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존에 크립토를 이끌어 온 네러티브 게임의 룰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네러티브 게임 그 자체에 대한 메타 인지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밈 코인 열풍은 기존 문화에 대한 직설적인 풍자를 의미한다.
더 이상 크립토 산업에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하지 못 하는 데에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으며, 블록 공간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탄생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크립토의 가장 큰 강점은 어떤 아이디어에도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최근 크립토 시장에서는 관심 경제와 투기적 특성을 활용한 밈 코인, 소셜 트레이딩, 예측 시장 등 새로운 형태의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다양한 온체인 어플리케이션과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에게 투기는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이다. 사회적으로 높아져 가는 투기적 수요는 소위 '디젠'으로 불리는 사용자 유입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온체인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기를 넘어서는 제품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투기적 수요로 유입된 사용자를 서비스의 핵심 가치로 전환시키고, 지속 가능한 토큰 경제를 구축하며, 궁극적으로는 투기를 넘어서는 소셜 그래프와 제품 가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크립토 산업은 마치 화성에 카지노를 짓는 일과 같다. 화폐의 정의부터 어플리케이션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기존에 사회가 구축한 시스템과 메커니즘은 크립토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맞춰 고안되고, 재해석 된다. 크립토는 단순히 기술적인 수단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그리고 사회적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자유주의자에게 크립토는 시장의 완전한 경쟁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사이퍼펑크에게 크립토는 검열 저항성을 가진 가치 교환의 네트워크이다. 기업가에게 크립토는 다음 세대의 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이다. 그리고 트레이더에게 크립토는 끊임 없는 도파민과 잠재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원천이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크립토라는 산업이 구축하게 될 카지노의 모습과 역할은 상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크립토라는 산업이 불러오게 될 미래가 어떤 모습일 것으로 기대하는가?
Source: Delievery at Dawn | a 4844 film
이제 절반을 지난 2024년은 특히나 크립토 산업이 가진 다면적인 특성이 부각된 다사다난한 해였다. 비트코인은 ETF가 승인되며 제도권 편입을 인정 받았다. 이더리움은 EIP-4844를 포함한 덴쿤 업그레이드에 성공했고, 롤업은 이제 연구 단계를 지나 실제 프로덕트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솔라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화려한 부활을 알렸으며, 작년 말 부터 이어진 상승장은 밈 코인과 셀럽 코인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어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DeFi 분야의 약진과 함께 Fantasy, pump.fun 등 SocialFi 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나타났고, 리스테이킹, AI 등의 새로운 네러티브가 등장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시장은 지난 침체기에 비해 눈에 띄게 활발해 졌으나, 그 어느 때보다 산업에 대한 양분된 시각이 공존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밈 코인을 의미 없는 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할 때, 반대 측에서는 새로운 GTM이자 관심 경제 모델의 출현을 강조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네러티브와 인프라의 발전을 예찬할 때, 반대 측에서는 높은 FDV와 지나친 엘리트주의에 대한 피로감을 표했다.
Source: Fractal Lives
2008년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래로, 크립토 산업은 그 어떤 산업과 비교해도 가장 굴곡진 경로를 따라 현재에 도달했다. 여러 차례의 성장과 몰락을 겪었고 사람들의 관심이 꺼져갈 때 즈음이면 화려하게 부활해 새로운 네러티브와 하이프를 만들어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크립토 산업이 발전하는 경로는 무수히 많은 시나리오와 경우의 수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글은 지금까지 크립토라는 산업을 이끌었던 네러티브 게임, 최근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트렌드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모든 것은 비트코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래로 크립토 산업은 수 많은 발전과 변화를 겪었지만, 아직도 비트코인은 산업 전체에 대한 인덱스로 기능하고 있다.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은 1.2조 달러로, 전체 자산 군 중 10위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은 ETF 출시 승인까지 이어지며 ‘디지털 금’이라는 위상을 다시 한 번 굳건히 했다. 하지만 1.2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시가 총액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비트코인이 영업 이익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라기 보다, 희소성과 정통성을 지닌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결제 네트워크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조차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의 절반에 미치지 못 한다.
