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v4는 풀 단위 렌딩 모델을 폐기하고, 체인 단위 통합 유동성(Hub) + 모듈형 신용 마켓(Spoke) 구조로 전환했다.
유동성은 허브에서 통합되고, 담보·차입·청산 리스크는 스포크 단위로 격리된다. 자본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개선된다.
허브에서 형성되는 자산별 기준금리는 아베를 온체인 자금조달 기준(reference rate) 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이는 이미 시장에서 채택되고 있다.
반면 확장성과 활용도는 거버넌스 처리 속도, 인센티브 설계, 사용자 이해도에 크게 의존한다. 유동성 통합은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운영·조정 측면에서 새로운 관리 과제를 수반한다.
아베(Aave)는 디파이 생태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운용돼 온 핵심 금융 인프라 중 하나다. 단순히 온체인 대출 서비스라기보다는, 담보 기반 신용이 형성되고 유통되는 기본 메커니즘을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 아베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베의 변화는 개별 프로토콜 차원을 넘어, 디파이 전반의 유동성 배분 방식, 담보 활용 구조, 금리 형성 메커니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v4는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기능 개선이나 성능 최적화 정도로 보기에는 어렵다. 이는 아베 프로토콜 내부에서 유동성이 저장되고, 담보가 관리되며, 신용이 창출되는 방식 자체를 재설계한 아키텍처 개편에 가깝다.
본 글은 아베 v4의 작동 구조를 분석하고, 해당 아키텍처 변화가 디파이 신용 시장에 갖는 의미를 평가하는 한편, 동시에 새롭게 부각되는 트레이드오프를 함께 검토한다. 기존에 아베를 통해 자산을 예치하거나 담보 대출을 경험한 유저라면, v4가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화라기보다 시장 구조 차원의 전환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v2 및 v3는 각 렌딩 마켓이 독립적인 유동성 풀을 통해 운영돼야 한다는 설계 전제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이와 같은 풀 단위(pool-per-market) 구조는 초기 시장 형성 단계에서는 효과적인 접근이었다. 신규 자산이나 신규 마켓을 빠르게 개설할 수 있었고, 유동성 유치 또한 상대적으로 직관적이었다. 그러나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담보 자산의 유형이 다변화되면서, 해당 구조는 점차 자본 효율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요 문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유동성 파편화(Liquidity Fragmentation): 체인별, 자산별, 용도별로 다수의 풀에 자본이 분산되면서, 경제적 성격이 유사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상호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된다. 이는 시스템 전체 차원에서 유동성의 재배분을 어렵게 만든다.
비효율적인 자본 활용(Utilization Inefficiency): 각 풀은 독립적인 수요·공급 곡선을 갖기 때문에, 개별 풀 단위에서는 차입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다른 풀에 존재하는 유휴 자본을 활용할 수 없다. 그 결과 일부 마켓은 과도한 금리 변동성을 보이는 반면, 프로토콜 전체로 보면 상당한 자본이 비활성 상태로 남는다.
중복된 리스크 설정과 거버넌스 부담: 오라클, 담보 자산 구성, 금리 모델, 청산 파라미터 등을 마켓별로 반복 설정해야 한다. 이는 거버넌스의 의사결정 부담을 증가시키고, 신규 마켓 도입 속도를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낮은 컴포저빌리티(Composability): 복수의 담보 자산이나 전략을 결합하려면 여러 풀을 오가야 하며, 이는 브릿징, 수동 리밸런싱, 단절된 사용자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일반 사용자뿐 아니라 금융 상품을 설계하는 빌더 입장에서도 높은 마찰 비용을 발생시킨다.
금리의 비표준화(No Rate Standardization): 풀마다 상이한 금리 곡선이 형성되면서, 아베 전체를 대표하는 기준 금리(reference funding rate)를 정의하기 어렵다. 이는 아베를 신용 벤치마크로 활용하려는 기관 투자자나 구조화 금융 상품에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실증적으로도 확인된다. 아래 표에 포함된 자산들은 모두 ETH 기반 담보 자산으로 경제적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v3 구조 하에서는 서로 다른 풀로 분리돼 극단적으로 상이한 활용률을 기록한다. WETH 풀은 약 70% 수준의 차입 활용률을 보이는 반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LST 담보 자산 풀은 유동성 파편화로 인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수익률(APY)에 머무는 경우가 빈번하다.
