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월드 컴퓨터인 이더리움은 롤업을 통해 확장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각 롤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유동성 분산, 사용자 불편, 보안 리스크 등 파편화 문제가 심화되었고, 기존 확장 전략은 점차 한계에 직면했다.
타이코의 베이스드 부스터 롤업(BBR)은 베이스드 롤업과 부스터 롤업을 결합해 롤업 간 상태 공유와 동기식 트랜잭션 처리 등 다양한 기술적 이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과 롤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용자 경험과 개발자 운영 부담을 모두 개선할 수 있다.
BBR은 디파이, NFT, 게임 등 다양한 디앱에 새로운 설계 방식을 제시하며, 이더리움 생태계의 근본적인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기존 롤업과의 호환성과 생태계 표준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이더리움이 다시 월드 컴퓨터로 거듭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이더리움은 월드 컴퓨터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크고 다양한 온체인 기반 경제 생태계이자,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다양하고 방대한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Devcon 2024 방콕
비탈릭 부테린이 거듭 강조하듯, 이더리움은 전 세계의 분산 노드들이 중립적이고 탈중앙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기반으로 마치 하나의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월드컴퓨터 시대를 연 주역이다. 특히 이더리움은 “개발자들이 금융을 다루게 되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추상적인 물음을 구체적인 디파이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더리움은 디파이를 시작으로 NFT와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네러티브와 열풍을 선두에서 이끌어왔지만, 속도와 수수료 같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점점 늙어가고 있다. 반면, 솔라나와 수이처럼 더 빠르고 저렴한 신생 블록체인들이 속속 등장하며 일명 “젊은 블록체인”들이 월드 컴퓨터의 왕좌를 노리고 있다.
결국 이더리움도 이에 대응하여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확장성 개선의 해법으로 “롤업 로드맵”을 내놓는다. 이 롤업 로드맵을 바탕으로 옵티미스틱 롤업, ZK 롤업, 베이스드 롤업 그리고 최근 네이티브 롤업 등 다양한 방식의 롤업들이 등장하였고, 이더리움의 성능과 유연성을 끌어올리는 “젊음의 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다다익선이 이럴 땐 통하지 않았던걸까? 롤업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복잡성과 문제가 또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각자의 특징들을 살려 만들어진 롤업과 그 롤업 위에 수 많은 디앱들이 등장하며 롤업 생태계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롤업에 예치된 자산의 규모는 꾸준히 상승하며 현재는 약 1,734만 $ETH에 해당하는 가치가 예치되어 있다. 이는 각 롤업들이 생태계를 활발히 구축하며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롤업의 절대적인 개수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더리움 생태계는 롤업 기술의 발전과 생태계의 확장으로 확장성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였으나, 새로운 문제인 롤업 간 파편화 문제가 화두로 오르게 되었다.
l2beat에 따르면 2025년 4월 21일 기준, 롤업은 62개로 집계된다. 이들이 이더리움의 확장성에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각 롤업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생긴 파편화 문제는 사용자를 여러 롤업 블록체인으로 분산시켜 유동성을 약화시키고 사용성을 저하시킨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각 롤업마다 따로 계좌를 보유해야하고 트랜잭션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소량이라도 수수료를 위한 자산을 해당 롤업에 보유해야 한다. 또한 특정 토큰에 대한 유동성이 나뉘어져 해당 토큰을 거래하려 할 때 원치 않는 양의 슬리피지(Slippage)가 발생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토큰 수량을 한 번에 거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만약 사용자가 자산 및 데이터를 서로 다른 롤업으로 이동시키려고 한다면 별도의 브릿지를 이용해야만 한다. 그런데 롤업 수가 늘어날수록 모든 롤업을 연결하는 브릿지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야 하고, 브릿지 자체의 중앙화와 보안 리스크 또한 커진다.
