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나는 ETH, BTC, SOL, USDtb 등으로 구성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담보 자산에 숏 포지션을 자동으로 운용해,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페깅을 유지한다.
전통적인 헤지펀드라면 수십 명의 리스크 관리 인력이 필요할 법한 변동성을, 에테나는 단 26명으로 24시간 밀착 모니터링하며 마진 청산이나 디페깅 없이 운영한다.
기관용 크레딧 라인 확보, 다중 거래소 리스크 분석, 펀딩비가 음(-)으로 전환될 때 대비한 예비 기금 등은 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에테나만의 경쟁 우위를 형성한다.
기관용 iUSDe와 금리 차익(아비트라지) 전략을 통해 크립토와 전통 금융을 잇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USDe 공급량을 250억 달러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뜨거운 국수를 먹어본 적이 있는가? 언뜻 들으면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크립토 시장처럼 높은 변동성이 일상인 환경에서 50억 달러 규모(USDe)의 스테이블코인을 안정적으로 1달러에 페깅해 온 에테나(Ethena)가 바로 이와 유사한 상황을 매일 견뎌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불과 26명의 소규모 팀으로 이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에테나가 구축한 핵심 전략과 이를 모방하기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고, 향후 USDe 공급량을 250억 달러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분석한다.
USDe가 1달러에 페깅되어 있다는 점은 얼핏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에테나의 페깅 매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은행 예금 기반 달러 준비금 대신 ETH, BTC, SOL, ETH LSTs 등 여러 자산과, 국채 기반 자산(USDtb) 약 14억 4천만 달러 상당까지 활용한다. 그리고 선물이나 영구계약과 같은 주요 파생상품 시장에서 해당 담보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도(숏) 포지션으로 운용함으로써, 담보 가격이 오르내려도 선물에서 발생하는 이익 또는 손실로 이를 상쇄한다.
Source: Ethena Transparency Dashboard
ETH가 5% 상승하는 국면에서 헤지 비율이 조금만 틀어져도 수천만 달러의 위험이 노출될 수 있다. 반대로 새벽에 시장이 급락한다면, 그 즉시 담보를 보충하거나 포지션을 청산해야 한다. 이처럼 허용 오차가 극도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에테나는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이어진 급등락장에서 일일 헤징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데도 한 차례도 사고 없이(디페그, 마진 청산, 담보 부족 사례 모두 없음) 운영되어 왔다. 특히 바이빗(Bybit) 해킹 사태에서도 완전한 지급 능력(solvent)을 유지하며 담보를 전혀 잃지 않고 대응해 안정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전통적 헤지펀드였다면 리스크 관리 인력만으로도 한 층을 가득 채워야 할 수준의 변동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에테나가 이 모든 과정을 최소 인력으로 해내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이목을 끈다.
출시 후 불과 몇 달 만에, 에테나는 여러 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량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참여자가 되었다. 대규모 헤지 물량이 유동성과 호가 스프레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정작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나 ‘1달러’로 유지되어 왔기에 크게 주목받지 않았을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고이율(APY)에 관하여:에테나는 시장이 강세일 때 연 두 자릿수 이자율을 제공해 왔다. 일각에서는 테라·루나의 앵커 프로토콜(연 20%) 사례를 떠올리며 우려를 표했지만, 에테나의 이자는 신규 토큰 발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 펀딩 수익과 담보 스테이킹 보상 등 실제 시장 환경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용자가 ETH 1,000달러 상당을 예치하면, 대략 그만큼의 USDe를 발행할 수 있다. 동시에 프로토콜은 ETH 선물을 매도(숏 포지션)해, ETH 가격이 하락하면 숏 포지션 이익으로 담보 손실을 메우고, ETH 가격이 상승하면 담보 가치 상승으로 숏 포지션 손실을 상쇄한다. 그 결과, 전체 자산의 달러 가치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한편 영구 선물 시장에서 롱 포지션이 과열되면 숏 포지션인 에테나가 펀딩비를 수령해, 시장이 강세일 때 연 10% 이상의 이율을 실현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자체 보조금 없이 시장에서 발생하는 실제 차익에 기반한다.
이렇듯 대규모 헤지 포지션은 Binance, Bybit, OKX 등 주요 중앙화 거래소뿐 아니라 일부 탈중앙화 파생상품 프로토콜에도 골고루 배분된다. 단일 플랫폼 의존도를 낮춰 마진 한도나 거래소 장애에 대응할 여지를 마련해 두는 셈이다. 최근 거버넌스 제안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도 추가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Source: Ethena Transparency Dashboard
극심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에테나 트레이딩 팀은 고빈도 트레이딩(HFT)급 자동 매매 봇을 구동하여, 복수의 거래소에 분산된 포지션을 실시간으로 재조정한다. 이를 통해 USDe는 시장이 크게 출렁일 때에도 1달러 수준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또한 프로토콜은 예치된 자산을 초과담보화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USDe 발행량을 제한하는 장치를 두었다. Copper나 Fireblocks 등 커스터디 솔루션과 연동함으로써, 거래소 핫월렛에 대규모 자금을 계속 두지 않고 필요 시 신속히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혹여 특정 거래소가 부도나더라도 담보 대부분을 빠르게 이전해, 단 한 번의 사고로 전부 잃게 되는 사태를 막는다.
