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시작된 인스크립션은 11월부터 다른 수 많은 네트워크에도 퍼져나가며 많은 영향을 주었다. 11월 중순부터 약 6주간 주요 EVM 네트워크의 전체 트랜잭션 대비 인스크립션 트랜잭션의 비율은 무려 50%에 달했다.
다른 네트워크들의 토큰 인스크립션 방식을 살펴보면 BRC-20에서 사용되던 JSON 포맷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지만, 온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은 서로 상이하다. 본 글에서는 Ethereum, Arbitrum One, Avalanche C-Chain, zkSync Era, Polygon PoS, Solana, Cosmos, Celestia 등에서의 인스크립션 방식 및 영향에 대해 다룬다.
Source: @Junko__Suzuki
모두가 BTC 현물 ETF의 승인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희망찬 연말에, 여러 EVM 네트워크들은 인스크립션(Inscription)으로 인해 굉장한 고난을 맛보았다. 12월 15일, 아비트럼(Arbitrum) 네트워크는 수 많은 인스크립션 트랜잭션을 버티지 못하고 1.5시간 동안 시퀀서가 멈춰버려 사용자들의 트랜잭션을 처리하지 못했다. 아발란체(Avalanche) 네트워크는 한 트랜잭션의 수수료가 $1,500 이상으로 치솟기도 하고, 12월 13일부터 12월 25일까지 인스크립션 트랜잭션과 관련된 가스만 무려 $38.7M 이상이 사용되며 네트워크에 혼잡이 야기됐다.
EVM 네트워크들뿐만 아니라, Celestia, Injective, Cosmos를 비롯한 코스모스 생태계, Aptos, Sui를 비롯한 Move 생태계, Solana, Telegram Open Network 등 수 많은 네트워크에서도 인스크립션 열풍이 불었다. 이번 글에선 도대체 인스크립션이 무엇이고,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제외한 다른 네트워크 위에선 인스크립션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인스크립션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비트코인 오디널스(Bitcoin Ordinals)를 이해해야 한다. 오디널스는 비트코인의 가장 작은 단위인 사토시(sats)에 임의의 데이터를 기록(Inscribe)할 수 있는 서비스이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세그윗(SegWit) 및 탭루트(Taproot) 업그레이드를 활용한다. 이더리움 NFT와 달리 비트코인 오디널스는 이미지, 비디오 등의 데이터가 비트코인 온체인에 직접 기록된다는 점에 있어 진정한 NFT로 평가받고 있다. 오디널스 생태계는 빠르게 성장했는데 해골 이미지가 기록된 최초의 인스크립션 이후로 DeGods, Yuga Labs 등 유명 NFT 프로젝트도 오디널스를 활용하여 NFT를 민팅하고, 실제로 플레이할 수 있는 저사양의 게임도 비트코인 온체인에 기록되고 있으며, 급기야 Sotheby’s는 최초의 오디널스 PFP 컬렉션인 Bitcoin Shrooms을 경매로 판매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2.2.1 BRC-20 Overview
오디널스가 출시된 직후에는 대부분 이미지 파일이 기록되었으나, 오디널스의 전성기는 domo가 BRC-20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BRC-20 표준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실험삼아 FT(Fungible Token)를 구현한다는 목표로 시작되었으며, 오디널스를 통해 사토시에 특정 JSON 형식을 만족하는 텍스트를 기록하여 FT를 구현한다.
2.2.2 BRC-20 Operations
BRC-20에는 1) Deploy, 2) Mint, 3) Transfer 세 종류의 오퍼레이션이 존재한다. 우선 BRC-20 토큰을 만들기 위해선 Deploy 형식에 맞는 텍스트를 사토시에 기록해야하며, Mint 오퍼레이션을 통해 토큰을 발행할 수 있고, Transfer 오퍼레이션을 통해 토큰을 전송할 수 있다.
p: 프로토콜 (e.g., brc-20, orc-20)
op: 오퍼레이션 (e.g., deploy, mint, transfer)
tick: 토큰 티커 (e.g., ordi, sats)
max: 토큰 최대 발행량 (e.g., 21000000)
lim: Mint 당 최대 발행 토큰 수 (e.g., 1000)
amt: Mint/Transfer 하려는 토큰 수 (e.g., 300, 1000)
Deploy만된 BRC-20 토큰은 누구나 선착순으로 Mint 오퍼레이션을 통해 발행할 수 있다. 만약, lim이 1000인데 Mint 오퍼레이션의 amt가 1000을 초과한다거나, 혹은 이미 Mint된 토큰이 max 값을 넘어섰다고 해도 Mint 오퍼레이션에 해당하는 텍스트는 계속 사토시에 기록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처음 Deploy 오퍼레이션에 명시된 텍스트에 위배되기 때문에, BRC-20 익스플로러(e.g., unisat, brc-20.io)와 같은 오프체인 인덱서들은 이를 잘 트래킹하여 필터링해야한다.
