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부분의 서비스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다. AI가 내린 결정,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 서비스 제공자가 실행했다고 주장하는 코드가 약속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할 수 없으며, 사용자는 서비스 제공자를 신뢰해야 한다. 이는 영향력이 낮은 어플리케이션들에게는 고려사항이 아닐 수 있으나, 경제적 담보나 프라이버시나 신뢰 부담이 높은 어플리케이션들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요소이다.
블록체인은 검증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합의 등 다양한 제약으로 인해 복잡한 연산을 처리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웨어 기반 격리 환경(TEE)에서의 암호학적 검증과 담보 기반 경제적 보안(리스테이킹)을 결합, 오프체인에서 범용 연산을 수행하면서도 그 결과를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아이겐클라우드는 공유 보안, 분산 데이터 저장, 격리된 연산 환경, 결정론적 AI 추론을 지원하는 네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이들의 결합은 연산 실행 과정과 결과의 무결성에 대해 검증 가능한 답을 제공한다.
아이겐클라우드는 개발자 접근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Docker 컨테이너, GPU 연산, 외부 API 호출 등 Web2 개발자에게 익숙한 환경을 그대로 지원하며, DevKit과 같은 CLI 도구를 통해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검증 가능한 환경으로 쉽게 이식할 수 있다. 이는 스마트 컨트랙트 전문 지식 없이도 2,000만 명 이상의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기반 검증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검증 가능성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에이전트 간 결과 검증, A2A 결제, 온체인 신원 관리 등 AI 에이전트 시대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함과 동시에, 예측 시장, 평판 시스템, 크로스체인 보안, 기관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 활용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Source: Wiktionary
아이겐(Eigen). 중세 독일어로 "고유한", "본래의", "진정한 자기 것"이라는 뜻이다. 영어의 "own"과 뿌리를 공유하는 이 단어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자체로 온전히 존재하는 속성을 가리킨다.
수학에서 이 단어는 특별한 무게를 갖는다. 고유값(Eigenvalue)과 고유벡터(Eigenvector)는 선형대수학의 핵심 개념으로, 복잡한 시스템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행렬은 공간을 늘이고, 줄이고, 회전시키는 변환을 나타내는데, 대부분의 벡터는 이 변환을 거치면 방향이 바뀐다. 그러나 고유벡터는 다르다. 변환을 거쳐도 방향이 유지된다. 크기만 달라질 뿐, 그 본질적인 방향성은 그대로다.
고유값과 고유벡터는 시스템이 본질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아무리 복잡한 변환도 결국 고유벡터들의 방향으로 분해할 수 있으며, 복잡함 속에 숨겨진 단순한 본질, 즉 시스템의 진짜 정체가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아이겐클라우드(EigenCloud)라는 이름에는 바로 이러한 철학이 담겨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무언가가 "진정으로 내 것"이라고 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클라우드에 저장한 내 데이터, AI가 나를 대신해 내린 결정, 서비스 제공자가 실행했다고 주장하는 코드가 정말 "나의 것"이 되려면, 단순히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이 약속대로 존재하고, 약속대로 작동했는지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 가능성이 없다면 소유는 허상에 불과하다. 내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있다"고 해도 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정말 내 데이터라 할 수 있을까? AI가 나를 대신해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그 결정이 내가 설정한 규칙을 따랐는지 검증할 수 없다면 정말 내 결정이라 할 수 있을까? 서비스 제공자가 약속한 알고리즘을 실행했다고 해도 실제로 그 알고리즘이 돌아갔는지 증명할 수 없다면 그 약속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수학에서 고유값이 시스템의 본질을 속일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내듯, 검증 가능성은 디지털 시스템의 본질을 속일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그것은 "Eigen", 즉 진정으로 나의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고유한" 검증 가능성은 대부분 부재한다. 우리는 시스템의 본질을 보지 못한 채, 그저 표면에 적힌 약속을 믿을 뿐이다.
Source: Guardians
2023년 11월,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를 상대로 집단 소송이 제기되었다. 회사가 'nH Predict'라는 AI 알고리즘으로 노인 환자들의 보험 청구를 부당하게 거부했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알고리즘은 환자의 진단명, 나이, 생활 환경을 분석해 요양 기간을 "예측"했고, 담당 의사의 소견과 무관하게 예측된 시점에 맞춰 보험 지급이 중단되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환자들이 왜 보험 청구가 거부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보험 지급이 중단된 환자들이 그 이유를 물었으나, 회사는 기밀이라는 이유로 설명을 거부했다. 원고 측은 이의 제기 건의 90%가 번복되었다며 알고리즘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회사가 전체 가입자의 0.2%만 이의를 제기한다는 점을 악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회사 측은 "nH Predict는 결정이 아닌 가이드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유나이티드헬스의 모델이 실제로 높은 오류율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모델의 예측 결과가 회사의 결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도 마찬가지다. 모델의 결정 과정이 전혀 검증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도, 의사도, 심지어 규제 기관도 알고리즘이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분쟁은 "회사의 주장 vs 환자의 주장"으로 귀결되고, 기술적 증거가 아닌 법적 공방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개별 사례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검증 불가능한 판단"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요한 거래를 수행하며, 디지털 시스템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트레이딩을 수행하고, 고객 서비스를 처리하며, 컨텐츠를 생성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사용한 AI 서비스가 진짜 약속된 AI 모델에 의해 제공되는 것인지, 서버에서 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빼돌리는지, AI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등 이 모든 것은 결국 "서비스 제공자의 말을 믿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하려 한다. 현재의 시스템에 "Eigen", 즉 고유한 검증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복잡한 연산이 어떻게 수행되었는지, 어떤 입력이 어떤 출력을 만들어냈는지, 약속된 코드가 정말 실행되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본질을 속일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수학에서 고유값이 행렬의 진짜 성질을 보여주듯, 검증 가능한 클라우드가 디지털 서비스의 진짜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 때, 비로소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서 무언가를 "진정으로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 있다. 모두가 같은 연산을 재실행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정확히 이 원리로 작동한다.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가 동일한 거래를 검증하고, 동일한 결과에 도달해야만 그 거래가 확정된다. 누구나 실행 결과를 검증할 수 있고, 어떤 중앙 기관도 이를 조작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에는 대가가 따른다. 모든 노드가 모든 연산을 재실행한다는 것은, 네트워크 전체의 처리 능력이 개별 노드의 처리 능력에 제한된다는 의미다. 복잡한 AI 추론, 대규모 데이터 분석, GPU를 활용한 연산 등 높은 부하를 요구하는 연산은 블록체인 환경에서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록체인은 모든 종류의 연산을 구현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단순 재실행으로 인한 연산량 증가를 제외하고도, 블록체인은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의 근본적인 제약을 갖는다.
소프트웨어 제약: 개발자는 오프체인에서 축적된 풍부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를 직접 활용할 수 없다. EVM, WASM, zkVM 등 각 가상머신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재구현해야 한다. 이것은 전 세계 2,000만 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신, 약 25,000명 수준의 크립토 개발자만이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드웨어 제약: 블록체인은 지정된 사양의 하드웨어에서 연산을 수행하며, 개발자가 연산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GPU, 고성능 CPU, TEE, 지리적으로 분산된 캐시 등 특수 리소스를 선택할 수 없다.