Source: Visions of Bitcoin
비트코인이 처음부터 현재의 ‘디지털 금’이라는 지위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위 그래프는 시간에 따라 비트코인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변화했는 지 보여주고 있다. 출시 초기, 비트코인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전자 화폐 또는 저렴한 송금 네트워크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2010년대 초기에는 다크넷 화폐라는 인식 또한 큰 기조를 형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통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네러티브는 교환의 매개체(Medium of Exchange)에서 가치 저장의 수단(Store of Value)으로 변화해 갔다. 해당 그래프의 후반부인 2018년에는 비트코인에 대한 여론이 송금 네트워크 보다 자산 군으로서의 네러티브에 훨씬 더 치우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이후의 데이터는 위 그래프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도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이라는 네러티브는 유효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강화 되었을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통해 파고든 맹점은 화폐의 본질과 의의가 사회적 합의에 기인한다는 점이었다. 블록체인은 참여자들 간 사회적 합의를 암호학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이며, 해당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들 간에 얼마나 깊은 사회적 합의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기인한다. 만약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의 수단이라는 네러티브가 아닌 결제 네트워크 또는 다크넷 화폐로만 인식 되었다면 현재의 가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가진 의의와 성공 사례는 이후 탄생하게 된 프로토콜과 토큰들에 절대적인 귀감이 되었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크립토 시장의 대부분의 토큰들은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와 가치 교환의 수단이라는 자산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여기에 더해 블록체인의 검열 저항성과 비허가적인 특성은 누구나 토큰을 발행하고 다른 이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제공했다. 이들의 토큰을 가치를 증대 시키기 위한 방법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비전에 공감하고, 가치가 높다고 인식하는 것이었다.
Source: X(@alphanonceStaff)
이는 ‘네러티브 게임’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크립토 산업 뿌리 깊이 자리 잡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단 크립토 뿐 아니라, 산업 형성 초기에 실제 사용자에 제공하는 가치보다 미래 잠재력의 가치가 더 높게 인식되는 사례는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크립토만큼 네러티브 게임이 지배적인 전략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네러티브에 기반한 마케팅과 시장 진입 전략은 과거 ICO 열풍 당시 너도 나도 백서를 발간하던 시기를 지나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크립토 산업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철학자, 연구자 그리고 계몽가들이었으며 그들을 우상화(Idolize)하는 문화는 이 산업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였다.
게다가 크립토 시장의 대부분의 참가자들 또한 투자자와 트레이더로 이루어져 있는 덕에 네러티브 게임은 특히나 탁월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크립토의 네러티브 게임은 단순히 그들의 마케팅 캠페인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크립토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누구나 어떤 아이디어든 토큰화하고 경제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비허가성과 소유권에 있다. 얼마나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네러티브를 제시하는 가는 그들의 시장 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핵심 요인이었다.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이 늘어날 때면 트레이더들은 지치지 않고 다음 네러티브를 찾아 배회했고, 프로젝트는 이들이 원하는 네러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끊임 없는 루프를 만들었다. 크립토 산업에는 새로운 네러티브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사이클이 이어졌고 성장이 지속되었다.
Source: X(@intuitio_)
올해 초부터 이어진 밈 코인 광풍은 크립토의 네러티브 게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례 중 하나이다. 긍정적인 시장 환경으로 촉발된 밈 코인과 셀럽 코인은 시장에서 적지 않은 반향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다 할 효용이나 비전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밈 코인과 셀럽 코인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결국 네러티브 게임이 시장을 움직이는 지배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노골적인 시인이다.
또한 밈 코인이 주목 받은 데에는 투기의 목적과 더불어, 지나친 복잡성을 추구하는 엘리트 주의와 편파적인 시장 환경에 대한 비판 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산업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기술적 혁신을 주장할 수 있는 새로운 네러티브는 점차 희소해졌고, 이 과정에서 미미한 수준의 차별성을 가지고 혁신을 주장하는 경우가 빈번해져 갔다. 이는 플랫폼의 플랫폼, 블록 공간의 과다 공급, 그리고 반복되는 네러티브에 대한 피로감을 야기했다. 여기에 더해 주요 프로젝트들이 출시도 전에 VC들로부터 과다한 밸류에이션을 부여 받으며 적은 유통량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세태는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이 네러티브 게임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Source: X(@gainzy222)
하지만 네러티브의 의미, 그리고 참여자들이 이를 소비하는 방식은 조금씩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네러티브를 제창하고, 이를 이용해 높은 시가 총액을 정당화 하는 기존의 플레이북이 언제까지 잘 동작할 수 있을지는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비트코인 가격이 아무리 오른다 한들, 기술적 혁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주 단위로 탄생하는 구조가 영속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크립토 시장이 기술적 혁신이나 자본 효율성 등을 근거로 한 땀 한 땀 새로운 네러티브를 만들어 냈다면, 이제는 시장 참여자들이 네러티브 게임 그 자체에 대한 메타 인지를 갖추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크립토의 네러티브 게임은 매우 양극화 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쪽에서는 더 이상 시장에 새로운 혁신과 네러티브가 이전처럼 활발하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개탄한다. 반대 쪽에서는 하루 하루 새롭게 등장하는 밈 코인과 인플루언서에 열광했다가 거품처럼 꺼지는 것을 반복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변화를 더욱 분명하게 목격하게 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크립토의 네러티브 게임은 분명 이 산업을 이루는 근간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단지 토큰 가격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기와 투기로 점철되고 규제의 압박 하에서 크립토 산업은 자신의 존재의 이유와 잠재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와 비전을 필요로 했다. 많은 이들이 블록체인과 Web3의 비전에 공감했고 이들이 현재의 크립토 산업을 일구어냈기에 지금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와 Web3가 가진 비전과 잠재력에 비해 기술적 한계는 너무나 명확했다. 충분한 수준의 보안과 검열 저항성을 보유한 네트워크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이 동작하기에는 너무나 느리고 비쌌다. 지난 DeFi와 NFT 여름 당시 이더리움에서의 트랜젝션을 한 번 발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달러를 가볍게 넘기는 수준이었다.