BRC-20에서 토큰을 전송하는 방식은 Transfer 오퍼레이션 형식에 맞는 텍스트를 사토시에 기록한 후 해당 사토시를 수령인에게 전송하면된다. 따라서 만약 A라는 사용자가 1000 ORDI를 발행하는 Mint 오퍼레이션 텍스트가 기록된 사토시를 5개만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A의 ORDI 잔고는 5000이 아닐 수 있으며, 이는 ORDI Transfer 오퍼레이션 텍스트를 A가 다른 사토시에 기록한 후 다른 사용자에게 전송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2.3 Impact of BRC-20
BRC-20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왔다. BRC-20 토큰의 민팅이 한창 유행하던 2023년 5월에는 하루에 최고 635 BTC의 트랜잭션 수수료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최초의 BRC-20 토큰인 ORDI는 12월 26일 기준 시가 총액 $1.4B를 전체 코인 중 시가 총액 순위 56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대단한 것은, BRC-20 및 오디널스 인스크립션의 파급력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치 메뚜기 떼가 몰려다니며 농작물을 초토화하듯이, 인스크립션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이외에 다른 네트워크들을 휩쓸고 있다. ‘1. What Happened?’에 언급한 Avalanche, Arbitrum의 사례 이외에도 Polygon PoS, BNB 등 수 많은 네트워크 및 Solana, TON과 같은 비 EVM 네트워크들에서도 인스크립션 열풍이 불고 있다. 11월 15일부터 12월 26일까지 주요 EVM 네트워크들에서 전체 트랜잭션 수 대비 전체 인스크립션 트랜잭션 수의 비율은 무려 50%로, 이는 6주 정도되는 시간 동안 절반에 해당하는 트랜잭션이 인스크립션 트랜잭션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단적인 예시로는 Fantom 네트워크는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97.8%의 트랜잭션이 인스크립션이었고, 아발란체는 12월 14일부터 25일까지 92.6%의 트랜잭션이 인스크립션일 정도로 인스크립션은 네트워크 차원에서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각 네트워크 별로 인스크립션이 비슷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지만, 그 구현 방식이나 네트워크에 끼친 영향이 서로 상이하다. 따라서 본 파트에서는 각 네트워크 별로 인스크립션의 구현 방식 및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3.2.1 Ethscriptions
EVM 네트워크 중 인스크립션이 처음으로 유행한 네트워크는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최초의 인스크립션 서비스는 Tom Lehman이 2023년 6월에 시작한 Ethscriptions이다. 이더리움은 기본적으로 트랜잭션 수수료가 비싼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인스크립션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른 EVM 네트워크들의 인스크립션 방식이 Ethscription의 방식을 따른다는데 있어서 의의가 크다.
3.2.2 Ethscriptions Basics
Ethscriptions는 임의의 데이터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calldata에 기록한다. Calldata는 트랜잭션에 수반되는 필드로, 스마트 컨트랙트에서 특정 함수를 호출할 때 필요한 인자를 기록하는 영역이다. 이더리움 기반의 롤업 네트워크들이 트랜잭션 데이터를 저장할 때 calldata 영역을 사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비트코인 오디널스는 최대 4 MB의 데이터를 사토시에 기록할 수 있는 반면에, Ethscriptions에서 calldata의 영역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96 KB 이하의 데이터밖에 못 기록한다는 단점이 있다.
누구나 Ethscriptions 웹사이트의 create 탭에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인스크립션을 쉽게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오디널스에는 데이터를 사토시에 기록하기 때문에, 그 사토시를 통해 소유권을 판별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calldata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따라서 인스크립션의 소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선 인스크립션을 생성할 때 ‘0 Ether 트랜잭션’을 활용한다. 자기자신에게 0 ETH를 전송하는 트랜잭션을 생성함으로써 Ethscriptions의 소유자는 본인이 되며, 해당 트랜잭션의 calldata에 96 KB 이하의 임의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Ethscriptions ID는 해당 인스크립션이 처음 생성된 트랜잭션의 트랜잭션 해시로 결정된다. 텍스트의 경우 calldata에 텍스트가 그대로 들어가지만, 이미지의 경우 Base 64-encoded URI를 hex로 전환한 hex data가 들어간다.