인터페이스 제약: 블록체인은 이미 온체인에 있는 데이터나, 별도로 보안이 확보된 오라클을 통해 제공된 데이터만 신뢰할 수 있다. 외부 API나 실세계 상태에 직접 접근하면서 강력한 보안 보장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다.
합의 제약: 블록체인은 사전에 결정된 합의 프로토콜을 갖는다. 검증자 노드가 작업을 분배하고, 통신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방식을 개발자가 커스터마이징할 수 없다. 새로운 기능(데이터 가용성, 빠른 파이널리티, 프라이버시, AI 추론 프로토콜 등)을 구현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야 한다.
객관성 제약: 블록체인은 순수하게 객관적인 조건에 대한 계약만 처리할 수 있다. 영지식 증명조차 객관적 조건 증명에 국한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대부분의 계약은 인간이 해석해야 하는 조건에 의존한다. "서비스 품질이 만족스러운가?", "이 콘텐츠가 정책을 위반하는가?" 같은 질문은 온체인에서 판정할 수 없다.
물론 블록체인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비트코인이 최초의 검증 가능한 화폐로 2,100만 개라는 총 발행량 상한을 증명했고, 이더리움은 튜링 완전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도입하여 검증 가능한 금융을 가능케 했다. 이후 목적 지향적(Purpose-specific) 블록체인과 고성능 범용 블록체인들이 등장하며 검증 가능성의 범위는 점진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근본적 제약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체인 간 자산과 데이터 이동이 복잡해지는 파편화 문제, 그리고 오프체인 연산 환경만큼의 낮은 지연시간과 프로그래머빌리티(Programmability)를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그것이다. 결국 현재의 기술로는 복잡한 연산을 블록체인 바깥, 즉 오프체인에서 수행한 뒤 그 결과값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문제는 오프체인으로 나가는 순간 블록체인이 제공하던 검증 가능성을 잃는다는 것이며, 결국 다시 "서비스 제공자를 믿어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개발자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검증 가능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된 블록체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검증 불가능한 전통적 클라우드를 선택할 것인가.
Source: EigenCloud
아이겐클라우드는 이 딜레마에 대해 질문 자체를 바꾸는 관점을 제시했다.
기존 논의는 "어떤 블록체인이 가장 좋은가"에 집중했다. 특정 체인의 성능, 생태계, 네트워크 효과를 비교하고 승자를 예측하는 식이다. 그러나 아이겐클라우드는 다른 곳에 주목한다. 어떤 체인이 이기든, 어떤 어플리케이션이 성공하든, 그것들이 검증 가능하게 작동하려면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검증 인프라 자체다.
아이겐클라우드의 역할은 AWS가 인터넷에 가져온 변화와 비슷하다. 당시 기업들은 웹사이트를 운영하려면 자체 서버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임대해야 했으나, AWS의 등장이 이를 바꾸어 놓았다. 인프라 구축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고, 어플리케이션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겐클라우드가 그리는 그림도 유사하다. 개발자가 검증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을 때, 처음부터 검증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대신 아이겐클라우드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복잡한 연산은 오프체인에서 수행하되, 그 결과가 정직하게 도출되었음을 암호학적, 경제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존 블록체인이 결정론적이고 객관적인 조건만 검증할 수 있었다면, 아이겐클라우드는 '두 합리적인 당사자가 동의할 수 있는 모든 것'까지 검증 범위를 확장한다. 클라우드가 경제를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만들어 10조 달러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듯, 아이겐클라우드는 그 경제를 검증 가능하게 만들어 다음 단계를 열고자 한다.
이러한 검증 가능한 클라우드가 유용한 영역은 많다. 예측 시장, 공급망 추적, 평판 시스템 등 투명성이 가치를 만드는 곳이라면 어디든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이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른 영역에서 검증 가능성이 "있으면 좋은 것"이라면, AI 에이전트에게는 존립 조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2025년 현재,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자율 트레이딩 봇이 시장을 분석하고,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가 문의를 처리하며, 컨텐츠 에이전트가 글을 쓴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로 고위험, 고가치 업무를 맡으려면 넘어야 할 벽이 있다.
AI 에이전트가 당신의 자금으로 주식을 거래한다고 가정해보자.
에이전트가 정말 내가 설정한 전략대로 행동하고 있는가?
서비스 제공자가 뒤에서 에이전트의 판단을 조작하지 않았는가?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AI 모델이 약속된 그 모델인가, 아니면 비용 절감을 위해 더 저렴하고 부정확한 모델로 대체되었는가?
현재 대부분의 AI 에이전트 서비스에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으며, 사용자는 서비스 제공자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뢰만으로는 금융처럼 고위험 영역에서 충분하지 않다. 서론에서 본 유나이티드헬스 사례처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환경에서 무조건적 신뢰를 요구하는 환경은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이 문제에 대한 하나의 접근법을 제시한다. 복잡한 연산을 오프체인에서 실행하되, 그 과정과 결과를 암호학적, 경제적 메커니즘으로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아이겐클라우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증 가능한 클라우드를 구축했는지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아이겐클라우드의 전체 구조를 먼저 조망해보자. 아이겐클라우드는 크게 네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아이겐레이어는 이 구조의 기반층으로, 이더리움에 스테이킹된 자산을 재활용하여 다양한 서비스에 경제적 보안을 제공한다. 아이겐DA, 아이겐컴퓨트, 아이겐AI는 이 공유 보안 위에 구축된 세 개의 AVS(Actively Validated Services)로, 각각 데이터 저장, 연산 실행, AI 추론이라는 검증 가능한 클라우드의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이 섹션에서는 먼저 기반층인 아이겐레이어가 어떻게 공유 보안을 제공하는지 살펴보고, 다음 섹션에서 세 AVS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다룬다.
현재 이더리움에는 약 3,500만 ETH가 스테이킹되어 네트워크를 보호하고 있다. 검증자들은 이 자산을 담보로 맡기고, 부정직하게 행동하면 슬래싱(몰수)당할 위험을 감수한다. 이 경제적 인센티브가 이더리움의 보안을 지탱한다.
문제는 이 막대한 보안 자산이 오직 이더리움 합의에만 사용된다는 점이었다. 새로운 분산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개발자는 처음부터 자체 검증자 네트워크를 모집하고, 자체 토큰을 발행하여 경제적 보안을 구축해야 했다. 이것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작업이며, 초기 단계에서는 보안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아이겐레이어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리스테이킹(Restak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미 이더리움에 스테이킹된 ETH를 다른 서비스의 보안에도 재활용하자는 것이다.
은행에 예치한 담보로 주택 대출을 받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기존에는 그 담보가 오직 주택 대출 하나만 보증했다. 리스테이킹은 같은 담보로 자동차 대출, 사업 대출 등 여러 대출을 동시에 보증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어느 하나라도 부정행위가 발생하면 담보가 몰수될 위험이 있지만, 그만큼 담보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아이겐레이어는 아래와 같이 크게 세 참여자로 구성된다.