Morpho나 Euler와 같은 렌딩 프로토콜은 이러한 비효율을 인식하고, 각각 유동성 매칭 구조(Morpho)나 리스크 격리 방식(Euler)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다만 이들 역시 풀 단위 모델을 전제로 한 구조적 제약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는 못했으며, 기존 프레임워크 내에서의 최적화에 가까운 접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베 v4는 기존 렌딩 마켓 구조의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과 마켓 로직을 분리(decouple)한다. v4에서 아베는 더 이상 개별 렌딩 풀들의 집합이 아니라, 공통의 유동성 기반 위에서 다수의 신용 마켓이 작동하는 구조로 재정의된다. 이로써 유동성은 통합되고, 리스크는 모듈화되며, 자본 활용은 풀 단위가 아닌 체인 전체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아베 v4는 기존의 파편화된 풀 모델을 폐기하고, 허브(Hub)와 스포크(Spoke)로 구성된 이원화된 아키텍처를 도입한다. 허브는 유동성과 회계를 담당하고, 스포크는 사용자 인터랙션과 신용·리스크 로직을 담당한다.
Source: Aave docs
허브(Hub): 각 체인에는 단일 허브가 존재하며, ETH, USDT, USDC, GHO 등 프로토콜에 예치된 모든 자산은 회계적으로 이 허브에 집적된다. 허브는 자산별 총 공급 및 차입 규모를 집계하고, 활용률(utilization)에 기반한 기준 금리를 산출하며, 시스템 차원의 제약 조건(총 차입 ≤ 총 유동성)을 집행한다.
사용자는 허브에 직접 예치하지 않지만, 스포크를 통해 예치된 자산은 허브의 공통 유동성 풀에 반영된다. 또한 허브는 각 스포크에 대해 자산별 공급 한도 및 차입 한도(credit/debit limits)를 설정함으로써, 스포크가 활용할 수 있는 유동성 범위를 규율한다.
스포크(Spoke): 스포크는 개별 렌딩 마켓에 해당하며, 담보 자산 구성, 청산 규칙, 리스크 파라미터 등 신용 로직 전반을 독립적으로 정의한다. 스포크 자체는 유동성을 보유하지 않으며, 허브에 집적된 공통 유동성을 거버넌스가 설정한 한도 내에서 사용한다. 스포크는 LST 레버리지 마켓, RWA(실물자산) 기반 신용 모듈, 기관 전용(permissioned) 마켓, 또는 복수의 허브에 접근하는 고급 멀티-허브 스포크 등 다양한 형태로 설계될 수 있다.
공급·차입 한도(Supply & Borrow Caps): 각 스포크는 허브 자산별로 설정된 공급 및 차입 한도 내에서만 유동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스포크 단위의 리스크를 통제하는 내부 신용 한도(internal credit limits)에 해당하며, 유동성 통합의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리스크 전이를 제한하는 핵심 장치다.
금리 구조(Interest Rates): 모든 스포크는 허브에서 결정되는 자산별 기준 금리(base rate)를 공통적으로 상속받는다. 여기에 스포크 내부 담보 구성과 리스크 프로파일에 따라 리스크 프리미엄이 추가된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담보(WETH 등)를 사용하는 차입은 기준 금리에 근접한 금리를 적용받는 반면, 변동성이 높은 담보(예: USDe)를 활용하는 경우 더 높은 가산금리가 부과된다. 즉, 기준 금리는 통합되지만, 가격 결정은 스포크 단위로 세분화된다.
사용자 포지션(User Positions): 사용자의 포지션은 항상 스포크 단위로 분리된다. 공급, 차입,HF(Health Factor), 청산 조건, 리스크 프리미엄은 모두 해당 스포크 내부에서만 계산된다. 한 스포크에 예치된 담보는 다른 스포크의 차입을 보증할 수 없다. HF는 담보 가치 대비 차입 규모를 기준으로 산출되며, 1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청산 대상이 된다.
포지션 매니저(Position Managers): 포지션 매니저는 여러 스포크에 걸친 리밸런싱이나 재차입 등의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는 도구다. 다만 이는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기능으로, 담보나 건강도 지표를 스포크 간에 통합하지는 않는다. 리스크 격리는 유지된다.
