 위해 패널리스트들의 전문성에 의존해야 하며, 시스템의 수익성을 위해 참조자들의 수요가 필요하다.
패널리스트(Panelist): DOR의 핵심 참여자로, 실제로 미래 금리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예측에 대한 확신을 자본으로 증명해야 한다. 예측이 정확하면 $TREE를 보상을 받지만, 틀리면 담보로 건 자산을 잃게 된다. 패널리스트의 과거 예측 기록은 모두 공개되어 있어, 이는 위임자들이 누구에게 자산을 위임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위임자(Delegator): 금리 예측의 전문성은 없지만 자본을 가진 참여자들이다. 이들은 신뢰할 수 있는 패널리스트에게 자신의 tAsset(추후 설명 예정) 혹은 $TREE를 스테이킹 후 위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금리 합의 과정에 참여한다. 위임된 자산은 DOR의 경제적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패널리스트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참조자(Referencer): DOR이 제공하는 금리 데이터를 실제로 사용하는 주체들이다. 이들은 금융상품 가격 책정, 리스크 관리, 연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DOR 데이터를 활용하며, 사용료를 지불한다.
최종 사용자(End User): DOR 기반 금융상품의 실제 이용자들로, 복잡한 메커니즘을 의식하지 못한 채 더 효율적인 금융상품을 이용하게 된다.
DOR은 철저하게 패널리스트들의 게임 이론에 의해 결정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패널리스트들은 미래 금리에 대한 예측을 제출하며, 트리하우스는 이들의 최고/최저치를 정제한 뒤 평균과 표준편차 연산을 통해 최종 합의 금리를 도출한다. 패널리스트가 최종 합의 금리 대비 허용 범위 내의 예측에 성공할 경우 정확도에 따라 차등된 보상을 수령하며, 범위를 벗어난 예측을 수행한 패널리스트는 패널티를 받는다. 이때 연속적으로 허용 범위를 벗어나면 패널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도록 하여, 실수로 부정확한 결과를 제출한 패널리스트들에게 수정할 기회를 주면서도, 악의적/지속적인 부정확함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
DOR은 또한 다중 만기 구조를 선택해 패널리스트들로 하여금 1일, 7일, 14일, 30일 등 여러 만기의 금리를 동시에 예측하도록 한다. 보상은 만기가 길수록 더 많이 배분되는데, 이는 장기 예측의 불확실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2.1.3 DOR의 활용 사례: ESR과 금리 스왑
트리하우스는 DOR의 활용 가능 사례로 전통 금융의 다양한 고정 수익 상품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 중 첫 실제 적용 사례로 이더리움 스테이킹 금리(Ethereum Staking Rate, 이하 ESR) 커브를 선택했다.
현재 이더리움 스테이킹은 1,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이 예치된 암호화폐 최대의 수익 창출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스테이킹 수익률은 네트워크 활동에 따라 블록마다 변동하는 변동금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전통 금융의 변동금리 채권과 유사하지만,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디파이에는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ESR 커브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 DOR을 통해 수집된 다양한 만기의 금리 예측을 종합하여, 이더리움 스테이킹의 완전한 수익률 곡선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스테이킹 수익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예상하는 미래의 스테이킹 수익률을 시각화한다. 1일 후, 7일 후, 30일 후의 예상 스테이킹 수익률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전통 금융에서 국채 수익률 곡선이 하는 역할과 동일하다.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이 전체 금융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듯이, ESR 커브는 디파이 생태계의 '무위험 수익률'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모든 디파이 상품의 수익률은 ESR 커브 대비 스프레드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는 리스크를 정량화하고 비교할 수 있게 만든다.
ESR 커브의 진정한 잠재력은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의 가능성에 있다. 이 중 특히 금리 스왑(Interest Rate Swap)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금리 스왑은 현재 600조 달러가 넘는 명목 금액이 거래되고 있는, 전통 금융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파생상품 시장이기 때문이다. 금리 스왑의 기본 개념은 간단하다. 변동금리를 받는 주체와 고정금리를 받는 주체가 서로의 금리를 교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스테이커가 변동적인 스테이킹 수익률 대신 고정된 3.5%의 수익률을 원한다면, 반대로 변동 수익률을 원하는 상대방과 스왑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연기금이나 보험사와 같이 고객에게 확정 수익을 약속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이더리움의 변동적인 스테이킹 수익률을 반드시 고정 수익률로 스왑해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ESR 커브 기반의 금리 스왑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Source: Treehouse
더 나아가 ESR 커브는 전통 금융의 다양한 고정수익 상품을 디파이에 구현하기 위한 기반 메커니즘이 될 수 있는데, 트리하우스는 ESR 커브를 통해 디파이에 구현 가능한 금리 파생 상품으로 아래와 같은 상품들을 제시하고 있다.