스테이커(Staker): ETH, LST(Liquid Staking Token), 또는 EIGEN 토큰을 아이겐레이어에 예치하는 참여자다. 이들은 직접 노드를 운영하지 않고,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에게 자산을 위임한다. 예치된 자산은 AVS의 경제적 보안을 뒷받침하며, 스테이커는 그 대가로 수수료 수익을 얻는다. 다만, 위임한 오퍼레이터가 부정행위를 하면 슬래싱 위험을 함께 부담한다.
오퍼레이터(Operator): 실제로 AVS의 검증 작업을 수행하는 노드 오퍼레이터다. 스테이커로부터 위임받은 스테이크를 기반으로 각 AVS가 요구하는 작업을 실행한다. 오퍼레이터는 참여할 AVS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AVS에 얼마만큼의 스테이크를 슬래싱 가능하게 할당할지 결정한다.
AVS(Actively Validated Services): 아이겐레이어의 공유 보안 위에 구축되는 분산 서비스다. AVS는 자체 토큰을 발행하거나 검증자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모집할 필요 없이, 아이겐레이어에 등록하는 것만으로 기존 오퍼레이터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그 대가로 AVS는 오퍼레이터와 스테이커에게 서비스 수수료를 지불한다.
Source: EigenLayer
이더리움이 기초 공사라면, 아이겐레이어는 그 기초 위에 여러 건물이 공유할 수 있는 철골 구조를 세우는 것과 같다. 각각의 AVS는 그 철골 위에 올라가는 개별적인 건물이고, 아이겐클라우드는 전기/배관/엘리베이터 등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설비를 통합 제공하는 인프라 패키지다. 개별 AVS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라면, 아이겐클라우드는 이러한 AVS들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검증 가능한 연산 환경, 데이터 영속성, 분쟁 해결, 결정론적 AI 추론 등이 그것이다. 2025년 현재 40개 이상의 AVS가 아이겐레이어 메인넷에서 운영 중이다.
3.2.1 슬래싱과 재분배
정직한 연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발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부정행위에는 대가가 따라야만 한다.
여기서 아이겐레이어의 경제적 보안이 작동한다. 아이겐클라우드에서 연산을 수행하는 오퍼레이터들은 ETH나 EIGEN 토큰을 담보로 예치한 참여자들이며,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담보가 슬래싱된다.
슬래싱 메커니즘의 핵심은 고유 스테이크 할당(Unique Stake Allocation)이다. 오퍼레이터는 각 AVS에 대해 슬래싱 가능한 스테이크의 비율을 0%에서 100% 사이로 지정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ETH 단위가 특정 시점에 하나의 오퍼레이터 셋에 의해서만 슬래싱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설계는 한 AVS의 문제가 다른 AVS로 연쇄되는 "슬래싱 캐스케이드" 리스크를 완화한다. 예를 들어, 각각 100 ETH를 스테이킹한 오퍼레이터 셋(Set)에 3명의 오퍼레이터가 각각 10%, 10%, 20%를 할당하면 고유 스테이크는 총 40 ETH가 된다. 악의적인 공격자가 이 시스템을 조작하려면 최소 40.1 ETH의 고유 스테이크를 할당해야 하고, 공격이 발각되면 그 전액이 슬래싱된다.
슬래싱이 단순한 처벌을 넘어 피해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아이겐레이어는 재분배(Redistribution) 메커니즘을 통해 슬래싱된 자금이 소각되는 대신 지정된 수령인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트레이딩 봇 오퍼레이터가 부정행위로 손실을 입었다면, 슬래싱된 자산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 기능은 완전히 옵트인(Opt-in) 기능으로, 재분배 활성화시 오퍼레이터들이 해당 조건을 수락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스테이커들은 재분배를 실행하는 오퍼레이터에게 위임할지 선택할 수 있다.
3.2.2 EIGEN 토큰과 상호주관적 검증
EIGEN 토큰은 이 경제적 집행의 또 다른 축이다. EIGEN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 슬래싱의 근본적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슬래싱은 "객관적으로 결정 가능한" 규칙 위반만 처벌할 수 있다. 이중 서명처럼 온체인에서 수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경우에만 작동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의 많은 문제는 객관적이지 않다. "이 AI 모델이 편향되었는가?", "이 예측 시장의 결과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은 온체인 로직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
EIGEN은 상호주관적(Intersubjective) 검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상호주관적 검증이란, "두 합리적인 관찰자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이라면 검증 가능하다"는 원칙 하에 이루어지는 검증을 뜻한다. 이는 수학적 증명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사회적 합의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까지 검증 범위를 확장시킨다. 이것이 "두 합리적인 당사자가 동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EIGEN의 이중 토큰 모델이다. EIGEN(ERC-20)은 일반적인 전송 가능한 토큰으로, 디파이에서 사용하거나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포크 논쟁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반면 bEIGEN은 EIGEN을 스테이킹할 때 변환되는 표현으로, 슬래싱 위험을 감수하고 프로토콜 보안에 참여하겠다는 자발적 약속이다. 이 분리 덕분에 일반 토큰 보유자는 포크 정치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토큰의 경제적 가치를 누릴 수 있고, 스테이커만이 검증 책임과 그에 따른 위험을 부담한다.
포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EIGEN 스테이커 다수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예: 예측 시장을 의도적으로 잘못 정산), 도전자가 일정량의 EIGEN을 소각하고 토큰 포크를 생성한다. 이제 두 버전의 EIGEN이 존재하게 되고, 사용자와 AVS가 어느 버전을 "정통(canonical)"으로 인정할지 선택한다. 다수가 포크된 버전을 선택하면, 원본 토큰을 보유한 악의적 스테이커들의 자산은 가치를 잃는다. bEIGEN을 언스테이킹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포크의 EIGEN으로 변환된다.
이 구조가 작동하는 이유는 경제적 억지력 때문이다. 다수의 스테이커가 악의적으로 행동하면 자신들의 자산이 무가치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포크가 실제로 발생하는 일은 극히 드물겠지만, 그 가능성 자체가 정직한 행동을 유도한다.
아이겐클라우드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 설계 원칙을 파악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아이겐클라우드는 아이겐레이어의 공유 보안 위에 구축되며, 이를 관통하는 아이디어는 "분리(Decoupling)"다. 기존 블록체인에서는 토큰과 어플리케이션의 로직이 모두 온체인에서 처리되지만, 아이겐클라우드는 이 둘을 분리한다. 에스크로, 전송, 슬래싱 같은 핵심 금융 기능은 여전히 온체인에 남아 기존 블록체인의 검증 가능성을 그대로 활용하는 반면, 비즈니스 규칙, 복잡한 연산, 외부 시스템 연동 같은 어플리케이션 로직은 오프체인 환경에서 실행된다.
문제는 오프체인에서 실행된 것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다. 아이겐클라우드는 검증 가능한 연산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아이겐레이어의 공유 보안을 기반으로 아래의 세 퍼스트 파티(First-party) AVS를 구축했다.
아이겐DA(EigenDA): 분산 데이터 저장소로, "이 데이터가 정말 존재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오프체인 연산의 입력과 출력을 분산 네트워크에 기록하여, 단일 주체가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없게 한다.
