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5일, @ethereum에서 이더리움 코어 개발자로 종사하고 있는 @peter_szilagyi는 아래와 같은 트윗을 올렸다.
Source: X (@peter_szilagyi)
내용을 요약하자면,@SpaceX와 같은 회사는 로켓을 화성에 보내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해도 인류가 배우고 진보하게 되는 반면, 암호화폐 산업은 마치 카지노와 같아서 가격이 오르면 기뻐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 산업이 인류에게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용한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암호화폐 업계는 가치 창출보다는 가치 추출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가치 없이 “금광이 없는 곳에서 삽만 파는 이런 산업”은 문을 닫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저 포스팅의 작성자를 가리고 보면, 블록체인 산업계를 그냥 강하게 비판하고 싶은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런데 무려 이더리움의 코어 개발자가 쓴 글이라는 점이 필자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블록체인 산업계의 중추라고도 여겨지는 이더리움의 한복판에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이곳이 마치 카지노 같다는 폭탄 발언을 한 셈이다. 그래서 위의 포스팅이 굉장히 아픈 곳을 콕 찝은 것 같다는 느낌은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그 때문일까, Peter의 글을 끝까지 읽고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발끈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한기와 함께 위기 의식이 같이 몰려왔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포스팅에 대한 반박과 블록체인 산업계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블록체인과 크립토 그리고 Web3 산업을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은 이 산업계가 “진짜 문제”를 해결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금융도 “진짜 세상”에 속해있고 여기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 또한 “진짜 문제”이다. 필자는 감히 블록체인 산업계가 금융의 디지털화 쪽에서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역설할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글로벌 부의 재분배는 현재 금융 시스템 중 그 어떤 것도 시도하지 못했고 결과를 내지 못했는데 블록체인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Source: Ultimate Guide to USDC Taxes
그 예시로, @goldfinch_fi와 같은 프로젝트는 #USDC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남미와 같은 지역에서 소외된 금융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이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 자산의 내재화, 디지털 자산의 유동화 그리고 부의 재분배 등 블록체인 금융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반응은 신생 산업에 대한 시기 어린 억측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Source: Namu Wiki
이번엔 Peter가 작성한 글의 내용으로 가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Peter가 언급한 블록체인 산업계가 카지노라는 표현은 잘못됐다. 확률로 점철된 돈 놓고 돈 먹기에 돈이 몰리는 것과 자신들만의 생각과 철학을 표현해내기 위해 여러 참여자들이 몸담고 있는 산업계로 돈이 몰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카지노에는 돈을 따면 거기서 빠르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게 가장 실력있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계에는 이상향 구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감이 투자의 형태로 오랜 시간 홀딩되어 있지 않은가. 결국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블록체인 산업계에 대한 이상과 철학 없이, 카지노 칩 같은 토큰들을 찍어내며 카지노 식의 운영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들은 퇴출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저런 근본 없는 프로젝트들은 걸러내고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로 투자금 등의 자본이 흘러가도록 자정작용을 좀 더 산업계 내부적으로 신경쓴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부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낯선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다만, 땅에 묻혀있는 보물을 발견하려면 묻혀있는 곳까지는 땅을 파야하는 것처럼 “낯선 가치”가 발견되려면 발견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낯선 가치”는 두 가지 경우로 발현될 가능성이 높은데, 하나는 수직적으로 더 깊은 연구를 통해 발견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평적으로 다른 분야와의 융합 시너지로 발견되는 경우이다.
특히, 어떠한 분야에서 발전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면 전자의 경우보단 후자의 경우에서 활로가 뚫리는 경우가 많다. 1972년, 프리먼 다이슨이라는 입자 물리학자와 몽고메리라는 수학자가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이들은 얘기 도중 정말 우연찮게 정수론과 입자 물리학 사이에 깊은 연관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서로의 연구 분야에 대해서만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분야에서 공통점을 찾아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만남은 수학과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연구의 길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도 수직적인 연구에 있어 무엇인가 정체된 느낌이 지금으로써는 많이 나고 있다. 이럴 때, 다른 산업 분야와 많은 소통과 의견 교환을 통해 융합 시너지를 찾는다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융합 시너지는 당장의 효과나 실용성을 끌어내진 못하지만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도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산업계가 계속해서 이 부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글에서 나온 비판이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 산업계는 계속해서 “진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냐고 물음을 받아왔다. 블록체인 기술이 혹은 크립토 생태계가 우리가 사는 곳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어떠한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물음 말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 물음에 명확히 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내부로부터의 날카로운 자성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록체인 업계를 무조건 내려치기 하고 돈에만 미쳐있는 카지노 놀음꾼으로 표현해서는 안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표현하는 의견이 일부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엄연히 산업으로 발전한 이곳을 일반화의 오류로써 단순히 매도하는 것은 넓게 봤을 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것에 대한 반성과 옳은 방향성을 찾으려 하는 좋은 의도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말이다.
AI나 VR, 로켓 같은 싱글 플레이어 도구들과는 달리, 블록체인은 멀티플레이어 네트워크로써 어답션이 서서히 이루어지다가 어느 순간 한 번에 폭발적으로 터지게 된다. 그 예시로, 예전에는 아무도 매일 수천 개의 데이터를 전송하길 원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프로토콜인 인터넷을 통해 그렇게 하고 있다. 그와 비슷하게, 아무도 매일 수백 건의 소액 결제를 하길 원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 존재하는 스테이블코인 덕분에 그렇게 하고 있다. 곧 우리는 매일 수백 개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정보, 자산, 지적 재산권을 거래하고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가고 있는 미래는 장미빛 미래이지만, 어쩔 수 없게도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AI는 60년대에 처음 등장했고 이제서야 매스 어답션에 도달한 것을 보면 블록체인에게 시간은 많다.
블록체인 산업계의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만들어왔다:
중앙 기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세계 최대의 슈퍼컴퓨터
글로벌 주권 디지털 화폐 및 자산
은행이 중개하는 송금 방식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안
연간 총 상품 거래액(GMV)에서 전 세계 예술 판매와 맞먹는 디지털 수집품 시장
현실 세계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있어 가장 크고 가장 발전된 플랫폼
인센티브 및 메커니즘 설계에 대한 수천 가지의 공개 논의
상대방 위험을 최소화한 금융 모델의 증명
디지털 자산 애호가들이 자발적으로 구축한 전 세계적인 통신 네트워크
놀랍고 활기차며 다양한 국제 산업
현대 기술 사회의 인류를 위한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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