영구채(Perpetual Notes): 만기가 없이 영구적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으로, 발행자가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쿠폰을 지급한다. ESR 커브를 기반으로 하면 스테이킹 수익률에 연동된 영구채 발행이 가능해진다.
스왑션(Swaptions): 금리 스왑을 체결할 수 있는 옵션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조건으로 금리 스왑을 실행할 권리를 부여한다. 이는 금리 변동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선도금리계약(Forward Rate Agreements): 미래의 특정 기간 동안 적용될 금리를 현재 시점에서 확정하는 계약이다. ESR 커브는 이러한 선도금리의 공정가치를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기간 대출(Term Loans): 정해진 만기와 상환 일정을 가진 대출 상품으로, ESR 커브를 기준으로 적정 금리를 책정할 수 있다. 이는 디파이 대출 시장의 표준화를 촉진할 것이다.
금리 스왑(Interest Rate Swaps):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교환하는 가장 기본적인 파생상품으로, ESR 커브는 스왑 가격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된다.
콜러블 채권(Callable Notes): 발행자가 만기 전에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이다. ESR 커브는 콜 옵션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총수익스왑(Total Return Swaps): 기초자산의 총수익(가격 변동 + 이자 / 배당)을 고정 또는 변동 지급액과 교환하는 계약으로, 스테이킹 포지션의 합성 레버리지나 숏 포지션 구성에 활용될 수 있다.
변동금리채(Floating Rate Notes): ESR에 연동되어 이자율이 주기적으로 재설정되는 채권으로, 금리 상승기에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디파이에서는 스테이킹 수익률에 직접 연동된 토큰화된 채권으로 구현될 수 있다.
DOR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디파이가 전통 금융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중앙화된 권위가 아닌 집단 지성에 의존하고, 불투명한 과정이 아닌 투명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며, 신뢰가 아닌 경제적 인센티브로 작동한다. 이것이 바로 디파이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 생태계가 지금까지 필요로 했던 지표금리의 모습이 아닐까?
트리하우스가 디파이의 지표금리를 위해 DOR을 만들었다면, tAsset은 DOR 생태계에 필요한 경제적 보안을 제공하는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이다. tAsset은 사용자가 이더리움을 예치하면 스테이킹 보상이 자동으로 누적되는 토큰을 받는다는 점에서 라이도(Lido)의 stETH나 로켓풀(Rocket Pool)의 rETH와 유사하지만, 레버리지를 활용해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2.2.1 tETH의 이윤 창출 메커니즘
tAsset의 첫 번째 구현체인 tETH는 라이도와 아베를 활용하는 레버리지 스테이킹 전략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 전략의 핵심은 대출 시장의 차입 비용과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익률 간의 스프레드를 활용하는 것으로, 사용자가 예치한 ETH를 순환시키는 구조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사용자가 ETH를 예치하면 트리하우스는 대가로 사용자에게 tETH를 지급하며, 사용자가 예치한 ETH를 라이도에 스테이킹하여 wstETH를 받는다. 이후 wstETH를 아베에 담보로 공급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시 ETH를 차입한다. 차입한 ETH는 다시 라이도에 스테이킹되며, 이 과정은 목표한 리스크 허용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된다. 스테이킹-차입의 반복 횟수는 트리하우스가 활용하는 대출 플랫폼의 담보 대비 부채 허용 비율(Loan-to-Value, LTV)과 전략 수행 시점의 wstETH, ETH의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tETH의 이윤은 1) 사용자가 예치한 ETH로부터 발생하는 스테이킹 이율과 2) wstETH를 담보로 하는 ETH 대출의 이율 간의 괴리에 의해 발생한다. 트리하우스 팀은 2023년 6월 9일부터 2024년 6월 9일까지 1년간의 역사적 데이터를 사용해 백테스팅을 수행했으며, tETH 전략이 라이도에 단순 스테이킹하는 전략 대비 약 0.6%의 초과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2.2.2 tAsset 메커니즘의 리스크
tETH의 구조는 사용자 자산을 스테이킹하고, 이에 대한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순환 대출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몇가지 자명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첫째는 wstETH의 디페깅 위험이다. 역사적으로 wstETH에 발생한 가장 심한 디페깅은 2022년 6월의 6.7%였으나, 이는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의 출금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던 상하이 업그레이드 이전의 데이터이다. 상하이 업그레이드 이후로는 스테이킹된 이더리움에 대한 아비트라지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그 이상의 디페깅은 아직까지 발생하지 않았다. 트리하우스는 아베에서의 LTV를 80%로 설정, 이론적으로 15.79%의 wstETH 디페깅까지 청산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둘째는 아베 대출 풀의 과다 이용으로 인한 금리 급등 위험이다. 트리하우스의 백테스팅 기간 중 차입 금리가 스테이킹 수익률을 초과한 경우가 8번 발생했으며, 이 중 7번은 시장의 수급 조절로 하루 만에 해결되었다. 하지만 2024년 8월 4-5일에는 2일간 높은 차입 금리가 지속되어 실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감안, tETH는 내부 이용률 하한선을 설정하여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자동으로 부채의 일부를 상환하는 메커니즘을 구현해두었다.