완전한 무허가 구조는 아님: 스포크는 공유 유동성을 소비하기 때문에, 신규 스포크의 생성과 공급·차입 한도 설정은 거버넌스 승인 대상이다. 이는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신, 완전한 퍼미션리스 확장에는 일정한 제약을 둔다.
v4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v3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과 차입이라는 기본 행위는 유지되며, 담보 기반 차입 구조 또한 기존과 동일하다. 그러나 유동성이 작동하는 방식의 변화로 인해, 동일한 사용자 행위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v3와 질적으로 달라진다. 이를 보다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v3와 v4에서의 공급자–차입자 거래 과정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v3
v3 구조에서 공급자는 특정 렌딩 풀에 자산을 예치하고, 해당 풀 내부의 차입 수요와 활용률에 따라 수익률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철수가 이더리움 메인 마켓에 USDC를 예치할 경우, 해당 풀의 활용률이 낮으면 전체 프로토콜 차원에서 차입 수요가 존재하더라도 수익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차입자 입장에서도 제약은 유사하다. 영희가 wstETH를 담보로 USDC를 차입하고자 할 경우, LST 전용 마켓이 별도의 풀로 운영된다면, 해당 풀의 TVL 규모에 따라 차입 한도와 금리가 크게 좌우된다. 즉, 담보 로직은 분리되고, 유동성 역시 분리된 구조가 차입 조건을 직접적으로 제한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신규 마켓을 개설할 때마다 독립적인 유동성 유치가 필요하다. 별도의 인센티브 설계와 TVL 경쟁 없이는 마켓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고, 이는 마켓 확장 속도를 구조적으로 저해한다.
v4
v4에서는 사용자가 자산을 예치하는 대상은 여전히 스포크이지만, 해당 자산은 회계적으로 허브의 공통 유동성 풀에 반영된다. 그 결과 공급자는 특정 마켓의 활용률이 아니라, 체인 전체 단위에서 형성되는 기준 금리에 연동된 수익률을 적용받는다.
차입자 역시 동일한 스포크 내부에서 담보를 설정하고 차입을 수행하지만, 차입에 사용되는 유동성은 스포크 단위가 아닌 허브 단위에서 제공된다. 이는 담보 로직과 리스크 관리는 분리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차입 한도와 금리가 개별 마켓의 TVL에 의해 인위적으로 제약되지 않도록 만든다.
이제 거버넌스가 토큰화 국채나 특정 RWA를 담보로 하는 신규 스포크를 승인하면, 해당 마켓은 별도의 유동성 부트스트래핑 없이 즉시 기존 허브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다. 기존 공급자는 추가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자산이 새로운 마켓의 차입 수요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v4에서는 스포크가 허브의 공통 유동성, 검증된 청산 인프라,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마켓을 설계할 때 유동성 유치와 기본 인프라 구축이 더 이상 제약 사항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 결과, 개발자는 담보 구조, 차입 조건, 금리 설정, 만기 구조 등 마켓 고유의 신용 설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v4는 v3 구조에서는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려웠던 새로운 마켓 유형들을 가능케하는데, 대표적인 유스 케이스들은 다음과 같다:
펜들(Pendle)의 PT(Principal Token)를 담보로 하는 신용 마켓처럼, 기존 풀 구조에서는 유동성 파편화로 인해 성립하기 어려웠던 특정 파생 담보 기반 차입 시장
유니스왑(Uniswap)·커브(Curve) 등 AMM 풀의 구성 및 변동성을 반영해 LTV를 동적으로 조정하는 LP 토큰 담보 신용 마켓
sUSDe나 특정 RWA 자산을 담보로 하되, 해당 리스크를 별도의 스포크로 격리한 전용 신용 마켓
차입·대출을 만기 기준으로 매칭하는 고정 만기(fixed-tenor) 신용 구조, 단 활용되지 않는 유동성은 허브에서 계속 이자 획득
담보 흐름이나 채권 성격을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2차 채권(secondary debt) 성격의 신용 상품
이러한 마켓들은 v3에서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했으나, 각 마켓마다 독립적인 유동성 풀을 구성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높은 코스트와 유동성 비효율로 인해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v4에서는 신규 마켓이 별도의 TVL을 경쟁적으로 유치할 필요 없이, 이미 존재하는 공통 유동성 기반 위에서 작동할 수 있다. 이는 마켓 확장의 방식이 “기존 마켓과의 유동성 경쟁”에서 “동일한 인프라 위에서의 기능적 분화”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v4의 구조적 변화는 개별 렌딩 마켓의 효율 개선을 넘어, 프로토콜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한다. 유동성이 허브에 통합되고, 마켓 로직이 스포크로 분리되면서, 아베는 더 이상 독립적인 렌딩 풀들의 집합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대신 다수의 신용 마켓이 공통 유동성 기반을 공유하는 통합 자금조달 구조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한다.
