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메인넷을 출시한 아이오타는, DAG 기반의 독자적인 합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수수료 없는 가치 교환 네트워크라는 비전을 일관되게 추구하였다.
아이오타 팀은 더 다양한 사용 사례를 지원하고 광범위한 채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컨트랙트 도입을 통해 자산 표현의 유연성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아이오타 팀은 2022년 IOTA EVM 레이어2 개발을 시작으로, 수이(Sui) 블록체인의 최신 기술 스택을 도입해 레이어1 프로토콜을 전면적으로 재설계하는 ‘아이오타 리베이스드(IOTA Rebased)’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아울러, 아이오타는 독자적인 컨센서스 엔진 개발과 사용자 및 개발자 경험 향상을 위한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지속하며, 차별화된 DAG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최초의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이 등장한 지 어느덧 10년, 그간 블록체인 산업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오픈소스화된 코드 위에 구축된 블록체인 생태계가 포크 가능성(Forkability)과 구성 가능성(Composability)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있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이라는 정신(Ethos) 덕분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이러한 특성들은, 수많은 빌더들이 더 나은 서비스와 인프라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로직을 유연하게 강화하거나, 서로 다른 플랫폼 간의 전환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들고 있는(또는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 자신이 직접 구축하지 않은 무언가를 통합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기존 서비스에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었을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이는 서비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래의 가치가 일관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각기 다른 실험을 시도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차별성을 다시금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5년 대표적인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Directed Acyclic Graph, DAG) 기반 네트워크로 출발한 아이오타(IOTA)가 최근 고성능 수이 인프라의 통합을 통해 무브(MOVE) 기반의 고성능 인프라 아키텍처를 채택함으로써, 확장성·프로그램 가능성·생태계 성장을 위한 중대한 변혁을 이루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2015년 후반에 등장한 아이오타의 근간을 이루는 비전은 "유의미한 변혁을 위해(Built to make a difference)"으로 요약된다. 아이오타는 초창기부터 자체 합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수수료 없는 가치 교환 네트워크를 일관되게 추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많은 기술적 난관과 마주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아이오타 팀은 수학적 이론과 시뮬레이션에 기반해 인프라를 수없이 개선해왔고, 필요하다면 기존의 인프라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인프라로 대체하는 결정도 서슴지 않았다.
강력한 내부 리서치와 엔지니어링 역량, 그리고 변화하는 시장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을 통해 긴 시간동안 회복력을 보여주고 지속적인 혁신을 보여준 아이오타 팀. 그런 그들이 왜 수이 무브의 기술을 기반으로 대대적인 리베이싱을 단행했으며, 이를 통해 과연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16년에 메인넷을 런칭한 아이오타는 수년간 토큰 전송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만들기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 DAG를 선택하였다. 네트워크 이론이나 위상 수학 등의 분야에서 널리 쓰였던 DAG이라는 개념은 기존 블록체인 인프라가 안고 있던 낮은 확장성, 높은 수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인 대안으로 그 당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에, 많은 프로젝트들이 블록 구조 자체를 DAG로 대체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블록체인 3.0’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기존 블록체인과 DAG 구조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모든 밸리데이터가 하나의 동기화된 블록 생성을 위해 동시에 합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밸리데이터가 서로 다른 네트워크 상태를 바라보며 개별 트랜잭션 단위로 필요한 부분에만 서명을 주고받는다는 점에 있다. 즉, 각 트랜잭션이 네트워크 내 슈퍼다수의 검증자로부터 서명을 얻으면 해당 거래는 합의에 도달하고 최종 확정될 수 있는데, 이러한 개별 거래들의 집합을 통해 전체 네트워크의 상태를 비로소 유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DAG는 거래를 비동기적이고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기존 블록체인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높은 확장성을 가진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DAG 기반의 블록체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호운용성 달성의 어려움, 중앙화된 노드 운영 환경 등 자체적으로 구조적인 한계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상용화 단계에 도달한 프로젝트의 수가 줄어들면서 대중의 관심 또한 점차 식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 자체를 DAG로 대체하는 대신 DAG 기반의 합의 메커니즘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도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졌다. 실제로, 이후 DAG 방식은 수이 네트워크가 네트워크 구조에 그것을 접목하였고 앱토스(Aptos) 역시 확장성 향상을 위한 접근 방식으로 DAG 기반 합의를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DAG는 최근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초창기 아이오타는 탱글(Tangle)이라 불리는 DAG 기반 원장 구조를 채택했다 - 탱글은 새로운 트랜잭션이 이전의 두 개의 블록을 참조(referencing)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블록의 개념을 제거하고 전통적인 블록체인의 단일 체인 구조를 확장된 그래프 형태로 일반화하였다. 이 구조에 따르면, 채굴자 등의 개입 없이도 거래의 유효성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있다. 따라서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탱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다.