아이겐컴퓨트(EigenCompute): 신뢰실행환경(Trusted Execution Environment, 이하 TEE) 기반의 연산 환경으로, "이 코드가 조작 없이 실행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도커(Docker) 컨테이너를 신뢰 실행 환경에서 실행하고, 실행 결과에 대한 암호학적 증명을 생성한다.
아이겐AI(EigenAI): 결정론적 AI 추론 레이어로, "같은 입력에 같은 답이 나오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동일한 프롬프트와 모델에 대해 항상 동일한 출력을 보장하는 비트 단위 결정론적 LLM 추론을 제공한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코드가 아이겐컴퓨트의 TEE에서 실행되고, AI 추론이 필요하면 아이겐AI가 결정론적 결과를 제공하며, 모든 입력과 출력, 증명이 아이겐DA에 기록된다. 이 모든 것은 아이겐레이어의 공유 보안 위에서 작동하며,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아이겐레이어의 슬래싱 메커니즘이 집행된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아이겐클라우드의 각 구성요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간단한 시나리오를 통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당신이 AI 트레이딩 봇을 운영한다고 상상해보자. 이 봇은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AI 모델로 매수/매도 결정을 내린다. 기존 방식이라면 AWS에 봇을 배포하고, 봇이 내린 결정을 그저 신뢰할 수밖에 없다. 봇이 왜 특정 시점에 매도했는지, 누군가 뒤에서 봇의 행동을 조작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아이겐클라우드 위에서는 어떻게 다를까?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자. 봇이 실행 중인 코드가 정말 당신이 배포한 코드인가? 서버 관리자가 몰래 코드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아이겐컴퓨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AVS로, TEE를 기반으로 검증을 수행한다. TEE는 간단히 말해 하드웨어 기반의 보안 시스템으로, 특정 메모리 영역이나 실행 환경을 하드웨어 수준에서 암호화해 운영체제나 서버 관리자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킨다. TEE의 격리 공간에서 실행되는 코드와 저장되는 데이터는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도, 간섭할 수도 없다. 또한 TEE는 하드웨어 제조사 서버와 통신해 무결성을 입증시켜주는 원격 증명(Remote Attestation)을 제공하는데, 이 증명은 "이 특정 코드가, 이 특정 입력으로, 격리된 환경에서 실행되어, 이 출력을 생성했다"는 사실을 암호학적으로 보장한다.
TEE 기반 검증은 "서비스 제공자를 믿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제공하지만, 그 대신 하드웨어 제조사(Intel, AMD, AWS 등)에 대한 신뢰를 전제한다. 원격 증명의 유효성은 제조사의 서버가 정직하게 응답한다는 가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보다 하드웨어 제조사가 더 넓은 평판 리스크를 부담하고, 여러 제조사의 TEE를 병렬로 활용하여 단일 실패점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보안 개선으로 간주된다.
실제 흐름은 이렇다.
봇의 코드를 도커 이미지로 패키징하여 아이겐컴퓨트에 등록하면, 이미지의 해시가 온체인에 기록된다.
실행 요청이 들어오면 TEE를 갖춘 노드가 해당 이미지를 불러와 격리된 환경에서 실행한다.
실행이 완료되면 TEE는 코드, 입력값, 출력값에 대한 해시와 타임스탬프를 포함한 원격 증명을 생성하며, 하드웨어 제조사 서버의 원격 증명을 거쳐 영수증이 생성된다.
원격 증명 영수증을 통해 누구나 증명을 검증, 아이겐컴퓨트의 연산 무결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의 블록체인 기반 연산에 비해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Intel TDX, AWS Nitro 등 현대 TEE는 소프트웨어 수준에서의 제약을 거의 걸지 않기에 도커 컨테이너, GPU 연산, 외부 API 호출 등 현대 소프트웨어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능들을 그대로 지원한다. 이는 연산의 검증을 위해 특수한 회로를 생성해야하며, 그 복잡도가 상당 수준 제한된 영지식 증명과는 상반되는 점이다.
아이겐컴퓨트는 2025년 10월 메인넷 알파에서 출시되었으며, DevKit이라는 CLI 도구를 통해 개발자가 기존 어플리케이션을 빠르게 검증 가능한 환경으로 이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아워글래스(Hourglass)라는 작업 기반 실행 프레임워크를 통해 분산 오퍼레이터 네트워크에서 컴퓨트 작업을 정의, 배포, 실행, 검증하는 방법을 표준화한다.
앞서 살펴본 아이겐컴퓨트는 사용자로 하여금 코드 실행 도중 중간자의 개입 여부, 그리고 의도한 프로그램과 실행된 프로그램의 일치 여부 등을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AI 모델의 경우 추론의 복잡성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몇가지 추가적인 문제를 갖는데, 아이겐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AVS이다.
프롬프트 변조(Prompt Modification): 개발자는 원하는 응답을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엔지니어링한다. 프롬프트가 어떤 방식으로든 변경되면 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무결성이 훼손되어, 에이전트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실행하게 된다.
응답 변조(Response Modification): 고위험 에이전트에서 LLM 응답에 기반한 각 행동은 경제적으로든 그 외로든 매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각 응답이 변조 방지(tamper-proof)됨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델 변조(Model Modification): 기존 제공자가 서비스하는 모델이 실제로 기대하거나 비용을 지불한 모델인지에 대한 검증 가능한 보장이 없다. 인프라 비용 절감을 위해 더 가벼운 모델을 사용할 수 있으며, 특정 수준의 추론 능력이나 도구 호출 기능이 필요한 에이전트는 모델 일관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AI 서비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으나, 아이겐클라우드는 비트 단위의 정확한 결정론적 실행(bit-exact deterministic execution) 메커니즘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겐클라우드 팀은 GPU 타입과 CUDA 커널부터 추론 엔진과 토큰 생성 방식까지 컴퓨팅 스택의 다양한 레이어를 분석한 끝에, GPU 스케일에서 LLM 추론의 결정론적 실행을 달성했음을 발표했다. 동일한 프롬프트, 모델, 시드를 입력하면 항상 동일한 출력이 생성되는 것이다.
결정론적 AI 추론이 어려운 이유와 아이겐AI의 해결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GPU 연산은 비결정론적이다. 병렬 처리 과정에서 부동소수점 연산의 순서가 달라지면 반올림 오차가 누적되어 최종 결과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겐AI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스택 전반의 최적화를 수행했다.
토큰 생성 레이어: 고정 시드 샘플링, 결정론적 디코딩
추론 엔진 레이어: 연산 순서 고정, 배치 처리 표준화
CUDA 커널 레이어: 결정론적 커널 선택, 동기화 강제
하드웨어 레이어: 동일 GPU 아키텍처 요구
이러한 최적화의 결과로, 아이겐AI는 동일한 (모델, 프롬프트, 시드) 조합에 대해 어떤 노드에서 실행하든 비트 단위로 동일한 출력을 보장한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검증의 논리가 단순해진다. 프롬프트 X와 모델 Y로 출력 Z가 생성되었다고 주장한다면, 같은 X와 Y로 재실행해보면 된다. 결과가 Z와 같으면 정상 작동이고, 다르면 그 불일치 자체가 부정행위의 암호학적 증거가 된다. 별도의 복잡한 증명 시스템 없이, 재실행 가능성 자체가 검증 메커니즘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겐컴퓨트와 아이겐AI를 통해 코드의 무결성, 그리고 AI의 판단 또한 재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남아있다. 실행 당시의 입력값이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봇의 입력과 출력이 서비스 제공자의 데이터베이스에만 저장된 경우, 제공자가 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면 검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아이겐DA는 이 기록을 분산 네트워크에 저장한다. 데이터는 여러 조각으로 분할되어 서로 다른 노드에 저장되고, 단일 주체가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없다. 오퍼레이터들은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다는 증명에 서명하며, 이 서명들이 집계되어 이더리움에 기록된다.