이러한 구조는 전통 금융 시장에서는 낯설지 않다. 레포(repo) 시장, 트라이파티(tri-party) 담보 시스템, 프라임 브로커리지의 자금 제공 구조, 머니마켓펀드(MMF), 딜러의 단기 자금조달 메커니즘 등은 모두 자본이 하나의 통합된 기반에 모이고, 개별 데스크나 전략이 그 위에서 자금을 활용하는 구조를 갖는다. 아베 v4는 이러한 조직 원리를 온체인 환경에 맞게 프로그램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v3 구조에서는 각 렌딩 마켓이 독립적으로 유동성을 유치해야 했다. 토큰화 국채, LST 레버리지, RWA 담보 신용, 핀테크 대출 레일 등 신규 마켓을 개설할 때마다, 별도의 배포·설정·유동성 인센티브 설계가 반복됐다. 그 결과 유동성은 다수의 풀로 분산됐고, 자본 활용은 구조적으로 제한됐다. v4에서는 사용자가 스포크에 예치한 자산은 회계적으로 허브에 통합되며, 각 스포크는 거버넌스가 설정한 공급·차입 한도 내에서 동일한 자금 기반에 접근한다.
이 구조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신규 마켓은 독립적인 TVL 유치 없이도 작동할 수 있다.
오라클, 금리 곡선, 청산 인프라 등 핵심 구성 요소의 중복이 제거된다.
마켓 확장 속도는 유동성 경쟁이 아니라, 신용 설계와 리스크 정의의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기관 전용 스포크의 경우, KYC·담보 분리·리스크 필터링을 유지하면서도 공통 유동성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거버넌스는 단순한 파라미터 관리자가 아니라, 자금 배분과 리스크 노출을 조정하는 중앙 관리자로 기능한다. 각 스포크에 부여된 한도는 내부 신용 라인과 유사한 역할을 하며, 개별 마켓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그 결과, 아베의 허브는 다수의 신용 마켓이 의존하는 공통 자금 원천, 즉 온체인 상의 도매 자금조달 기반(wholesale funding base)에 가까운 성격을 띠게 된다.
v3 환경에서는 동일한 자산이라 하더라도 마켓별로 상이한 금리 곡선이 형성됐다. USDC와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여러 풀에 분산돼 있었고, 각 풀의 활용률과 인센티브 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차입·공급 금리가 동시에 존재했다. 이는 아베를 일관된 자금조달 비용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 장애 요인이었다.
v4에서는 이자 누적과 기준 금리는 허브에서 자산 단위로 결정되며, 각 체인마다 하나의 기준 금리 곡선이 형성된다. 스포크는 이 기준 금리를 상속받고, 담보 구성과 리스크 프로파일에 따라 가산금리(리스크 프리미엄)를 적용한다. 이로 인해 아베는 렌딩 플랫폼을 넘어 온체인 자금조달 비용을 관측할 수 있는 기준점(reference funding rate)으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역할은 이미 실제 사례로도 확인된다.
코인데스크(CoinDesk)는 2025년 CDOR(CoinDesk Overnight Rates)를 출시하며, 아베의 USDC·USDT 금리를 디파이 단기 자금조달 시장의 기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전통 금융에서 SOFR가 수행하는 역할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캡(Cap)은 아베의 금리를 자체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의 기준 시장 금리로 활용하며, 잉여 자산을 아베에 자동 배치한다.
Level USD는 아베를 핵심 유동성 레이어이자 신뢰 가능한 수익률 기준으로 명시하고, 자본 배분 로직을 이에 연동하고 있다.
플라즈마(Plasma) 역시 사전 예치 자금을 아베에 배치함으로써,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온체인 자금조달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인정했다.
v4의 허브 단위 구조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한다. 체인별로 통합된 기준 금리가 형성되고, 해당 금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용 상품과 구조화 금융이 파생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아베의 약 320억 달러 수준의 TVL은 이러한 기준점으로서의 기능이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충분한 규모를 제공한다. 다만, 각 체인마다 허브가 분리돼 있다는 점에서, 이 기준 금리는 글로벌 단일 금리라기보다 체인 단위 기준금리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v4의 의미는 개별 기능이나 성능 개선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의 행태 변화에서 나타난다. 유동성과 신용 로직이 분리되면서, 아베는 더 이상 하나의 렌딩 상품이 아니라 다수의 신용 마켓이 의존하는 기반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이 구조 하에서는 마켓 간 경쟁의 축이 달라진다. 각 마켓은 예치 자산 유치를 두고 경쟁하기보다, 담보 설계, 리스크 관리, 사용자 경험, 신용 조건의 정교함을 중심으로 경쟁하게 된다. 자금조달은 공통 기반으로 제공되고, 차별화는 신용 구조에서 발생한다. 전통 금융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가 헤지펀드 전략으로부터 자금조달을 분리했고, 레포 시장이 딜러 유동성을 중앙화했으며, 트라이파티 시스템이 담보 정산을 표준화했던 것과 유사한 변화다. 자금은 인프라로 수렴되고, 전략과 상품은 그 위에서 분화된다.