또한 탱글에서는 여러 트랜잭션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오히려 처리량이 증가하는 독특한 특성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를 제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분산화된 합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별도의 메커니즘이 필요했다. 아이오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코디네이터(Coordinator)’라는 중앙 노드를 두어 주기적으로 체크포인트(마일스톤)를 찍도록 했고, 덕분에 보안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이 방식은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수준을 일정 부분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아이오타가 추구하는 ‘디지털 자율성’ 이라는 궁극적인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노드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자율 합의가 보장되어야 했으므로, 아이오타 팀은 이후 ‘크리살리스(Chrysalis, IOTA 1.5)’, ‘코디사이드(Coordicide, IOTA 2.0)’ 등 다양한 분산 합의 알고리즘을 연구하며 지속적인 실험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쌓은 연구 성과와 기술적 기반은 이후 아이오타의 진화 방향에 중요한 초석이 되었고, 2024년에는 ‘**아이오타 리베이스드(IOTA Rebased)’**라는 전략적 전환이 제안되기에 이르렀다.
아이오타 리베이스드란, 아이오타가 확장성, 속도, 그리고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이 블록체인의 최신 기술 스택을 활용하여 프로토콜을 재구성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의미한다.
수이의 기술을 채택하기 이전 당시, 토큰 전송에 최적화된 로드맵(IOTA 2.0, Coordicide)을 따르고 있던 아이오타 팀은 더욱 다양한 사용 사례를 지원하고 광범위한 채택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지원을 통해 더욱 유연하게 자산을 표현하고 다양한 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해야한다고 믿었다. ‘L1 프로그램 가능성(L1 Programmability)’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이니셔티브를 위해, 아이오타 팀은 2022년 ‘IOTA EVM* 레이어2’ 개발과 함께 스마트 컨트랙트를 아이오타 레이어1에 통합하는 솔루션 환경과 기술적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내부 팀을 만들었다.
아이오타 팀은 모든 사용 가능한 솔루션 중에서 수이의 개발사인 미스텐랩스(Mysten Labs)의 무브 가상머신(Move VM)이 안전성 및 미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아이오타 DAG 원장에 가장 적용 가능하고 가장 유망한 솔루션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수이는 무브 언어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를 객체 지향(Object-based) 방식으로 구현한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2023년 메인넷 출시 이후 고성능 병렬 처리를 통해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아이오타 팀은 여러 달에 걸쳐 수이의 러스트(Rust) 코드베이스를 아이오타에 맞게 수정하고, 아이오타 고유의 설계 철학을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병렬 실행, DAG 기반 멤풀 - 합의 매커니즘, 지분 증명 기반 합의(Proof-of-Stake) 등 아이오타가 추구하던 핵심 개념들이 수이 코드베이스 위에 충실히 반영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아이오타의 새로운 레이어 1 프로토콜인 ‘아이오타 리베이스드’이다. 2024년 후반에 성공적으로 작업이 완료된 아이오타 리베이스드는, 이미 안정성과 성능이 검증된 수이 코드베이스 위에 구축되었으며, 이를 통해 아이오타 네트워크에 무브 기반의 네이티브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자연스럽게 부여하였다.
*아이오타는 솔리디티(Solidity) 기반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기 위해 IOTA EVM을 별도의 레이어2의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수년간 수차례의 우여곡절을 거쳐 탄생한 아이오타 리베이스드는 DAG와 블록체인의 장점을 결합하여 빠른 거래 처리 속도와 높은 유연성을 동시에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보장하면서도 더욱 분산화된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아이오타 리베이스드 프로토콜은 수이의 미스티세티(Mysticeti) 합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저지연의 트랜잭션 시퀀싱 및 완결성(finality)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무브 프로그래밍 언어를 도입함으로써 자산을 보다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트랜잭션 병렬 처리 등 네트워크 구조와도 일관되게 연동되도록 스마트 컨트랙트 구현을 지원하고 있다.