실제로 2023년, 멀티체인(Multichain) CEO 자오준(Zhaojun)이 실종되면서 약 1억 2,6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이 탈취되는 브리지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멀티체인은 다자간 연산(Multi-Party Computation, MPC) 기반 시스템을 통해 운영에 필요한 키를 관리해왔으며, 이는 멀티시그 지갑처럼 키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여러 관계자의 협력하에 트랜잭션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공격자가 충분한 수의 MPC 키를 확보하면 이 시스템도 무력화될 수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공격자가 일부 MPC 키를 탈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례는 브리지 자체의 구조적 보안 취약점이 실제로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브리지의 수가 늘어날수록 공격 지점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롤업의 파편화 문제는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뿐만 아니라 개발사의 운영 부담까지 증가시킨다. 각각의 롤업은 결국 독립된 블록체인 환경이기 때문에 같은 디앱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롤업 인프라를 변경하면 해당 디앱을 별도로 배포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 때, 개발사는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사용자들과 유동성을 모두 활용하기 위해 여러 롤업에서 디앱을 운영해야 하며, 이는 운영 비용과 복잡성을 크게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롤업의 파편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더리움이 젊어지기 위해 선택한 롤업 중심 로드맵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는 점진적으로 다른 블록체인들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파편화된 롤업들이 제각기 따로 노는 구조적 한계를 해결해야 이더리움의 롤업 로드맵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롤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각 롤업이 확장성 면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는 여러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더리움 공식 L2 상호운용성(Interop) 허브: 이더리움은 공식 L2 상호운용성(Interop) 허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L2 간의 상호운용성을 위한 공통 표준과 시스템 설계를 정의하고 이더리움 생태계를 통합된 방향으로 끌고 나가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비탈릭 부테린의 L2 상호운용성 로드맵: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L2 프로토콜 간 상호운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단계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에서는 EIP-3370 (주소 표준화), EIP-7683 (크로스체인 인텐트 표준), EIP-3668 (오프체인 데이터 접근 표준화)를 도입하여 상호운용성 기반을 마련하고, 2단계에서는 모든 롤업이 영지식 기술을 기반으로 전환됐을 때 키스토어 롤업과 증명 집계를 통해 상호운용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OP Stack의 네이티브 상호운용성: 프로토콜 레벨의 메시지 전달과 슈퍼체인(Superchain) ERC-20 토큰 사양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비트럼(Arbitrum)의 상호운용성 계획: 아비트럼의 개발사인 오프체인 랩스(Offchain Labs)는 아비트럼 생태계 내의 체인들을 통합하고, 이후 이더리움의 다른 롤업들과의 상호운용성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통일된 표준은 정해지지 않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롤업들의 상호운용성이 구현될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상황에서 타이코는 롤업들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중심축 역할을 맡을 또 다른 기술적 구현체를 연구하고 적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베이스드 부스터 롤업(Based Booster Rollup, BBR)이다.
타이코의 BBR은 롤업 간 상태를 공유를 통해 파편화된 롤업 환경의 비효율성과 복잡성을 구조적으로 해결한다. 이를 통해 BBR은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마치 하나의 확장된 블록체인을 이용하듯 빠르고 일관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한다. 롤업의 파편화 해결을 위해 여러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타이코의 BBR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타이코의 BBR은 월드 컴퓨터인 이더리움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특징은 기존에 존재하던 컴퓨터 하드웨어 중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마더보드(Motherboard)이다.
"마더보드는 컴퓨터에서 주요 인쇄 회로 기판(PCB)으로, 중앙 처리 장치(CPU), 메모리, 입력 및 출력 장치용 커넥터와 같은 시스템의 중요한 전자 부품들을 연결하고 이들 간의 통신을 가능하게 해준다."
위 정의처럼, 마더보드는 컴퓨터의 중심 회로 기판으로 램이나 하드디스크 그리고 그래픽카드 같은 주변 장치들이 모두 이 마더보드를 통해 연결되고 통신한다. 만약 새로운 장치를 추가하고 싶어도, 마더보드를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마더보드는 컴퓨터의 확장성과 유연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갑자기 웬 마더보드 설명이냐 할텐데, 월드 컴퓨터 관점으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월드 컴퓨터인 이더리움의 트랜잭션을 처리하고 확장성을 늘려주는 것은 롤업이다. 그렇다면 롤업은 월드 컴퓨터인 이더리움의 성능을 보강해주는 주변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주변 장치들을 연결하고 매끄럽게 관리하는 역할을 할 마더보드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렇다. 지금의 이더리움에는, 이러한 “월드 마더보드”가 필요하다. 타이코가 연구를 통해 도입하고 있는 BBR은 이더리움이 필요로 하고 있는 월드 마더보드의 역할에 가장 가까운 솔루션이다.