4.4.1 아이겐DA의 기술적 접근
데이터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단순한 방식은 복제다. 같은 데이터를 여러 노드에 중복 저장하면, 일부 노드가 실패해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저장 효율이 낮다. 3배의 내결함성을 원하면 3배의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셀레스티아(Celestia)와 같은 모듈러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는 데이터를 행과 열의 2차원 행렬로 배열한 뒤, 각 행과 열에 이레이저 코딩을 적용하는 2D 리드-솔로몬(Reed-Solomon) 기법을 채택했다. 이러한 방식은 라이트 노드가 무작위 샘플링만으로 데이터 가용성을 확률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으나, 풀 노드들은 여전히 전체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고 저장해야 하며, 위원회 내에서 동일한 데이터가 중복 저장되는 한계를 남겼다.
아이겐DA는 1D 리드-솔로몬 기법을 채택, 데이터 중복 저장의 문제를 해소한다. 원본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인코딩하여 여러 조각으로 나누되, 전체 조각 중 일부만 있어도 원본을 완벽히 복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를 들어, 100개의 조각 중 임의의 50개만 있으면 원본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다. 이 방식에서 각 노드는 서로 다른 고유한 조각을 저장하므로, 동일한 데이터가 두 번 저장되지 않으면서도 높은 복구 가능성을 유지한다.
각 조각의 무결성은 KZG 다항식 커밋먼트로 암호학적으로 검증된다. 아이겐DA를 구성하는 각 노드는 자신이 받은 조각이 올바르게 인코딩되었는지, 그리고 원본 데이터의 정당한 일부인지를 수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겐DA 공식 문서에 따르면, 이 설계 덕분에 전체 데이터 전송량이 이론적 최소값의 10배 이내를 유지한다. 반면 기존 블록체인들이 사용하는 가십(gossip) 프로토콜에서는 검증자와 풀 노드 수에 비례하여 전송량이 증가하며, 100배 이상에 달할 수 있다.
4.4.2 인코딩 파이프라인과 GPU 가속
앞서 설명한 Reed-Solomon과 KZG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좀 더 살펴보자.
EigenDA의 인코더는 하나의 데이터 덩어리(blob)를 입력받아 8,192개의 프레임을 출력한다. 각 프레임은 청크와 증명의 쌍으로 구성된다. 청크는 검증자가 실제로 저장하는 데이터 조각이고, 증명은 해당 청크가 원본 데이터의 정당한 일부임을 확인해주는 암호학적 증거다. 검증자는 전체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지 않고도 자신이 보관하는 조각이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다.
이 인코딩 과정은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Reed-Solomon 인코딩이 원본 데이터를 8배로 확장한 뒤 8,192개의 청크로 분할한다. 이 과정에서 고속 푸리에 변환(FFT)의 일종인 NTT가 사용된다. 다음으로 KZG 다중증명 생성이 각 청크에 대한 암호학적 증명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이 과정이 계산적으로 매우 무겁다는 점이다. 16MB 데이터 하나를 처리하는 데 수백만 번의 복잡한 수학 연산이 필요하며, 특히 KZG 증명 생성에 쓰이는 타원곡선 연산이 전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EigenDA는 이 병목을 GPU 가속으로 해결했다. 그래픽카드가 게임의 수많은 픽셀을 동시에 처리하듯, 타원곡선 연산도 병렬 처리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다. EigenDA는 Ingonyama의 ICICLE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가장 무거운 연산들을 GPU로 넘겼다.
다만 모든 연산을 GPU로 옮긴 것은 아니다. Reed-Solomon 경로의 변환 연산은 512개 원소에 대한 8,192개의 작은 독립 연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GPU를 실행하는 데 드는 오버헤드가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한다. 이런 작업은 CPU가 더 빠르게 처리한다. 즉, GPU의 강점이 발휘되는 대규모 연산만 선택적으로 가속한 것이다.
연산량을 데이터 크기에 맞게 동적으로 조절하는 최적화도 적용했다. 기존에는 1MB짜리 작은 데이터도 최대 크기인 16MB 기준으로 행렬을 구성해 불필요한 연산을 수행했다. 이를 실제 데이터 크기에 맞춰 필요한 부분만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꾸자, 일반적인 데이터 크기에서 8배의 추가 속도 향상을 얻었다.
그 결과, 16MB 데이터 인코딩이 약 1.26초 만에 완료되며 100MB/s 이상의 지속 처리량을 달성했다. CPU만 사용할 경우 128KB 데이터 인코딩에도 약 8.2초가 걸리는데, 바이트당 기준으로 GPU 가속 대비 56배나 느린 수치다.
4.4.3 클라우드 수준의 처리량
아이겐DA는 여러 성능 개선을 통해 다른 데이터 가용성 솔루션과는 궤를 달리하는 성능을 달성해왔다. 초기 버전을 개선해 7월 적용시킨 V2(코드명 Blazar)는 100 MB/s의 처리량을 달성했으며, 이는 경쟁자 대비 이미 최소 75배 더 높은 수치였다.
Source: EigenCloud
이러한 성과에 그치지않고, 아이겐DA는 2025년 12월에는 자체 데이터베이스인 LittDB를 통해 초당 1GB의, 클라우드 수준의 데이터 처리량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이겐DA는 1GB/s의 처리량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베이스의 한계를 넘어서야 했다. 초기에 아이겐DA 팀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베이스인 LevelDB를 사용했으나, 아이겐DA의 특수한 워크로드로 인해 메모리를 과도하게 소모하고 정상보다 낮은 처리량을 보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아이겐DA 팀은 자체 데이터베이스인 LittDB를 개발해 성능 개선을 도모했다.
LittDB는 "제로 카피(Zero-Copy)" 설계를 통해 기존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데이터가 디스크에 한 번 기록되면, 삭제되거나 지정된 시간이 만료할 때까지 절대 이동하거나 복사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설계는 기존 LevelDB가 갖고 있던 불필요한 용량 점유 문제를 성공적으로 제거했으며, 쓰기 성능은 1500배 개선했다.
이러한 선택에는 트레이드오프가 따른다. LittDB는 데이터 수정, 수동 삭제, 트랜잭션, 복잡한 쿼리, 복제, 압축, 암호화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겐DA의 특수한 워크로드는 이러한 기능들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이를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필요한 기능에서 범용 데이터베이스를 크게 능가하는 성능을 달성했다.
다시 트레이딩 봇으로 돌아가보자. 아이겐클라우드 위에서 이 봇이 작동하는 전체 흐름은 이렇다.