3.1.1 유연한 스마트 컨트랙트 정의를 위한 무브(MOVE) 언어
앞서 언급하였듯, 아이오타는 이번 리베이싱을 통해 다양한 자산과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유연하게 정의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기능들을 확장가능하게 개발/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환경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기존 이더리움의 EVM/솔리디티(Solidity)환경은 모든 사용 사례를 유연하게(seamless) 구현하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많았다. 예를 들어, EVM 환경은 동일한 로직을 과도하게 저장하는 문제(e.g., 중복된 컨트랙트 배포)를 가지고 있으며, 단일 스레드 방식을 고수하기때문에 병렬 처리를 지원하기 어렵다. 또한 개별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고, 프로토콜 수준에서 구현하기 힘든 표준들이 주로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 파편적으로 도입되어왔기때문에 고질적인 확장성·처리 효율성·메모리 안정성 문제가 더욱 고착화된다.
반면, (미스텐랩스의 코파운더인 Sam Blackshear를 포함한) 메타 출신 개발자들이 설계한 무브 언어는 이러한 병목 지점과 보안 취약성, 토큰 표준의 비일관성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도록 고안되었다. 글로벌 상태가 아닌 객체 단위로 상태를 분리해 자산간 관계를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트랜잭션을 병렬 실행할 수 있으므로, 동일 하드웨어에서 훨씬 높은 TPS(초당 처리량, Transactions Per Second)를 달성할 수 있고 수수료 역시 크게 절감된다. 더 나아가 무브는 리소스(Resource)를 일급 객체(first class value)로 정의해 중요한 자산들이 복제·폐기·변경되지 않도록 통제하며, 데이터 앱스트랙션(Data Abstraction)을 통해 복잡한 리소스 관리나 보안 권한 설정을 모듈 내부로 숨겨 개발과 사용을 쉽게 한다.
또한 무브에서는 정적 검증(Static Verification) 방식을 적용해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전 단계에서 타입, 표현식, 함수, 변수 사용에 관한 잠재적 에러와 취약점을 사전에 감지한다. ‘borrow checker’를 통해 데이터가 의도치 않게 변질되거나 참조가 꼬이는 상황을 예방하고, 나아가 ‘Formal Verification’을 통해 스마트 컨트랙트 로직을 수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 보안을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다.
아이오타는 무브의 이러한 특징들을 자사의 인프라에 맞춰 더욱 최적화하였다. 객체 단위 접근 방식을 채택해 병렬 실행과 확장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한편, 모듈 이니셜라이저와 유연한 엔트리 포인트 설계를 통해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도 안전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아이오타는 개발자 친화성과 보안성을 모두 갖춘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자산을 보다 유연하게 표현하고 다양한 기능을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며 차세대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서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3.1.2 DAG 구조에 최적화된 고성능 처리 엔진, 미스티세티(Mysticeti) 합의 엔진
아이오타는 무브 언어로 정의된 다양한 자산과 컨트랙트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원활하게 처리되도록 하기 위해 기존 DAG 기반 트랜잭션 전파 구조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수이 네트워크가 채택했던 ‘미스티세티(Mysticeti)’ 합의 엔진까지 도입하기에 이른다. 미스티세티는 수이가 기존에 사용했던 불샤크(Bullshark) 엔진*의 레이턴시를 개선하기 위해 미스텐랩스(Mysten Labs)가 새롭게 제안한 DAG 기반 합의 프로토콜로, 단일 리더에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의 전체 대역폭을 활용함으로써 여러 검증 노드가 동시에 트랜잭션을 처리하면서도 전순서에 대해 빠르게 합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불샤크는 라운드(round) 기반 비동기 DAG 구조를 채택한 합의 엔진으로, 블록 커밋을 위한 임계값 파라미터에 따라 앵커(블록 리더)를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를 통해 각 밸리데이터 간의 과도한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효율적으로 이전 라운드의 순서에 도달하고 상호 합의에 이르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Source: MYSTICETI: Reaching the Latency Limits with Uncertified DAGs
미스티세티는 레이턴시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세 가지 주요 기술을 도입하며 불샤크 엔진을 개선했다. 첫째, 매 라운드마다 과반수 검증자의 서명을 수집하던 기존 인증 절차를 생략하고(i.e., uncertified DAG), 암묵적 인증서(Implicit Certificate)를 통해 이론적으로 최소한의 통신 단계(약 세 번의 메시지 교환)만으로 블록을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불샤크에서는 블록에 대해 다수의 서명이 모인 후 이를 네트워크에 전파했지만, 미스티세티는 각 검증자가 자신의 블록을 서명한 뒤 곧바로 전파함으로써 통신 과정을 대폭 간소화한 것이다.