타이코의 베이스드 부스터 롤업은 월드 마더보드의 역할을 원활히 하기 위해 두 가지 개념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Source: Taiko Mirror
그 중 하나는 베이스드 롤업으로 시퀀서의 권한을 이더리움 블록 생성 참여자에게 위임하여 검열 저항성과 탈중앙화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자체적인 시퀀서를 가지는 기존 롤업과 달리, 시퀀서의 역할을 이더리움 블록 생성 참여자들이 직접 수행하므로 별도 합의나 중앙화 리스크 없이 일관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부스터 롤업으로 여러 롤업을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병렬 연결하고, 상호운용성을 확보하여 트랜잭션 처리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 각 롤업은 마치 컴퓨터의 주변 장치처럼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이더리움으로부터 받아온 최신 데이터를 각각의 롤업들이 서로 공통된 상태를 공유하여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전체 롤업들이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어, 마치 컴퓨터의 마더보드가 주변 기기들을 연결하여 컴퓨터 자체의 성능과 확장성을 확대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부스터 롤업 개념의 도입은 사실 옵티미스틱 롤업이나 영지식 롤업 등 롤업의 종류에 상관 없이 가능하다. 롤업이 부스팅할 기본적인 기능만 가지고 있다면 어떤 롤업 방식이든 부스터 롤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떠한 롤업이 이더리움의 상태에 직접 접근하여 읽어올 수 있고 타 롤업과의 상태 공유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상태라면 이 롤업은 부스트 롤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베이스드 롤업을 사용하는 타이코가 이 부스터 롤업 개념을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부스터 롤업이 베이스드 롤업과 만났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베이스드 롤업을 병렬로 운영하면, 이더리움의 보안성을 유지하면서도 트랜잭션 처리량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타이코의 베이스드 부스터 롤업은 이러한 베이스드 롤업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 롤업 부스팅을 통해 이더리움을 직접 확장할 수 있는 구조다.
그렇다면 BBR은 롤업이 가지고 있던 파편화에 대한 문제점을 어떠한 구조적 특징과 기술적 장점으로 보완하고 개선하려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보도록 하자.
기존 이더리움 롤업 구조에서는 각 롤업이 상태를 독립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롤업 간 자산 이동이나 데이터 교환 시 브릿지를 통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확인 지연, 높은 수수료, 복잡한 절차로 인한 비효율 등이 발생하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느린 전송 속도와 불편한 사용 경험으로 이어진다. 특히 개발자들이 디앱을 개발 시, 서로 분리된 상태를 동기화해야 하므로 추가 로직이 필요하다는 한계도 있다.
BBR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롤업이 이더리움의 상태를 직접 공유하는 구조를 택했다. 각각의 롤업이 고립된 환경이 아니라 하나의 공통된 상태 위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여러 롤업에서 동시에 상태를 변경하는 트랜잭션도 단일 실행으로 처리할 수 있고, 크로스 롤업 트랜잭션의 원자성 역시 자연스럽게 보장된다.
통합 브릿지(Unified Bridge)는 이러한 구조를 구체화한 기술이다. 하나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이더리움과 모든 롤업이 상태를 공유하고, 별도의 경유 없이 롤업들 간에 자산이나 데이터를 직접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말한 하나의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더리움에 배포되어 있는 것으로 브릿지 로직이 이 스마트 컨트랙트 내부에 정의되어 있다. 모든 부스터 롤업들은 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사용하여 동일한 로직으로 브릿지를 구동하게 된다. 모든 롤업이 동일한 브릿지 구조를 사용하기 때문에 개발자는 복잡한 설정 없이 손쉽게 크로스체인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사용자 역시 단일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롤업A에서 발행된 토큰을 롤업B의 디앱에서 사용하고자 할 때, 기존 구조에서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이루어진다:
브릿지를 통해 자산을 이동시킨다.
수동으로 네트워크를 전환한다.
디앱에서 다시 토큰을 승인한다.
그러나 통합 브릿지를 사용하는 BBR 구조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사용자나 개발자가 직접 처리할 필요 없이, 단일 트랜잭션 내에서 자산 이전과 디앱 호출이 자동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한다. 사용자는 단순히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경험만 하게 되고, 뒤에서 롤업 간 자산 전송과 상태 동기화가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결과적으로, 자산 전송, 스마트 컨트랙트 호출, 데이터 교환 등이 바로바로 간편하게 처리되어, 브릿지를 이용하던 기존 구조에 비해 속도와 비용, 사용 편의성 모두에서 큰 개선을 이룰 수 있다.
BBR은 단순히 롤업 간 연결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모든 롤업이 같은 상태를 공유하게 만들어 각각을 “하나의 확장된 블록체인”처럼 작동하도록 한다. 이는 이더리움의 확장성과 상호운용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방법으로, 디앱 개발과 사용자 경험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비동기 트랜잭션 모델에서는 한 롤업 네트워크가 이더리움이나 다른 롤업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보냈을 때, 상대 블록체인이 이를 받아 상태를 변경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데이터가 전달돼도 상태가 즉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블록체인 간 트랜잭션에는 시간차가 생기고, 이로 인해 원자성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롤업에서 트랜잭션이 성공했을 때만 다른 롤업에서 동작이 실행되어야 하는데, 각 롤업의 실행 타이밍이 어긋나면 전체 과정이 꼬일 수 있다. 중간에 일부 롤업 블록체인에서 실패가 발생하면 프로세스가 불일치한 상태로 끝날 위험도 있다.