Source: Rollup.wtf
하지만 이후 블록체인은 엔지니어와 연구자들에 의한 기술적 발전이 꾸준히 이어졌고, 이제는 안전하고 확장성을 갖춘 블록 공간을 당연히 여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대부분의 L2나 고성능 체인에서 요구하는 트랜젝션 수수료는 $0.01 미만이며, 속도 면에서도 일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 이상 검열 저항성과 저렴한 블록 공간을 가진 새로운 블록체인은 어떠한 차별성도 제공하지 않으며, 수수료만 내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Source: The Myth of The Infrastructure Phase
산업 전체를 놓고 볼 때,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는 16년, 이더리움이 등장한 지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간 크립토 산업은 몇 차례의 인프라와 어플리케이션 사이클을 지나갔고, 기술적인 발전과 과욕이 불러온 몰락을 경험했다. 산업이 형성된 초기에는 수요의 부족과 연구 개발에 소요되는 자원으로 인해 비교적 느린 속도의 발전만이 이루어졌다. 2020년 DeFi와 NFT 열풍 당시,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수요는 높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시스템이 부재했고, 우리는 안정적이고 확장성 있는 인프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2022년 이후 찾아온 하락장과 크립토 윈터는 역설적으로 블록체인 시스템의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급격한 발전의 시기였다. 롤업과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 ZK 등이 이제는 연구 단계를 지나 상용화 단계에 자리 잡았으며, 시장의 적극적인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솔라나와 같은 통합형 체인은 저렴하고 빠른 특징을 바탕으로 신규 사용자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수이와 모나드 등 고성능 체인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어플리케이션의 출시와 함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프라와 어플리케이션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다. 둘 중 어떤 게 우선하거나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플리케이션은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한 영감을 불어 넣으며, 발전된 인프라는 새로운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유튜브의 탄생이 1995년이 아닌 2005년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프라가 충분히 보급되었기 때문이며, 또한 브로드밴드의 보급은 이전에 아마존, 이베이 등 다른 닷컴 비즈니스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Source: X(@Imrankhan)
아직도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기술적인 개선의 여지는 충분히 많이 남아있으며, 사용자 경험의 개선과 보안을 갖춘 네트워크가 더욱 보편화 되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간 크립토 산업의 네러티브 게임의 초점이 기술적인 개선과 사상적 이념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제는 크립토 산업에서도 어플리케이션이 인프라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을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블록 공간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탄생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대로 크립토 산업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네러티브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자리 잡고 있었고, 프로토콜 레이어에 가치 축적이 집중되는 Web3 환경에서는 더욱 그 경향성이 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크립토 산업에서는 플랫폼과 인프라에 대한 선호도가 관성처럼 이어지고 있으며,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지연되고 실제 사용자에 대한 임팩트는 평가 절하되었다.
Source: Vitalik Buterin (EthCC 2022)
올해 초 이더리움의 덴쿤 업그레이드 이후 비탈릭 부테린은 향후 크립토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
"이제는 우리는 확실히 이 S-곡선의 우측에서 감속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2주 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있어서 가장 큰 두 가지 변화인 지분 증명으로의 전환과 Blob 아키텍처로의 재설계가 완료되었습니다. 추가적인 변화들 역시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분 증명과 샤딩만큼 극적이지는 않습니다. …(중략)… 이더리움의 첫 10년은 대체로 트레이닝에 해당하는 기간이었습니다: 목표는 이더리움 L1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키는 것이었으며, 어플리케이션들은 주로 소수의 열정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만 사용되었습니다."