봇의 코드는 아이겐컴퓨트의 TEE 안에서 실행된다. 시장 분석에 AI 모델이 필요하면 아이겐AI가 결정론적 추론을 수행한다. 모든 입력, 출력, 증명은 아이겐DA에 기록된다. 이 전체 과정은 아이겐레이어에 스테이킹된 자산이 뒷받침한다.
나중에 특정 거래에 의문이 생긴다면, 아이겐DA에서 해당 시점의 기록을 가져와 같은 코드, 같은 입력으로 다시 실행해볼 수 있다. 아이겐AI가 결정론적이므로 AI 판단도 동일하게 재현된다. 결과가 일치하면 정상, 다르면 조작이다. 조작이 확인되면 슬래싱이 발동하고, 피해자는 재분배를 통해 보상받는다.
정리하면, 아이겐레이어는 리스테이킹 기반 공유 보안과 슬래싱으로 부정행위의 경제적 대가를 보장하고, 아이겐DA는 모든 기록을 분산 저장하여 증거 인멸을 불가능하게 하며, 아이겐컴퓨트는 코드가 격리된 환경에서 조작 없이 실행됨을 보장하고, 아이겐AI는 결정론적 AI 추론을 통해 재실행 시 같은 결과를 보장한다. 이 네 요소가 결합되어 "검증 가능한 클라우드"를 구성한다.
아이겐클라우드 생태계는 두 개의 플라이휠로 작동한다.
첫 번째는 공유 보안 플라이휠(Shared Security Flywheel)이다. 더 많은 ETH가 리스테이킹되면 더 강한 경제적 보안이 제공되고, 더 많은 AVS가 이 보안을 활용하려하며, AVS들이 지불하는 보상이 늘어나고, 더 많은 스테이커가 리스테이킹에 참여한다. 이 선순환이 아이겐레이어 생태계를 성장시켜 왔다.
두 번째는 아이겐클라우드가 추가하는 공유 배포 플라이휠(Shared Distribution Flywheel)이다. 아이겐컴퓨트/아이겐AI/아이겐DA에 대한 앱과 에이전트의 수요가 증가하면 더 많은 AVS가 이 앱들에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AVS 생태계가 풍부해지면 앱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검증 가능한 서비스가 늘어나며, 더 강력한 앱이 가능해지고, 앱 수요가 다시 증가한다.
두 플라이휠은 서로를 강화한다. 공유 보안 플라이휠이 AVS의 신뢰 기반을 제공하고, 공유 배포 플라이휠이 AVS의 수요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플라이휠 구조는 에이전트 생태계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력하고 거래하는 세계에서, 검증 가능한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플라이휠이 지속적으로 회전하려면 참여자들의 인센티브가 올바르게 정렬되어야 한다. 2025년 12월, 아이겐 랩스와 아이겐 재단은 이를 위해 새로운 인센티브 위원회(Incentives Committee) 설립을 골자로 하는 ELIP-12를 제안했다. 핵심은 토큰 배출을 실제로 가치를 창출하는 참여자들에게 집중시키고, 발생한 수수료를 EIGEN 토큰 보유자에게 환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EIGEN 인센티브로 보조되는 스테이크에 대해 AVS 보상의 20%가 수수료로 부과되고, 아이겐클라우드(아이겐DA, 아이겐컴퓨트, 아이겐AI)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오퍼레이터 비용을 제외한 100%가 수수료 컨트랙트로 흘러간다. 축적된 수수료는 바이백에 활용되어 EIGEN의 유통량을 줄이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생성한다. 또한 보상은 유휴 스테이크가 아닌 슬래싱 및 재분배가 가능한 생산적 스테이크에 집중되며, 수수료를 지불하는 AVS만이 인센티브를 받을 자격을 갖게 된다.
이러한 토큰 경제학의 변화는 두 플라이휠의 연료가 된다. 생산적 스테이크에 대한 보상 집중이 더 많은 슬래싱 가능 자본을 유도하고, 클라우드 수수료의 환류가 서비스 사용을 장려하며, 바이백이 토큰 가치를 지지하는 선순환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아이겐클라우드의 세 AVS, 아이겐컴퓨트, 아이겐DA, 아이겐AI는 개별 연산의 검증을 위해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 구조는 더 큰 가능성을 품고 있다.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력하고, 거래하고, 위임하는 세계에서, 이들은 에이전트 경제의 기반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인간 경제에서 신뢰는 브랜드, 평판, 법적 구제, 사회적 관계를 통해 형성되지만, 에이전트에게는 이런 장치가 없다. 에이전트는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없고, 과거 이력을 물어볼 수 없으며, 계약 위반 시 법원에 갈 수도 없다. 검증 가능성은 에이전트에게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거래의 전제 조건”이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이 전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상대 에이전트의 출력을 TEE 증명으로 검증하고, 판단 과정을 결정론적 AI로 재현하며, 모든 기록을 분산 저장소에 남기고, 부정행위 시 경제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개별 에이전트의 검증 가능성이 에이전트 간 협력의 검증 가능성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이다.
이제 4절의 트레이딩 봇이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봇이 똑똑해질수록,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기보다 전문화된 다른 에이전트들과 협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각 에이전트가 개별적으로 아이겐클라우드 위에서 실행된다면, 각자의 행동은 검증 가능하다. 그러나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력하는 순간, 아래와 같이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게 된다.
문제 1: 상대방의 결과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
트레이딩 봇이 데이터 에이전트로부터 "비트코인 상승 신호"라는 분석을 받았다. 이 분석이 정말 약속된 모델로 계산된 것인지, 아니면 조작된 결과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문제 2: 서비스 대가를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가?
데이터 에이전트가 분석을 제공했으면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에이전트는 신용카드가 없다. 본인 인증도 할 수 없다. 기존 결제 시스템은 인간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문제 3: 누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 것인가?
트레이딩 봇이 데이터 에이전트를 "고용"하기 전에, 이 에이전트가 과거에 얼마나 신뢰할 만했는지 확인하고 싶다. 에이전트의 이력과 평판을 어떻게 조회할 수 있는가?
아이겐클라우드는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첫 번째 문제의 해결책은 검증 가능성의 전파다.
데이터 에이전트가 아이겐클라우드 위에서 실행되었다면, 그 출력에는 암호학적 증명이 포함된다. 트레이딩 봇은 분석 결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 결과가 이 코드로, 이 입력으로, TEE 안에서 생성되었다"는 증명을 함께 받는다. 증명을 검증하면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Source: EigenCloud
이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가 elizaOS다. 5만 개 이상의 에이전트가 배포되고 1,300명 이상의 기여자가 참여하는 이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는 아이겐클라우드 통합 후, 에이전트 간 메시지에 증명 메타데이터가 포함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elizaOS는 아이겐클라우드를 통해 크로스체인 실행을 지원하는 최초의 생성형 토큰 네트워크로 위치할 수 있게 되었다.