BBR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기식 트랜잭션 처리 모델을 사용하는데, 이 방식은 여러 롤업 간에 걸친 연산도 단일 트랜잭션 내에서 원자적으로 처리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하나의 롤업에서 다른 롤업의 상태를 즉시 확인하고, 그 상태를 기반으로 동작할 수 있게 된다. 한 번의 실행 안에서 모든 연산이 동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롤업 간 반응 속도가 비동기 방식을 사용할 때처럼 느려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나의 스왑 트랜잭션에서 롤업A의 DEX에서 토큰을 교환한 뒤, 이어서 롤업B에 있는 서비스에 결과 토큰을 전송하는 식의 연속적인 호출이 가능하다.
BBR은 처리 속도와 보안을 모두 확보하고 전체 트랜잭션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동기 처리 구조를 통해 디파이 프로토콜이나 실시간 상호작용이 중요한 게임 그리고 블록체인 간 정밀한 자산 이전이 요구되는 크로스체인 거래소 같은 분야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이번에는 사용자 관점이 아닌 개발자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디앱 개발자들에게 여러 롤업 환경이 있다는 것은 꽤나 고역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각 롤업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따로 배포해야 하는 것이다. 롤업마다 가지고 있는 상태와 데이터를 통해 독립적으로 작동하다보니,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하지 않은 롤업에서는 해당 디앱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펼쳐진다. 물론 특정한 롤업을 선택하여 그 위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단편적으로 선택한 롤업의 사용자 규모와 자산 규모 내에서 벗어날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따로 배포하는 결정을 내려도 문제가 발생한다. 버전 차이, 상태 불일치, 네트워크별 오류 대응 등에서 일관성 있게 디앱을 유지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나 상태가 롤업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지보수에 더 많은 공수가 들어가게 된다. 또한 디앱의 배포 및 운영 비용이 롤업의 수에 비례해 선형적으로 증가하므로, 개발자 입장에서는 타 롤업으로의 확장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BBR은 스마트 컨트랙트 통합 배포 구조를 통해 개발자가 이더리움에 딱 한 번만 스마트 컨트랙트를 배포하면, 해당 컨트랙트를 모든 롤업에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 방식은 이더리움에 배포된 스마트 컨트랙트를 롤업에서 자동으로 “호출”할 수 있게 해주는 L1CALL/L1DELEGATECALL 프리컴파일 덕분에 가능하며,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통합 배포: 이더리움에 스마트 컨트랙트를 한 번만 배포하면, 여러 롤업에서 이 스마트 컨트랙를 호출을 통해 마치 복제하듯 공유한다.
L1CALL/L1DELEGATECALL: 롤업들은 자체적으로 스마트 컨트랙트를 새로 만들지 않고 이더리움에 배포된 스마트 컨트랙트의 정보를 호출할 수 있는 내장된 L1CALL/L1DELEGATECALL이라는 특수 명령어를 사용한다. L1CALL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특정 기능을 호출하는 명령어이며, L1DELEGATECALL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코드 자체를 호출하는 명령어이다.
스마트 컨트랙트 충돌 위험 제거: 부스터 롤업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신규 배포를 위해 필요한 CREATE/CREATE2 함수를 아예 막아놓았다.
상태 변화 집계 및 L1 반영: 사용자가 롤업에서 트랜잭션 실행을 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상태 변경 사항을 모아두었다가 주기적으로 이더리움과 상태를 일치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특징을 활용하여 BBR은 만약 특정 롤업에 해당 스마트 컨트랙트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더리움과 롤업이 마치 동일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쓰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현재의 멀티 롤업 환경은, 사용자가 여러 롤업들과 직접 상호작용해야 하는 불편한 환경이다. 사용자는 자산을 이동시키기 위해 브릿지를 이용하고, 지갑 내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수동으로 전환해야 하며, 롤업마다 다른 인터페이스와 주소 체계에 적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USDC를 메타마스크(Metamask) 통해 아비트럼에서 옵티미즘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사용자가 거쳐야 할 과정은 아래와 같다:
메타마스크에 아비트럼과 옵티미즘 네트워크를 추가한다.
메타마스크에 USDC의 스마트 컨트랙트 주소를 아비트럼과 옵티미즘 각각 등록한다.