"이것이 개발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낮은 기준을 설정하고, 실제로 확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토타입으로서 기능하고 적당히 탈중앙화되어 있으면 그만인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사이퍼펑크적이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으며, 실은 앞으로도 필요하게 될 대부분의 도구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Source: X(@QwQiao)
영역 별로 나눠서 보자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이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서의 토큰과 결제 수단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DeFi 분야는 수렴하는 단계에 접어들 만큼 성숙한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온체인의 기축 통화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남미 등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는 실물 경제에도 적극적인 도입이 일어나고 있다. DeFi 분야 또한 환멸 단계를 지나, 주요 프로젝트들은 이제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자리잡는 단계로 가고 있다. Token Terminal에 따르면 MakerDAO는 2024년 1분기에 300만 달러,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2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토큰의 시장 가치는 200억 달러에 그쳐 PER이 16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핀테크 기업의 PER과 비교해도 높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이다.
반면 아직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이 속한 분야의 도입은 미미하기만 하다. NFT는 2021년 상승장 이후 깊고 좁은 환멸 단계를 지나고 보이며, 몇몇 핵심 IP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커뮤니티의 호응을 얻지 못 하고 있다. 게이밍 또한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달리, 이렇다 할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지 못 하며 사용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이외에도 AI, DePIN 그리고 Social 등은 아직 하이프의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거나 이제 막 혁신의 시작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크립토 산업은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테라와 루나 사태, FTX의 몰락, 척박한 매크로 환경과 규제의 압박 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에 도달했다. 어떤 극단적인 가정을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산업 전체가 몰락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는 어려운 수준을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도 블록체인이 사용되는 영역은 금융과 트레이딩 등 제한적인 사용자 그룹만을 위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으며, 대중성과 동떨어져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크립토 산업은 두 가지 갈림길 앞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크립토 산업은 현재와 같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토큰이나 DeFi와 같이 검증된 영역 내에서 점진적인 개선만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물론 머니 마켓으로서의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지만, 마치 포커 또는 대마초 산업과 같이 매니아 층에 의한 시장을 형성하는 것에 머무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크립토는 분명 어플리케이션 레이어로서도 막강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대중적인 어플리케이션들의 도입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다.
Source: Insights from 'The Almanack of Naval Ravikant'
개인이나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레버리지는 자본과 노동력으로, 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만이 레버리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미디어의 보편화는 자본과 노동력에 대한 접근성이 없는 소수의 개인들에게도 레버리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 소프트웨어는 최소한의 자본만으로 누구나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수 많은 플랫폼과 SaaS들이 탄생하는 혁신으로 이어졌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미디어의 보편화는 개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으며 인플루언서 마켓과 소규모 미디어가 캄브라기 폭발처럼 탄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크립토가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어떤 종류의 아이디어에도 경제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 기존 시스템에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와 상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중간 관리자의 개입과 허가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모든 것을 토큰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사용자는 다른 누군가를 신뢰하거나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다른 사용자와 경제적 가치를 교환하고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밈(Meme)이라는 용어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물리적으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유전자(Gene)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처음 사용되었다. 밈이란 사회에서 문화가 전파하는 단위로서, 아이디어, 유행, 패션, 취향 등을 의미한다. 이후 인터넷 문화에 적용되어 현재의 의미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밈, 즉 사람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는 마치 우리의 유전자가 복제되고 이어지 듯 사회적 관계를 통해 전파되며, 변형되고 재생산되며 진화한다.
최근 델파이의 Michael Rinko가 그의 아티클 Attention is all you need에서 지적한 대로 크립토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관심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사용자가 이를 소유함으로써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우리는 브랜드와 인플루언서에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콘텐츠를 재게시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 뿐이다. 내 관심의 가치의 100%는 다른 사람들—플랫폼과 인플루언서—에게로 빼앗긴다.