이에 더해 트리하우스는 초기 구현체로써의 리스크 관리를 고려, tETH에 대해 현재는 레버리지 과정을 단 한 번만 수행하도록 설정했다. 또한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써 모든 wstETH를 대출 플랫폼에 담보로 제공하지 않고, 일부 유동성을 긴급 상황시 상환 용도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tETH의 리스크를 낮추었다.
2.2.3 tAsset의 역할: DOR 생태계의 경제적 보안, 그리고..
tAsset의 구조를 미루어 볼 때 tAsset은 그저 수익률을 극대화한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의 일종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트리하우스는 tAsset을 DOR 생태계에 편입시켜 DOR의 구성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DOR 도출 과정에 참여할 동기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트리하우스는 아이겐레이어(EigenLayer)가 리스테이킹 토큰의 위임을 통해 AVS(Actively Validated Service)들에게 경제적 보안을 제공한 것과 같이, tAsset의 위임을 통해 DOR에 경제적 보안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tAsset 보유자들은 자신의 토큰을 DOR 패널리스트들에게 위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패널리스트들은 더 많은 경제적 보안을 확보하여 DOR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tAsset 보유자들은 트리하우스가 창출해 제공하는 레버리지 스테이킹 수익에 더해 DOR 참여 보상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DOR이 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금리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금융상품이 이를 참조하게 되고, 이는 DOR 패널리스트들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tAsset을 위임한 사용자들도 더 높은 수익을 얻게 되어, 더 많은 자본이 tAsset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tAsset 시장이 활성화될수록 tAsset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 수익이 0에 수렴하는 역설적인 구조를 띄고 있다는 점이다. tAsset은 근본적으로 대출 시장과 스테이킹 수익률 간의 괴리를 활용해 초과 수익을 창출하기에, tAsset이 성공적으로 작동하여 많은 자본이 유입될 수록 리퀴드 스테이킹 토큰의 가격이 조정되어 차익거래 기회가 점차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트리하우스는 tAsset의 초과 수익이 0에 수렴하는 것을 오히려 성공의 지표로 본다. 이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트리하우스의 궁극적 가치는 수익 창출이 아닌 DOR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금리 구축에 있다. tAsset으로 유입되는 자본이 늘어날수록 DOR의 경제적 보안이 강화되고, 이는 더 신뢰할 수 있는 탈중앙화 금리 시스템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트리하우스는 다크 포레스트와 같은 디파이 생태계에 제도화된 금융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도입해 한단계 진화시키고자 한다. 블록체인 생태계는 그동안 파편화된 유동성, 일관성 없는 금리, 그리고 표준의 부재로 인해 마치 어두운 숲처럼 길을 찾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같은 자산에 대해 프로토콜마다 천차만별의 금리가 존재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공통의 기준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였다. 전통 금융이 긴 시간에 걸쳐 구축한 표준과 관례를 디파이는 아직 갖추지 못했고, 이는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되어왔다. 트리하우스는 다크 포레스트의 위에 올라 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전망대의 역할을 자처하고자 한다.
40년 전 LIBOR가 600조 달러 고정수익 시장을 만들어낸 것처럼, DOR은 디파이의 새로운 시대를 열 열쇠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소수의 은행이 아닌 수천 명의 패널리스트가, 불투명한 협의가 아닌 투명한 알고리즘이, 신뢰가 아닌 경제적 인센티브가 시장을 움직일 것이다. 트리하우스가 다크 포레스트 위에 세운 전망대는 단순히 길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숲 자체를 재편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프로토콜 간 금리가 수렴하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하며, 기관과 개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지금껏 마주하기 못했던 디파이의 다음 단계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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