브릿지를 활용하여 아비트럼에서 옵티미즘으로 USDC를 전송한다. (이 과정에서 브릿지 수수료, 대기 시간, 출금 지연 등을 숙지해야 한다.)
메타마스크에서 USDC가 제대로 옮겨진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은 복잡하고, 실수를 유발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롤업 간 크로스체인 호출은 디앱을 구성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내에서 따로 구현이 되어있지 않다면 기능 자체의 제공이 어렵다. 만약 디앱이 여러 롤업에 걸쳐 작동할 수 있더라도, 사용자 경험이 따라가지 못하면 실제 활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스마트 지갑(Smart Wallet)은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요소로, 사용자를 대신해 복잡한 롤업 간 연산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부스터 롤업 환경에서 스마트 월렛이 이더리움과 여러 롤업들을 넘나들며 복합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이더리움의 키 저장소에 실행 요청(tx)을 전송
롤업의 스마트 월렛이 이더리움을 참조해 서명 검증
검증 후, 같은 롤업에서 토큰 전송 → 토큰 스왑 호출을 순차 실행
토큰 스왑 컨트랙트가 다른 롤업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거기서 최종 토큰 전송 완료
덕분에 사용자는 복잡한 과정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인터페이스에서 모든 롤업의 디앱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BBR이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은 “롤업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사용자가 인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단순하고 직관적인 느낌으로 바꿔준다. 이는 사용자에게 웹2에 가까운 매끄러운 인터페이스만을 보여줌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추고 디앱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파편화된 롤업 환경에서는 각 롤업이 독립적으로 블록을 생성하고, 별도의 증명 과정을 거쳐 이더리움에 제출 후 정산하는 과정을 가진다.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롤업 간에 완전히 분리된 실행 환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몇 가지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러 롤업이 각자 증명을 제출하다 보니 검증 과정이 중복되고 그에 따른 네트워크 비용이 증가한다.
각 롤업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트랜잭션을 처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트랜잭션 정렬 및 관리가 어렵고, 상호작용이 필요한 경우 동기화에 시간이 걸린다.
롤업 간 병렬 실행의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다.
각 롤업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니, 함께 처리돼야 할 연산도 나뉘어 실행되고, 결과적으로 전체 시스템의 응답성과 확장성에 제약이 생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부스터 블록(Booster Block) 방식은 여러 롤업의 트랜잭션을 하나의 블록에 통합하고, 하나의 증명으로 전체 트랜잭션을 검증하는 구조이다. 이 구조가 동작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다:
다수의 롤업에서 발생한 트랜잭션을 한데 모아 “3 | tx, 1 | tx, 4 | tx …”처럼 하나의 연속된 트랜잭션 리스트(슈퍼 블록)를 만든다.
이 리스트를 빌더(builder) 가 순차적으로 처리해 슈퍼 블록을 구성하고, 증명자(prover)가 이 슈퍼 블록 전체에 대해 단일 증명(single proof)을 생성한다.
각 트랜잭션에는 해당 트랜잭션이 관련되어 있는 블록체인 리스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만약 어떤 트랜잭션이 관련되어 있지 않은 다른 블록체인을 참조하게 되면 거부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롤업의 노드 입장에서 자신이 구동 중인 특정 롤업에 해당하지 않는 트랜잭션은 그냥 건너뛰고 나머지 트랜잭션으로만 동기화한다.
이렇게 하면 빌더가 모든 롤업의 상태를 미리 확보해야 하지만, 한 번의 단일 증명으로 여러 롤업을 아우르는 “슈퍼 블록”을 효율적으로 처리·검증할 수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전체 시스템의 동기화가 자연스럽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모든 트랜잭션이 하나의 부스터 블록 안에서 조율되므로, 롤업 간 상태 불일치나 정렬 문제 없이 처리된다. 또한 증명도 한 번만 제출하면 되므로, 네트워크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실행 병렬화도 훨씬 수월해지는 효과를 얻는다. 또한 각 롤업의 노드는 이 통합된 블록에서 자신과 관련된 트랜잭션만을 필터링해 처리하므로, 불필요한 계산이나 네트워크 부담 없이 효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BBR의 개념을 현실화하고 확장하기 위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타이코와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BBR의 핵심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기술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이더리움 네이티브 코프로세서와 울트라 트랜잭션(Ultra Tx)이다.