Ethscriptions의 전송 또한 ‘0 Ether 트랜잭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전송할 Ethscriptions ID (최초 생성된 트랜잭션의 해시) 값을 calldata에 넣고, 인스크립션을 전송할 주소로 ‘0 Ether 트랜잭션’을 생성하면 해당 인스크립션의 소유자가 바뀐다.
3.2.3 Ethscriptions Impacts
EVM 네트워크들 사이에서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인스크립션이 가장 먼저 일어난 네트워크이지만,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가장 Ethscriptions 트랜잭션이 많았던 2023년 8월 5일, Ethscriptions 트랜잭션이 전체 트랜잭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2.0%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트랜잭션 수수료가 기본적으로 타 EVM 네트워크들에 비해 많이 비싸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Ethscriptions이 개척한 인스크립션 방식은 타 EVM 네트워크들에서 널리 사용되며 대 인스크립션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비교적 인스크립션 활동이 일찍 시작 되었던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달리 다른 주요 EVM 기반의 네트워크들에서 인스크립션 활동은 2023년 11월 이후로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들 모두 EVM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Ethscriptions와 마찬가지로 임의의 데이터를 calldata 영역에 저장함으로써 인스크립션 활동이 일어난다. 가장 인스크립션 활동이 두드러진 네트워크로는 Polygon PoS, Avalanche C-Chain, BNB Chain 등이 있다. 모두 EVM 기반의 네트워크이지만, 인스크립션이 각 네트워크들에 끼친 영향은 천차만별이며, 따라서 커뮤니티는 이번 인스크립션 열풍을 블록체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라고 평가하고 있다.
3.3.1 Arbitrum One
Arbitrum One에선 fair-20이라는 토큰 표준으로 발행된 fair 토큰 때문에 엄청난 인스크립션 활동이 발생했다. fair 토큰과 관련된 트랜잭션은 약 8M개 발생했으며, 이는 Arbitrum 네트워크 인스크립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Fair20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BRC20과 EVM 네트워크를 브릿지로 연결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데, 민팅 이후 ��위터 공식 계정의 업데이트가 딱히 없는 것으로 ���아 로드맵의 이행은 불투명하다. Fair20과 관련된 트랜잭션으로 인해 Arbitrum One 시퀀서는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1.5시간 동안 멈추었다.
3.3.2 Avalanche C-Chain
Arbitrum One에서는 일회성으로 막대한 인스크립션 트랜잭션이 발생했지만, Avalanche C-Chain에선 11월과 12월에 걸쳐서 꾸준히 인스크립션이 발생하고 있다. Avalanche에서 인스크립션 활동은 주로 Avascriptions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asc-20 토큰 배포 및 마켓플레이스에서의 거래를 지원한다. 가장 시가총액이 큰 asc-20 토큰은 avav이며, 무려 $55M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한 때 갑작스러운 인스크립션 액티비티 증가로 인해 Avalanche C-Chain의 트랜잭션 수수료가 치솟기도 하며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했다. 참고로 앞에서 언급했듯이 12월 13일부터 12월 25일까지 인스크립션 트랜잭션과 관련된 가스만 무려 $38.7M 이상이 사용되기도 했다.
3.3.3 zkSync Era
Source: bartek.eth
zkEVM L2 생태계에선 zkSync Era가 두각을 나타냈다. 2023년 12월 16일, 인스크립션 액티비티가 증가하며 zkSync는 전체 롤업 네트워크 중 가장 높은 TPS를 보여주기도 했다. zkSync Era는 14시간 동안 평균 $0.12의 트랜잭션 수수료로 150 TPS를 처리하며 나름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데이터 베이스와 관련하여 이슈가 생겨 15분 정도의 다운타임이 발생했다. 재미있는 것은 트랜잭션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랜잭션 수수료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zk롤업 네트워크는 주기적으로 트랜잭션을 모아 증명과 함께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제출한다. 따라서 트랜잭션이 너무 많아 priority fee 경쟁이 붙지 않는 이상, 트랜잭션 수가 증가할수록 오히려 트랜잭션 당 부과되는 zk 증명 생성 가격은 감소한다.