둘째, 불샤크에 존재했던 프라이머리-워커(primary-worker) 구조를 제거해 합의 과정을 단순화했다. 불샤크 엔진에서는 워커 노드가 거래를 수집하고 프라이머리 노드가 블록을 제안하는 이중 절차가 필요했지만, 미스티세티에서는 거래를 바로 블록에 포함함으로써 그에 따른 대기 시간을 제거할 수 있다.
셋째, 라운드마다 복수의 리더 블록을 선정해 더 많은 거래를 즉시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불샤크 엔진에서는 한 번에 하나의 리더 블록만 확정되어 직전에 포함된 일부 거래는 다음 라운드까지 확정이 지연될 수 있었지만, 미스티세티에서는 여러 블록을 동시에 리더로 삼음으로써 이러한 지연을 해소했다.
결과적으로, 아이오타는 미스티세티 합의 엔진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DAG 기반 트랜잭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수이 네트워크가 보여준 높은 성능, 강력한 네트워크 보안, 그리고 분산화된 합의 메커니즘의 특성을 함께 구현할 수 있게 되어 더 많은 사용자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아이오타는 네트워크의 운영 효율성과 개발자 친화성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자체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3.2.1 더 나은 안정성과 확장성을 위한 스타피쉬(Starfish) 컨센서스 엔진
4월 1일자로 오픈소스로 공개된 스타피쉬는, 아이오타가 기존에 채택했던 미스티세티 합의 엔진을 개선하여, 안정성과 확장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개발된 새로운 합의 프로토콜이다 - 미스티세티가 낮은 지연과 간소한 구조를 추구했다면, 스타피쉬는 부분 동기적(partially synchronous) DAG 기반 BFT 방식을 통해 보안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
앞서 미스티세티 엔진의 미인증(uncertified) DAG 방식은 낮은 레이턴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미인증 DAG 방식은 라운드마다 필요했던 기존 인증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모든 통신 라운드를 요구하는 인증 방식에 비해 어느 정도 보안성을 희생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아이오타가 향후 엔진으로써 제시하는 스타피쉬는 인증된 DAG와 유사한 강한 보안을 확보하면서도, 미인증 방식 DAG의 효율을 어느 정도 살려내는 절충안을 제시한다. 좀 더 덧붙이자면 - 스타피쉬는 블록이 최초로 제안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블록 내 트랜잭션 데이터의 가용성을 증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 악의적 노드가 일부 데이터를 누락시키거나 숨길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Reed-Solomon 소거 코딩과 데이터 가용성 증명서(Data Availability Certificate, DAC)를 결합한 ‘Encoded Cordial Dissemination‘ 이라고하는 방식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이 방식의 골자는 블록을 전파할 때 인코딩된 조각(샤드)들을 푸시(Push) 방식으로 네트워크 전체에 전송하고, 리더 블록이 과거 블록에 대한 데이터 가용성 증명서(DAC)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각 노드는 자신의 블록은 완전하게 전파하되 다른 노드의 블록에 대해서는 인코딩된 샤드 하나만을 전파하면 되는데, 이 때 f+1개의 샤드가 머클 증명을 통해 검증되기만 하면 원래의 트랜잭션 데이터는 Reed-Solomon 디코딩을 통해 복원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데이터는 대규모 네트워크나 비잔틴 노드의 존재 하에서도 효율적으로, 그리고 손실 없이 전파될 수 있으며, 높은 트랜잭션 부하 상황에서도 처리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미스티세티 엔진은 풀(Pull) 기반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노드가 직접 요청해 가져오는 방식이다 보니, 통신상황이 좋지 않거나 블록 생성이 매우 빠를 때에는 중복 요청이 증가해 지연이나 통신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게다가 미스티세티는 빠른 합의를 위해 매 라운드 다수의 리더 블록을 동시에 커밋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블록 데이터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 경우에는 반복적으로 후속 요청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스타피쉬는 리더 블록을 통해 데이터 가용성을 사전에 입증하고 나서야 합의 절차를 진행하므로, 한 차례 더 통신 라운드가 필요한 대신 대규모 거래가 발생하는 환경에서 더욱 안정적이다.
