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 또는 국민배당(National Dividend, ND)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하였으며 1970년대 유럽에서 논의가 시작되어 2000년대에 들어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또 공공배당금(Common Allocation Gold)이라는 말도 있다.”
위의 정의처럼 UBI는 다른 외부 요인에 달라지지 않고 주어지는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모든 인간이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한다.”라는 골자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UBI 개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사회의 생산력은 점진으로 발전하고 갈수록 같은 양을 생산하려고 더 적은 양의 노동이 요구되므로, 노동의 대가로 주어지는 노동 비례 소득을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지탱할 수 없다.”
경제이성비판, 경제학자 앙드레 고르츠
주요한 이유는 위의 앙드레 고르츠의 주장처럼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의 생산력이 발전할 수록 노동의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이 추세가 더욱 더 가속화 되고 있다. AI가 발달하면 사람들의 노동이 감소할 것이고 이 때문에 노동을 통한 수입이 감소할 것이다. 이는 곧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모든 인간이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점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AI가 벌어들인 수입을 나눠야 하는 것이고 이게 곧 UBI의 개념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이 개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서울대 유기윤 교수 연구팀에서 발표한 2090년 사회 계급도에서는 0.003%의 플랫폼 관련자와 나머지 99.997%의 프레카리아트(일반 시민)으로 나뉘어지고 일반적인 노동 시장은 AI 로봇이 잠식한다고 예상했다. 결국 99.997%의 일반 시민은 노동의 소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AI 로봇이 가져오는 소득을 UBI로써 얻어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UBI와 관련하여 현재 OpenAI의 대표이사이자 월드코인의 공동 창립자인 샘 알트먼은 UBI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한 바 있다. 샘 알트먼의 UBI 프로젝트는 2019년에 시작된 3년 간의 실험으로, 미국 텍사스와 일리노이에서 저소득층 1,000명에게 매월 1,000달러씩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실험의 목표는 AI 및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하여 기본소득이 어떻게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참가자들은 재정적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고, 경제적으로 더 유연해졌다. 참가자들은 여가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경제적 압박 없이 더 나은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실험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감소했고, 일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주당 1.3시간 줄어들었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또한 참가자들은 건강과 관련된 혜택을 누리기는 했지만, 장기적인 건강 개선이나 의료 접근성의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기본소득이 개인의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사회의 더 넓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 자체를 주는 것은 결국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이 점은 UBI의 실행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UBI가 국가를 초월해서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고 실행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노동의 가치가 0 또는 그 가까이로 수렴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UBI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준비된다.
그런데 1번의 경우 그 시기가 언제 올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뿐더러,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과 시대상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할 수가 없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UBI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UBI를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의 조건은 무엇이고 이 조건을 만족하는 인프라는 어떤 것일까?
2.1.1 복합 경제형 시스템과 자본 경제형 시스템에서 돌아가기에 적합해야 한다.
현재의 인류 경제 시스템은 노동 경제형 시스템이 주를 이룬다. 노동자가 노동을 하고 그에 걸맞은 수입을 가져가는 형태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노동 비례 소득은 계속해서 그 가치가 줄어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AI가 발전을 하면 할 수록 이 흐름은 더 가속화 될 것이다. 결국 미래에는 전체 경제형 시스템 분포 중 노동 경제형 시스템의 분포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자본 경제형 시스템이 채우게 될 것이다. 때문에 UBI를 진행하는 인프라의 경우 미래를 내다보고 두 가지 시스템이 혼합된 복합 경제형 시스템과 자본 경제형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2.1.2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운영되야 한다.
미래로 가면 갈수록 경제 활동은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 활동은 화폐의 특성 상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유통될 수 있고, 속도가 빠르면 빠를 수록 더 좋은 경제 활동은 지구 상에서 물리적인 속도가 가장 빠른 빛을 이용하는 온라인에서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제 활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UBI 또한 자금 집행과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또한, UBI의 재등장 이유 중 하나인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며 그들 또한 경제 활동의 주체로서 활약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마치 인간이 바다보단 육지에서 활동하는 것이 기본인 것처럼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AI는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인간과 AI의 경제 활동의 주무대를 온라인으로 통일시킨다면 AI가 속해있는 기업이 UBI의 중간 다리를 담당하지 않고 AI가 직접 인간에게 UBI를 주는 등의 직접적 UBI 집행도 가능해지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위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인프라는 17년 전에 등장하여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가지며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블록체인이라고 생각한다.
2.2.1 블록체인은 복합 경제형 시스템과 자본 경제형 시스템에 적합한 인프라이다.
자본 경제형 시스템은 자본의 흐름을 통해 자산 소유자가 자산 운용을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자본 흐름을 근본적으로 지원하고,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본의 분배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자본의 분배와 소유 구조를 자동화하여 중개자의 역할을 최소화하여 UBI 과정에서도 은행이나 기업 등의 브로커가 없이 자본이 직접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특징은 노동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는 AI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인간들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블록체인 산업을 UBI의 인프라로 선택하여 발전시켜나간다면, 노동 경제형 시스템에서 자본 경제형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 현재 복합 경제형 시스템에도 바로 적용이 가능하고 추후 더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
2.2.2 블록체인은 온라인 인프라이다.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작동하는 분산 원장 시스템으로, 이는 물리적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자금이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UBI는 전 세계적인 규모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그 인프라는 글로벌한 디지털 시스템이 필요하며, 블록체인은 그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또한, 온라인 상에서 가동되는 블록체인은 물리적 금융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이나 복잡한 절차를 제거하여 UBI 자금 집행 과정을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무한에 가까운 계좌를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AI의 주체성 있는 경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현재 AI의 신원 확인까지는 어려울 수 있어도, UBI를 위한 부분적인 경제 활동 지원 인프라로써는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위의 근거로 블록체인은 자본 경제형 시스템에서 자본의 흐름을 혁신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인프라이며, 동시에 디지털 환경에서 글로벌한 자금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온라인 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UBI를 집행하기 위한 인프라로써 블록체인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Source: Unspash
이제껏 인류가 역사적으로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가 AI를 바탕으로 열리고 있다. 그 결과 사회 간 또는 국가 간 양극화에서 이제는 기계와 인류가 양극화의 주인공들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양극화는 국가의 복지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를 시킬 수 있었지만 AI와 인간의 양극화는 기계에서 인간으로의 부의 재분배라는 또 다른 복지 정책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UBI라는 개념은 많은 연구와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UBI는 다가오는 AI 시대에 꼭 필요한 복지 정책이지만, 현재 경제 시스템 하에서는 아직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꽤 있는 상황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식 노동 경제 시스템에 맞는 인프라가 아닌 온라인식 자본 경제 시스템에 걸맞는 인프라가 필요하고 이 역할은 블록체인이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블록체인의 존재 이유를 투자와 금융의 관점 이외에 복지의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AI의 엄청난 노동적 효율을 통해 인류사의 특이점을 이룩하고, 그 이득과 보상을 자연스럽게 인간과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블록체인이 닦는다면, 인류는 AI와의 공존이라는 또 하나의 진보를 달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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