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솔라나 브레이크포인트에서는 모든 어플리케이션들이 자체 체인을 출시할 것인지 아닌 지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편 L2에 의해 가치 제안을 잃을 위험에 직면한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는 핵심 리서처가 DeFi는 L1에 남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두 생태계에서 벌어진 최근 논의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다. 과연 모든 애플리케이션이 결국 자체 체인을 출시하게 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어플리케이션이 기존 레이어(L1 또는 범용 L2)에 남을 것이고, 어떤 어플리케이션이 전용 체인 출시를 선택할 것인가?
원래 이더리움의 확장성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모듈러 블록체인은 이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일반적인 프레임워크로 발전했다. 덕분에 어플리케이션들이 자체 체인 출시하는 과정은 매우 간단해 졌고, 새로운 블록스페이스는 일종의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체인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과 장벽 또한 크게 낮아져, 막대한 자본 비용이 아닌 적은 운영 비용만으로도 체인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은 처음에 이더리움과 솔라나 같은 기존 네트워크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출시한다. 그러다 일정 수준의 사용자나 성공을 달성하면 상당수가 별도의 네트워크로 독립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Grass, Zeta Market, Blast, Frax, Code, Helium 등이 그 예시에 해당하며, 이런 사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자체 체인의 출시하는 추세의 이면에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근거가 있다. 모든 어플리케이션들은 브랜드 인지도, 재정적 이익, 생태계 영향력 등의 형태로 자신들 서비스와 브랜드에 가치를 축적하려 한다. 크립토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보니, 모두가 단순한 어플리케이션에 그치기 보다 더 큰 포부를 가지고 플랫폼이나 허브가 되고자 하는 야망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욕구는 기존 네트워크 생태계의 일부에서 자체 체인 출시로의 전환을 촉진하게 된다.
어플리케이션이 자체 체인을 출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1.1.1 경제적 통제와 가치 확보
Source: Make Applications Great Again
자체 블록 스페이스를 소유하고 시퀀서를 제어함으로써, 앱은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 흐름을 구축하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의미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단순히 토큰 판매에만 의존하는 것은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을 제한하고 그 생명 주기를 가속화한다. 자체 시퀀싱 레이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은 앱 기능뿐만 아니라 2차 시장과 같은 생태계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가 시작한 Base는 출시만으로 5,500만 달러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이는 체인 운영이 매우 수익성 있는 사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애플리케이션에 더 큰 경제적 통제력과 가치 확보 기회를 제공한다.
1.1.2 블록 스페이스 커스텀화 및 전용화(Dedication)
어플리케이션은 자체 체인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조건에 맞는 커스텀한 실행 환경을 만들고 계정 추상화나 KYC/KYB와 같은 추가적인 사용성 기능을 프로토콜 계층에서 직접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특히 실물 자산을 다루거나 소비자 중심의 체인과 같은 특정 유형의 앱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커스텀한 실행 환경의 구현을 통해 기반 네트워크의 확장성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더리움의 L2들이 이러한 배경에서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아직도 EVM 기반 체인들은 확장성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Solana와 같은 고성능 체인들은 가까운 미래에도 생태계 모든 어플리케이션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처리량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단일 상태 머신으로서 언젠가는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각자의 어플리케이션에 할당된 전용 블록 공간은 다른 생태계 내에 포함되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혼잡이나 중단과 같은 위험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1.1.3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
Source: X(@LucaNetz)
자체 생태계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과 성과가 직접적인 브랜드 가치 향상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크립토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빠르고 안전한 블록스페이스가 아나리 인지도와 사람들의 관심이다. 이는 정량적인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종종 과소평가되곤 하지만, 활기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의 가장 큰 이점은 바로 강력한 영향력과 시장 내 존재감을 얻는 데 있다. 대부분의 경우, 기술적 우수성이나 탈중앙화 수준은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일부 프로토콜에서만 유의미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다수의 어플리케이션은 엄격한 수준의 보안과 검열 저항성보다,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닿을 수 있는 확산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맥락에서 Pudgy가 Abstract로 발전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활발한 커뮤니티와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상태에서 다른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다른 생태계로 가치를 이전시킬 위험이 있다. 최근 Azuki가 자체 체인인 Anime를 출시한 것처럼, 다른 프로젝트들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가 체인과 생태계의 주요 성공 요인이 아닐 수 있음을 함의한다. 앞으로 충분한 수준의 PMF와 브랜드 가치를 달성한 프로젝트들은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자체 체인 구축이라는 트렌드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생태계에서 전환하는 비용이 극도로 낮아진 상태에서 각 생태계에서는 이를 높이기 위한 해자 또는 네트워크 효과의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이점들이 특정 기반 네트워크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모듈러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이더리움 생태계만의 특징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솔라나의 미래도 예외가 아닐 것임을 시사한다. 이미 Metaplex와 같은 프로젝트가 솔라나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예시들 또한 대부분이 Solana 기반 서비스에 해당한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체 체인 출시라는 결정은 기반 네트워크가 가진 한계 또는 더 나은 기술적 대안을 선택하는 것보다, 자주권과 가치 축적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에 가깝다.
전용 체인을 출시하는 것이 많은 이점을 제공하지만, 프로젝트가 통합된 생태계를 떠나는 데에는 몇 가지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요한 두 가지 우려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여러 체인 간에 자산을 이동시키면서 열악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과, 2) 단일화된 생태계 내에서 누릴 수 있는 원활한 상호운용성을 상실한다는 점이 있다.