요컨대, 두 프로토콜 모두 비잔틴 장애를 견디는 안전한 합의 방식을 지향하나, 미스티세티는 속도와 단순성에 초점을 맞췄고 스타피쉬는 안정성과 확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3.2.2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위한 가스 스테이션(Gas Station)
합의 엔진 외에도, 아이오타는 개발자 및 사용자들의 원활한 경험을 위해 기초적인 여러 모듈들(빌딩 블록)을 개발하였다. 첫 번째는 가스 스테이션(Gas Station)이다.
아이오타 가스 스테이션은 네트워크 거래 수수료를 개발자와 어플리케이션 제공자가 대신 후원(sponsor)할 수 있도록 해, 고객들의 온보딩을 간소화하고 Web3 도입 장벽을 낮추는 용도로 설계된 툴이다. 사용자는 별도의 IOTA 토큰을 보유하거나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애플리케이션과 상호 작용할 수 있으며, 개발자는 가스 스테이션을 통해 거래 비용을 대신 충당하고 액세스 제어·사용자 지정 한도와 같은 기능 등을 활용하여 유연하게 가스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다. 즉, 가스 스테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는 쉽고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애플리케이션 측면에서는 복잡한 수수료 관리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
3.2.3 원활한 데이터 수집을 위한 아이오타 인덱서
또한, 아이오타는 아이오타 체인에서 생성되는 원본 데이터와 파생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제공하는 노드 데이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노드에서 얻은 체크포인트 블롭을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에 인덱싱하여 객체, 트랜잭션 등의 다양한 테이블 구조로 도식화한다. 이를 통해 아이오타는 개발자들에게 JSON RPC 서버 형태의 리더 바이너리를 구동해 온라인 트랜잭션 처리(OLTP)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
JSON RPC API 외에도, 아이오타는 인덱싱된 체인 상태에 대해 강력한 쿼리를 실행할 수 있는 GraphQL API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개발자들은 필요한 데이터만 선택하여 응답으로 받을 수 있어, 데이터 쿼리 과정을 간소화하고 전체적인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커스텀 인덱서(custom indexer)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에 특화된 데이터를 인덱싱하고 이를 애플리케이션 상에서 노출시킬 수 있다. 이렇게 온체인 상태, 이벤트, 사용자 상호작용에 대한 세밀한 인사이트를 확보함으로써, 애플리케이션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보다 풍부하게 표현하고 반응형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애플리케이션 경험 전반을 향상시킬 수 있다.
3.2.4 디지털 신원을 위한 아이오타 아이덴티티 프레임워크
아이오타는 사람, 조직, 사물을 막론하고, 디지털 신원을 발급하고 검증 가능한 자격 증명을 통해 별도의 신뢰 과정 없이도 모든 당사자가 원활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꿔오고 있다. 그 결과, 인터넷에 대한 보편적 신뢰 계층의 역할을 하는 아이오타 아이덴티티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하고 투명한 디지털 신원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개인은 사용 사례에 따라 공개할 정보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체 주권 신원(SSI)을 얻을 수 있고, 이를 도입한 조직은 필요한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이고 개인 정보 보호가 강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사물에는 속성을 식별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고유한 글로벌 ID가 부여될 수 있도록하여 완전한 디지털화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아이오타의 이러한 기술 스택 및 프로토콜 전반의 업데이트와 더불어, 대대적인 개편을 함께 겪어온 것은 바로 아이오타의 토크노믹스이다 - 아이오타는 지난 10여년 간 네트워크의 합의 메커니즘이 여러 차례 개편되는 과정에서, 아이오타의 네이티브 토큰인 $IOTA의 유틸리티와 전체 토크노믹스 또한 진화시켜왔다.
2016년 진행된 아이오타 크라우드세일에서는 약 27.79억 개의 $IOTA 토큰 전체가 1337 BTC(당시 약 50만 달러)에 초기 아이오타 커뮤니티에 판매되었다*. 하지만 채굴자나 스테이커가 필요하지 않았던 당시의 탱글(Tangle) 구조 특성상 거래 수수료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IOTA 토큰은 단순히 교환 수단 이상의 고유한 유틸리티를 거의 갖지 못했다.