아베 v4는 이러한 분업 구조를 온체인 상에서 구현하는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디파이 렌딩이 단일 애플리케이션의 경쟁 단계를 넘어, 금융 인프라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베 v4는 기존 디파이 렌딩 프로토콜들이 채택해 온 유동성 파편화 모델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가장 큰 차별점은 체인 단위로 통합된 유동성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신용·리스크 로직을 모듈화된 스포크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다른 프로토콜들이 퍼미션리스 구조, 단순성, 혹은 특정 자산군에 대한 특화 중 하나를 선택해 온 반면, 아베 v4는 자본 효율성과 통제된 확장성(controlled extensibility) 사이의 균형을 지향한다. 이로 인해 아베는 현재 디파이 생태계에서 유동성 통합, 모듈형 신용 마켓, 체인 단위 기준금리 형성을 동시에 구현한 유일한 아키텍처로 평가할 수 있다.
아래 표는 주요 디파이 렌딩 모델 간의 구조적 차이를 요약한 것이다.
아베 v4는 기존 구조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소하지만, 허브–스포크 아키텍처는 새로운 제약과 운영상 병목을 동반한다. 이는 설계 결함이라기보다는, 유동성 통합이라는 선택이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구조적 트레이드오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거버넌스 처리 속도가 확장의 상한선을 규정: 스포크가 모듈화되었다 하더라도, 신규 마켓은 여전히 거버넌스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담보 자산 온보딩, 공급·차입 한도 설정, 리스크 프리미엄, 금리 파라미터, 오라클 구성 등은 모두 사전 검토 대상이다. 이 과정은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보수적으로 설계돼 있으나, 결과적으로 신규 스포크 확장의 속도는 아키텍처가 아니라 거버넌스 처리 능력에 의해 제한된다.
사용자 포지션은 여전히 스포크 단위로 분리: 유동성은 허브에서 통합되지만, 담보 설정과 차입 포지션은 스포크별로 완전히 분리된다. 공급, 차입, HF, 청산은 모두 해당 스포크 내부에서만 계산되며, 한 스포크의 담보가 다른 스포크의 차입을 보증할 수는 없다. 따라서 사용자 관점에서는 여전히 복수의 신용 환경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구조로 인식될 수 있다.
고급 기능(멀티 허브 스포크)의 현실적 활용 범위: v4는 복수의 허브에 접근하는 멀티 허브 스포크를 기술적으로 허용하지만, 이는 복잡한 담보 로직, 교차 허브 청산 규칙, 고도화된 리스크 모델링, 엄격한 감사와 거버넌스 조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이러한 구조는 아베 코어 팀이나 소수의 고신뢰 파트너에 의해 제한적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유동성 통합에 따른 인센티브 왜곡 가능성: 유동성이 통합될 경우, 특정 스포크가 높은 인센티브(보조금, 포인트, 추가 수익 등)를 제공하면, 한도 설정이 보수적이더라도 자금 흐름이 급격히 쏠릴 수 있다. 이는 다른 스포크의 활용률 저하, 기준금리 변동성 확대, 체인 전체 APY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리스크 전이와는 구분되는 문제로, 인센티브 설계의 왜곡이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새로운 관리 과제를 제기한다.
요약하면, v4는 구조적으로 더 효율적이지만, 그 효율성은 거버넌스, 인센티브 설계, 사용자 이해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아베 v4는 디파이 자금조달 시장의 구조적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유동성을 허브에 통합하고, 신용·리스크 로직을 스포크로 분리함으로써, 아베는 독립적인 렌딩 풀들의 집합에서 통합 자금조달 레이어로 이동한다. 이러한 구조는 신규 신용 마켓, 기관 전용 대출 창구, RWA 기반 금융 상품, 그리고 보다 일관된 금리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이는 전통 금융에서 관찰되는 자금조달 인프라와 상품 설계의 분업 구조와도 유사한 방향성을 갖는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가 기존 아베의 핵심 강점이었던 리스크 격리와 시스템 안정성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스포크 단위의 리스크 분리는 유지되며, 허브는 자금 흐름과 회계를 통합 관리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디파이 시장이 점차 모듈형 신용 구조, 공유 유동성, 기준금리 중심의 금융 상품 설계로 이동한다면, 아베 v4는 그 전환을 가장 선도적으로 반영한 모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