BBR의 핵심 개념은 롤업을 독립된 보조 블록체인이 아닌, 이더리움을 보강해주는 보조 장치로써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이다.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계산은 롤업에서 처리하고, 결과만 이더리움에 반영함으로써 전체 성능과 확장성을 높이되, 보안과 상태는 여전히 이더리움이 책임지는 방식이다.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연구가 이루어지는 부분은, 롤업을 더 연산 집약적이고 특수 목적에 부합하도록 코프로세서화를 하는 것이다. 코프로세서(Co-processor)란 원래 주 프로세서(CPU)의 작업을 보조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보조 프로세서로, 특정한 작업(예: 수학 계산, 그래픽 처리, 신호 처리 등)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 컴퓨터에서는 소수점이 포함된 숫자에 대한 연산이 느렸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처리하는 부동소수점 코프로세서(FPU)를 따로 사용한 것 같은 경우이다.
즉, 코프로세서의 개념도 필요한 경우에 롤업을 추가하여 블록체인의 성능과 확장성을 올리는 BBR과 개념상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BBR과 코프로세서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BBR은 롤업이 트랜잭션을 실행한 후에 실행 과정에서 나온 결과 상태 등을 로컬 저장 공간에 남겨두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 상태는 이더리움과 공유되므로 전체적으로 일관된 글로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코프로세서 방식에서는 롤업이 연산만 담당하고 상태는 저장하지 않는다. 실행 결과만 이더리움에 제출되고, 이더리움에서 상태 업데이트가 이뤄지므로 롤업 자체에는 별도의 저장 부담이 없는 셈이다. 이로 인해 코프로세서 방식은 실행 처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성능은 극대화되지만, 디앱 입장에서 상태 저장이나 복잡한 상태 참조가 필요한 경우에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이러한 구조를 실현하기 위해 타이코의 그위네스(Gwyneth)와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향후 이 구조가 이더리움에서 쓰이게 된다면, 사용자들은 롤업 자체를 엔드포인트로써 이용하지 않고 바로 이더리움에 트랜잭션을 보내도 기존의 이더리움과 비교하여 월등한 처리 성능과 저렴한 수수료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경험에서 “귀찮은 롤업”이란 단어는 지워지고 “성능의 이더리움”이란 단어로 대체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개발자 입장에서도 이더리움 메인넷에 집중하여 개발하면 되기 때문에 보다 단순한 개발 경험과 강력한 처리 능력을 갖춘 실행 환경을 얻을 수 있게 된다.
Source: ethresearch
울트라 트랜잭션(Ultra TX)은 2025년 초 Brecht과 타이코 연구진이 제안한 새로운 블록 구성 방식으로, 블록에 포함되는 트랜잭션을 여러 개의 트랜잭션 묶음이 아닌 단 하나의 거대한 “울트라 트랜잭션”으로 구성하자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기존 이더리움 블록은 각기 독립적인 트랜잭션이 순서대로 처리되는 구조인 반면, 울트라 트랜잭션은 모든 트랜잭션, 심지어 롤업 상의 트랜잭션 번들까지도 하나의 트랜잭션 단위로 통합된다. 마치 블록 전체가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실행되는 셈이다.
이 방식은 이더리움과 롤업 사이의 상호연동성(composability)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지금까지는 이더리움과 롤업 사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트랜잭션을 연결해야 했는데, 이 과정은 느리고 추가적인 비용도 들며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여기서 울트라 트랜잭션은 이더리움과 여러 롤업들에서 일어나는 다수의 작업을 하나의 트랜잭션에 담아 동시에 실행하고 동시에 검증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두 개의 롤업에서 동시에 연산을 실행하고 결과를 결합하고자 할 때, 이를 단일 울트라 트랜잭션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에게도, 개발자에게도 더 간단하고 빠른 트랜잭션 처리 방식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모든 롤업이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 기능을 모듈화·표준화하고, 롤업 간 상호 운용성 및 개발자 경험(UX)을 통일된 방식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울트라 트랜잭션의 동작 과정은 아래와 같다.
초기 상태 준비: 이더리움과 각 롤업의 블록 상태값을 모두 준비한다. 이는 이더리움 트랜잭션과 롤업 트랜잭션을 구분 없이 하나의 실행 환경처럼 다루기 위해서다.
임의 순서로 실행: 빌더는 준비된 모든 트랜잭션을 원하는 순서대로 오프체인에서 실행한다. 이때 이더리움—롤업 간 호출도 함께 처리한다.
롤업으로의 직접 호출: 이더리움 트랜잭션 중 롤업으로의 호출이 필요할 때는 실제로 해당 롤업으로 호출을 전환하고 여기서 실행한 출력값을 기록한다.
상태 변경 기록 및 적용: 롤업에서 생성된 변경된 상태값은 최소한의 데이터로 압축해 기록한다. 최종적으로 온체인에 적용할 때는, 빌더가 오프체인에서 실행한 순서 그대로 이더리움 트랜잭션과 롤업에서 변경된 상태값을 차례로 반영한다.