하지만 크립토는 다르다. 크립토는 우리가 그것을 소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관심을 민주화한다. 만약 당신이 특정 주제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면, 당신은 실제로 관심을 소유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어리석고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인터넷 경제에서의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밈 코인은 “관심이 곧 가치다”라는 프레임워크을 논리적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밈 코인은 앞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더 관심을 받을 것이라 예상되는 토큰을 사는 가장 순수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Source: X(@jessewldn)
여기서 밈 코인이라는 주제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밈 코인 그 자체도 결국 하나의 밈으로써, 지루해지면 금방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밈 코인이 보여준 것은 크립토의 토큰화가 가진 잠재력을 가장 원초적으로 나타낸 사례이며, 토큰화를 활용한 새로운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의 탄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누군가의 아이덴티티, 데이터 그리고 크리에이터의 창작물에 이르기까지, 관심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능력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종류의 시장과 이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특히나 2024년 전반기 크립토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투기적 수요로 전환하는 어플리케이션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솔라나의 pump.fun은 밈 코인 출시를 위한 최대의 장이 되었으며, 한 때 수수료 기준 모든 프로토콜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Friend.tech와 Fantasy.top은 트위터와 연동한 소셜 트레이딩 기능을 접목해 강력한 투기 수요를 일으켰고, 각각 출시 이후 현재까지 6500만 달러의 수수료와 3600만 달러가 넘는 거래량을 달성했다
Farcaster에 기반한 씬 코인(Scenecoin) DEGEN은 독창적인 에어드랍과 커뮤니티 인센티브를 통해 신규 사용자 유입을 이끌어 내며 Farcaster 생태계의 성공에 기여했다
Polymarket은 미 대선 이슈와 맞물려 화제를 모으며 지난 6월 한 달간 1억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TON 블록체인의 Hamster Kombat은 단순한 기능과 텔레그램과의 매끄러운 연동을 통해 1억 명의 유저를 달성했다
리스트에 모두 포함시키지 못 했지만, 지금도 크고 작은 어플리케이션들의 출시와 실험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크립토의 특성을 활용한 어플리케이션의 도입과 실험은 산업이 탄생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향후 크립토 어플리케이션이 사용자의 니즈와 시장 적합성을 달성하기에 유의미한 실험 결과를 제공했다는 점에 더 큰 의의를 둬야할 것이다.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사용자 경험의 범주는 아직 정의되지 않았으며, 아직 검증 단계에 들어서지 못 한 크립토의 소셜, 게임, NFT와 예측 시장 등에서 더 다양한 실험들이 전개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결국 백엔드 기술이다. 특정 사용 사례에만 중점을 둔 앱 체인 이외에 대부분의 네트워크는 어플리케이션이 동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실행 환경과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원칙적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들이 블록체인 위에서 동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어떤 소프트웨어도 모바일에서 구동되거나 클라우드를 백엔드에 사용하는 것을 마케팅 키워드로 사용하지 않듯이, 크립토 또한 어플리케이션의 기능을 묘사하는 단어가 아니다. 언젠가는 블록체인이나 크립토라는 키워드 자체가 어플리케이션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지 않을 것이며, 사용자는 체인과 지갑의 존재를 무시하고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자 할 때, 아무도 왜 온라인에서 출시하는 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훨씬 더 저렴하고 빠르게 배포할 수 있고, 특수한 종류를 제외하고 고객은 오프라인과 비교해 더 높은 편의와 접근성을 누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온체인 상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운용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히 여겨지는 시점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온체인 환경의 열려 있는 시장과 어플리케이션 생태계, 그리고 지갑의 사용이 보편화 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왜 어플리케이션이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야 하는 지 의문을 던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한적인 온체인 환경에서 이와 같은 가정은 근거 없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온체인의 어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은 열악하고, 사용자는 지갑 사용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기피한다. 소수의 매니아 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어플리케이션과 사용자 모두에게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한 정당성과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 단지 10%, 20%의 개선이 아니라 온체인 환경에서만 가능한 사용자 경험과 특성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Source: Sound.xyz