Source: EigenCloud
FereAI의 사례는 이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다. 실제 자본을 운용하는 트레이딩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이 회사는, 에이전트의 판단을 사후에 감사할 수 없다는 문제에 직면해 아이겐AI의 도입을 결정했다. 아이겐AI의 결정론적 추론을 도입한 후, 이들은 동일한 입력에 동일한 출력이 보장되면서 결정과정을 재현하고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Source: Google Cloud
2025년 9월, 구글 클라우드는 AI 에이전트를 위한 결제 프로토콜, Agent Payments Protocol(AP2)을 발표했다. AP2는 x402 결제 프로토콜을 활용, 온체인 AI 에이전트 간 결제에 대해 표준화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에이전트 A가 에이전트 B에게 대가를 지불했을 때, B가 약속한 서비스를 정말 제공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간 거래에서는 브랜드 평판, 법적 구제, 사회적 신뢰가 이 문제를 완화하지만, 에이전트 거래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구글 클라우드의 AP2 출시 파트너로 아이겐클라우드가 선정된 것은 이러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아이겐클라우드는 블록체인 기반 검증 가능성을 AP2에 확장하여, AI 에이전트가 작업을 검증하고, 크로스체인 결제를 조율하며, 글로벌 규모에서 경제적 보장을 집행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신뢰 레이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아이겐클라우드는 AP2에 아래 세 가지의 기능을 추가한다.
작업 검증: 서버 에이전트가 아이겐컴퓨트에서 작업을 실행하고, 그 증명을 클라이언트 에이전트에게 전달한다
결제 추상화: 클라이언트 에이전트가 요청된 네트워크에 자금이 없을 경우, 브릿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분쟁 해결: 증명 검증이 실패하면, 클라이언트 에이전트가 서버 에이전트를 슬래싱할 수 있다
아이겐클라우드와 AP2의 결합을 통해 에이전트간 결제에 검증가능성이 부여되며, "대가를 지불했는데 서비스를 못 받는" 리스크가 기술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신원이다. 에이전트가 경제적 행위자로 기능하려면 "누구"인지 식별 가능해야 한다.
ERC-8004는 이 문제를 다루는 이더리움 표준 제안이다. 핵심은 AI 에이전트에게 온체인 신원을 부여하는 것이다. 에이전트는 자신만의 지갑 주소를 갖고, 자산을 보유하며, 다른 에이전트나 스마트 컨트랙트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아이겐클라우드가 이 표준과 결합되면 신원을 넘어 이력이 가능해진다. 에이전트의 모든 실행 기록이 아이겐DA에 저장되므로, 다른 에이전트가 협력 전에 다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 약속대로 행동했는가?
슬래싱당한 이력이 있는가?
어떤 종류의 작업을 수행해왔는가?
인간 세계의 신용 점수나 이력서와 유사하지만, 모든 기록이 검증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검증의 전파, 에이전트 간 결제, 에이전트 신원이 결합되면 에이전트 경제의 기본 인프라가 갖춰진다.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결과를 검증하고, 서비스에 대가를 지불하며, 신뢰할 만한 상대를 선별할 수 있는 구조다. 섹션 4에서 다룬 개별 에이전트의 검증 가능성이 에이전트 간 협력의 검증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이러한 구조를 갖춘 에이전트를 'Level 1 에이전트'로 정의한다. 에이전트 자체가 AVS로 실행되면, 아이겐레이어의 리스테이킹된 자산이 해당 에이전트의 정직한 행동을 보증한다. 각 에이전트가 자체 암호경제적 보장을 갖는 구조다.
그러나 검증 가능성의 가치는 에이전트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은 디지털 경제 전반에 존재한다. 예측 시장은 결과를 누가 판정하는지, 평판 시스템은 점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크로스체인 브릿지는 메시지가 정말 전달되었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아이겐클라우드의 인프라는 이미 이러한 영역에서 실제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에이전트 경제 이외에 아이겐클라우드를 통해 구축되고 있는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예측 시장에서는 "오라클 문제"가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스스로 외부 세계의 정보를 가져올 수 없다. 누군가가 그 정보를 체인에 입력해야 하는데, 그 누군가를 어떻게 신뢰할 것인가?
Source: Kaito
2025년 11월, InfoFi 플랫폼 카이토(Kaito)와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은에서 "마인드셰어 마켓"을 출시했다. 카이토의 AI 모델이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주제에 대한 여론을 측정하고, 이 결과로 예측 시장이 정산되는 시스템이다.
이들은 아이겐클라우드의 아이겐AI를 활용, 카이토의 모델에 대한 신뢰 문제를 검증가능성을 통해 풀고자 했다. 카이토의 AI 모델이 아이겐AI에서 실행되어 동일한 입력 데이터에 대해 누구나 같은 분석을 재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카이토는 자사의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아이겐AI를 통해 해당 알고리즘이 정확히 실행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Source: EigenCloud
현재 플랫폼들의 평점 계산 알고리즘은 블랙박스다. 어떤 기준으로 컨텐츠가 추천되고, 어떤 계정이 상위에 노출되는지 사용자는 알 수 없다. 플랫폼이 특정 컨텐츠를 의도적으로 밀어주거나 묻어버려도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오픈소스 코드를 공개해도 실제로 실행된 코드가 공개된 그 코드인지는 보장되지 않는다.
오픈랭크(OpenRank)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 랭킹과 평판 알고리즘을 플랫폼의 사적인 결정이 아닌 공유 인프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평판 프로토콜이다. 오픈랭크를 통해 개발자는 공개 데이터에 대해 평판 점수를 계산하고, 누구나 그 계산이 선언된 규칙을 따랐는지 암호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Source: EigenCloud
아이겐클라우드는 이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오픈랭크의 연산 노드는 아이겐클라우드의 TEE 안에서 평판 알고리즘을 실행하고, 별도의 검증자 노드가 동일한 입력으로 결과를 독립적으로 확인한다. 모든 입력과 출력은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에 저장되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한 암호학적 커밋먼트가 온체인에 기록된다. 검증자가 불일치를 발견하면 챌린지를 제기할 수 있고, 부정직한 오퍼레이터는 아이겐레이어에 스테이킹한 자산이 슬래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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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인 어플리케이션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한다. 블록체인 간 메시지를 보안이나 탈중앙화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크로스체인 메시징 프로토콜 레이어제로(LayerZero)는 어플리케이션이 메시징을 위한 검증자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DVN(Decentralized Verifier Network)를 디자인했다. 단일 검증자를 강제하는 대신, ZK 기반 증명부터 라이트 클라이언트 검증까지 다양한 방식의 검증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레이어제로의 구조는 크로스체인 생태계에 있어 큰 변혁을 이끌어냈지만, 레이어제로가 600개 이상의 어플리케이션에 의해 채택되는 솔루션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질문이 떠올랐다. 기술적 정확성을 넘어서는 더 강력한 보증을 어떻게 추가할 것인가?
2025년 11월, 레이어제로는 아이겐클라우드의 리스테이킹 인프라를 활용, 암호경제적 DVN 프레임워크인 아이겐제로(EigenZero)를 출시했다. 슬래싱 가능한 담보를 추가적인 보안 레이어로 도입함으로써, 검증자가 어플리케이션에 악의적 행동에 대한 경제적 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겐제로는 낙관적 검증 방식으로 작동한다. 메시지는 챌린지되지 않는 한 정확한 것으로 가정되어 빠른 크로스체인 통신을 가능케 한다. 검증 실패가 발생하면 아이겐클라우드의 슬래싱 인프라가 스테이킹된 자산에 페널티를 부과한다. 11일의 챌린지 기간이 분쟁 해결을 위해 주어지며, 트랜잭션이 완결(Finalized) 상태에 도달한 후 오류가 검증된 증명만이 슬래싱 대상이 된다. 이러한 기능이 효과적으로 동작하기 위해 500만 달러 상당의 ZRO 토큰이 스테이킹되어 검증자의 정직한 행동을 보장한다.