단일 증명 생성 및 제출: 모든 트랜잭션 실행 결과와 상태 적용 과정을 하나의 증명으로 묶어 울트라 트랜잭션으로 만든다. 이 울트라 트랜잭션이 증명 검증에 실패하면 전체가 롤백돼 원자성을 보장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이더리움과 여러 롤업 간 호출이 실시간에 가깝게, 순차적·원자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블록체인끼리도 마치 하나의 블록체인처럼 상호 운용할 수 있다.
타이코는 이 개념의 점진적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블록 전체를 하나의 울트라 트랜잭션으로 구성하진 않더라도, 블록의 앞부분에 이를 배치하거나 혼합된 구조로 운영하는 방식 등 현실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이더리움의 블록 제안 및 생성 분리(Proposer-Builder Separation, PBS) 모델이나 MEV 공급망과도 잘 호환될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 만약 울트라 트랜잭션 방식이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MEV 관리와 이더리움—롤업 트랜잭션 병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월드 마더보드인 BBR과 함께 월드 컴퓨터인 이더리움은 어떠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먼저 디파이 분야를 보면, 기존에는 이더리움과 롤업에 디파이 서비스 컨트랙트를 따로 배포해야했고, 그에 따라 유동성도 분산되었다. 그러나 BBR 환경에서는 디파이 서비스 컨트랙트를 이더리움에 한 번만 배포하면, 모든 부스터 롤업에서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어떤 개발자가 스왑 기능이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더리움에 배포한다면 부스터 롤업들에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자동으로 배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 롤업은 일부 디파이 거래를 병렬로 처리하여 전체 처리량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고, 개발자는 컨트랙트 코드를 복잡하게 수정할 필요 없이 병렬화할 기능만 지정하면 된다. 예컨대, 유동성 풀 상태는 롤업마다 분산 저장하고 전체 유동성 풀이나 글로벌 설정과 같은 일관성이 필요한 정보는 이더리움에 유지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특히 유동성 풀 별로 롤업을 할당하거나, 대량 거래를 여러 롤업에 분산 실행하는 등 유연한 설계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덱스가 여러 병렬 블록체인 위에서 통합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가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대출 프로토콜 역시 BBR 구조에서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설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베(Aave) 같은 대출 프로토콜의 경우, 기존에는 롤업마다 별도의 마켓을 운영해야 했다. 하지만 BBR에서는 자산의 총 예치량이나 청산 메커니즘 등 글로벌 상태는 이더리움에 유지시키고 이자 계산이나 대출 실행 등 사용자별 개별 연산은 롤업에서 병렬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전체 프로토콜의 안전성과 일관성은 유지하면서도, 계산 처리와 대응 속도는 롤업 수만큼 확장될 수 있다. 이 때, 사용자는 하나의 계정으로 어느 롤업에서든 동일한 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롤업 A에서 담보를 예치하고 롤업 B에서 대출을 실행하는 시나리오도 단일 트랜잭션으로 처리할 수 있다.
NFT와 게임 분야도 BBR 구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NFT 마켓플레이스를 BBR 위에 구현하면, NFT 자산의 원본 스마트 컨트랙트는 이더리움에 위치시키고, 모든 롤업이 여기에 직접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NFT를 각 롤업으로 브릿징할 필요 없이, 원하는 롤업에서 바로 거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롤업 A에서 NFT를 판매 등록하고, 다른 사용자가 롤업 B에서 그 NFT를 구매하는 경우에도, BBR의 공유 상태와 원자적 트랜잭션 덕분에 한 번의 거래로 처리되고, 최종 소유권은 이더리움에 바로 반영된다. 이는 NFT 유동성의 파편화를 해소하고, 다양한 롤업 사용자들을 하나의 통합된 시장으로 모을 수 있게 한다.
게임의 경우에도 유사한 구조가 적용될 수 있는데, 게임의 월드 상태나 주요 자산(캐릭터, 아이템)은 이더리움에 저장하고, 전투나 미니게임 같은 연산이 많이 필요한 이벤트는 롤업 별로 병렬 처리하는 구조다. 예컨대, 넓은 맵을 가진 게임에서 지역마다 부스터 롤업을 할당하면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활동해도 서로 간섭 없이 게임이 운영될 수 있다. 캐릭터 정보는 이더리움에 저장되어 지역 간 이동도 자연스럽게 처리되며, 사용자에게는 마치 단일 서버에서 게임이 돌아가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분야에서도 BBR의 구조는 큰 가능성을 보여준다. 분산형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사용자 ID, 프로필, 친구 관계 등의 핵심 정보는 이더리움에 저장해 모든 롤업에서 통일된 상태로 참조하게 하고, 개별 트윗, 댓글, 좋아요 같은 활동은 부스터 롤업에 분산하여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롤업의 사용자든 다른 롤업의 사용자와 끊김 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 특히 특정 인물이나 특정 주제가 폭발적인 트래픽을 일으킬 경우, 새로운 롤업을 동적으로 추가해 처리량을 높이는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다.