크립토의 참여자는 대부분이 투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찾아온 에어드랍 농부들과 트레이더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크립토의 이상과 비전을 좇는 이들은 투기와 크립토의 본질적 목적에 위배된다고 보고, 이들을 자신과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크립토 산업에서 디젠들이 차지하는 역할은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크립토 산업은 투기로 인해 투입된 자금으로 인해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온체인 거래량은 투기적 수요와 이를 토대로한 차익 거래, 혹은 MEV 수익에 기반한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사용자가 없는 인프라는 존재 가치가 없으며, 디젠들이 크립토 산업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2021년 NFT 열풍 당시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크립토 산업에 발을 들이고자 기웃거렸고, 크립토 산업의 참여자들은 이 소식에 열광했다. 하지만, 결국 성공을 거둔 것은 디즈니가 아닌 Pudge Penguin이었다. 크립토는 이미 일정 수준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범위에 도달했으며, 대중성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은 외부에서 크립토 산업으로의 진출이 아닌, 크립토 산업 내부적으로 성공한 프로덕트가 외부로의 진출이 훨씬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디젠들은 모든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을 위한 얼리 어답터이자 핵심적인 사용자 그룹이며,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시장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Source: eToro
투기에 대한 선호도는 단지 크립토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가속화되는 현상이다. 심화되는 경제적인 불평등과 SNS로 인해 짧아지는 사람들의 관심 주기는 투자 자산에 대한 위험 선호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5년이었던 반면, 2020년도에 들어서는 10개월로 감소했다. MZ 세대가 높은 위험 선호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단지 부주의하고 도박 성향이 짙다고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세계 대부분의 주요 국가에서 자식 세대는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잘 사는 것이 어려워졌고, 노동 소득으로 자본 소득을 추월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어차피 잃을 게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칩이 얼마 남아있지 않으며, 공격적인 베팅을 시도하지 않는 한 테이블에서 살아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의 세태가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크립토의 토큰은 많은 이들에게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문샷(Moonshot)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나 밈 코인과 같이 접근성이 높은 투기적 자산은 크립토로 더 많은 신규 사용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주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솔라나의 밈 코인 열풍에 힘 입어 팬텀 지갑은 미국 앱스토어에서 유틸리티 앱 랭킹 3위와 700만 명의 월간 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투기의 수요에 의해 유입된 사용자는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온체인 환경이 제공하는 디지털 오너십, 지갑과 마켓에 대해 습득할 수 있으며, 이들의 문화에 동참하여 오가닉 트래픽으로 전환될 수 있다.
Source: X(@0xJim)
아직 대부분의 온체인 어플리케이션들은 독특한 사용자 경험과 투기 수요를 활용해 짧은 시간에 큰 주목을 받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기능과 극단적인 투기성으로 인해 짧은 생명 주기를 가지는 데 그친다. 하지만 이를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이 리텐션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온체인 어플리케이션의 생명 주기가 짧은 이유는 1) 대부분의 사용자 그룹이 디젠과 트레이더로 매우 낮은 제품 충성도를 가지고 있으며, 2) 인프라의 발전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과 리소스만이 프로덕트에 투입되었다는 점과 3) 대부분의 제품이 장기적인 사용성 보다는 단기적인 투기에 과도하게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크립토의 활용 사례가 오로지 투기 뿐인 환경이라면 나 또한 이 산업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크립토가 Web3의 비전을 달성하고, 게임과 소셜 등 대중적인 접근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목적지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경로를 구상해야 한다. 지금 산업과 사회적 환경 하에서 투기적 수요는 크립토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기적 수요로 인해 유입된 사용자를 서비스의 핵심 가치로 전환시켜 의미 있는 퍼널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투기에 그치지 않는 상호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토큰의 출시와 분배에 있어서 단기적인 가격과 수요의 변동에도 유지될 수 있는 프레임워크에 대한 시도가 이어져야 하며, 최종적으로 투기 수요를 뛰어넘는 소셜 그래프와 제품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Source: “Bitcoin Is Dead”
사람들의 센티먼트는 토큰의 가격이 변동하는 것 보다도 더 극적으로 변화한다. 가격이 떨어지고 나면 모두들 이 시장은 끝났다고 외친다. 비트코인은 탄생 이후 단 한 해도 빠짐 없이 죽음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크립토 산업은 이미 자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더 이상의 극단적인 외부 조건과 센티먼트의 악화에도 산업 전체가 몰락하는 상황은 고려하기 어렵다. 다만, 다가오는 2-3년은 크립토 산업이 Web3의 비전을 달성하고 대중적인 기술이 될 수 있는 지를 판가름 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이번 사이클에 유의미한 PMF를 검증하지 못 한다면 더 이상의 변명을 늘어 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플랫폼으로서의 블록체인의 시조 격인 이더리움이 출시한 지 이제 10년이 지났다. 오랜 시간에 걸친 연구 개발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 산업에 들어왔다가 떠났음에도, 실제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로 거듭난 지는 얼마 지나지 않는다. 토큰의 가격과 네러티브 게임이 지금까지의 크립토 산업의 동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실제 유저에 대한 임팩트와 프로덕트에 대한 역할이 어느 때 보다 강조되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