3.3.4 Polygon PoS
Polygon PoS는 Avalanche C-Chain과 더불어 인스크립션 활동이 가장 많이 발생한 체인 중 하나이다. 11월 중순부터 prc-20 토큰 표준에 관련된 액티비티가 급증하자 트랜잭션도 급등하였지만, Avalanche 및 Arbitrum과 달리 네트워크가 멈추거나 가스비가 극단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Polygon PoS가 다른 EVM 네트워크와 달리 Block STM 기반의 병렬 EVM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EVM은 태생적으로 트랜잭션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는데, 이는 EVM 기반 네트워크의 확장성을 제한하는 가장 큰 병목 중 하나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머신 레벨에서 트랜잭션을 병렬로 처리하기 위해선 사용자들이 제출한 트랜잭션들 사이의 의존도를 알아야 한다. 서로 의존하지 않는 트랜잭션은 병렬로 처리해도 문제가 없지만, 만약 처리 순서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트랜잭션을 병렬로 처리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Polygon PoS는 EVM에 Aptos Labs의 병렬 처리 방식인 Block STM을 선택하였으며, 이를 2023년 7월 Indore Fork 때 도입했다. Block STM은 트랜잭션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실행한 후 만약 충돌하는 트랜잭션이 발견될 시 블록을 다시 재 구성한다. Polygon PoS는 이미 엄청난 규모의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테스트해본 결과 트랜잭션이 충돌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어, Block STM의 블록 재구성 과정이 필연적이고 오버헤드를 발생시킨다고 판단하여, 재구성을 하지 않는 대신 트랜잭션 사이의 의존도를 보여주는 DAG (Directed Acyclic Graph)를 블록 메타데이터에 추가한다. 이 메타데이터는 블록을 받은 노드들이 블록을 재구성할 필요 없이 어떤 트랜잭션이 충돌하는지 쉽게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Source: Polygon
Polygon에서 2022년 12월에 병렬 EVM을 테스트한 결과를 공개했으며, 약 1.6배의 TPS 향상을 이루어냈다. 병렬 EVM이 도입되어있었기 때문에, Polygon PoS는 이번 인스크립션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큰 영향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Solana 인스크립션의 분석을 도와준 Ativ의 @b_loved_deok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제 Solana는 명실상부 비트코인, 이더리움 생태계의 뒤를 잇는 세 번째로 큰 생태계로, Solana 또한 인스크립션 열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Solana의 인스크립션은 타 생태계와 비교하여 비교적 복잡한 방식을 갖는다. Solana 인스크립션은 기본적으로 libreplex 프로토콜을 따른다. 사용자가 인스크립션 트랜잭션을 생성하면 JSON 포맷 텍스트는 특정 어카운트에 저장되며, 그 인스크립션에 해당하는 FT와 NFT가 민팅되어 FT는 프로그램에 에스크로되고, NFT는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지갑에 전송된다.
Source: Solscan (Sa3…wqM)
위 예시는 직접 libreplex 기반의 solscribe.io에서 직접 spl-20 인스크립션을 민팅한 트랜잭션이다. 인스크립션 정보가 56h…LJR 어카운트에 저장되며, Hu9…DBy에 해당하는 NFT가 100y.sol의 지갑에 민팅되고, 6Au…Jrw에 해당하는 일반 토큰 100개가 5Tz…YPh에 에스크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이미지와 같이 56h…LJR의 계정 정보를 불러오면 100y 토큰을 인스크립션한 JSON 포맷의 텍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Source: @b_loved_deok
Solana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스크립션 토큰인 SOLS는 매직에덴에서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인스크립션 액티비티 자체는 2023년 11월에 유행한 이후로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3.5.1 Cosmos Hub
Cosmos Hub 최초의 인스크립션 토큰은 crc-20 표준의 COSS 토큰이다. 12월 29일 기준 COSS의 시가총액은 $6.2M에 거래되고 있다. Cosmos의 인스크립션은 EVM 네트워크에서의 방식과 유사하다. Cosmos 트랜잭션에는 memo 필드가 있는데, 여기에 임의의 파일을 기록할 수 있다. 인스크립션 트랜잭션을 생성하기 위해선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0 Ether 트랜잭션’과 비슷하게 1uATOM (=0.000001 ATOM)을 전송하는 트랜잭션을 생성한다. 위 피규어의 예시는 COSS 토큰을 Deploy하는 것으로, 자기 자신에게 1uATOM을 전송하는 트랜잭션을 생성하며, memo 필드에 있는 base64 포맷의 텍스트를 디코딩하면 crc-20 표준을 따르는 텍스트가 도출된다. crc-20 표준의 Deploy, Mint, Transfer 오퍼레이션의 JSON 형식은 brc-20과 동일하다.