BBR을 통해 코프로세서형 디앱의 구성 또한 가능해진다. 코프로세서 롤업을 이용한 디앱은 온체인 머신러닝 모델을 사용하는 AI 디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평소에는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트로만 간단히 작동하다가, 대용량 연산(예: 모델 추론)이 필요할 때는 부스터 롤업(코프로세서 롤업)에 해당 작업을 위임하고, 그 결과를 영지식 증명을 통해 이더리움에 반영하는 구조다. 이는 타이코 팀이 제안한 영지식 EVM 코프로세서 개념과도 연결되며, 복잡한 연산을 분산 처리하고 최종 결과만 정리해서 반영하는 효율적인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BBR 환경에서의 디앱은 이더리움에 근본적으로 존재하고, 실행은 여러 롤업에서 병렬 수행되는 새로운 디앱 패러다임이 정립된다. 개발자는 병렬화 가능한 부분과 공유 상태만 고려하여 디앱을 설계하면 되고, 멀티체인 배포나 브릿지와 같은 복잡한 인프라 문제는 BBR이 자동으로 처리해 주게 된다.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과 확장성 달성을 넘어서 디파이, 게임, 소셜, AI 등 모든 디앱 영역에서 설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Source: Taiko Mirror
지금까지 롤업은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현실은 각 롤업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결국 롤업의 파편화, 유동성 분산, 복잡한 브릿지 구조, 그리고 블록체인 간 비동기성 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사용성 측면과 개발자 경험 모두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이더리움을 “확장된 하나의 월드 컴퓨터”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롤업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오히려 또 다른 격리된 환경으로 변질된 셈이다.
이제는 롤업이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단순히 처리량을 높이는 도구가 아닌, 이더리움이라는 월드 컴퓨팅 환경을 수평, 수직적으로 확장하고, 모든 구성 요소가 연결된 상태로 동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타이코가 BBR을 통해 현실화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타이코의 BBR이 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현재 이미 운영 중인 대부분의 롤업들은 베이스드 롤업이 아니기 때문에, BBR의 통합 상태 구조와 호환되기 어렵다. 심지어 만약 베이스드 롤업 구조를 갖춘 프로젝트라고 해도, BBR 환경에서 부스팅되기 위해서는 이더리움 상태 접근, 부스터 블록 구조 도입, 통합 브릿지로의 이관 등 여러 추가 개발 작업이 요구된다. 이 과정은 상당한 개발 리소스와 구조적 전환을 필요로 하며, 단순한 라이브러리 적용 수준을 넘어선 공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BBR이 생태계 전반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지 못할 경우, 오히려 롤업 간 파편화 문제가 고착될 수도 있다. 일부 롤업만 BBR을 채택하고 나머지는 기존 구조를 유지한다면, 상태와 유동성의 단절, 블록체인 간 비호환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롤업 생태계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구조라 하더라도, 표준화와 채택이 따라주지 않으면 기대하는 통합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R 구조가 확대된다면 이더리움은 수많은 롤업과 브릿지로 나뉜 체계가 아닌, 확장성을 갖추었음에도 여전히 하나의 월드 컴퓨터처럼 동작할 수 있다. 사용자는 블록체인 간 전환, 주소 체계의 혼란, 자산 이동 시 지연 문제 없이 하나의 블록체인을 쓰듯 여러 롤업을 넘나들 수 있고, 개발자는 복잡한 멀티체인 인프라 없이도 이더리움 수준의 보안과 일관성을 유지한 채 충분한 성능이 필요한 대규모 서비스를 온체인에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이더리움이 다시 월드 컴퓨터로서의 진정한 위상을 되찾고 젊어지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단순한 롤업의 양적 확장만으로는 부족하다. 흩어진 롤업들을 하나로 묶고 조율할 수 있는 구조인 월드 마더보드를 곁에 두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타이코의 BBR은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적 해답으로 보인다. 과거의 영광에 머물던 이더리움이 다시 “젊음의 샘”을 마시고 회춘할 수 있을지, 이제는 그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