겉보기에는 “크립토 자산을 델타 중립으로 헤지하고, 펀딩 수익을 챙기면 그만 아닌가?” 싶겠지만, 에테나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해자를 구축해왔다. 먼저 신용과 신뢰 기반의 거래 한도 확보가 대표적이다. 에테나는 Copper, Fireblocks 같은 커스터디 업체와 Binance Ceffu, OKX 같은 주요 거래소와 협약을 맺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헤지를 오프체인에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소규모 프로토콜이 이처럼 대규모 마진과 크레딧 라인을 확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여러 거래소에서 동시에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점도 크다. 1,000만 달러 수준이라면 개인 트레이더가 간단한 스크립트로도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겠지만, 5억~10억 달러 규모로 커지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운용 능력이 필요하다. 각 거래소별 리스크 파라미터, 마진 규칙, 시세 변동 등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IT 인프라와 퀀트 역량이 필수다. 이론상 델타 중립 자체는 모방 가능하더라도, 50억 달러 규모로까지 스케일링해 무리 없이 유지해 온 선례는 사실상 에테나가 유일한 셈이다.
또한 펀딩비가 항상 양(+) 상태일 수는 없기에, 에테나는 시장 상황이 불리해지면 파생상품 포지션을 줄이고 스테이킹이나 스테이블 자산 위주로 전환한다. 펀딩비가 장기간 음(-)으로 유지될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예비 기금(Reserve Fund)도 마련해 두었다. 이는 시장 침체기에 무너진 수많은 고이율 프로토콜과 달리, 에테나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근간이 된다.
아울러 카운터파티(counterparty)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담보를 특정 거래소에 직접 보관하지 않고, Copper나 Ceffu 같은 커스터디 업체를 통해 관리한다. 어떤 거래소가 불안정해지면 에테나는 재빨리 포지션을 축소하고 담보를 오프체인으로 보호할 수 있어, 치명적인 손실을 최소화한다.
무엇보다 에테나는 여러 차례 극단적인 시장 변동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의 디페깅이나 포지션 청산 없이 1달러 가치를 지켜냈다. 이처럼 안정적인 성과 덕분에 기관 투자자나 브로커리지 업체(Securitize, BlackRock, Franklin Templeton 등)와의 협업이 꾸준히 이어졌으며, 이는 “델타 중립을 말로만 설명하는 것”과 “수십억 달러 규모로 실제 구현하는 것”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에테나가 추진하는 확장 전략은 USDe(화폐), 컨버지(Converge) 체인(네트워크), 그리고 유동성 집결(거래·파생) 구조가 한데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이미 USDe는 DeFi(Aave, Pendle, Morpho) 및 CeFi(Bybit, OKX) 영역에서 빠르게 수요 기반을 확립했다. 다음 단계로는 iUSDe라는 기관용 규제 버전을 선보여, 은행·펀드·기업 재무팀 등이 규제 제약 없이 USDe를 활용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전 세계 채권시장의 자금 풀에서 일부만 흘러들어도 USDe 시가총액이 2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의 핵심 메커니즘은 온체인 펀딩금리와 전통 금융 금리 사이에서 발생하는 재정거래(arbitrage)다. 스테이블코인 이율이 거시 경제의 기준 금리보다 의미 있게 높으면 자본이 몰려들어 균형을 맞추고, 그 반대이면 자금이 이탈하여 다시 균형에 근접한다. 이로써 USDe는 크립토 수익률과 거시 벤치마크를 이어 주는 ‘교차점’으로 기능한다.
Source: Ethena 2025: Convergence
또한 에테나는 텔레그램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반 사용자도 쉽고 간편하게 sUSDe와 같은 고수익 달러 자산을 접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와 함께 컨버지 체인은 DeFi와 CeFi를 아우르는 인프라로서, 다양한 프로토콜과 협업이 이뤄질 때마다 USDe 사용처와 유동성이 동반 성장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특히 sUSDe 이율이 실물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음의 상관관계) 특성이 주목된다. 예컨대 2024년 4분기, 미 연준이 금리를 0.75%p 인하하자 영구 선물 펀딩비가 약 8%에서 20% 이상으로 상승했다(출처). 이는 금리가 하락할수록 크립토 시장의 레버리지 수요가 커져, 숏 포지션을 운영하는 에테나 입장에서는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러한 확장은 단순히 단계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서로 맞물려 플라이휠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USDe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유동성과 수익 잠재력이 커지고, 이는 기관투자자 등을 끌어들이며 공급량이 증가하더라도 페그가 견고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물론 에테나가 ‘고수익 스테이블코인’ 혹은 ‘혁신적인 프로토콜’을 표방한 첫 사례는 아니다. 그러나 이토록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도 USDe를 1달러 근처로 철저히 유지해 낸 사례는 드물다. 내부적으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급 운용 조직에 버금가는 역량으로 영구 선물을 숏 포지션으로 운용하고, 담보 스테이킹까지 통합 관리한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달러 자산에 이자까지 붙는 간단한 금융 상품처럼 체감된다.
50억 달러 규모에서 250억 달러로 도약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규제·감독이 더 엄격해지고, 거래 상대방 리스크나 유동성 부족 사태 등 잠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14억 4천만 달러 상당의 USDtb를 포함해 다양한 담보 자산을 보유하고, 자동화·고도화된 시스템 및 검증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에테나면 이러한 장벽들을 극복할 기반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결국 에테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통념을 뒤엎는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극심한 크립토 시장 변동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전통 금융권조차 납득 가능한 인프라와 신용 체계를 갖춘 사례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기세가 이어진다면, USDe는 DeFi·CeFi·TradFi 세 부문 모두를 관통하는 단일 달러 자산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말 그대로, 금융업 전반에서 에테나의 USDe가 핵심 통화로 자리 잡는 미래가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