여기서 자산의 이동에 따른 열악한 사용자 경험에 대한 우려는 어플리케이션의 사용자 경험 설계를 통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토큰과 지갑을 다루는 온체인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 경험은 일반적으로 예치(Deposit) 또는 연결(Connect)의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방식에 따라 다른 해결책을 적용할 수 있다.
예치 기반 앱의 경우, 다른 네트워크로부터 토큰을 받아 자체 네트워크로 전환하거나 브리징함으로써 크로스체인 상호작용을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네트워크 간 토큰 브리징 과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Arbitrum에서 Hyperliquid로 USDC를 예치할 수 있다. 스마트 계정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앱들이 이러한 예치 기반 UX를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신뢰 가정에 대한 타협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 어플리케이션에서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편, 연결 방식을 적용한 앱들 또한 사용자 경험을 간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가 적용되고 있다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한 예로, Infiniex는 단일 인터페이스를 통해 여러 체인과 토큰을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우수한 사용자 경험을 제안하고 있다. 인텐트 기반 실행 방식과 체인 추상화 방법론이 성숙해짐에 따라 UX 레이어의 개선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특정 카테고리의 어플리케이션들은 기저 체인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반드시 이롭지만은 않을 수 있다. DeFi, 그 중에서도 UX 레이어가 아닌 프로토콜들이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예시다. DeFi의 핵심 가치 제안은 즉각적이고 비허가적인 상호 운용성에서 나오는데, 이는 거래되는 토큰과 같은 체인에 위치할 때만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
체인과 토큰이 분리되면 자산을 거래 가능하게 만드는 데 더 많은 마찰이 생기게 된다. 크로스체인 기반의 기능과 유동성을 통해 여러 체인에서의 프로토콜 운영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종종 최적화되지 않고 추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Uniswap은 누구나 허가 없이 토큰을 출시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함으로써 크립토 내에서 가장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PMF을 달성했다. 이들의 성공에는 CEX에서는 제공될 수 없는 비허가적인 상호운용성이 큰 역할을 차지했으며, Uniswap이 추후에 자체 체인을 구축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또한, 더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보안을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들, 특히 사용자당 대규모 거래량을 다루는 프로토콜(예: Ondo와 같은 RWA 관련 서비스나 미들웨어 등)은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 남아있을 강한 동기를 가진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체인으로의 이전보다 기존의 검증된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앱들은 충분한 수준의 브랜드, 커뮤니티, 또는 제품-시장 적합성을 달성하면 자체 체인 구축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는 자체 체인을 출시할 상당한 동기와 명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과 체인 간의 트레이드오프는 각 프로젝트의 특성과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DeFi나 실물 자산(RWA) 관련 서비스와 같이 거래되는 토큰과 같은 네트워크에 있는 것의 이점이 크고 신뢰성이 특히 중요한 경우에는 기존 네트워크에 남기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Source: TMR.NEWS
TMR.NEWS는 LLM을 사용한 최초의 예측 시장 플랫폼으로, 다음날 뉴욕 타임스의 헤드라인에 대해 베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예측을 문장 형태로 제출하고 베팅 금액을 설정한다. 실제 헤드라인이 발표되면 LLM 모델이 사용자가 제출한 예측들과 실제 헤드라인 간의 의미적 유사성을 판단한다. 예측이 실제 헤드라인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보상이 분배되며, 전체 데이터 검증 과정은 투명성과 보안을 위해 온체인에서 처리된다.
인터페이스는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TMR.NEWS는 복합적인 AI와 크립토의 기술 스택을 사용해 구현되었다. 체인 인덱싱을 위해 Index Supply를 사용하고 있으며, 오프체인 데이터를 검증하기 위해 TLS 기반 Web Proof 방식의 Reclaim Protocol을 적용했다. 또한 사용자의 원활한 온보딩을 위해 Privy를, 제목 간 유사성 판단을 위해 OpenAI의 LLM 모델을 활용한다. TMR.NEWS는 크립토의 투기적 특성과 AI를 활용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과 함께, 오프체인 데이터에 대한 검증 가능성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최근 등장한 온체인 어플리케이션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사례로 손 꼽힌다.
Source: TYB
TYB는 브랜드와 팬을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보상 플랫폼이다. 2022년 출시 이후 현재 50개 이상의 브랜드가 이용 중인 이 서비스는 팬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활동에 참여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들은 관심 있는 브랜드의 커뮤니티를 팔로우하고, 브랜드가 제시하는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미션은 소셜 미디어에 브랜드 관련 내용을 공유하거나 특정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브랜드별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미션을 완료하면 사용자는 코인이나 특별한 보상을 받게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 TYB는 팬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브랜드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자,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최근에는 셀레나 고메즈가 자신의 뷰티 브랜드인 Rare Beauty의 커뮤니티에 팬들을 초대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TYB를 소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TYB가 2022년부터 운영되었음에도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 TYB의 주 사용자층이 일반적인 크립토의 사용자 계층과 차이가 있다. 둘째로 더 중요한 점은 TYB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크립토 앱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TYB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일반적인 Web2 서비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갑이나 코인과 같은 크립토의 요소들을 사용하지만, 이를 일반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포인트 시스템처럼 표현한다. TYB의 사례는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기술적인 복잡성은 백엔드에 숨기고, 사용자에게는 익숙하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의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접근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