3.5.2 Celestia
Celestia에서 최초의 인스크립션 토큰은 cia-20 표준의 CIAS 토큰이다. Cosmos Hub와 마찬가지로 자기자신에게 소량의 TIA (≥ 1 uTIA)를 전송하는 트랜잭션을 생성하고, memo 필드에 원하는 오퍼레이션의 base64 포맷을 기입하면된다. CIAS가 처음 Deploy된 트랜잭션의 memo 필드에 있는 base64 포맷(”ZGF…CJ9”)를 디코딩하면 {"op":"deploy","lim":10000,"max":21000000000,"tick":"cias","p":"cia-20"}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5.3 Injective
Injective의 injrc-20 표준 또한 위에서 언급한 Cosmos와 Celestia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한다. 다만, injrc-20 표준 최초의 토큰인 INJS는 메인넷에 Deploy되긴 했지만, Mint 과정에서 수수료와 관련되어 여러 문제가 생기고, 페어 런치(fair launch)가 생명인 인스크립션에서 수 많은 봇들이 참여하게 되며 서비스의 중단을 공지했다.
지금까지 알아본 다양한 네트워크들 이외에도 수 많은 네트워크에서 인스크립션 액티비티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Aptos: apt-20이 대표적인 표준이며, 12월 10-11일 이틀 동안 잠깐 반짝하고 액티비티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Sei: 수수료가 저렴한 네트워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인스크립션과 관련된 네트워크 수수료가 약 $0.5M이나 발생할 정도로 인스크립션 액티비티가 활발했다. Sei는 트랜잭션 처리에 네트워크가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에 인스크립션과 관련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Near: Near 최초의 인스크립션 서비스는 NEAT로 nrc-20 표준을 소개한다.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선 inscription.near 컨트랙트의 inscribe 함수를 호출한 후에 function call arguments 필드에 데이터를 저장한다.
TON: TON 네트워크 최초의 인스크립션 서비스는 Tonano이며 ton-20 표준을 소개한다. 83M의 트랜잭션이 발생하며, 네트워크는 이를 버티지 못하고 트랜잭션 처리 속도의 저하가 발생했다고 한다.
2023년은 비트코인의 인스크립션으로부터 시작하여 모든 네트워크에서의 인스크립션으로 끝났다. 스마트 컨트랙트가 제한적인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BRC-20 표준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자체적인 토큰 표준을 가지고 있는 다른 네트워크들에선 도대체 왜 인스크립션이 유행하는 것일까? 이는 공평성과 투기성 때문이다.
최근 토큰을 발행하는 프로토콜들은 토크노믹스를 정할 때 팀, 투자자 할당 등을 두며 자체적인 토큰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초기 채굴 시장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참여하여 공평하게 토큰을 채굴할 수 있었다. 인스크립션 토큰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 사람이 인스크립션 토큰을 Deploy하면 누구나 가스비를 지불하며 Mint 트랜잭션을 생성해 토큰을 채굴할 수 있으며, 심지어 Deploy를 한 장본인도 경쟁에 밀리면 토큰을 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평성은 BRC-20의 성공사례를 기반으로한 투기성과 맞물려 비트코인 외의 다른 네트워크들에서도 인스크립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인스크립션이 좋든 나쁘든간에, 블록체인 산업에 몇 가지 시사점을 주었다. 첫 번째는 유틸리티이다. 이는 인스크립션 토큰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유틸리티까지 관련된 시사점이다. 인스크립션 토큰은 그저 온체인에 기록된 텍스트를 통해 구현되었기 때문에 유틸리티를 가지기 매우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온체인 프로토콜은 토큰에 기록(inscribe)된 텍스트를 검증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스크립션 토큰은 오프체인 인덱서를 통해 추적되며, 사용자들은 중앙화된 오프체인 인덱서에 의존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즉, 위험성이 따르는 시스템인데도 불구하고 네트워크가 마비될 정도로 높은 액티비티를 보이는 현상은 아직까지는 블록체인의 유틸리티가 탈중앙성, 보안성에 비해 투기성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어쩌다보니 수행된 스트레스 테스트이다. 인스크립션은 전염병처럼 여러 체인들에 폭풍을 일으키면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들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단일 EVM을 사용하는 네트워크들이 멈추거나 트랜잭션 수수료가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며 병렬 EVM 및 차세대 VM, 컨센서스 등이 주목을 받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병렬 EVM과 관련된 토큰들은 크게 상승하였으며, 앞으로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병렬 EVM 도입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다양한 네트워크에서 수 많은 인스크립션 토큰이 발행되었지만, 실제로 거래되는 토큰은 극 소수이며, 심지어 아직 인스크립션 마켓 서비스가 없는 네트워크들도 많다. 과연 비트코인 외의 다른 네트워크들에서 인스크립션 활동은 내년에 빛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한 여름밤의 꿈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이 글의 비주얼을 제공해주신 Kate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