이처럼, $IOTA는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었지만 뚜렷한 사용처가 없었기 때문에, 2023년 10월 ‘아이오타 스타더스트(IOTA Stardust)’ 네트워크의 도입과 함께 첫 번째 대규모 토크노믹스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 개편의 주요 목적은 생태계 성장을 촉진하는 데 있었다. 거버넌스 투표를 통해 진행된 이 개편안에 따르면 전체 발행량은 기존의 27.79억 개에서 46억 개로 확대되었고, 새롭게 발행할 약 18.2억 개의 토큰은 다양한 용도로 배분될 예정이었다 - 배분된 물량 중 상당수는 베스팅 락업된 상태로 향후 2~4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유통되며, 주요 분배 대상은 IOTA 재단(R&D) 7.1%, TEA(탱글 생태계 협회) 12%, UAE 기반 IOTA DLT 재단 12%, 과거 기여자 및 파트너 보상 5%, Assembly 네트워크 스테이킹 참여자 대상 에어드롭 3.5%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공급량이 2016년, 아이오타 크라우드세일을 통해 커뮤니티에 전량 판매되었기 때문에 2017년에는 커뮤니티가 공급량의 5%를 자발적으로 기부하여 독일 비영리 재단인 아이오타 재단의 설립 및 운영을 지원했다.
그리고 최근 아이오타 리베이스드를 통해 합의 엔진이 위임지분증명(Delegated Proof of Stake, DPoS) 기반으로 전환되면서, 거래 수수료를 소각해 인플레이션을 상쇄하는 새로운 디플레이셔너리 모델이 도입되었다. 즉, 기존의 분배 계획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공급 상한이 없어지는 동시에 수수료 소각을 통해 디플레이션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네트워크 보안을 강화하고, 무한한 토큰 공급을 방지하는 유연한 경제 구조를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아이오타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개발하면서 $IOTA 토큰의 활용처는 기존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이에 맞추어 토큰의 수요/공급은 기본 가스비, 밸리데이터에게 지급하는 선택적 팁(tip), 스토리지 디파짓을 위한 비용, 그리고 스테이킹 보상(에포크당 약 76.7만 개 IOTA, 연간 약 6%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조절된다 - 이때 스테이킹 보상은 매 에포크마다 새로 발행되어, 해당 에포크 종료 시점에 밸리데이터 스테이킹 풀에 분배된다.
현재 글을 쓰는 시점 Tokenomist를 기준으로, 아이오타의 총 유통 물량은 약 37.8억 개이다. 아이오타는 향후 합의 알고리즘 개선, 로컬 수수료 마켓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전개하며 토크노믹스를 정교하게 조정해나갈 예정이다.
DAG 기반 BFT 합의 방식은 데이터 전파와 합의를 분리하고 각 노드가 스스로 DAG를 해석하도록 함으로써, 일부 노드가 느리거나 악의적이어도 나머지 노드들이 연속적으로 블록을 확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텐더민트(Tendermint)나 핫스터프(HotStuff) 등 기존 BFT 합의 방식에서 리더 의존성으로 발생하던 합의 지연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성능과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탈중앙화된 구조와 견고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아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간 DAG를 가치 전송망의 핵심으로 삼고 수십 편에 달하는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 공급망, IoT, 게임, 의료, 소셜,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DAG를 성공적으로 적용해온 아이오타가, 더욱 폭넓은 활용 사례를 수용하고자 수이의 기술을 포크해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 본격 전환에 나섰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만하다. 아이오타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독자적인 합의 엔진까지 도입함으로써 한층 차별화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까지 이어나가고 있다.
아이오타가 축적해온 독자적인 연구 역량과 이를 빠르게 구현해내는 엔지니어링 능력, MoveVM과 EVM을 넘어서는 다양한 가상 머신(VM) 지원 계획, 개발자를 위한 프로토콜 차원의 여러 이니셔티브, 그리고 생태계 확장을 위한 비즈니스 혁신 프로그램(Business Innovation Program) 운영 등, 이처럼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웹3 네이티브 접근이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정착된다면, 수이에 이어 또 하나의 DAG 기반 네트워크가 의미 있는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