이러한 방식은 어플리케이션이 크로스체인 보안을 구성하는 기준을 보다 다층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전에는 각 DVN의 기술적 검증 방식에만 선택을 의존했다면, 이제는 스테이킹된 토큰의 양과 슬래싱 이력을 기준으로 검증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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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유로넥스트에 상장된 세계 최대 유동성 제공자 중 하나인 플로우 트레이더스(Flow Traders)가 캡(Cap), 아이겐레이어, 일드네스트(YieldNest)를 통해 온체인에 진입했다.
캡은 완전히 자동화된 검증 가능한 금융을 목표로 설계된 스테이블코인 프로토콜로, 각 운용사가 스테이블코인 홀더가 예치한 자본을 운용하고, 그 수익의 일부를 리스테이커와 스테이블코인 홀더들에게 분배한다. 캡은 일반적인 자산 운용 프로토콜과는 달리 운용사의 신용을 보증하는 위임자를 두는데, 보증/상환 메커니즘을 자동화하기 위해 아이겐레이어를 활용했다.
위임자는 아이겐레이어에 스테이킹된 ETH를 예치해 운용사에 자신의 자본을 위임하는 형태로 보증을 서게 된다. 만약 운용사가 정상적으로 수익을 분배하지 못하는 경우, 위임자의 스테이킹된 ETH에 슬래싱이 발생한다. 또한 캡은 아이겐레이어의 재분배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는데, 슬래싱된 자금을 소각하는 대신 피해를 입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리스크를 위임자 수준에서 최대한 격리할 수 있도록 했다.
플로우 트레이더스와 같이 상장된 금융 기관이 아이겐레이어를 통해 온체인 신용에 접근한다는 것은 하나의 사례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법적 계약에 의존하던 신용 관계를 코드와 경제적 인센티브로 보완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검증 가능한 연산은 AI 투명성의 일부에 불과하다. AI 모델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지, 그 데이터의 라이선스는 무엇인지, 원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는지 등의 질문도 중요하다. 현재 AI는 블랙박스다. 어떤 데이터가 들어갔는지, 어떤 코드가 실행되었는지, 누가 권리를 보유하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스타일이 재현되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의 작품이 훈련 세트에 포함되었는지, 어떤 라이선스 하에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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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아이겐클라우드는 스토리 프로토콜(Story Protocol)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스토리 프로토콜은 데이터, 모델, IP의 출처와 라이선스를 온체인에서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관리하는 프로토콜이다. 콘텐츠(데이터셋, 모델 출력물 등)를 소스에서 온체인에 등록하고, 누가 언제 생성했는지 암호학적으로 추적한다. 이러한 자산들은 사용 및 리믹스 방법을 정의하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라이선스와 함께 제공되며, 모든 사용은 측정되어 자동으로 기여자에게 로열티 지급을 트리거할 수 있다.
두 프로토콜의 결합은 "검증 가능한 지능 스택(Verifiable Intelligence Stack)"을 형성한다. 스토리 프로토콜이 출처(Provenance) 레이어를 제공한다면, 아이겐클라우드는 실행 레이어를 제공한다. 스토리가 "무엇이 허용되고, 자산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으며, 누가 보상받아야 하는가"를 관장한다면, 아이겐클라우드는 그 규칙 하에서 실제로 AI 워크로드를 실행하고 검증한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 구축되고 있는 실제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포세이돈(Poseidon): 대규모 데이터셋을 크라우드소싱하고, AVS 네트워크가 이를 검증 및 처리하며, 기여자는 로열티를 받는다.
오픈레저(OpenLedger): 라이선스된 베이스 모델과 데이터셋을 결합하여 IP-안전 파인튜닝을 가능케 하며, 훈련이 라이선스 제약을 준수했음을 암호학적으로 증명한다.
베리오(Verio): AVS 검증자가 모델의 행동과 출력을 분석하여 라이선스 위반을 탐지하고, 위반 시 담보 슬래싱을 트리거하는 분산형 IP 집행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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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아마존은 EC2와 S3를 출시하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다. 그 전까지 기업들은 웹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자체 서버를 구매하고,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며, IT 인프라팀을 꾸려야 했다. AWS는 이 모든 것을 API 호출 몇 번으로 대체했다. 인프라 구축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어내자, Uber, Netflix, Airbnb 같은 어플리케이션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AWS 스택의 구조를 살펴보면 그 성공의 논리가 보인다. 최하단에는 아마존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가 있고, 그 위에 S3, EC2, Lambda 같은 1st-party 서비스들이 올라간다. 이 기반 위에 Datadog, Snowflake, Anthropic 같은 수천 개의 3rd-party 서비스들이 구축되고, 최상단에서 수만 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한다. 각 레이어가 아래 레이어의 복잡성을 추상화하고, 위 레이어에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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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겐클라우드가 그리는 그림도 유사한 레이어 구조를 따른다.
최하단의 아이겐레이어 프로토콜이 공유 보안이라는 기반을 제공하고, 그 위에 EIGEN 토큰의 검증 가능한 포킹 메커니즘이 상호주관적 검증을 가능케 한다. 아이겐DA, 아이겐컴퓨트 같은 프리미티브들이 데이터 가용성과 검증 가능한 연산이라는 핵심 기능을 제공하고, 이 기반 위에 zkTLS, 오라클, 추론 서비스 같은 다양한 AVS들이 구축된다. 최상단에서는 예측 시장, 평판 시스템, 대출, AI 에이전트 같은 검증 가능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AWS가 "서버 걱정 없이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하라"고 말했다면, 아이겐클라우드는 "신뢰 걱정 없이 검증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하라"고 말하는 셈이다. AWS가 인프라 구축의 복잡성을 추상화했던 것처럼, 아이겐클라우드는 검증 메커니즘 구축의 복잡성을 추상화하고 있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 서론에서 제기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AI가 점점 더 많은 결정을 내리는 세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지금까지의 답은 대부분 "일방적인 신뢰"였다. 서비스 제공자를 신뢰하고, 플랫폼을 신뢰하고, 기관을 신뢰한다. 그러나 유나이티드헬스 사례가 보여주듯, 신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금융 거래를 수행하고, 보험 청구를 판단하고, 컨텐츠를 추천하는 세계에서, “무조건 믿으라”는 더 이상 충분한 답이 아니다.
아이겐클라우드의 베팅은 명확하다. 앞으로 도래할 AI 에이전트의 시대에, 나아가 더 폭넓은 사용사례를 지원하는 디지털 시대에 검증 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며, 아이겐클라우드는 유일하게 검증 가능하며 확장 가능한 연산 솔루션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아이겐클라우드의 베팅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우리는 아마 머지 않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